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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박솔미의 '바람의 전설' 촬영현장
어설픈 제비 사절. 춤꾼의 밑천은 춤뿐이지! | 2003년 12월 16일 화요일 | 임지은 이메일

추위 앞에 장사없다. 파리해진 배우들
추위 앞에 장사없다. 파리해진 배우들
슬로우 슬로우 퀵퀵. 바람에 몸맡기듯
슬로우 슬로우 퀵퀵. 바람에 몸맡기듯

"처음 스텝을 밟는 순간부터 전기가 온몸을 지나가는 것 같더라. 왜 진작에 춤을 몰랐는지. 그 때까지 춤을 모르고 산 게 억울해서 한숨이 다 나왔다." 이건 성석제의 단편소설 <소설 쓰는 인간>의 주인공이 내뱉은 탄식 아닌 탄식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을 제비라고 몰아붙이지만, '사교'댄스라는 이름대로 춤은 예절 그 자체이며 최고의 예술이라는 거다. 반반한 얼굴과 쪽 빠진 몸매가 관건이라고? 모르시는 말씀. 춤의 밑천은 그저 춤일 뿐이다.

얼핏 복수의 칼을 가는 검객 한 둘은 기본으로 나와줘야 할 것 같은 제목 <바람의 전설>에서 섣불리 내용을 속단하지는 말기를. 제목의 '바람'은 실은 상당히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미끄러지듯 스텝을 밟는 춤꾼의 바람 같은 몸놀림, 혹은 결혼한 사람 한 둘 치고 저지르거나 꿈꿔보지 않은 이 없다는 그 '바람', 주인공 이성재의 극중 이름조차 '풍식'이다. 춤맛에 빠져 비로소 살맛 한번 느껴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람의 전설>(제작 (주)필름매니아)이 어제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바람의 전설>은 <라이터를 켜라>, <주유소 습격사건>, <광복절 특사>의 시나리오를 썼던 박정우 작가의 감독 데뷔작. 위에 언급한 바 있는 성석제의 소설이 원작이 됐다. 시나리오 초고를 쓰기 위해 강남의 모 댄스교습소를 찾은 감독은 실력은 일천하되 표정만은 행복 그 자체로 자이브를 추는 60세 남성과 50세 여성의 모습에서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아, 춤 저거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거구나. 문제의 커플이, 그리고 감독 자신이 느꼈던 전율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것. <바람의 전설>의 포부는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공공의 적>이나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보여준 차갑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인 이성재가 신들린 듯 스텝을 밟는 사교계의 왕으로 획기적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겨울연가>의 박솔미는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한다. 박정우 감독과 이성재는 실상 막역한 친구사이이기도. 촬영 중 짬을 내 담배 한 대를 피워 문 이성재에게 박감독은 대뜸 시비를 건다. "너 기독교인이라 담배 안 피운다며? 촬영 때는 그래서 못하겠다고 하더니.. 너 어제 술 마셨지?" 피하듯 자리를 뜨는 이성재의 표정에서 미루어보건대, 단짝과의 작업이란 아무래도 일장일단이 있는 모양이다.

오늘의 촬영 분은 제비 몰러... 아니 제비 잡으러 풍식(이성재)이 입원한 병원에 잠복한 형사 연화(박솔미)가 술기운에 풍식의 손에 이끌려 처음 스탭을 밟아보는 장면. 연화는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사교댄스의 마스터이자 사교계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풍식의 인간적인 매력에, 그리고 무엇보다 춤에 마력에 덩달아 빠져들고 만다. 장소는 충남대병원 옥상. 이성재와 박솔미 두 배우는 살을 에이듯 추운 날씨에 각기 환자복과 얄팍한 양복만 걸친 차림으로 열연을 펼친다. <바람의 전설>은 봄바람 일렁이는 2004년 봄 개봉 예정. 기자회견 내용은 아래 간추려 소개한다.

이성재, 박솔미, 김수로
이성재, 박솔미, 김수로
이성재와 박정우 감독
이성재와 박정우 감독
Q: 박정우 감독과 이성재는 막역한 친구사이로 알고 있다. 감독과 주연 배우로 만난 감회는?
박정우 감독: 우린 서로 못할 말이 없을 정도로 편한 사이다. 먹고살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한 작품도 하게 됐지만(웃음) 성재는 친분관계를 떠나 가장 이 역에 적합한 배우라고 느낀다. 내가 잘 아는 만큼 그렇게 자부할 수 있다. 촬영현장에서도 거의 놀 듯이 작업하고 있는데 단지 나는 카메라 뒤에, 성재는 앞에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툭하면 농담 따먹기고, 또 서로 깎아내리고 하다보니 스탭들은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조마조마하다고들 하더라.
이성재: 박정우 감독은 작가생활 할 때부터 안 사람이지만 신인이 아니라 이미 몇 작품은 만들어놓은 감독처럼 노련하고 순발력이 있다. 서로 아주 편한 사이다.

Q: 성석제의 <소설 쓰는 인간>을 각색했다. 궁극적으로 뭘 보여주고 싶은지? <쉘 위 댄스>의 한국판이라는 말도 있던데.
박정우 감독: 주위에서는 다 제비라고 욕해도 스스로는 예술가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남자의 이야기다. 사교댄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넘어 춤에 미치는 사람들의 사연을 다루고 싶었다. 뭐 춤을 다룬 영화야 <쉘 위 댄스> 외에도 많지만 그런 것에 구애된다면 영화를 만들 수 있겠는가. 개의치 않고 우리만의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촬영 전 자이브를 비롯한 춤을 마스터해야 했는데, 고충이 대단했겠다.
이성재: 춤의 즐거움이란 게 우리 영화의 주제 중 하나기도 하지만, 실은 나부터도 즐겁고 행복하게 출 수만은 없었다. 워낙 몸치인 데다 단기간 내에 실력을 쌓아야 했으니까. 하루에도 7, 8시간은 기본으로 연습해야 하는 강행군이어서 상당히 힘들었다. 그런데 촬영 중 자이브를 추다가 나도 모르게 스스로 웃고 있는 걸 발견했다. 자이브란 춤은 추면 출수록 엔돌핀이 솟고 신이 나는 그런 춤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실은 왈츠처럼 느린 춤이 체질에 맞는다.
박솔미: 배우는 동안 인대도 늘어나고, 부항을 뜨거나 마사지 받는 건 기본이고 뭐 그랬다. 그런데 이성재씨 말대로 춤을 추면서 어느 틈엔가 미소를 짓게 되더라. 이 기회 아니면 또 언제 배워보겠나 싶어 덕본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의 전설>의 연화를 연기할 때 있어서의 목표는 예쁘게 보이자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Q: 재즈댄스의 달인으로 알려진 김수로가 보기에 이성재와 박솔미 중 누가 더 춤에 재능이 있던가.
김수로: 이성재의 경우엔 처음 봤을 때 "야, 이거 진짜 몸치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일취월장했다. 역시 노력에는 당할 수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한 솜씨를 자랑한다. 그리고 박솔미는 원래 춤을 좀 추는 것 같았고. "술도 안 먹고 나이트도 안간다면서"라고 다그치니 집에서 혼자 거울보고 춘다고 대답하더라.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 이영선

1 )
iwannahot
춤   
2007-04-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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