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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초월 VFX! 넷플릭스 ‘지우학’ 웨스트월드 허동혁 슈퍼바이저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 VFX 책임진 웨스트월드 허동혁 슈퍼바이저

4,000컷 넘는 VFX 신 구현 위해 실제 촬영장 출퇴근하며 현장 골격 촬영

구조 헬기 블랙호크는 ‘몸통만’ 실존… 프로펠러부터 꼬리까지 디지털 작업

좀비 연기자 몸에 센서 붙이고 움직임 따 수많은 ‘디지털 좀비’ 만들어

쥐, 붕어, 파리, 트럭에 깔리는 좀비까지 맨땅에서 창조한 크리쳐도 다수

넷플릭스 <상견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업 예정




# ‘지우학’ VFX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


이재규 감독과의 최초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좀비물이라는 새로운 설정상 VFX 작업의 콘셉트를 확실히 하고 시작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학생들이 좀비에게 처절하게 당하는 모습을 생각했다. 좀비물 자체는 처음 맡아봤지만 <고지전> <마이웨이>같은 전쟁 영화 VFX를 많이 담당했다 보니 사람이 어디서 떨어진다든가, 팔다리가 부러진다든가 하는 징그러운 표현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재규 감독님은 그 중에서도 히어로 같은 임모탈(Immortal)이나 이뮨(Immune) 캐릭터의 표현법을 많이 신경쓰셨다. 이들에게 어떤 차별점을 줄 것인지가 중요했고, 바이러스가 인체에 흡수됐을 때 좀비로 변화하는 속도나 양상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관련한 콘셉트를 많이 논의했다.


‘지우학’은 12회에 달하는 긴 분량에 VFX도 4,000컷 이상 들어갔다고 들었다. 웨스트월드에서 담당해야 할 작업도 방대했을 것 같다.

‘지우학’ 촬영이 2020년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갔고 동시에 웨스트월드 작업도 시작됐다. (현장 촬영본을 받기 전에 할 수 있는) ‘에셋’부터 만들었는데 예를 들면 쥐, 붕어, 파리처럼 이야기 흐름상 무조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오브제를 미리 만들어 두는 거다. 이 작업은 짧으면 2~3개월 정도 걸리고, 특히 극 중 갓태어난 아기처럼 비중 있는 생명체는 5~6개월까지도 소요된다. 이 작업을 먼저 해둬야 나중에 전체 작업 시간이 지연되지 않는다.

촬영 현장에도 직접 방문하나.

‘지우학’ 경우 ‘풀팔로우’ 작품이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 7명 정도가 거의 모든 촬영 현장을 함께 했다는 의미다. CG가 없는 샷이 전체 회차 중 딱 2회차에 불과했기 때문에 VFX 장면에 관해 상의할 일이 무척 많았다. 현장의 배경 스캔만 전문으로 해주는 촬영 업체도 함께 갔을 정도다. 성격상 현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소스는 모두 확보해 두려고 하는 편이다. 필요한 소스를 가능한 한 많이 찍어둬야 나중에 작업에 활용할 배경이 많아진다.

‘지우학’은 촬영장소 이동도 많은 편이었다. 학교 내부와 옥상은 세트로 만들어 촬영했지만, 극을 보면 알다시피 그 정도로 규모 있는 공간을 전부 세트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학교 외관이 드러나는 일부 신은 실제 존재하는 학교 건물에서 촬영해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비롯한 주변 관공서에서 촬영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더라. 결국 평일에는 연천 세트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학교 촬영 허가를 내준) 안동까지 이동해야 했다. 차로만 4~5시간 소요되는 거리인 데다가 거대한 촬영 장비를 싣고 함께 움직이니 (안전상의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해) 시간이 무척 소요됐다.

현장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일은 어디까지를 실제로 찍고, 어느 부분부터 VFX로 표현하는지 상의하는 일일 것이다. 감독과 VFX 슈퍼바이저 사이의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 오가나.

현장에서 ‘이만큼’은 촬영해줘야 VFX 작업 단계에서 ‘이만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요청 드리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게 된다. 과거에는 감독님의 의견에 VFX 슈퍼바이저가 최대한 맞춰주는 방향이었지만 요즘에는 이쪽에서 먼저 더 좋은 비주얼을 제안하기도 한다. 게다가 ‘지우학’은 12부에 달하는 분량이라서 사전에 콘티 작업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모든 장면을 미리 준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촬영 이후 새롭게 나오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미리 찍어둔 현장 배경 스캔 영상을 활용해 적당한 인서트 컷을 만들기도 하고, 아예 풀CG(기자 주: 모든 장면을 VFX로 만들어내는 것)로 없던 존재를 추가로 삽입하기도 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작업량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VFX 장면이 워낙 많기 때문에 스태프의 역량을 한 신에서 너무 많이 소모해버리면 다른 신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 (일정 조율을 해야 하는 책임자 입장이다 보니) 때로는 아쉬운 부분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재규 감독님은 요구가 확실하신 스타일이고 그 수준도 높은 편이다.(웃음) 그걸 잘 따라가면 시너지가 나지만 못 따라가게 되면 일하기가 힘들어진다. 어떻게든 마무리하긴 했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때 슈퍼바이저인 나만 아는 미세한 아쉬움 포인트가 보일 때는 마음이 좀 괴롭다.(웃음)

익숙한 사물이나 사람이 주로 등장한다는 점도 작업 면에서는 어려운 점이다. 예를 들어 <고요의 바다> 경우에는 아예 달이라는 배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보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아 저건 CG겠네’ 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타사에서 VFX를 맡은) <승리호>의 경우 세계관 자체가 우주 배경이고 <지옥>도 괴물이 나오거나 사람이 불에 타서 없어지는 류의 콘셉트지 않나. 그런데 ‘지우학’은 (학교, 학생 같은) 익숙한 존재에 디지털 작업을 입혀서 보여준다. (시청자가 실제로 아는 현실적인 모습과 비교돼) ‘CG 티가 난다’고 느끼면서 어색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한 그런 티가 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작업했다.

