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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감당 하지 않는 후끈한 일탈 킥 애스: 영웅의 탄생
jimmani 2010-04-21 오후 12:33:02 14358   [1]

 

수십년간 히어로물 방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온 할리우드가 요즘은 갈수록 그 새로운 얼굴들을 속속 보여주고 있다. 매해 쏟아져 나오는 속편, 리메이크들에 '할리우드도 이제 기력이 쇠했구나' 싶다가도 어느덧 이렇게 우리의 허를 찌르는 결과물들이 나올 때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할리우드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정의와 사랑 운운하며 폼잡으면서 활약하는 게 다일 줄 알았던 할리우드의 히어로물이 요즘엔 까무러칠 볼거리는 물론이요 종종 '이게 블록버스터인가, 철학적 사유물인가' 싶을 정도로 깊은 고민을 지닌 채 나타나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장난아닌 질문을 던졌던 <다크 나이트>와 그보단 좀 얕았지만 슈퍼히어로의 도덕성에 대해 질문한 <왓치맨>이 그 예다.

 

물론 진지한 쪽으로만 나가면 관객은 재미없다. 히어로물이 지니고 있던 멋있겠지만 좀 부담스러운 무게감을 벗어던진 사례도 있었으니 이제 곧 속편이 나올 <아이언맨>이 그 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할 <킥애스 : 영웅의 탄생>(이하 <킥애스>)은 그 극단으로 나간 예다. 이 영화는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히어로들에 대한 인식을 사사건건 비틀고 비웃고 비꼰다. 능력치, 도덕성, 카리스마 같은 것은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없다. 대신 찾을 수 있는 것은 이전엔 좀처럼 보지 못했던 히어로들의 유례없는 일탈이다.

 

 

소심하고 사교성 없는 고딩 소년 데이브(애런 존슨)는 그러나 마음 속에 불타는 정의감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 코믹스에 열광하는 그는 숱한 만화책들을 보며 현실에는 왜 이렇게 나서서 활약하는 영웅들이 없는가 하는 시키지도 않은 고민에 빠진다. 배트맨처럼 초능력이 없어도 얼마든지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데이브는 마침내 용감하게 자신이 현실의 그 첫 사례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코스튬까지 입고 '킥애스'라는 닉네임까지 붙이지만, 아무리 코스튬을 입고 멋있는 대사를 날려도 여전히 그는 약골 소년. 갑작스런 사고로 온몸에 철심을 박게 된 그는 이전보다 고통에 훨씬 둔해지게 되고, 이는 예기치 않은 활약으로 이어진다. 불량배들을 물리치는 그의 모습이 유투브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그는 미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아이콘으로 급성장한다. 한편 아내를 잃은 데 대한 복수로 지역의 유력한 조폭인 디아미코(마크 스트롱)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가는 데이먼(니콜라스 케이지)과 그의 딸 민디(클로이 모레츠)는 '빅 대디'와 '힛-걸'이라는 닉네임으로 남모르게 활동하다 킥애스의 유명세를 알고 그를 합류시키고자 한다. 한편 디아미코는 자기 수하에 있는 조직원들이 잇따라 의문의 존재에게 살해당한 것을 알고는 그것이 킥애스의 소행이라 판단한다. 이에 평소 능력은 없으면서 의욕만 넘치던 아들 크리스(크리스토퍼 민츠-플래지)가 또 다른 히어로 '레드 미스트'를 가장하여 킥애스를 끌어들이려 한다. 그렇지 않아도 더러운 세상, 한 소년의 겁없는 도전으로 걷잡을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영화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풍기는 느낌은 '신선함'이다. 거기에 걸맞게 일단 주연 배우들의 얼굴부터가 매우 새롭다. 이제 갓 스물을 넘은 신예 품절남 배우 애런 존슨은 데이브가 지닌 소심함과 밑도끝도 없는 대담함을 꽤 능청스럽게 표현해내고, 외모에서부터 독특한 캐릭터의 기운이 느껴지는 크리스 역의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지는 선악을 쉽게 구별할 수 없는 허당 악동의 이미지를 그럴싸하게 표현해낸다. 어린 나이에 매우 위험한 길에 뛰어드는 민디 역의 클로이 모레츠는 특히 돋보이는데, 그 앳된 얼굴로 여느 성인 배우가 보여줘야 마땅할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니 때로는 웃기는 것을 넘어 놀랍기까지 하다. 이런 신선한 얼굴을 주 캐릭터로 내세우면서 민디의 아버지 데이먼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나 디아미코 역의 마크 스트롱 등의 묵직한 중견배우들이 뒤를 받치고 있어 안정감 있는 배우 진용을 보여준다.

