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무작정 인터뷰] 황정민.전지현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정윤철 감독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서대원 기자(이하 ‘서’) 황정민에 이어 전지현 캐스팅이 확정됐다.
정윤철 감독(이하 ‘정’) 황정민은 이미 오래 전에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1년 반 정도 된 거 같다. 꽤나 긴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전지현의 경우는 이번에 결정된 거고.

만족스러운가
당연하지!

어떤 캐릭터로 두 배우가 등장하나
전지현은 휴먼다큐를 찍는 송수정 PD로 분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업과 달리 인간의 휴머니즘을 믿지도 않고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휴머니즘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물이 난다며 진저리 치는 부류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동물과 그곳의 풍경을 렌즈에 담고 싶어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화보 같은 거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여자 캐릭터!라 보면 된다. 반면에 황정민은 굉장히 이타적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도우는 일에 모든 걸 헌신하는, 자신을 슈퍼맨이라 생각하는 좀 엉뚱한 사나이다.

그럼 이 두 사람은 어떠한 일로 엮이게 되나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이 사내를 대상으로 송수정 피디가 다니는 프로덕션이 휴먼다큐를 찍기로 결정한다. 그 연출을 송수정이 담당하게 되며 만나게 된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다가 점점 좋은 관계로 발전하는...
아니다. 많이들 예상하는 로맨스와는 다르다.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라는 게 좀 더 정확하다.

조금 더 설명을 보태자면
수정이 보기엔 이 남자가 이상해보이고 미친놈처럼 보이는 거다.

안 그러면 이상한 거지.
그래서 처음엔 이들이 적잖이 부딪힌다. 그런데 슈퍼맨의 선의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굉장히 이기적이었던 이 여자가 서서히 변하게 된다. 슈퍼맨의 세계로 점점 끌려가게 되는 거지. 남을 돕는 다는 것이 뭐랄까? 어... 억지로 나오는 감정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우러나오는 본심이고 또 그것이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굉장히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전지현인 수정이 깨닫게 되는 과정! 그게 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다시 말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슈퍼맨의 선의가 수정에게 전이되고 또 세상에 퍼져나가는 아주 착한영화다.

발표했듯 장르가 휴먼드라마인 셈인가
맞긴 맞는데 거기에 좀 덧붙이자면, 현재는 물론이고 우리의 미래가 지구의 온난화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신 그리고 우리의 운명,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나? 현재를 바꾸지 않으면 절대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현재를 바꾸면 분명 미래가 바뀐다. 이런 메시지를 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다.

전작도 그랬지만 내용만으로는 접수되지 않는 어떤 비범함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글쎄다. 모든 건 영화가 나와 봐야 알 거 같다.

황정민 전지현 두 배우 다 “시나리오가 너무나 매력적이라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하더라!
시나리오보다는 캐릭터 자체에 끌리지 않았나 싶다. 황정민의 경우는 예전에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자신의 생업을 내팽겨 치고 남을 헌신적으로 도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더라!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그런 와중에 이 시나리오를 1년 반쯤에 받아보게 됐고, 타인을 위해 팔 걷어 부치고 나서는 슈퍼맨 캐릭터! 이런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초기단계에 이 영화에 참여하기로 결심했었다. 전지현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알다시피 전지현은 리얼리즘 세계에서 연기를 해본 적이 별로 없잖나? 판타지가 강한 <시월애>도 그렇고 <엽기적인 그녀> <여.친.소> <데이지> 등 죄다 영화 같은 공간속의 이야기다. 현실적이고 살아 있는 캐릭터를 굉장히 해보고 싶은 욕망이 컸던 거 같다. CF와 같은 화려한 이미지 속에 가려져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만나보니 확실히 다르던가?
직접 마주해보니 우리가 봐왔던 모습과는 분명 다른 구석이 있더라! 기존에 소비되던 전지현의 매력과는 또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는 걸 직감했다. 이번 캐릭터와 잘 맞을 거다. 어떤 판타지나 광고 속의 이미지가 아닌 현실과 밀착한,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매력적인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담아내 생생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황정민도 황정민이지만 특히 전지현의 캐릭터가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듣고 보니 파격적인 그 무엇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이다. 충분히 기대해도 괜찮다.

