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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매력에 홀린 99분...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ldk209 2012-03-02 오후 1:16:46 588   [4]

 

여배우의 매력에 홀린 99분... ★★★☆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1957년에 개봉한 로렌스 올리비에, 마릴린 먼로 주연의 <왕자와 무희> 촬영 현장의 뒷얘기를 담고 있다. 후에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는 콜린 클락(에디 레드메인)은 23살에 <왕자와 무희>에서 처음 영화 스텝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두 권의 책-<왕자와 무희와 나>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을 발간했으며, 영화는 이 두 권의 책에 근거하고 있다. 콜린 클락의 주장은 자기가 당시 세계 최의 인기를 얻고 있던 마릴린 먼로(미셸 윌리엄스)와 짧은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를 다 본 다음의 느낌을 말하자면, 마릴린 먼로와 콜린의 러브 스토리는 충분히 그럴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장면의 애틋함은 조금 가슴을 떨리게 하기도 하지만, 현실이라기보다 일종의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스타에 대한 과도한 동경이 낳은 팬의 과장된 해석에 가깝다는 느낌.(더군다나 콜린 클락은 전혀 매력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런데 마릴린 먼로에 헤르미온느까지) 게다가 마릴린 먼로 사후의 주장이므로 상대도 없는 일방적 주장인 것이다. 요즘 언어로 말하자면 덕후가 쓴 팬픽의 일종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둘의 짧은 사랑이 진실인지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설사 실제로 그랬다고 해도 지금에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조금 비현실적으로 그려진 둘의 사랑보다 영화에서 생동감이 느껴지는 지점은 <왕자와 무희>의 촬영 현장이다. 영국의 낯선 촬영현장에서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섹스 심볼 마릴린 먼로가 벌이는 일들은 상상으로도 충분히 그려질 만한 일들이 총망라해서 발생한다. 밥 먹듯 하는 지각, 스타의식, 계속되는 NG, 촬영 펑크, 자신감을 잃거나 약물에 취한 모습 등.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미국과 영국의 연기관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로렌스 올리비에(케네스 브래너)를 필두로 한 영국 연기자들의 ‘연기는 연기다. 제대로 흉내만 내면 된다’는 주장과 마릴린 먼로의 메소드 연기(배우가 극중 인물에 완벽히 동화되어야 한다는 연기법)에 대한 열망과 주장은 촬영 현장을 매순간 긴장과 파국의 전조로 몰아넣는다. 실제로도 로렌스 올리비에는 <왕자와 무희>를 찍으면서 마릴린 먼로 때문에 거의 폭발 일보 직전의 상태를 유지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비비안 리의 질투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놀라운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달리 마릴린 먼로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는 점이다. 이는 콜린 클락의 말에 정확히 함축되어 있다. “무비 스타를 꿈꾸는 연기자인 로렌스 올리비에와 연기자를 꿈꾸는 무비스타 마릴린 먼로”

 

어쨌거나 이 과정에서 영화를 끌고 나가는 전적인 힘을 배우들의 연기에 의존하는 건 너무 당연해 보인다. 왜냐면 이건 바로 여전히 최고의 아이콘인 마릴린 먼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흥미로운 건 익히 알려진 로렌스 올리비에나 비비안 리의 역할을 외모적으로 과히 닮지 않은 배우가 연기한다는 점이다. 아니 굳이 닮아 보이려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마릴린 먼로를 좀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일지도) 역을 맡은 케네스 브레너나 줄리아 오몬드의 경력에서 실제 인물의 핵심을 집어낼 수 있는 관객이 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거기에 아이콘 마릴린 먼로를 미셸 윌리엄스가 맡는다고? 평소 미셸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선뜻 연상되지 않는 캐스팅일 수 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셸 윌리엄스는 여전히 배우라기보다 요절한 히스 레저의 부인이라는 사실이 먼저 떠올려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는 매우 훌륭한 배우다. 특히 그녀가 자신의 육체를 전시하지 않는 배역을 주로 소화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웬디와 루시>의 웬디에게서 마릴린 먼로를 감히 어떻게 연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런 우려들은 그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여주주연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는 점에서 기우에 그친 우려들이다. 풍성한 금발과 풍만한 육체, 거기에 미묘하게 흔들리는 감정들의 향연은 99분간 스크린에 몰두하게 만드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마릴린이 웃으면 따라 웃고 그녀가 행복해하면 같이 행복해했으며, 그녀의 가슴 아픈 과거사가 안쓰러워졌다. 몇 편의 마릴린 먼로 주연의 영화를 봤지만, 묘하게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정지된 화면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다. 실로 기묘한 경험이다. 따라서 마릴린 먼로가 실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는지 알 재간이 없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99분간 현재 스크린에 있는 저 모습이 진짜 마릴린 먼로가 아닐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이건 착각이다. 내가 보는 건 마릴린 먼로를 연기하는 미셸 윌리엄스가 확실하다. 정말로 그런가?

 

"첫 사랑은 달콤한 절망이다"

 

※ 메릴 스트립은 맘만 먹으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메릴 스트립이나 숀 펜이 주연이면 가급적 다른 배우가 받길 기대하는 편이다. 만약 시상식 전에 이 영화를 먼저 봤다면 무조건 미셸 윌리엄스가 받아야 된다며 여기저기 떠들어 댔을 것이다.

 

※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해리 포터> 이후 첫 번째 영화로 이 영화의 존재감 없는 조역을 택했다는 건 좀 의외다. 엠마 왓슨 정도면 얼마든지 웬만한 영화의 주연을 꿰찬다 해도 딱히 이상할 것 없는 셀러브리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이 선택이 엠마 왓슨이 매우 똘똘하고 매우 치밀한 배우일 거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

 

※ 대형 멀티플렉스들의 점령 속에서도 몇몇 독립 브랜드 극장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이 영화를 대한극장에 가서 보게 되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좀 더 친밀한 느낌은 있다. 그럼에도 엔딩 크레딧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대형 멀티플렉스보다 떨어진다. 둘 다 영화가 끝난 즉시 불을 켜지만, 대형 멀티플렉스는 관객이 앉아 있는 한 일단 청소를 시작하지 않는다. 예전엔 그랬는데 여론에 민감하다보니 방침을 변경한 것 같다. 그러나 서울극장, 대한극장은 불이 켜짐과 동시에 관객이 있건 말건 청소를 시작한다. 좀 안타깝다.

 


(총 1명 참여)
cipul3049
공감. 미셸윌리엄스가 받았어야 했습니다.
이번에 여배우들이 연기를 다 잘해놔서... 누구하나 받아도 이상할거 없었긴 했지만,
미셸윌리엄스 진짜 잘했다고 봤어요.

  
2012-03-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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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 My Week with Mari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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