 

 

사실 포스터나 잠깐의 예고편 정도로 이 영화를 또 다른 중급 규모의 히어로물 정도로 생각한다면 매우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막상 영화는 그 예상을 수시로 빗나가는 놀라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원티드>와 같은 대담한 코믹 북들을 만들어낸 원작자 마크 밀러의 덕도 크겠지만, 이 미덕을 스크린에 재치넘치게 옮겨 낸 매튜 본 감독의 재능 덕도 크다. 그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스내치> 등 영국에서 가이 리치 감독의 갱스터물을 제작한 만큼 히어로물을 다루는 남다른 기술을 보여준다. 바로 전작이 판타지물인 <스타더스트>였는데, 화려한 볼거리가 판타지의 생명이라 여겼던 관객들에게 이를 가뿐히 극복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펼쳐놓으며 '비폭력적인' 재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킥애스>는 다시 한번 그의 발칙한 원래 재능이 빛을 발한 영화라 할 수 있겠는데, 힘줘야 할 데에만 힘준 볼거리, 현란하지 않더라도 유머 넘치는 대사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결합을 통해 규모가 크진 않더라도 수준급의 완성도를 지닌 액션물이 완성되었다. 원래 매튜 본 감독은 <엑스맨> 3편 제작 당시에도 유력한 감독 후보에 올라 있었는데 (결국 <러시 아워> 시리즈의 브랫 래트너 감독에게 돌아갔다.) 만약 그가 <엑스맨> 3편을 만들었다면 상당히 볼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만든 이의 감각이 고스란히 들어가서, <킥애스>는 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라가는 듯 하면서도 이를 하나하나 말끔하게 깨부순다. 만화 영웅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큰 줄기로 하고 있지만 막상 장르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이 영화는, 그만큼 상황과 전개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오프닝에서 데이브의 실상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성장영화마냥 발칙하고 경쾌하다가도 수시로 유혈낭자한 성인용 액션이 펼쳐진다. 한편에선 실없는 캐릭터들로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어느 순간 비장한 복수극의 분위기를 풍기고, 끝내는 과장된 슈퍼히어로 액션물의 모습도 보인다. 음악도 강렬한 록에서부터 장엄한 클래식까지 구분이 없다. 폭력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웃음을 자아내고 황당한 듯하다가 어느 순간 진지해지고 파워풀해지는 <킥애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영화의 성격이 히어로물이라는 꽤 정형화된 장르 안에서 펼쳐진다는 것이다. 언제나 정의와 사랑,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진지하고,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규모의 액션을 동반해야 할 것만 같은 기존 히어로물의 분위기는 이 영화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일쑤다. 이 영화 한 편이 말하자면 히어로물들이 갖고 있던 허세와 형식에 대한 거대한 조롱인 셈이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는 딱히 없다. 특정한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도 딱히 없는 듯 하다. 영화는 오로지 숱한 히어로물들이 쌓아온 고정관념들을 늘씬하게 두들겨 패는 데에 집중할 뿐이다.

 

 

영화에는 네 명의 영웅들이 등장하지만 딱히 이들을 만화 속에 등장하던 그런 영웅들과 같이 취급해야 할 지는 망설여진다. 저마다 나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킥애스' 데이브는 태어날 때부터 운동신경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서 오죽하면 온몸에 철심을 박아도 상황은 가까스로 나아질까 말까다. 그가 타는 유명세 또한 정말 우연한 기회에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얻게 된 것이 단발성에 불과하다. '힛-걸' 민디는 11세 소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액션을 보여주지만, 한창 뛰어놀 나이에 사람을 찌르고 베고 총알을 박는 데 투자하는 그녀의 행동들은 도덕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빅 대디' 데이먼은 그럴싸하게 영웅처럼 행세하는 듯 하지만 실은 개인적인 복수를 목적으로 관련 인물들을 살해하는 것일 뿐이다. '레드 미스트' 크리스는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영향력 있는 환경을 이용해 미디어를 조작한다. 딱히 진정 영웅적 캐릭터라 할 만한 인물들은 없다.

 