배우는 그렇다 치고 감독은 어떤 동기로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건가?
이 영화의 원작이 유일한의 소설 <어느 날 갑자기>에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데 사실 처음에는 장르가 휴먼드라마라 <말아톤>과 유사하지 않을까 싶어 안 하려고 했다. 그러다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를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 판타지라는 것이 아름다운 상황이 아닌, 처참한 현실에서 피어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완전 뻑 갔다. 자신을 슈퍼맨이라 생각하는 이 사내를 대상으로, 단순한 휴먼드라마가 아닌 그러면 <말아톤>의 반복이라 재미없고, 내가 영화적으로 다르게 표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다. 결국, <판의 미로>를 보고 현실적인 판타지를 이 영화를 통해 해 볼만 하겠다 싶었던 거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이 제목은 그대로 가는 건가
제목이 너무 많은 내용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싶어 한번 바꿔 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뭐 당장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서기자가 보기엔 어떤가.

말이 좀 씹히는 경향이 살짝 있지만 나쁘지 않다. 시나리오는 완전 탈고가 된 상태인가?
어......그렇긴 한데, 뭐 촬영 끝날 때까지 수정을 하겠지.

촬영은 보도된 대로 10월 초
별 다른 변동 사항이 없는 한 그럴 거 같다.

개봉은
내년 상반기쯤! 물론, 투자.배급사가 동일한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도 있고 여러 가지 사정을 생길 수 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어차피 촬영은 올해 끝나니까 내년상반기로 보면 된다.

그럼 프로덕션 과정 중 현재는 어느 부분에 매진하고 있는가?
지금은 배우 리허설과 콘티 작업을 중점으로 이런 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황정민을 슈퍼맨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을 거 같다. 조승우를 자폐아로 만든 거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지현이 분할 수정 캐릭터도 마찬가지고.

그 외 고민이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촬영기간이 빡빡하다는 게 걱정이다. 원래 우리영화는 여름 영화다. 겨울이 나오면 안 된다. 그런데 무리해서 가을에 크랭크인 하다 보니 추워서 되게 고생할 거 같다.

왜 겨울이 나오면 안 되나?
아니! 슈퍼맨이 남 도와주는 애기니까 주로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겠나? 그래서 겨울은 이 영화의 배경으로 안 어울린다는 거지.

<말아톤>은 드라마, <좋지 아니한가>는 캐릭터가 눈에 띄는 영화였다. 이번영화는 어떨 거 같은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완전 캐릭터 드라마다. 자신을 슈퍼맨과 동일시하는 이상하고 엉뚱하고 귀엽고 딱 봐도 보기 드문 캐릭터 아닌가? 어떻게 보면 외계인 같은 캐릭터고. 그러니까 황정민이 지금까지 지구인의 연기를 했다면 이젠 외계인의 연기를 해야 한다.

황정민 전지현 이들 외에도 기대할 만한 캐릭터가 등장하나? 전작을 보자면 문희경 황보라 김미숙 등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나왔었다.
슈퍼맨은 인물들이 여럿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이건 딱 메인 둘로 가는 영화라 보면 된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와 같은 이야기 꼴이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어떤가
<말아톤>과 <좋지 아니한가>의 중간정도. 알다시피, 두 영화는 굉장히 갭이 큰 영화 아닌가. 흥행성적도 그랬고. <말아톤>의 훈훈하고 감정을 움직이는 휴머니즘 그리고 <좋지 아니한가>는 어떤 독특하고 썰렁한 4차원적인 유머들, 이런 것들이 좀 섞여서 감동적이면서도 엉뚱한 재미가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본다.

외피는 가족이야기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그렸던 이전 작품과 이번 영화 역시 동일선상에 있을 듯하다.
맞는 말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도 결국엔 어떤 한 사람이 한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얘기니까.

제작규모는 대략 어느 정도로 잡고 있나
한 35억 정도

생각보다 작다.
40억 이상이 될 줄 알았나?

그렇다.
절대 40억을 넘는 일은 없을 거다. 3자 내 예산에서 모든 걸 마칠 거다.

