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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순수한 의도.짙은향기.장진영.이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 세가지. 국화꽃 향기
rose777 2003-02-27 오후 12:54:31 1695   [8]


 
김하인의 소설은 쉽다. 특별한 문학적 장치나 창조성이 배가되지 않아도 쉽사리 눈물이 쏟아지고 마는 그의 소설의 매력은 독자를 움직이고 판매부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대중성에 기인한다. 늘 그렇듯, 대중은 쉬운 것을 원하며 쉬운것들이 읽는이의 혹은 보는이의 심장을 움직이고 눈물을 쏟아내어주길 바란다. 역시 이해하기 쉬운것들이 감동을 주는순간 소수의 (Minority)군중(그들은 역시 군중의 반대편이니, 군중으로 정의될수 없지만.)들을 경멸하는 대중(Majority)들은 환호하고 열광한다. 다수의 대중들이 이해된 문화들이 메이져로 올라오는 (On The Ground)데 걸리는 시간은 그만큼 짧아지기 마련이며 김하인의 국화꽃향기 역시 그러한 대표적인 예에 속하는 소설이다.

김하인의 국화꽃향기가 밀리언셀러가 된 것은 쉽게 읽히는 장르의 소설의 형태이기도 하지만 그 소설이 선택한 소재가 변치않는 한남자의 순정이라는 이유때문이기도 하다. 늘 대리만족을 시켜줄 대상을 찾아 세상의 구석구석을 찾아 헤메는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고 교묘하게 꿰맞춘 국화꽃향기가 스크린을 통해 재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원작에 기인한 영화는 늘 그렇듯 그 한계안에서 재해석되고 창조되어져야 한다는 심한 부담감을 갖는다. 그 창조는 무리가 가해지는 순간 원작의 의도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부족함이 함께하는 순간 원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역시 감수해야 한다.
그렇듯, 원작에 기인한 영화들은 한발자국을 내딛는 것 혹은 그만큼의 감동을 본전만큼 살리는 것 어느것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명작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스크린으로 재방송되는 과정에서 불어넣어지는 인물들의 깊은 정서와 시대의 재해석 그리고 감정의 절제등이 함께 해진다면 훌륭하게 영상화 될 수 있다.([밀애]와 [디아워스] 등의 훌륭한 예가 바로 그 텍스트가 되어준다.) 영화 국화꽃향기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훌륭한 작품으로 영상화되기에는 부족함이 투명하게 내비치는 안타까움으로 얼룩진 영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국화꽃향기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는 아직도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다는 작가의 순수한 의도를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감독의 정서와 영화가 내비치는 그 부족함의 투명도가 너무도 짙기 때문이다. 영화 국화꽃향기는 결국, 한발자국 내딛는데는 실패했지만 관객의 숨통을 죄이는 깊은 사랑의 슬픔을 온전하게 전달하는데는 성공한 감독의 순수한 정서와 배우들의 호연(장진영의 재발견! 한국여배우들사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 )이 돋보이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영화로 재방송된다.

 
소설속의 인하는 완벽한 남자이지만 영화속의 인하는 박해일의 이미지탓인지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리고 부족한 남자로 그려진다. 그것은 감독의 조심스럽고 사려깊은 선택으로 보여지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선택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영화는 소설의 얼개를 따라가지만 조금씩의 변형을 추구한다. 시대에 얼추 맞추려고 하는 시도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낡아보이는 남녀의 만남 연애 그리고 구애과정 기다림의 모습은 지루해 보이지만 싫지 않다. 이러한 요소들이 낡아있다고, 창조적이지 못하다고 혹자는 비판하겠지만 이 영화는 위에서 언급한, 원작이 가진 쉬운 상업성에서 애초부터 이미 많은 보폭을 걸어낼 수 없음을 우리는 기억해내야 한다. 영화 밀애가 뛰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전경린의 원작이 있었기 때문이고, 디아워스가 위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이클커닝헴의 원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식을 명확히 떠올린다면 영화 국화꽃향기가 뛰어난 작품으로 우리의예상을 빗나가는 무언가 충격적인 혹은 새로운 국면을 창조해내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있는 기대심리다. 김하인의 소설이 갖는 쉬운 대중성의 한계점에서 출발하고 마무리 지어지는 이 영화에서 관객이 지대한 기대심리를 갖는 것은 무리다. 소설의 한계성을 영화에서 느끼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한 백일기도를 드리는 것은 무의미한 바램이고 욕심 일 뿐이다. (나는 어떠한 감독이 국화꽃향기를 연출했다 해도 우리가 기대하는 그 기대감,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국화꽃향기가 가지는 단점들은 , 감독의 부족한 역량이나 배우들의 연기때문이 아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국화꽃향기에서 어떠한 재해석이나 창조가 필요한가? 물론 투명하게 내비치는 부족하고 상투적인 에피소드들은 영화를 더욱 낡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리한 재해석이나 창조는 어쩌면 원작이 갖는 쉬운 대중성을 무리하게 이끄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 국화꽃향기는 그 나름대로의 제몫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보여진다.
두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수년에 걸친 시간들이 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에피소드와 장면들은 무리없이 소박하게 진행되어 진다. 첫만남 그리고 오프닝이 예고하는 그 평범함이 나는 마음에 든다. 커피자판기 앞에서 걸어가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술취한 남자가 차지하고 있는 전철좌석의 자리를 확보해서 임신부에게 그 공간을 나누어 주려고 애쓰는 여자의 모습은 물론! 새롭지 않지만 리얼리티라는 면에서는 점수를 확보한다.