주인공이란 놈은 별 다른 활약도 하지 못하고, 11살 소녀가 '캣우먼' 같은 팜므파탈 캐릭터를 보여주는 황당한 시츄에이션들이 펼쳐지지만 <킥애스>는 여기에 별 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영화는 이렇게 저마다 나름 문제 있는 영웅 캐릭터들이 얽히고 다투고 활약하는 모습을 신나게 펼쳐 보이며 즐거운 난장판을 향해 달려간다. 심지어 악당도 허당이다.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냉혈한이긴 하나 겉모습과 달리 결정적 순간에 자기가 나서는 건 끝까지 미루는 찌질한 면모도 겸비했다. 이렇게 무게 없는 악당들과 문제 있는 영웅들이 서로 치고 받는 현장은, '정의가 구현되는' 현장이라기보다 그냥 개인적인 이득과 감정이 걸린 진흙탕 싸움에 가깝다. 비범한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마치 한단계 낮은 곳에 있는 평범한 인간들에게 무슨 설교라도 하려는 듯 진지한 자세를 보이는 영웅들이 아닌, 똑같이 속물같은 인간들의 결투가 펼쳐진다. 그들이 영웅으로 나서는 것은 '정의 실현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기보다 '치기 어린 일탈'처럼 비춰진다. 영웅주의, 책임감과 같은 비장함보다는 양심적으로는 좀 찔리더라도 짜릿한 즐거움을 마다할 수는 없는 신나는 싸움판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이렇게 <킥애스>는 기존의 히어로물들이 강박적으로 갖고 있던 '사회가 원하던' 태도를 가뿐히 갖다버리고 가치 판단을 유보한 채 일탈을 마음껏 즐긴다. (물론 이 영화도 대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이다보니 결말에 가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긴 하지만 우리가 희망하는 바람직한 가치관과 끝내 완전히 합의하진 않는다.)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영화가 도덕적으로 상당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11살 소녀가 성인 남자의 몸을 베는 광경에 심기가 불편할 관객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적인 태도와는 정반대로 한없이 가볍게 히어로 장르의 가치관을 깨부수려는 이 영화의 태도가 매력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사람이 너무 진지하게만 생각하는 것도 재미없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일탈에 대한 꽤 발칙하고 새로운 방식의 판타지라는 점에서, <킥애스>는 그 판타지를 알차게 충족시킨다. 일단 즐기시라. 그리고 그 즐거움의 옳고 그름은 나중에 판단해도 좋다.


(총 2명 참여)
bjqjawls
좋네오ㅛ ㅎㅎ   
2010-05-03 12:28
purplebr
후기 잘읽었습니다. ^^   
2010-05-03 09:47
kejnlove
재미있게 봤어요~~   
2010-05-02 22:50
sun33333
진짜 재밌는영화인데 홍보가 잘못되서 아깝네요ㅠㅠ   
2010-05-02 14:54
drems5
시간이 안되서 친구에게 티켓줬는데..
이렇게 두서없이 재미없는 영화는 처음이라며..ㅡㅡ;
티켓주고 욕먹고,,우울해요ㅡㅜ   
2010-05-02 11:29
e7811
잘 봤습니다^^   
2010-05-01 17:12
jjang2121
잘읽었습니다. ^^   
2010-04-30 09:20
irun
보고싶었는데ㅜㅜ   
2010-04-30 00:02
sinaevirus
기대되요~!   
2010-04-28 12:11
eo1999
잘보고 가요 ~   
2010-04-28 08:49
dodohanyuin
재미나네요   
2010-04-28 02:04
honoka5
생각보다 많이 잔인하더군요..CGV는 왜 상영관을 많이 잡지 않았지..?   
2010-04-27 23:02
wjswoghd
재미나네요   
2010-04-27 21:43
yiyul35
저도 너무 재밌게 봤어요   
2010-04-27 18:46
full2house
음/.///   
2010-04-27 16:48
coreaakstp
기대가 큽니다   
2010-04-27 16:22
hkyun22
그렇군~   
2010-04-26 22:01
mhgogh9
ㅎㅎ   
2010-04-26 17:06
kso757
!!!   
2010-04-26 17:02
t2rmagic
ㅇㅋ   
2010-04-26 10:58
nayona0106
2급 영웅들의 좌충우돌   
2010-04-25 14:02
shara0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0-04-25 13:25
hsgj
감사   
2010-04-25 01:16
irun
잘보고갑니다~~   
2010-04-24 14:53
treasure0928
기대안했는데 재밌다는 평이 많네요~!!
급 끌리는 중~!!   
2010-04-24 07:34
dlespapaya
이거 재밌더라구욬ㅋ   
2010-04-23 22:48
dodohot
ㅋㅋㅋ   
2010-04-23 17:06
kkmkyr
잼날거 같아요   
2010-04-23 11:31
dodohanyuin
잘보고갑니당 ㅎㅎ   
2010-04-22 13:03
claraworld
탱큨ㅋㅋㅋ   
2010-04-22 11:48
ckn1210
감사   
2010-04-22 00:15
ssh2821
잘읽었습니다   
2010-04-22 00:04
hushdmz
오호- 긴 글 읽느라 힘들었습니다 !
좋은 글이네요 ~ ㅋ   
2010-04-21 15:05
1


킥 애스: 영웅의 탄생(2010, Kick Ass)
제작사 : Plan B Entertainment / 배급사 :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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