<좋지 아니한가>의 김혜수와 박해일의 경우 개런티를 낮춰 출연했는데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혹 황정민 전지현도 그럴 예정인가?
이번에도 두 주연배우가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갔다. 많이 받은 편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선인가
전에 비해 20%정도 덜 받았다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말아톤>에 비해 <좋지 아니한가>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 영화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한데.
물론, 이번엔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당연 한다. 그리고 <좋지 아니한가>가 <말아톤>처럼 많은 분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꽤 되는만큼 그렇게 심난하지는 않다. 물론 투자한 분들한테는 미안하지. 그리고 또 <좋지 아니한가>의 개봉 당시 상황이 여러 면에서 안 좋았다. 좀 더 좋은 시기에 풀렸으면 더 잘 됐을 텐데. 여하간 결과적으로 <좋지 아니한가>와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지만 이번영화에 그에 대한 부담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고 최선이다.

시기도 시기지만 <좋지 아니한가>가 대중에게는 낯선 측면이 있었다.
맞다! 주인공이 일단 없으니까! 관객은 주인공을 명확히 따라가는 걸 좋아한다. 주인공이 없다는 건 관객도 보기 힘들고 또 마케팅 하기에도 힘들다. 한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전면에 나서는 영화를 연출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이번에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확하게 주인공이 있기 때문에 뭐 <좋지 아니한가>처럼 보는데 어렵거나 뭐랄까?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볼 필요까지는 없을 거다. 마케팅 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거고.

한국영화산업대타협선언 등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산업을 위해 영화인들이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정윤철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공동대표로서 그 중심에 서 있다. 이와 관련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경우 전체 프로덕션 과정에 있어 예산절감 혹은 스태프 처우개선 차원에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을 적용한다는 등 어떤 계획이 있나
임단협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래밍이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라 우리도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하기가 좀 애매하더라! 결국 지금은 일단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고 있고, 임단협은 아마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들의 안락한 식민지가 될 것이다'라는 제하의 글을 한 잡지에 기고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영화의 현재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5가지를 지적했는데 잘 진행되고 있나
사람들이 최소한 심각성을 인식한 거는 같다. 시나리오 작가들에 대한 처우개선이나 집중적인 발굴 등 뭐 기본적인 쟁점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실현이다. 이번에 커피프린스 등 여러 가지 드라마가 잘 되는 거 보면 작가들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또 영화를 하다가 드라마로 옮긴 사람들도 많은데 이번에 이준기 나오는 그거 있지 않나?

개늑시(개와 늑대의 시간)
그 연출자가 원래 시나리오 작가였다. 영화가 힘드니까 자꾸 방송으로 가는 거다. 충무로 인력이 영화계에서 안정적으로 계속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번에 봉준호 감독이 일본에 가서 단편 찍고 왔는데 총 21회차 찍고 왔다고 하더라! 근데, 단 하루 쉬었다는 거다. 그만큼 스탭들이 영화를 직업으로 생각한다는 거다. 영화의 조감독이 일정을 조직적이고 칼 같이 짜서 매일 출근하듯이 아침 7시에 모여 저녁 7시에 해산하는 방식이다. 돈도 굉장히 많이 받는 다고 들었다. 회사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좀 빡세도 생업을 보장해주니까 따라 갈 수 있는 거지. 반면 한국의 경우는 윗대가리가 되기 전까지는 보장이 안 되니까 전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분업화가 잘 돼 있다는 얘긴데, 그에 대해서는 감독마다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분업화를 일정 부분 인정하지만 한국영화의 저력은 날 새며 촬영할 수 있는 집중력과 저돌성에 있다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또 감독이 현장의 많은 것을 진두지휘할 수 있기에 한국영화의 발전이 있었다 말하는 분도 있고.
그건 굉장히 짧은 생각이다. 감독이 젊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40.50대까지 가서 진두지휘하고 시나리오 쓰고 북 치고 장구 치고 그걸 언제 혼자 다 하나? 감독 사이클이 굉장히 짧잖나? 감독이 시스템적으로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해야지 좋은 연기와 작품이 나오는 거다. 감독이 배우들 상대해야지 딴 데 어떻게 신경을 쓰나? 근데 촬영 전부터 시나리오 쓰느라 진 다 빼고, 그러다 영화 들어가면 프로듀서 일까지 하고 참 문제다.

