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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50%의 동의. 와일드 카드
rose777 2003-04-30 오후 4:32:33 1266   [12]

방제수(양동근)의 동일한 나래이션으로 시작과 끝을 알리는 와일드카드는 예고컨대, 본격 형사물이다. 여기서 "본격"이라는 단어의 쓰임은,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인 이중적 의미이다. 즉, 와일드카드는 2년여간의 시나리오작업이 "충실한 자료조사와 리얼리티"로 빛을 발하기도 하지만, 그 "충실함"이 "유기적인 이야기진행의 방훼"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김유진 감독은 그의 전작 "약속"에 이어, 인간을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을 여전히 잃지 않았다. (엔딩의 뜨거운 감정들)
결정적인 크라이막스에 관객을 적절히 울리며,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안에 적절한 에피소드를 안배하고, 캐릭터를 여전히 구체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상업영화로서의 Well-made Movie를 완성시키는데 그 능력이 탁월하다고는 하지 못하겠으나 분명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오영달(정진영)과 방제수의 두캐릭터로 이어지는 와일드카드의 이야기는 뻑치기일당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형사들의 생활을 지켜보며 자세히 노출시킨다. 그간 한국의 상업영화가 놓쳤던 많은 부분의 리얼리티를 복원시켰다는 그 점에서 와일드카드는 칭찬해줄만 하다. 사실을 "미화"시키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사실"을 그야말로 "사실"그대로 무엇과의 혼합도 적절한 배안도 원치 않은채 뚝심있게 그려가는 모습은 과묵한 김유진감독. 자신과 많이 닮아있다. 형사들의 고단한 삶을 "언급"한 영화들은 셀수 없이 많았으나 , 그것을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관객으로 하여금 끔찍한 일선의 현장을 이토록 사실적으로 목격케한 한국영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처럼, 사실을 전달하는데 온 초점을 집중시킨다. 마치 일선형사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사실감은 뚜렷한 에피소드, 범인을 잡기 위한 잠복근무, 추적현장등을 통해 입체감있게 그려진다. 자칫 지루할뻔 했던 이들의 일상은 상업영화에 능한 감독의 손에 의해 적절하게 버무려져 박진감있게 연출되었다. 끊임없는 긴장감을 전해주는 것은 아닐지언정, 와일드카드는 형사집단"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뚜렷한 캐릭터, 각 개개인의 개인사등을 자연스럽게 열거해놓으며 관객에게 "납득할만한"감정들을 적절한 때에 정확하게 전달해낸다.


물론, 그사이에 공권력과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감독)의 정신 또한 실려있어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함 마저 더해준다. 어린 10대청소년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장칠순형사의 캐릭터와 온몸을 바쳐 범인을 잡기 위해 희생하는 반장, 그리고 총기사용 앞에서 여전히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혹은 그래야만 하는 형사들의 모호한 입장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그 칼날 끝이 뾰족해서 진심을 전달해 준다. 이러한 장점들은 충분한 자료조사와 깊은 고민이 그 밑바탕이 되어 완성되어진 산물로 보여져 흡족하다.


이에 정진영의 진중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연기와 자연스러움에 전부를 걸어도 마땅한 양동근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어울림을 만들어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특히 폭발할 듯한 분노를 표현하는 엔딩 부분에서 양동근이 보여준 연기는 <수취인불명>에서 아낌없이 보여주었던 배우 "내부"의 분노를 여과없이 토해내는 명장면중의 한부분이다. ("복수"와 오버랩 되는 양동근의 두가지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그러나 위에 열거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와일드카드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충실히 조사한 형사생활을 묘사하기 위한 대부분의 자료들은 대부분 오직 "대사"를 통해 전달되어 그 의도가 효과적이지 못하다. 일반 관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형사생활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노출시키기위한 "의도"였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이부분에 결정적으로 아쉬워 하는 것은 이것은 "정보전달"만을 위한 영상물이 아니라 "진중한 감동"을 전달해주어야 하는 "영화"라는 예술쟝르이기 때문이다. 감독과 제작진이 조사한 모든 통계들과 사건들...에피소드들은 모든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만 전달되니 마치 "보고서"를 듣는듯한 지루함과 "억지스러움"이 크다. 더욱 고심했어야 하는 행동들과 사연들이 사라진 자리에 오가는 그들의 대사들은 반복적인 "보고서"의 뉘앙스라 어느순간에 가서는 더 이상의 감동을 전달해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만다.

