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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성 지닌 악역에 끌렸다” <특송> 배우 송새벽
2022년 1월 12일 수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고 그로 인해 비밀을 숨긴 경찰 ‘경필’(송새벽)에게 쫓기게 된다. 오는 12일(수) 개봉하는 <특송>에서 ‘은하’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경필’ 역을 맡은 배우 송새벽과 3일(월) 화상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양면성을 지닌 악역이라는 점이 구미가 당겼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경찰이지만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범죄자이기도 한 ‘조경필’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경찰과 악당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지닌 역할이라는 점이 구미가 당겼다. 예전부터 이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라면 이런 역할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직접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항상 있었다.

악당과 경찰의 캐릭터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데 의도적인 건가.
시나리오에서부터 경찰 ‘경필’과 악당 ‘경필’이 크게 차별화되게끔 묘사되지 않았다. 아마도 감독님의 의도였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감독님이) 굳이 두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해 과한 포인트를 주거나 억지로 설정을 비틀지 않아서 더 좋았다. 나도 그저 두 개의 직업을 가진 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일관성 있게 연기했다.

다른 악역과 달리 ‘조경필’만이 가진 포인트가 있나.
배우들은 보통 악역을 맡으면 어떻게든 연민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이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번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느낀 건 묘하게 연민이 느껴지지 않는 거였다. '도대체 쟤는 뭐지?' 싶더라. (웃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다채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경필’은 목적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돈 때문에 말 그대로 끝까지 가는 인물이다. 시나리오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름대로 전사는 설정했다. ‘경필’이 유년 시절 굉장히 가난했고 그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몸을 던지기도 마다하지 않는, 상처 많은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

개인적으로는 ‘경필’의 대사들이 참 인상적이더라. 이를 테면 스스로를 예수에 비유한다던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경필’이 처음 등장하면서 뱉는 대사가 “나는 예수고, 얘는 모세야. 갈라져!"다. 이게 ‘경필’이라는 인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처럼 느껴졌다. 또 마지막 장면에서 박소담에게도 “갈라지자"고 말하는데, (영화의)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다고 할까. 여러모로 굉장히 강렬한 대사였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2009)의 형사 ‘세타팍크로’ 역으로 충무로에 데뷔한 이후 줄곧 코믹하고 어수룩한 이미지로 각인되다 <도희야>(2014)에서 그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당시 어린 의붓딸을 학대하는 ‘용하’ 역을 맡아 악랄한 악역 연기를 선보였는데.
<도희야> 때 촬영 내내 자주 체했다. 손발을 몇 번이나 땄는지 모르겠다. 쉬운 역할이 어딨겠냐마는 아무래도 악역이라 그런지 마냥 즐겁게 찍을 수가 없더라. 악역을 했을 때 유독 (배역에서) 못 헤어나오는 거 같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많이 체하기도 했고, 촬영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잘 만큼 날이 서 있었다.

배역에 깊게 몰입하는 것 같다. 반대로 어떤 역할을 할 때 편하고 즐겁게 연기하나.
편하고 즐겁게 연기한 적이 별로 없던 거 같은데.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웃음) 연기한 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매번 촬영이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어떤 아쉬움일까.
사실 모든 장면에서 다 아쉬움이 남는다. 비단 이번 작품에 한하는 게 아니라 매번 연기할 때마다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연기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때문일 때도 있고, 어떨 땐 나는 두 번째 테이크가 마음에 드는데 감독님이 네 번째를 썼다거나 그럴 때도 아쉽다. (웃음) 그런데 연기자 입장에선 연기하면서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래야 발전도 있을 거고. 연기에 정답이 없으니 항상 공부하고 또 숙제하는 기분으로 임하고 있다. (웃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마더> 때부터지만 정식 데뷔는 1998년 연극 <피고지고피고지고>다. 연극 배우로 오랜 기간 활동했는데.
지금의 연기 스타일도 다 그때 구축된 거다. 사실 처음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연기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였다. 연기는 일종의 가교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연극 동아리 활동과 극단 생활을 병행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기하는 게 너무 좋더라. 결국 그 중에선 나만 지금까지 연기하고 다들 다른 쪽으로 가셨지만. (웃음) 지금도 연기할 때 중요한 건 배우, 제작진과의 호흡과 관계성이라고 생각한다.

메가폰을 잡은 박대민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은 내 연기에 크게 손대지 않고 거의 나에게 전적으로 일임하셨다. 가끔 세세하게 디렉션을 주지 않아서 서운할 때도 있었다. (웃음) 내 안의 무언가를 더 끌어내기 위해 감독님이 일부러 풀어놓았다는 걸 나중에 가서야 깨달았다. 일종의 방목이다. 덕분에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소담 배우는 아쉽게도 건강 상의 이유로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박소담에게 문자가 왔다. 미안하다고 하길래 '무슨 소리냐, 건강 잘 챙기라'고 했다. 요즘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병원에 다녀왔고 많이 호전됐다고 하더라.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현재 아이를 위해 제주살이 중이라고.
딸이 올해로 9살이 됐는데 산동네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이가 들판에 뛰어다니는 모습만 봐도 좋다. 내가 워낙 시골 사람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이런 공간에서 키우고 싶었다.

배우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갖게 되면 작품을 고르는 기준 또는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는 경우가 많던데 당신도 그런가.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나 역시도 아이를 보면서 ‘너 아니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웃음) 아빠이자 배우인 만큼, 이제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아이가 내 영화를 어떻게 보고 생각할까 고민하게 된다. 관객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고민할 때보다 더 직접적으로 와닿더라. 확실히 총각일 때와 결혼해서 아빠가 됐을 때 마음가짐이 다르다. 예전엔 고삐 풀린 말이었다면 지금은 조련 당한 말이 된 느낌이다. (웃음) 더 조심스러워지고 가족, 내 아이와 관련해서 하나라도 더 생각하려고 한다.

<도희야>와 <특송>을 통해 그간 보지 못한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는데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
그때 그때 주어진 걸 하느라 바빠서 어떤 역할이 꼭 해보고 싶다고 구체적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도 평소에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저 역할, 저 연기는 내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꽤 많다. 개인적으로 공포 영화를 못 보는데 공포 영화 현장이 그렇게 즐겁다더라. (웃음) 그래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이제 2022년이 됐는데 올해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딱히 없다. (웃음) 그냥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 생각이다. 계획한다고 해서 내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계획했다가 결과가 예상에서 벗어나면 실망스럽기도 하지 않나. 심심하게 답변 드려서 죄송하지만 솔직한 내 마음이 그렇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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