분업화 돼야 된다?
당연하다. 그렇게 되는 것이 감독 스스로 편해지는 길이다. 감독의 권리를 뺏기는 게 아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자기가 왕도 아니고 언제까지 다 하겠나? 그것도 팔팔할 때나 가능하지. 그러다 젊은 사람들 쏟아져 나오면 자연스레 밀려나게 돼 있다. 일흔이 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직까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건 할리우드에 분업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이스트우는 딱 배우들만 상대하면 되는 거다. 물론, 감독이 현장을 다 장악해 일하게 되면 좋은 측면이 아예 없지는 않다. 있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결과적으로 안 좋은 게 사실이다.

한국영화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 5가지 중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관객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안에서 ‘극장 팝콘과 콜라를 먹지 말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일찍 간판을 내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기담>의 서명 운동과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솔직히 <기담>도 완전 당한 거 아닌가. 관객은 보고 싶지만 불 수 없는 상황! 정말 말이 안 되지 않나! 최소 2.3주 정도는 상영을 보장해줘야 최소한의 손해를 만회할 수 있고, 공평한 싸움이 되는데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일주일 만에 간판 내리면 누가 영화를 찍겠는가? 이러다간 확실한 흥행이 보장된 영화나 아니면 물량공세의 마케팅으로 밀어붙이는 영화만 생산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 될 수 있다.

감독이 생각하는 현재 한국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나리오 작가 부재! 영화산업은 스토리 산업인데 스토리가 없잖나? 그러다보니 감독들이 시나리오 쓰고. 또 시나리오 작가들이 감독으로 입봉하는 분위기고. 재생산구조가 절대 될 수 없는 거다. 때문에 유명감독이 시나리오 쓰는 기간은 영화산업이 완전 하락기가 된다. 역으로 그들이 영화 찍을 때는 영화산업이 활성화되고. 결국 몇몇 감독에 의해 한국영화판이 좌지우지되는 묘한 현상이 발생하는 거다.

해결 방안이 있다면?
조선일보에서 장르문학을 발굴하려고 하는 거 같던데 지금부터라도 그러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어차피 이 문제는 영화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야기는 외부에서 공급돼야 된다. B급 문학이나 공포. 판타지. 추리. 또 가벼운 로맨스 소설 뭐 이런 것들이 보다 활성화 돼 영화 시나리오로 흘러 들어와야 한다. 문단이나 영화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원을 꾸준히 해야만 된다. 미국영화도 70%는 소설이 원작이다. 우리와 게임이 안 되는 거다. 금방 말했듯 이 사안은 분명, 영화계에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글을 쓰는 모든 스토리텔러의 문제다.

영화화될 수 있는 소설이 그렇게 없나
한국소설 중에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채 5%도 안 된다. 다들 신변잡기나 수필형식이다. 작가의 내면을 파고드는 이야기만 소설을 치는 문단의 어떤 썩어 빠진 예술지상주의가 야기한 고질적 병폐라 볼 수 있다. 그림으로 치자면 추상화로만 가려는 거다. 오죽했으면 이인화 작가 같은 스토리텔러조차도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쓴다고 괄시를 받고 문단으로부터 배척을 당하겠나? 소설의 중심은 이야기인데 되게 웃기는 일이다.

<디 워> 사태도 좀 웃기지 않았나?
글쎄다. 내가 보기엔 <디 워>의 진짜 주인공은 괴수가 아니라 심형래다. 심형래라는 이무기가 용이 돼서 승천하겠다는 데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하니 대중들은 싫었던 거다. 평단이나 충무로는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대중은 영화외적인 심형래와 그 개인의 이력을 가지고 이야기하니까 서로의 의견이 엇갈리지 않았나 싶다. 관객은 영화를 만든 과정이 너무 드라마틱하니까 거기에 열광한 거다. 서로 싸우는 지점이 완전 다른 거지. 그러니까 엉뚱한 싸움을 한 셈이다. 물론, 충무로가 <디 워>의 마케팅에 휘둘린 건 좀 아쉬운 부분이다. 거기에 더해 스크린쿼터 때부터 가시화된 영화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증폭되기도 한 거 같고. 결국 이번 일을 난 해프닝이라 본다. 아! 그리고 심형래 감독이 해낸 성과 중 CG부분은 크니까 그런 측면은 영화계랑 조인해서 서로 윈윈하면 좋지 않을까 보는데.... 혹시 아나? 내가 영구아트무비에 가서 영화 찍을지! 좋은 이야기와 좋은 기술이 결합하면 좋지 아니한가? 난 그렇게 생각한다.