영화에서 유난히 미화하려는 남녀의 만남의 과정이 이 영화에서는 축소되어져있어서 나는 오히려 마음에 든다. 그점이 새롭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의 쉬운대중성이 확보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자판기 앞에서 걸어가던 그녀의 그 소박한 옷차림과 화장기 없는 미소를 잊기 힘든 남자의 고통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진행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영화를 보는 모든관객들은(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미 소설을 읽어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견하기에 슬픔은 배가 된다. 남자의 첫 번째 프로포즈를 거부하는 여자의 행동은 매우 일상적이다. 그런 순간의 기억들이 남자의 가슴에 또력하게 기억된다는 설정은 원작의 순수성을 이어간다. 사랑은 순수할 때 그 빛을 발하고 감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무엇이 첨가되고 무엇이 섞여질 때 그 원초적인 의도가 훼손되어지고 감정은 이상한 성격의 "강요"로 변질되어 진다. 나는 그러한 감정이 이 영화에서 느껴지지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랬다.
왜냐하면 그러한 순수성은 이 영화를 혹은 이원작을 지키는 유일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그것조차 없다면, 우리가 왜 , 어찌하여 김하인의 소설을 읽겠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독자도 그의 소설을 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영화와 소설을 살리고 숨쉬게 만드는 유일한 힘인 순수성, 그 낡음에 대한 간절한 믿음이야말로 우리시대가 잊었지만, 잊어서는 안될 삶의 중요한 가치관으로 변화되어야 할 구원이며 희망일 것이다.

 
영화 국화꽃향기는 창조라는 면에서는 많은 부족함을 내비치지만 원작의 순수성을 그대로 이어온다는 측면에서는 제 몫을 훌륭히 해냈다. 세상에는 100가지 사랑이 존재한다.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건 존중받아야 하며 그 사랑은 지켜져야 한다. 그사 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가 순수하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포기되어지지 않는다면 그 사랑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영화속에서처럼 그 포기의 사유가 병이나, 사고... 그것만이 아니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수백가지의 사랑은 모두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 끝내 인하가 희재의 곁을 지켜내주고 그녀의 사연을 읽어주고 그녀의 신음소리를 묵과해주고 차마 놓지 못할 주사를 그녀의 팔에 놓아주어야 했던것처럼 그렇게 절실하고 간절하다면 그 사랑은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믿음이 분명, 존재한다. 다만 우리의 바로 곁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한 순수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믿지 않는 이 세상에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것에 매달려 일생을 기꺼이 소비하고 싶어하는 인하의 사랑은 여전히 소중하고 위대해 보인다. 그사 랑에는 아무것도 섞여있지 않다. 방부제 따위는 필요없어 보이는 이 불변의 사랑이 나의 심장을 조이고 끊임없는 눈물을 쏟아내게 만드는 이유는. 나도 그런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이 아닌, 나도 그런 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궁금하다. 그러한 순수함이 그러한 믿음이 여전히 누군가에게 생긴다는 것이 가능한지. 여전히 깊어 가는 봄날을 기다리는 새벽 나에게 자문한다.

"너는 여전히 사랑을 믿느냐?"

사랑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사랑을 의심하고야 마는 부끄러운 나는 여전히 이 영화가 좋다.
낡아도 상투적이어도. 여전히 인하가 사랑을 믿고 희재가 사랑을 감추고 있어서 좋다. 사랑이라는것에 매달린다는 것이 너무도 무의미해지는 요즘세상이기에 여전히 영화는 빛이 나고 배우들에겐 향기가 난다. 소름에서 이미 발견한 장진영의 연기는 뛰어나다 못해 완벽해 보인다.그 자연스러운 제스츄어와 표정에서 가득 퍼지는 국화꽃향기는 감동스럽다 못해 감격스럽다. 박해일의 연기는 , 그 경력과 연륜때문인지 장진영에 비해 다소 부족해보인다. 감정을 배가시켜야 하는 장면에서 박해일은 망설인다.(나는 이순간 하루의 이성재를 그리워 했다.) 조금은 부족해 보이고 더없이 순수해보이는 이미지에는 이보다 더한 적역은 없겠으나 울림을 쏟아내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 그가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아무런 가능성이 느껴지지 않은 밋밋함은 결코 아니어서, 크게 실망 할 필요는 없다.(살인의 추억과 질투는 나의힘이 우리를 기다린다.)

국화꽃향기에서 맡은 이 향기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진다. 사랑을 믿으면서도 사랑을 의심하는 순간이 아닌, 사랑을 믿으면서 동시에 또다시 사람을 믿게 되는 그 완전한 믿음의 순간이 진정...오게 될까? 우리에겐 여전히 그러한 반복적인 자문이 필요하다. 세상이 더욱 망가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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