이야기진행을 매끄럽지 못하게 잡고 있는 걸림돌은 비단 "대사의 지나침"만이 아니다. 그간 거의 스크린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조연들의 등장은 신선하기는 하나 노련미가 떨어져 조연들이 가져올수 있었던 "가능성"의 자리에 "미진함"만을 더한다. 4인조 뻑치기와 수많은 건달들, 범죄자들의 캐릭터들은 보통의 상업영화가 주무기로 하고 있는 "조연덕"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설픈 정도에서 제몫을 마쳐버린다. 완전히 모자르거나 , 정도이상으로 오버하는 조연들의 들쑥날쑥한 등퇴장은 웃음을 자아내기 보다는 산만함을 배가시킨다. 또한 공권력의 맹점을 간접적으로 표출시키기 위한 의도였는지 아니면 의도없는 사실성전달만이 목표였는지 모를 형사들의 이상행동들은 납득하기 어려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밤중 잠복근무중에 짜장면을 시키는 방제수, 불법안마시술소를 경영하는 도상춘과의 이상한 거래, 뻑치기 일당을 잡기 위해 건달들을 불러모으는 수사방법등은 왠지 모를 비릿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그것이 (정확한)현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여성"을 바라보는 감독의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진 시선이다. 용서하기도 납득하기에도 불가능한 김유진감독의 여성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은 진정 이해하기 힘들다. 마치 주연처럼 소개된 강나나(한채영)가 영화전체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1/10도 안되는 적은 분량이라는것과 뜬금없이 가해지는 기습키스등은 그가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수동적"인 시선이 그의 전작 "약속"에서 단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음을 발견할수 있다.



(나는 감독이 왜 한 채영을 감식반원으로 설정했는지. 왜 두사람이 사랑하는지. 왜 두사람이 키스하는지. 왜 두사람이 사귀게 되는지 어느한부분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만큼의 이야기 노출로 관객이 두사람의 러브라인을 이해할것이라는 과대망상은 지나친 자신감이다.) 결국 "약속"에서 그려진 전도연의 캐릭터가 "의사"라는 직업과 상관없이 사랑에 목숨거는 여성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였던것처럼 와일드카드의 강나나가 "서울시경 과학수사반의 감식반원"이라는 것이 극의 전개설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설정은 끔찍하게 이루 말할데 없다. (한국의 상업영화들이 수시로 여성캐릭터를 아무렇게나 소비하고자 마음먹고 달려드는 불쾌하고 또 불쾌한 의도.)

다시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한국 대다수의 여배우들이 자신들이 연기할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절실하게 부족하다고 토로한 열변들이 허위가 아니었음을.

이에 이어지는 사건사고를 통한 남성이 여성을 학대하고 살해하는 여러장면들은 끔찍할만큼 불쾌하다. 이유없이 고통받고 살해당하는 그녀들을 위로해줄 단 한번의 진심만 있었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것이 "현실"이기에 "사건"이라서 혹은 "리얼리티의 확보"를 위한 궤변...이라는 명목으로 납득해주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순간도 감독은 피해자 여성들을 바라보는 진중한 위로와 서글픈 진심을 띄워놓지 않았다. 생생한 추격전, 피가 낭자한 현장의 혈흔들이 관객의 진심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진실과, 무고하게 죽어가는 피해 여성들 혹은 피해자가족들의 넋을 위로하는 감독의 , 작가의 진심이 관객을 흔들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감독은 결정적으로 놓치고 말았다.

와일드카드는 장점과 단점이 끊임없이 혼재하는 본격 형사물이다. 수많은 상업영화들이 간과해왔던 디테일한 감정들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극의 전개는 아쉽지만, 일선형사들의 피로 얼룩진 땀의 노고를 전달해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칭찬할만 하다.

사랑스러운 우리들의 "복수"가 형사로 재탄생한 멋진 사연이 궁금해서 극장을 찾는 당신이라면 나는 이영화를 추천한다. 우리는 "복수"를 잊지 않았다. "경이"없는 "복수"이긴 하지만 방제수가 되었든 복수가 되었든 여전히 양동근은 양동근이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조용한 소리로 자문해보았다. "내가 복수를 잊을수 .. 있을까?" 여전히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복수와 경이의 사랑을 잊지는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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