언론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거다.
영화라는 게 이야기만은 아닌데 모든 평자들이 그것만을 가지고 평을 하는 것 같다.
이야기가 말이 되고 안 된다는 영화비평만이 존재한다. 근데 그건 시나리오 비평 아닌가? 기자들이 좀 더 공부를 해서 연기, 사운드, 비주얼, 구성 등 연출방식이나 영화자체에 대한 평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기준에 맞는 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대중영화를 굉장히 재밌어하는데 평론가들은 쌈마이라 하고. 어떻게 보면 이건, 관객들은 댄스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데 평론은 클래식만 들어라! 재즈 같은 게 진짜음악이지 댄스가 무슨 음악이냐!. 하는 논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클럽에 가서 댄스를 들으려 하지 누가 클래식을 듣겠나. 그때는 댄스가 필요한 거다. 대중영화에 어떤 애정을 가지고 평을 썼으면 한다. 그래야만 평단이 외면을 당하지 않을 테고.

감독조합대표로서 활동하는 그러니까 영화작업 외적인 활동이 시간적면에서도 그렇고 부담되지는 않나?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손해다. 어제도 불법다운로드근절 지지선언 갔다 오고. 솔직히, 촬영을 앞둔 상태에서 정말 가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더라도 향후 영화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나? 극장들이 다 외국에 팔려나갈지도 모르는 거고. 정말 그랬을 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사람들끼리 조직을 가지고 있다는 건 중요하다. 감독조합이든 뭐든 어떤 단체를 유지하고 힘을 키워나가고 발언하는 것 또한 영화계를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거다. 그래서 활동하고 또 주제넘게 목소리를 내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이전에 어떤 영화잡지 일일 편집장으로 인터뷰에 나서는 등 정윤철 감독의 그러한 영화 외적인 활동을 두고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김지훈 감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려스럽다고 하더라!
그럴 만도 하다. 감독은 영화 만드는 게 본업이고 가장 중요한데 그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하고 다니니까! 하지만 영화감독이기 전에 나 또한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시민이기에 뭔가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을까 싶은 거다. 여하간, 지금으로서는 작품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이렇게 계속 가지 않을까 본다.

근데, 원래 그렇게 똑똑하고 말 잘하고 글도 잘 쓰나? 아는 게 참 많다.
내가?

엉!
그럼 뭐하나? 영화 잘 찍는 게 중요하지! 말 잘하고 그런 건 누구나 잘 하지 않나?

