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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 업, 자존감 업!” <시민덕희> 라미란 배우
2024년 2월 2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와 드라마, 시트콤을 넘나들며 쉼 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 라미란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추적극 <시민덕희>로 새해 첫인사를 드린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을 찾아 중국행을 감행한 ‘덕희’로 분한 그는 이번 영화를 자존감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한다. 아이를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시민 등 덕희 앞에 붙은 어떤 수식어보다 ‘덕희’라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접근했다고 한다. 자존감을 높이는 팁으로 스스로를 사랑할 것, 교만하지 않은 자기애를 조언하는 라미란을 만났다.

<선희와 슬기>(2018)로 주목받은 박영주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영화의 어느 면에 끌렸나.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덕희’라는 인물이 존경스러웠다. 실화라 하니 더욱더 리스펙하게 되면서 이 인물을 해보고 싶더라. 처음 만난 감독님은 정말 학생 같은, 소녀 소녀한 모습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나서 전작 <선희와 슬기>를 찾아봤는데 매우 흥미롭더라. 믿고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신인에 아주 여린 외양이지만, 현장에서는 의외로 카리스마 있고 조곤조곤 조용히 하고자 하는 말씀을 다 하는 분이라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기존의 작품과 딱히 겹치지는 않아도 딱 ‘라미란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칭찬이다, (웃음) ‘덕희’라는 캐릭터가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는지.
덕희를 연기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고, 잘 어울릴 것 같아 의심없이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덕희라는 인물 자체가 평범하고 이웃에 있을 법한 인물인데, 나 역시 그렇지 않나! 평범함의 대명사처럼 봐주시고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미지와 분위기 덕분에 비슷한 역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변신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앞으로는 다이어트를 좀 하고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웃음)

덕희의 외양은 친근할지 몰라도 그가 보인 의지와 시민의식은 특별하지 않나.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미는 더불어 사는 삶의 기본 덕목을 갖춘 참 시민에, 추진력도 뛰어난 인물인데 어떻게 접근했나.
추진력 있고 용기있는 인물은 확실하지만, 그게 어떤 시민 의식의 발로라기보다 개인적인 상황과 필요에 의해 촉발됐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로 접근했었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움츠러들고 자책하는 나날을 보내다가 ‘손 대리’(공명)의 제보를 받은 후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거창한 의미나 메시지를 담고 있다기보다, (감독님의 의도는 어떨지 잘 모르겠으나) 덕희의 홀로서기 혹은 성장, 자존감 회복에 초점을 맞췄고 이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자존감의 회복이라고 하니, 마지막 공항에서의 장면이 떠오른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덕희가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지 않나.
그게 우리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왜 피해자가 고개를 숙여야 하는지, 또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무생)에게 험하게 맞아서 얼굴이 엉망이지만 그게 잘못인가! ‘내가 왜?’ 라는 생각과 마음으로 연기했다.

맞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공항화장실에서 덕희가 총책에게 맞는 씬은 너무 폭력적이라 보면서 계속 움찍할 정도였다. 힘들었겠다.
그게 때리면 계속 맞아야 하는 데다 얼굴만 쳐서 목이 꺾이는 줄 알았다.(웃음) 계속 리액팅을 해야 해서, 다른 곳 좀 때리면 안 되겠냐고 하기도 했었다. 덕희가 ‘저 코 있죠?’ 하는 대사가 있는데 이건 얼굴만 집중적으로 맞다 보니 무심결에 나온 애드립이었다. 정말 코가 없어질 것 같았거든! 사실 맞는 장면이 더 길었는데 2/3 정도 덜어내서 그 정도였다.

2016년 세탁소를 운영하던 한 여성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당사자와 만난 적이 있는지. 또 영화를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가 있다면.
실화라는 걸 모르는 상태로 시나리오를 받았고, 나중에 실존 인물이라는 걸 알았는데 (말했듯이) 더욱더 존경하게 되더라. 나중에 당시의 뉴스나 기사를 찾아봤는데, 그렇게 마른 분이 어떻게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을 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마침 시사회에 참석하셔서 인사를 나눴는데 영화에는 담기지 않은 비하인드를 좀 들려주셨다. 내용은 비밀이다. (웃음) 보이스피싱은 내가 따로 자료를 조사하지 않아도 주변에 크고 작게 당한 피해자가 엄청 많아 들은 경험담이 허다하다. 지금은 2016년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그 수법과 기술이 정교하고 간악해졌다고 하더라.

