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동 감독이 관객들에게 배달한 블루밍 카드 (오락성 6 작품성 8)
끝과 시작 | 2013년 4월 4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에로스’를 주제로 다섯 단편을 엮어 2009년 개봉한 옴니버스영화 <오감도>의 네 번째 에피소드 <끝과 시작>이 장편으로 재편집됐다. 정하(엄정화)와 나루(김효진)의 이야기 중심으로 진행됐던 단편과 달리 장편은 재인(황정민)이 화자의 역할을 부여받으며 액자식 구성으로 형식의 변화를 꾀한다. 특히 재인이 정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세 인물의 5년 뒤 이야기로 재현되는 플래시 포워드의 사용은 판타지를 적극 차용하는 민규동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최적의 조합을 이룬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도 언급하듯, ‘끝’과 ‘시작’은 영화의 플롯 배치와 서사 진행의 본질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다. 만남과 이별, 탄생과 소멸, 처음과 마지막이 꼬리를 물며 관계를 이어가는 일종의 뫼비우스의 띠. 민규동 감독은 현재와 미래의 시공간을 과거와 현재로 이동시키는 마술과 같은 구성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끝이라 여길 때 다시 시작되는 삶의 연속성을 희망으로 치환한다. 인물의 감정이 오롯이 관객들의 마음속에서 싹틀 수 있는 이유다. 마치 물을 주면 나무가 자라는 블루밍 카드처럼.

민규동 감독과 배우들의 전작을 연상시키는 캐릭터 조합과 특성도 흥미롭다. 정하와 나루의 관계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여고생 효신과 시은의 진행형이라 여겨지고, 정하와 재인의 5년 전 모습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의사와 형사 커플을 떠올리게 해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들며, 나루와 관계를 맺는 재인의 모습에서는 <바람난 가족>의 주영작이 스쳐지나간다.

결국 분노와 용서, 욕망과 집착, 사랑과 구원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지만, 민규동 감독의 스타일은 <끝과 시작>을 독특한 지점에 놓이게 만든다. 섬세한 감정에 집중하고 작은 호흡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연출과 연기, 자연광과 무채색을 기반으로 붉은 톤과 푸른 톤의 색감을 대비시킨 감각적인 영상, 화분, 음식, 의상, 실내 공간, 인테리어 등 감정과 서사를 대체하기에 부족함 없는 소품과 세트까지, 미장센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독특하지만 보편적이고, 마술 같지만 현실적인 민규동식 감성 드라마의 끝이자 시작이다.

2013년 4월 4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치밀하고 몽환적인 이야기 구성, 그 속에 담긴 찐하게 내밀한 캐릭터들의 감정.
-섬세하고 강렬한 영상.
-민규동 감독의 전작들 중에 한번이라도 그 감성에 빠져본 적이 있다면 무조건.
-오직 동성애, 사도마조히즘, 노출 등에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이 ‘민규동 감독의 모든 것’이라고 확신했다면 오산.
(총 3명 참여)
jhmh1004
끝과 시작 개봉한지 일주일도 채 안됬는데 벌써부터 살짝 걱정되네요.. 워낙 쉽지 않은 소재의 영화라서 이 영화를 찾는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관객수를 보니 역시나네요. 이 영화도 영화관에서 너무 일찍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013-04-09 11:00
clickth1004
영화평이 극과 극으로 갈릴 것 같은 영화에요. 흔한 소재도 아니고 평범한 소재도 아닌 특별한 영화일 것 같지만, 전 왠지 역시나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은 배우 황정민씨와 엄정화씨의 연기호흡! 왠지 그걸로 충분히 보고싶어지는 영화입니다.   
2013-04-08 14:46
gari1015
이영화에 끌리는 1인입니다.~개인적으로 치밀하고 몽환적인 이야기 구성을 좋아합니다. 감각적인 영상도요~   
2013-04-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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