무슨 말인가! 절대 누구나 잘 하지 못한다.(웃음) 근데, 원래 과학자를 꿈꿨다. 그래서 공대 진학을 원했고. 하지만 당시 고등학교를 다니던 8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감독의 진로를 영화 쪽으로 바꿔놓았다 들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 어떤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내가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해줄 것인가 고민을 했었다. 소설가가 될 것인가? 선생님 혹은 기자가 될 것인가 고심하다가 영화감독을 택했는데 그 이유는 별 다른 게 없다. 영화라는 매체가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지 않나? 테크니컬한 베이스야 내가 과학자가 되고 싶어 했으니 나름 자격이 있다 본 거다. 내가 가진 능력과 하고 싶었던 장르가 결국 과학과 예술이 결합된 장르고 그게 영화라 감독을 하게 된 거지.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당시의 초심과 지론이 영화적으로 지금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말아톤>을 통해 장애우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이고, <잠수왕 무하마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들춰냈으니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영화가 사회적인 발언만 하는 장치는 아니니까 소재를 꼭 거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내가 품고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전해줄 생각이다. 그게 대중과 소통하는 데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거지! 무엇보다 서로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는 소통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근데 가족을 끌어와 이야기했다. 우연인가?
한국영화에서 주로 주인공만 이야기해서 그렇지 누구다 다 가족은 있잖나? <말아톤>은 자폐아가 주인공이니까 당연 가족이 나오는 거다. 물론 이 영화가 가족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한 아이의 자립과 엄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가족을 뺄 수는 없지 않나? 자폐를 통해 누구보다 고통을 받는 직접적 존재가 가족이니까! 하지만 <좋지 아니한가>는 정말 가족에 대한 얘기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무엇인가
가족에 대해 관심이 있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있어 가족은 그 유례를 찾긴 힘들만큼 특별한 집단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족은 딜레마다. 오래 동안 유지돼온 일부일처제가 깨지지 않고 잘 갈 수 있을지 아니면 해체될 것인지 또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대안은 없는지. 이러한 관심과 모색이 분명 필요하다. 새로운 가족 형태가 없이는 새로운 사회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었기에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흥미롭다. 조금만 더 얘기해달라!
사회만 변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거지. 가령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서 사회가 변화하기 시작했지만 가족은 혁명 이전의 형태가 계속 유지가 되고 있는 거다. 그럼 어떻게 사회가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겠나? 직장은 사회주의지만 집에 오면 가부장으로 사는데. 그래서 사회주의가 망했다고 난! 보는 거다. 가족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그 어떤 거대 이론도 다 필요 없다. 그런 측면에서 가족이 나에겐 여전히 연구대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정작 감독 집안은 어떤가?
그냥 보통가정이다. 평범하지 뭐! 다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남보다 이른 시기에 소년가장이 된 게 좀 특별하다면 특별하다. 대학교 때부터 내가 벌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으니까!

근데, 원래 담배 피우지 않았나?
끊었다.

뭐땀시?
슈퍼맨이 가장 싫어하는 게 담배다. 우리 영화의 주제는 사실 금연 홍보영화다.(웃음) 영화의 주인공인 수정이 결국엔 담배를 끊게 된다. 그나저나 전지현이 술도 못 먹고 담배도 못 피워 좀 걱정되긴 한다.

<천년학> 그리고 <살인의 추억> <분홍신> 등 상당수의 예고편을 만들어왔다. 감독이 생각하는 예고편의 역할과 핵심은 무엇인가.
예고편은 일단 너무 심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부메랑 효과로 인해 영화를 말아먹을 수 있다. 효과적으로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일종의 줄타기를 잘해야 된다는 말이다.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운다든가, 있지도 않은 장면을 찍어가지고 만드는 예고편은 굉장히 위험하다. 할리우드에서도 전혀 그렇게 안 하는데 한국만 유달리 마케팅에 집착하다보니 안 해도 될 일을 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 마케팅비가 자꾸 올라가는 거다. 무엇보다 일단 스토리를 잘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2분 동안 영화의 어떤 점이 재밌고 장점인지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부각시켜야 하는데 어떻게든 영화를 더 눈에 띄게 하려다 보니 화려하고 요란한 뻥만 느는 거 같다. 물론 CF감독이 영화 예고편을 많이 찍는 것 또한 그닥 좋은 현상이 아니다.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감독 등 소위 선수들이 놀라운 수식어를 동반하며 당신을 극찬했더라! 대단한 감독이라는 거지. 무척 좋으시겠다.
그냥 농담이지 뭐!

그 말도 농 아닌가(웃음)
그 얘기들을 뒤집어 보면 뼈가 있는 조크라 볼 수도 있다. 잔대가리가 잘 굴러가고 뭔가 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고 또 눈치가 빠르고 그러 점들을 좋은 식으로 이야기한 게 아닐까? 물론 나에게도 장점이 있겠지만 시나리오 쓰거나 영화 찍을 때 늘 부족함을 느낀다. 물론 그런 건 있다. 실패할까봐 늘 조바심이 나기 때문에 내 스스로 잘 할 수 있다. 난 천재고 똑똑하다는 주문을 되뇐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거지.

그럼 역으로 당신이 기대하는 동시대 감독은 누구인가
이번 미장센 영화제에서 봤던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만든 백승빈 감독! 내가 그 영화제에서 봤던 단편 중 제일 좋았다. 감독이 영화를 다루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더라.

