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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청춘의 성장담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2021년 4월 30일 금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 건지, 공부가 적성에 맞긴 한 건지 고민으로 가득 찬 23살 삼수생 ‘영호’(강하늘). 비가 내리는 수학 문제집을 들여보고 있자니 문득 국민학교 시절 첫사랑 ‘소연’(이설)이 떠올라 편지지를 꺼낸다. 하지만 병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소연’ 대신 동생 ‘소희’(천우희)가 언니인 척 답장을 보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의 주인공 ‘영호’ 역의 강하늘은 편지를 통해 두 남녀가 엮이게 되고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영화가 “전형적인 로맨스라기보단 성장담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영화 <스물>(2015), <동주>(2016), 드라마 <미생> 등에 이어 <비와 당신의 이야기>까지 연달아 20-30대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근 ‘청춘의 얼굴’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청춘을 대변하겠다는 계산 하에 작품을 고른 건 아니다. 우연치 않게 이번에도 20대 캐릭터를 연기하긴 했지만 ‘청춘’이라는 정의를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웃음)

보통은 앉은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다 읽게 되면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끝까지 몰입감 있고 재밌는지, 시나리오를 읽으며 거리낌없이 상상할 수 있는지가 작품 선택의 기준이다.

이번 작품은 어떤 점이 매력적이던가.
확실한 기승전결과 명확한 설명이 특징인 최근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는 느리고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접속>(1997)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1998)처럼 마음에 은근히 남고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극중 빈틈 많고 순박한 23살 삼수생 ‘영호’ 역을 맡았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비롯해 이전에 맡았던 캐릭터들과 비슷한 느낌도 있더라.
‘영호’가 내가 맡았던 다른 캐릭터와 비슷하게 보였다면, 아무래도 같은 사람이 연기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마다 대본도, 감독님도 다르기 때문에 (이전 배역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해도 전혀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한다.

‘영호’ 캐릭터에 당신의 20대 모습을 많이 반영했다고.
평소엔 연기할 때 내가 작품보다 튀지 않으려고 한다. 배우로서의 가장 큰 목표이자 나와의 약속이다. 내가 인물을 넘어서 튀어나오면 캐릭터가 지닌 고유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배우 강하늘이 아닌 캐릭터를 먼저 보여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좀 달랐다. 처음 대본엔 간결하고 함축적인 장면과 꼭 필요한 대사만 있었다. ‘영호’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여백이 많았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내 느낌대로 그게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처음부터 ‘영호’에게 강하늘로 다가가려고 노력했고, 실제 내 모습과 비슷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억지로 꾸며내려고 하지 않으니 호흡도 편했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실제로 당신의 20대 때는 어땠나.
20대 초반은 뒤늦게 연기를 시작해 한창 연극에 매진하던 시절이었다. 하루하루가 연기자로서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었다. 다른 분들은 훨씬 어린 나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 더더욱 실수하면 안 되고, 항상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부담을 동력 삼아 늘 부단히 노력했던 거 같다. 성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웃음도 많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영화는 ‘영호’가 어린 시절 첫사랑인 ‘소연’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며 시작된다. 두 사람이 편지로만 소통하다보니 현장에서 마주할 일이 잘 없었다고.
대본상 두 사람이 겹치는 지점이 없다. 그래서 천우희 배우를 우연히 촬영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어색하게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오히려 촬영이 끝나고 같이 홍보하러 다니는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다.

현장에선 (천우희의)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연기했는데 목소리에 정말 큰 울림이 있더라. 몰입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런 게 있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 상황이나 모습들이 그림처럼 그려져서 꼭 한 자리에서 함께 연기하지 않아도 많은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것 같았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느낌도 상상하게 되고.

사실 요즘엔 손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지 않나.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구분에 갇히지 않고 세대를 관통하는 감성이 존재하는 것 같다. 최근엔 사람들이 편지는 잘 안 써도 SNS에서 다이렉트 메시지 같은 것들을 주고받지 않나. 요즘 젊은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도 말보다 쪽지로 생각을 전하는 걸 선호해서 ‘영호’에게 어렵지 않게 이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편지들을 직접 썼다고.
예전에 연애할 때 손편지를 많이 썼는데,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직접 썼다. 몇 번씩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쓴 편지다. (웃음)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영호’는 8년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소연’을 기다린다.
사실 살면서 무언가를 그토록 간절하게 기다려본 적이 없다. 아, 전역 빼고. (웃음) 그래서 실제로 내가 누군가를 그렇게 기약 없이 기다린다면 감정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처음엔 설렘보다는 긴장을, 시간이 지나선 원망과 분노를 느꼈을 거다. 그러다가 그런 복합적인 감정에서 해탈하는 순간이 왔을 거고. 영화상에선 시간이 금방금방 흘러가지만 실제는 오랜 세월이지 않나.

설렘과 애틋한 감정선이 주가 되지만 그런 와중에도 때때로 코믹한 지점이 있다.
영화가 잔잔하다보니 ‘영호’마저 너무 잔잔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영화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보는 분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호’에게 위트나 허당기를 좀 더해서 극중 쉬어갈 수 있는 호흡을 집어넣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개인적으론 영화가 가족과의 관계,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고민 등 순수 로맨스보단 ‘영호’의 성장에 더 중점을 둔 것처럼 느껴지더라.
공감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지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전형적인 멜로라기보다는 ‘영호’의 성장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진’(강소라)이나 ‘소희’, ‘소연’ 등 여성 캐릭터들과 엮이지만,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형과의 관계도 그렇다. 처음엔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지만 나중엔 달라지지 않나. 아직은 미숙한 사람들이 만나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부족함을 보완해주고 성장해간다는 점이 굉장히 좋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전작 <기억의 밤>(2017)이 군입대 중 개봉해 직접 관람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또 최근 극장을 자주 방문하지 못했던 터라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봤을 때 너무 기쁘더라. 홍보를 위해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웃음)

사진제공_(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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