염혜란, 장윤주, 막내 안은진까지 팀 덕희의 호흡이 스크린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인데 함께한 소감은.
너무 잘 맞았고,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차 안에서 계속 노래 부르면서 수다 떠는 등 계속 화음을 쌓아갔다. 사실 이렇게 마음이 맞는 동료가 없으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먼저 나섰을 텐데, 이미 알아서 떠 있는 분들이라… (웃음) 나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 편한 현장이었다. 윤주도 텐션이 높지만, 은진이는 더 높아서 현장에서 막내를 자처하며 그야말로 막내미를 뿜뿜했었다. 혜란이와는 <걸캅스> 이후 다시 만나서 좋았고, 언젠가는 라미란, 염혜란 ‘쌍란’으로 작품하고 싶은데 너무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쌍둥이로 가야 할까 싶기도 하다. 안 믿을지 모르지만, 혜란이도 나와 비슷한 게 연기하지 않을 때는 말도 잘 안하고 수줍어하고 낯가리고 그런다! (웃음)

염혜란 배우의 중국어 연기에 칭다오 거리 풍경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촬영은 국내에서 했다고.
군산의 거리 하나를 미술팀이 작업해서 칭다오로 변신시켰다. 또 팀 덕희들이 국수를 먹은 곳은 대구 쪽 시장을 섭외한 후 세팅해서 촬영한 것이다. 혜란이가 이번에 정말 고생했던 게 현장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자 어딘가 짱 박혀서 중국어 연습에 몰입했었다. 연변 사투리에 중국어에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는데 너무 잘하지 않았나. 내가 그 역할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손 대리’로 분한 공명 배우는 입대 전에 촬영해서 전역한 후 개봉을 맞기도. 관객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개봉하는 기쁨이 더욱더 크겠다.
2020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촬영했으니 기다림이 길 긴 했다. 명이가 군대에 있을 때 개봉할 거로 예상했다가, 지연되면서 어느새 제대했는데 이 소식을 듣고 ‘앗싸, 잘 됐다’ 싶었다. 홍보 등을 같이 하면서 또 뭉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나. 그동안 참여했던 배우들이 다 잘되고 한층 성장해서 괜히 뿌듯한 기분이다.

지금까지 엄마 역할을 많이 해 왔는데, 이번 ‘엄마’ 덕희의 차별점이 있을까.
이번에는 ‘엄마’라는 위치를 많이 내려놓은 느낌이다. 물론 두 아이를 매우 사랑하고 위하지만, 이건 엄마로서 너무 당연한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스스로의 자존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본다. 덕희가 만약 총책이 제시한 돈을 받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면 절대로 행복하지 않았을 거다. 자기 존엄을 지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엄마’ 보다 덕희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점이 그간의 엄마와 차이점이 아닐까 한다.

자존감을 키워드로 삼아 연기한 인상인데,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음… 역할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냐고 질문받을 때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자기애가 중요하다. 당신 모두 소중한 사람이니, 스스로를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 자기를 사랑하되 교만은 비켜나갔으면 한다.

<정직한 후보2> <나쁜 엄마>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쉼이 없이 관객과 시청자를 찾고 있다. 지칠 법도 한데, 어떤가.
다른 배우에 비해 많이 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쉬는 텀이 없이 계속 나와서 약간 피로도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웃음)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고 혜란이 같은 후배가 치고 올라오니 들어올 때 열심히 해야지, 그런데 이런 이야기도 벌써 몇 년째 하고 있는 듯하다. (웃음)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비슷한 역할이라도 그 캐릭터를 둘러싼 인물들은 또 다르니까 매번 새로운 삶을 사는 느낌이다. 그런데 지금 찍는 작품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어서 조금 불안해지려고 한다. 알다시피 영화 제작이 요즘 거의 제로라 배우들 모두 일이 없다고 한숨 쉬고 있다. 빨리 다음 작품을 잡아달라고 회사를 닦달하기도.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시민덕희>를 한마디로 소개한다면.
나를 일으켜주는 영화다. 같이 일어나서 극장으로! (웃음)


사진제공. ㈜쇼박스


2024년 2월 2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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