아! 봉준호 감독과는 91년 방위병 생활할 때 처음 만났다 들었는데 어땠나? 서로 그곳에서 영화적인 교감을 나눴나?
그때는 뭐 영화하지도 않았고 별 거 없었다. 내가 한양대 연극 영화 다니는데 영화 공부하고 싶다니까. 영화아카데미라는 데가 있다 거기 가라! 해서 거기 간 거고. 뭐 그 정도 교류정도.

<기념촬영>과 <동면>이라는 단편으로 서서히 인정을 받다가 <말아톤>으로 대박을 친후 <좋지 아니한가> 그리고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까지 이르렀다. 영화를 만드는 환경도 그렇고 변화한 지점들이 있을 거다.
음...영화 찍을 때 힘든 거는 단편이나 장편이나 똑같은 거 같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체계적으로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뭐 시나리오 쓰는 과정이나 영화 찍으면서 부딪히는 프로듀서로서의 문제, 헌팅, 촬영, 예산 문제 등 이전과 크게 변한 건 없다. 솔직히 내가 A급 스태프와 일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 당시 상황과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없지 않나 싶다. 물론 밥값 걱정은 안 하게 됐으니 그건 좋다.(웃음) 하지만 장편영화를 하게 되면서 그런 걱정은 생겼다.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긴 했지만 직업으로서의 두려움! 얼마나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나한테 영화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예전엔 감독만 됐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제는 직업이 됐으니까 프로야구 선수처럼 언제까지 내가 감독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만약에 못하게 된다면 가장 큰 원인은 분명, 시나리오 쓰는 게 힘들어서 그럴 거다. 시나리오 공급이 안 되면 언제 내가 도태될 지 모른다. 이 문제는 모든 감독이 다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다. 봉준호도 그렇고 박찬욱 감독도 어제 만났는데 “아~ 제발 남의 시나리오 가지고 영화 좀 찍고 싶다”그런 고민을 토로하더라. 다들 그런다. 한국영화 감독들 참 불쌍하다.

그래도 경제적인 사정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대기업에 다니는 내 친구들을 보자면 현재 내 수입이 과장 차장 정도. 물론, 영화가 대박나면 인센티브를 받긴 하지만 보편적으로 2~3년에 걸쳐 영화 한편이 나오니까 그걸 쪼개면 사실 대기업 중간급의 연봉이라고 보면 된다.

정말 궁금한 게 있다. 솔직히 당신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감독 입장에서도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하나?
일단 난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감독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분위기는 그 어떤 감독이라 하더라고 투자 받기가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다. 투자사는 시나리오가 안 좋으면 스필버그 할아버지가 와도 안 하겠다는 마인드가 서 있는 상태다. 예전에는 시나리오가 이해가 안 가고 뭐 그래도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으로 투자를 했고 또 그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고.

예전에 준비하던 로버트 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럼 슈퍼맨 이후로 자연스럽게 밀린 건가?
그건 내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슈퍼맨 끝내고 나서
그렇다. <말아톤>의 윤진한 작가가 지금 쓰고 있다.

돈 많이 안 드는 저렴한 SF영화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언제라 장담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꼭 할 거다.

<길버트 그레이프> <사이더 하우스> <개같은 내인생>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을 좋아 한다고 했다. 작은 이야기로 소우주를 얘기하는 감독이다. 가만 보니 비슷한 구석이 있다.
어차피 감독들은 자신이 하기 힘든 걸 잘하는 감독을 좋아하게 돼 있다. <개같은 내인생>도 그렇고 그의 영화를 보면 일상의 따뜻함을 길어 올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어떤 특별한 스타일이 과시되지도 보이지도 않지만 그러한 연출이 참 어려운 거다. 그래서 좋아하고 존경한다. 물론, 내가 그렇게 되겠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싫어하는 영화 스타일은
내용과 스타일이 잘 맞아 떨어져가는 영화를 좋아하지 스타일이 먼저 나가는 영화는 싫어한다. 본질을 볼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경우는 있다. 만날 몸에 좋은 웰빙 음식만 먹을 순 없다는 얘기다. 때로는 쫄면이나 짜파게티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그걸 먹어야 한다.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가 바로 그런 영화다.