웨스트월드의 다음 작품은.

웨스트월드 전체로 보면 가장 큰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택배기사>가 될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 작업도 맡고 있다. 내가 전담한 건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다. 이미 작업을 끝내서 개봉만 기다리고 있다. 시대 배경이 광복 즈음이라 그때 존재했던 건물이나 전차 같은 주변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 넷플릭스 <상견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리고 디즈니+ 작품도 맡았는데, 아직 제목을 말하기는 어렵다.(웃음)



# 허동혁 슈퍼바이저가 꼽은 ‘지우학’의 주목할 만한 VFX 신


옥상에 도착한 구조 헬기 블랙호크

" 블랙호크는 실제로는 몸통 부분만 존재했다. 실제 블랙호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사이즈와 똑같이 만든 몸통만 해도 몇 미터는 됐을 거다. 그런 기본적인 골격이 있어야 배우들이 (헬리콥터에서 내리는) 연기를 하거나 문을 열고 닫는 신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좋다고 해도 레퍼런스가 되는 골격 없이는 디지털 작업을 위한 색감을 뽑아내기 어렵다. 일단 실제 사람이 탈 수 있는 블랙호크의 동체를 만들어 놓고 그걸 이용해 실제 촬영을 한 뒤에 필요한 VFX를 얹는 형식이다. 몸통 위의 프로펠러와 끝부분 꼬리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


모션캡쳐로 완성한 디지털 좀비

" 연기자들에게 좀비 연기를 가르치는 선생님 두 분을 우리 스튜디오 모션캡쳐실로 모셨다. 관절마다 센서가 부착돼 있는 전용 수트를 입히고 이틀 내내 그분들의 움직임만 땄다. 뛰는 것, 걷는 것, 기는 것, 엎어졌다가 일어나는 것, 높은 건물에서 떨어진 뒤에 손을 뻗는 모습 등 좀비의 모든 디테일을 이때 전부 확보했다. 이걸 토대로 (실제가 아닌) 디지털 좀비 캐릭터를 여럿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학교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신에서 운동장에 보이는 (깨알 같은) 좀비무리부터 트럭에 깔려 몸이 터지는 좀비 같은 것들이다. "

엘리베이터 홀 추락 & 공사장 폭발

" 기본적으로는 스턴트 팀이 일을 잘 해줬다. 다만 5~6층에 달하는 높이의 엘리베이터 홀에서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떨어지는 연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해당 신에서는 대부분 바닥에 깔려 있는 사람들이 실제 스턴트 팀이고 직접 떨어지는 캐릭터 다수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그냥 떨어지기만 하면 심심해 보일 수 있어서 주변 프레임에 부딪히게 하는 등 인터랙션을 포함해가며 극적인 액션을 구사했다. '청산'과 '귀남'의 격투 이후 벌어지는 공사장 폭발 신은 안전 문제 때문에 제한적으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후 작업을 통해 콘크리트 덩어리나 파편이 튀는 그림을 더해서 한층 위협적으로 보이게 했다. "


크리쳐 붕어, 쥐, 파리 & 섬 교도소

" 감독님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붕어다. 꼬리 움직임부터 시작해서 수정을 정말 많이 했다.(웃음) 덕분에 만족할 만한 그림이 나왔다고 본다. 사람들도 진짜인 줄 알더라. 현장에서는 배우가 붕어 모양의 젤리를 쥐고 뜯어먹을 수 있게 했다. 섬에 위치해 육지와 고립돼 있는 교도소 경우에는 실제 해당 건물만 촬영했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같은) 나머지 배경은 새롭게 만든 것이다. "

흑백 좀비 ‘득실득실’ 타이틀 시퀀스

" 타이틀 시퀀스 반응이 특히 좋다. 실제로도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이재규 감독님 아이디어였는데, (득실거리는) 좀비를 흑백으로 표현하면 인간의 세포에 퍼져나가는 요나스 바이러스를 연상시키면서 공포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실제로는 300명 정도의 배우를 불러 동그랗게 모아 놓고 높은 곳에서 부감으로 촬영했다. 그런데 워낙 뭉쳐서 연기하는 상황이다 보니 작은 점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더라. 연기자를 부를 때마다 전부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는 데다가 현장 체류비도 드는 만큼 추가 섭외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군중 시뮬레이션 전용 소프트웨어인 ‘메시브’를 통해 8천 명에서 1만 명에 달하는 규모의 군중을 만들어냈다. "

사진 촬영_ 이종훈 실장(스튜디오 레일라)

사진 제공_웨스트월드

2022년 2월 21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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