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고마운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박철수, 김태식 감독이 불륜을 소재로 만든 두 편의 에피소드를 묶은 영화다. 오인혜는 박철수 감독의 <검은 웨딩>에서 교수를 사랑하는 제자 수지 역을 맡았다. 그녀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박철수 감독의 힘이 크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박철수 감독은 오인혜를 30초 만에 캐스팅 했다고 말한바 있다. 모델 활동을 병행하면서 배우 오디션을 보러 다닌 오인혜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시나리오를 받고 박철수 감독을 만났다. 그녀를 보자마자, “영화 할래?”라는 말을 던졌다는 박철수 감독. 그런 감독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온 기회가 믿어지지 않을 뿐이었다.
과연 박철수 감독은 오인혜의 어떤 점 때문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을까? “수지는 관능적이고, 지적이며, 당당한 면을 모두 다 지니고 있다. 감독님이 나에게서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고 하더라.” 하지만 주문은 있었다.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를 것. 중 3 이후로 머리를 길러왔던 그녀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하지만 천금 같은 기회를 잡기 위해 머리를 과감하게 잘랐다. 오인혜는 감독의 당시 결정이 옳았다고 말한다. 덕분에 “당당하면서 관능적인 수지의 모습이 더 잘 표현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인혜는 지금까지 자신의 영화를 네 번 봤다. 처음에는 어색한 자신의 연기가 너무 신경 쓰여,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그런 사랑을 보여주고 싶다.
레드카펫 노출 보다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오인혜에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겼다. 노출 심한 드레스를 입고, 유유히 레드카펫을 걸었던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생을 바꿔 놓은 드레스는 어떻게 입게 됐을까?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분장 담당 언니의 도움으로 드레스를 골랐다”며 “어느 정도 노출을 고려해서 선택한 드레스지만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이슈는 됐지만 악플도 있었다.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오인혜는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겠지만, 존재를 알릴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레드카펫 이후 얻은 것과 잃은 것에 대해 오인혜는 “얻은 건 존재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감독님들을 뵈었고, 예전보다는 많은 기회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그녀가 잃은 것? “노출 이미지로 가려진 진짜 모습”이다. “원래는 멍청할 정도로 착한 이미지였는데, 레드카펫 이후 당돌한 아이로 비춰진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제 노출 이미지는 오인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됐다. 노출 이미지가 달가운 건 아니다. 하지만 고민할 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좋은 작품이 있는데 노출이 있다고 해서 포기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먹고, 자고, 하고, 싸는 인간의 모습을 담는 게 영화 아닌가” 그녀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쓸 생각이다.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