일 외에 시간은 주로 뭘 하나
요즘엔 일만한다.

일만 하지 않을 때는
운동! 전부터 꾸준히 마라톤을 계속하고 있다. 뛰는 걸 좋아해서 운동장에도 가고 산에도 가고 뭐 그런다. 그나저나 전지현씨도 산에 가는 거 되게 좋아하더라. 운동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전지현한테 다른 감독과 달리 웰빙 감독이라는 칭찬을 들었다.(썰~렁)

한때 당신이 <괴물2>를 연출할 거라는 얘기가 있었다. 물론 농담으로. 그런데 혹 괴물의 제작사인 청어람으로부터 실제로 연출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나? 왜 말이 씨가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시나리오 쓸 자신은 없고...

괜찮은 시나리오만 있다면 해볼만하다
그렇다. 전편보다 더 잘 만들 자신 있다.(웃음) <에이리언>도 2편이 더 재밌지 않나!

궁극적으로 어떤 영화를 지향하고 만들고 싶나
장르는 중요한 게 아니라 본다. 난 자연의 신비와 우주를 좋아해서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왜 난 영화감독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을 스스로 되물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결론이 나오더라! 우주의 신비나 자연의 미스테리보다 더 신기하고 복잡한 게 인간의 마음속이고 머릿속이라는 거다.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의 질서를 밝혀내려 했다면 난, 인간간의 상대성 이론은 무엇인지 그걸 탐구해 영화로 보여주고 싶은 거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파헤치면서 그 안에 있는 어떤 공식과 질서들! 우리가 알고 있으면 좀 더 인생을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그 공식들을 찾아 영화로 보여주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다면 정말이지 난 행복하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에 본 허진호 감독의 <행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야기는 뻔하지만 난 거기서 나의 과거를 봤다. 어떤 사람들은 미래를 볼 것이고.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깊이 파헤치며 두 남녀의 사랑을 보여준 <행복>이 나에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웬만해서는 이런 얘기 잘 안 하는데 정말이지 인상적이고 멋진 멘트다. 이제...
아! 말 끊어서 미안한데 허진호 감독의 <행복> 내가 강추했다고 꼭 써줘라! 젊은 분들뿐 아니라 지금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분들이라면 꼭 봐야 될 영화라고. 또 <행복>을 보면 사랑을 더 잘 하든 유지하든 혹은 끝내든 보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다 행복할 거 같다고.

남 영화 얘기 그만하고, 정윤철 감독을 혹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뭐 두 마디도 상관없고.
사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큰 야심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되게 간단하고 계몽적인, 어떤 사람들에겐 거북할 수 있는, 남을 돕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너무 뻔뻔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하지만 인간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남을 생각하는 본능도 있다고 난 믿기 때문에 그걸 미화하지 않고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고 싶은 거다. 그리고 언젠가 김영진 평론가가 나에게 자신은 이류 평론가가 되고 싶다 했는데 정말 우리나라는 일류 아니면 삼류밖에 없는 거 같다. 이류도 많아야 되고 그래야만 관객들도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영화는 아니지만 재밌고 돈 아깝지 않은 영화들! 그래서 내 자신부터 야심을 버리고 이류감독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까..

오케이 그러니까!
이번 영화는 엄청나게 세계적인 영화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본 후 뭔가 마음에 하나씩 얻어갈 수 있는 본전 생각이 절대 안 나는 그런 영화가 될 것이라 혹은 그런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 글_서대원 기자(무비스트)
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30 )
force7movie
역시 소신이 뚜렷한 감독!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2007-10-16 14:04
hy1020
궁금하네요.. 꼭 보고싶어요   
2007-10-16 13:16
ldk209
정윤철 감독. 열심히...   
2007-10-16 00:36
iamjo
정말 기대 되요   
2007-10-15 23:25
loop1434
기대되는 감독   
2007-10-15 19:28
cats70
황정민과 전지현의 만남이 기대되네요   
2007-10-15 17:16
1 | 2 | 3 | 4

 

1 | 2 | 3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