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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가족 분투기 워리어
novio21 2011-11-02 오전 3:05:15 439   [0]

  가족이 산산조각이 된 상태였다. 아버지 한 명에 형제 둘은 함께 살지 않았고 공간적 거리 이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마음이 말이다. 소위 막장가족이다. 가족은 같은 공간에 살면서 가장 친하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너무나 빈번한 기회를 공유한 집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로 상처를 입히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울한 강을 건널 경우 거의 원수에 가까운 사이가 되기도 한다. 그런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족이 영화 ‘워리어’에 담겨 있다.
  미국식 가족영화는 언제나 서로의 앙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지막엔 화해하는 그런 진부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이 영화 역시 격투기란 화려한 액션을 통해 볼거리를 만들어주면서도 가족이란 혈연공동체를 통해 감동을 전해준다. 이제 너무나 많이, 그리고 대충 상황판단도 할 수 있기에 이젠 식상하다. 그런데 그런 식상함을 관객들은 보고 싶나 보다. 계속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 뒤엔 어쩌면 관객들이 현재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고, 그래서 지지부진한 인간관계가 이어지는 가족을 갖고 있기에 관객들이 영화 속의 결말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을 상품으로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가족은 피폐해지고 파괴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형 브렌든 콘론(조엘 에저튼)이 처한 신용불량자 신세는 사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어엿한 가장이지만 그것도 능력이 되고 수입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대출 받은 것이 문제가 되어 집에서 내쫓길 상황에 몰리는 장면은 우리 이웃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오늘의 모습이다. 그나마 브렌든 콘론은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고등학교 물리선생이면서도 격투기 시합에 나선다. 동네 격투기 시합으로 징계를 먹었지만 사실 별다른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더 큰 시합에 출전, 어려운 가족의 살림에 보탬이 되려 한다.
  동생 토미 리어든/콘론(톰 하디)은 형과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다. 아버지와 형이 자신을 버렸기에 그는 아버지 성인 콘론을 버리고 결혼하기 전의 어머니 성이었던 리어든을 사용한다. 그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찾으려 했고 그와의 악연이라 여긴 아버지와 형의 인연을 끊었다. 그가 생각한 가족은 해병대였고, 그곳의 군 동료였다. 새로운 인연을 통해 그는 자신의 외로움과 고독을 털어내려 했고, 자신의 임무를 만들려 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말이다. 그래서 동료애는 누구보다 절실했고 또한 강하게 됐다. 혈연이 아닌 직업을 통해 맺어진 사회적 관계를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은 그는 어쩌면 이 시대의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새롭지만 그곳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적 인간의 비애를 그는 몸으로, 그리고 주먹으로 날 것의 모습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는 달랐다. 그는 가장이란 의무감을 내팽개쳤고, 그래서 그는 가족의 모든 비극을 만든 장본인이 됐다. 콘론 형제의 아버지, 패디 콘론(닉 놀테)는 가족을 버렸고 그에 대한 대가를 영화 속에서 톡톡히 치르고 있다. 가족의 비극의 시작점이 된 그는 책임을 포기했고 그래서 혈연이 파기됐고 그럼으로써 깊은 고독과 슬픔, 그리고 죄책감으로 빠져들었고 그곳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자식들이 경멸하고 또한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기피인물이 됐다. 가족이 단순히 혈연으로만 맺어진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혈연이지만 가족이 되지 못하는 사태는 오늘의 우리들이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인지 모르겠다.
  이런 그들이 한 곳에서 모였다. 정말 기이한 우연이다. 천하무적일 것만 같던 상대선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무너지면서 두 형제가 결승에서 만난다는 설정은 아무리 좋게 봐도 솔직히 삼류영화 같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삼류 스토리가 없다면 영화의 극적 즐거움은 반감되리라. 그리고 영화는 어떻든 좋게 끝나야 하니까, 그렇게 만들어져야 했다. 마지막의 두 형제의 피가 터지는 5회 라운드 경기는 사실 슬펐다. 끝까지 싸우려 했던 동생의 모습은 분명 증오로 가득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 속에 분명 과거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버림받았던 것에 대한 울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분노가 사리지는 장면은 다소 아쉬운 듯 하다. 하지만 사각이 아닌 팔각의 링 위에서의 해결은 난투극 속에서도 분명 한가지는 보여줬다. 화해할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적극 활용해야 하고, 그것을 통해 우린 함께 있을 수 있는 가족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즉 남은 아니란 사실 말이다.
  서로 아프고 또한 가족이라도 상처를 쉽게 줄 수 있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 상처를 아물게 하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고 있다. 비극이다. 같은 DNA를 공유하면서 함께 살았기에 서로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등을 돌린 채 그 어떤 이들보다 더욱 혐오하고 원망하는 사이로 변질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그런 우울한 모습을 영화 ‘워리어’가 기반으로 한다. 다만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현실과 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많은 이들이 봤으면 한다. 식상하지만 말이다. 혹시 알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가족이란 좋은 것이고 화해하기 참 쉬운 관계를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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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2011, Warrior)
배급사 : (주)화앤담이엔티
수입사 : (주)화앤담이엔티 / 공식홈페이지 : http://www.war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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