영화 컨덴더는 부통령으로 내정된 여성정치인(조안알렌) 핸슨을 통해 음모와 정치인의 소신을 다루는 전형적인 정치드라마이면서 여성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에게 계속 판단할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적인 지식이 없는 나에게 영화 컨텐더는 참으로 어려운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컨텐더가 제시하는 문제들을 푸는 방식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첫번째 질문: 우리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정치인은?
물 속에 빠진 여자를 구하기 위해 아무 준비없이 물 속에 뛰어든 정치인으로 시작되는 시그널은 우리에게 저런 정치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자를 살려내지 못한 그 정치인은 심한 죄책감과 자신의 의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러써 도리어 인간적인 정치인으로 대중에게 영웅대접을 받는다. 그러면서 매스컴은 그를 취재하기 바쁘고 아울러 대중은 그에게 더 열광한다. 하지만 그는 부통령으로 지목되지 못하고 대통령에게 버림아닌 버림을 받게 되자, 나는 왜 저런 정치인을 부통령으로 내정하지 않는거야 하면서 흥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첫장면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이라면 매스컴에 의해 영웅 대접받는 그 정치인은 모순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적인 정치인은 상투적인 말로 청렴결백하고 소신이 뚜렷해야한다. 하지만 현실의 정치인들의 모습은 매스컴에 의해 자신들의 스타성을 키우는 탤런트같은 존재들로 보여진다. 정녕 청렴결백한 정치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매스컴에 의해 판단되고 보여주는 것만 다일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비리 정치인을 우리 대중 스스로 만드는게 아닐까? 우리 자신의 얘기로 방향을 전환해보자. 나는 털어서 먼지안나는 인간일까? 대답은 NO다. 누구나 청렴결백하지는 못하다. 사소한 거짓말부터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고의든 아니든 비리를 저지르고 사는 인간이다. 그런 우리가 털어서 먼지안나고 저런 성인군자 같은 정치인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영화 컨텐더는 시그널 장면에서 그런 우리 대중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두번째 질문: 왜 핸슨이 부통렴감 1순위로 대통령에게 지명되었는가?
영화는 무의식중에 만연하고 있는 성차별을 정면으로 내세운 영화이다. 물론 대통령(제프브리지스)이 임기말기에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그녀를 선택했다 치더라도 분명 틀을 깨부는 선택임에는 여지가 없다. 핸슨의 남편도 그녀을 정치인으로 성공시키기 위해 외조의 모범을 보여준다. 아울러 핸슨의 섹스스캔들로 위기로 맞을때 그들이 벌이는 정치적인 소신과 가치관이 성(性)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되는 스토리를 보면서 능력보다는 여성이라는 점때문에 더 크게 이슈화되는 사건들이 우리 여성들을 짓누르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대통령은 그녀가 여성이라서 부통령으로 거명했지만 반대로 대중에게 여성이 부통령같은 큰 중책을 맡아서 할 수 있나?라는 문제제기와 판단을 요구한다.
셋번째 질문: 같은 여자로써 나는 핸슨을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있나?
핸슨은 똑똑한 여자이다. 그러나 대학시절 음탕한 섹스쇼를 벌인 여자이면서 한 가정을 파멸시킨 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부통령이 되려고 한다. 그녀가 청문회장에서 당하는 질문과 모욕들을 어쩌면 너무나 당현하게 나는 받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생활과는 정치적인 소신과 입장은 별개라면서 입을 굳게 다문다.. 그걸 보면서 나는 같은 여성이면서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가 정치인이기전에 여성이기때문에 그런 섹스스캔들에 의해 그녀가 판단되어지는건 아닐까? "어떻게 여자가 저런일을 저질를 수있는거야"...이러면서 말이다. 남자라면 크게 문제화 되질 않을 섹스스캔들로 그녀의 정치적인 소신과 가치관마저 판단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 자신도 여자이면서 그런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털어나야될 처지까지 오게된 핸슨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들자 우리가 깨부셔야 하는 고정관념중 우리 여성이 가지는, 같은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먼저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올바른 정치인을 바라는 것뿐이지 수녀같은 여성정치인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 컨텐더는 보여준다.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적인것 사적인것을 확실하게 구분짖고 또한 뚜렷한 소신이 있어햐 하면 부당한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들로 시작한 영화 컨텐더는 정치가 전쟁의 연장선이라는 말과 함께 정치판의 모순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한 여성이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영화로써 의연중에 가지고 있는 성(性)에 대한 차별과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여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한 영화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남아있는 사회이다. 그런 시대에 딱 맞게 선보이는 영화가 바로 컨텐더이다. 그리고 우리 대중이 정치인들을 어떻게 보고 판단해야 되는가에 대한 방향제시도 해준다.. 하지만 영화 컨텐더는 미국영화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에 대통령의 연설씬은 참으로 고의적인 장면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런 정치판을 보고 우리도 저래야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현실에 맞게 흡수할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을 버려야 하는게 이 영화를 관람하는 마음가짐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정치인은 정말 나쁜 정치인일까? 하는 문제를 내본다. 영화를 보시면서 게리가 연기한 정치인은 어쩌면 참 모순덩어리라고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연기한 정치인의 모습이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정치인이기도 하고 상당수 정치인들이 그런 소신과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를 이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에 대한 판단은 180도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컨텐더는 참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영화이다. 나도 이글에서 그 중의 일부분만 쓴것뿐이다.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해서 끝없이 머리가 아픈 영화이기도 하지만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대결은 상당한 볼거리를 재공해준다. 그리고 제프브리지스와 게리올드만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벌이는 연기대결은 정말 인상깊었고, 제프브리지스(대통령)이 말하는 음식예찬론(?) 대한 의미도 곱씹어 보면서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