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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말고 다른 건 전혀 신경도 안 쓰고... 피터 잭슨 영화 맞음? 러블리 본즈
shin424 2010-05-02 오전 7:46:50 887   [0]

"My name is Salmon, like the fish. First name Susie. I was murdered on December 6, 1973."

 

 

 주인공인 수지 샐먼의 저 첫 번째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러블리 본즈는 개인적으로 2009년 하반기 영화중에서 아바타와 나인만큼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위대한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 킹콩을 만들어낸 선구적인 감독인 피터 잭슨이 감독한 것인데다가 캐스팅도 좋고 스토리 자체도 꽤나 끌렸죠.(물론 원작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지만요.) 결과물은 예상과 달리 15년 전에 피터 잭슨이 만들었던 천상의 피조물과 같은 예술 영화에 가까운 영화입니다.(그래도 천상의 피조물은 성격상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도 감성이 있는, 충분히 훌륭한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나 훌륭했던 천상의 피조물과는 달리 이 영화는 상당히 실망스럽습니다.(전 이걸 개봉 전 혹평이 쏟아지기 전까지는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후보 1순위 영화로 이걸 꼽았단 말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피터 잭슨은 비극과 상실에 대한 훌륭한 이야기를 가지고 일관성이 없고 초점 없는, 난잡한 영화로 만들어놓았고, 이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피터 잭슨 감독은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피터 잭슨의 이 영화는 아쉬움만 한 가득으로 남는 영화입니다.

 

 

 이제 14살이 된 수지 샐몬(시얼샤 로넌)은 한 남학생을 자신의 마음에 두고 있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 아이입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 밤 집에 가던 길에 이웃집 남자 조지 하비(스텐리 투치)에 무참히 강간당하고 살해당합니다. 딸의 죽음으로 인해 큰 슬픔에 빠진 수지의 아버지 잭(마크 월버그)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딸을 죽인 살인마를 찾아다니고, 그녀의 어머니인 아비게일(레이첼 웨이즈)은 슬픔을 이기질 못하고 가족을 떠납니다. 한편 살해당한 수지는 지상과 천국 사이의 중간세계에게 떠돌아다니게 되고, 그 곳에서 그녀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지상세계에 있는 그녀의 가족과 남자친구를 지켜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여기에서 그려지는 중간세계의 모습은 결코 어두운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밝은 곳입니다. 감독은 여기에 엄청난 CG를 사용하여 이 세계를 동화 속에서나 나올듯한 아름다운 세계로 만들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특수 효과는, 아름답고 화려한 건 사실이지만, 이야기나 영화의 성격상 지나칠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좋지만, 그게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그 쪽으로만 신경 쓰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다른 쪽으로 - 캐릭터와 이야기 - 에 별로 초점을 안 맞춘 것 같아요. 마치 이 영화를 이러한 중간세계에 대한 영화로밖에 안 보이게 만듭니다.

 

 

 이야기는 별거 없습니다. 정말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각본은 너무나도 나쁘고 정말 산만합니다. 정말 감동적인 드라마도, 근사한 스릴러도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감동을 주려는 듯 한 장면들은 있어도 결정적인 한 방이 없으며, 스릴러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예고편과는 다르게, 영화 전체적으로 스릴이 있는 장면은 하비의 집에서 몰래 들어가 증거를 찾아내는 장면 말고는 없습니다.

 

 

 이는 명백한 각본의 실패입니다.(이 영화의 각본 수준은 피터 잭슨이 무명 시절에 만들었던 B급 영화 수준 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할 말 없습니다.)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살인마 잡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살인마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인지, 비극 그 이후 그 주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다 해내는 게 가장 좋은 모습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많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있어서 실패했고, 그로 인해 서로 충돌이 일어나 결국 이도저도 아닌 난장판이 돼버렸습니다.

 

 

 좋게 될 수 있는 캐릭터는 많았어요. 평범한 10대에서 살해당해 중간 세계에서 남겨진 그녀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수지도 그렇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그를 극복하려는 모습들, 그리고 이웃집에 살고 있는 싸이코 살인마까지 말이죠. 근데 온전히 다 활용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약간 멍청해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배우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의 연기는 좋습니다. 그 중에서도 스텐리 투치가 가장 좋습니다. 그는 정말 극찬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각본은 정말 나쁘고 그에 의해 초등학생 만화에나 나올법한 살인마로 전략할 뻔 한 걸 그나마 이 정도로 살려냈으니까요. 그는 계속해서 캐릭터의 심리적 묘사에 힘을 썼지만, 감독이나 각본은 이를 돕지 못했습니다.(마지막에 그렇게 허무하게 퇴장시키는 법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시얼샤 로넌의 연기 역시 좋았지만, 이 캐릭터는 중간세계에 가고 나서는 그냥 그 곳에서 뛰어다니고 노는데 에만 그치는 캐릭터가 되고 말았습니다.(중반부와 후반부에 그녀가 등장하는 감성적인 장면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아마 그건 편집실 어딘가에 처박혀있을 것 같군요.) 레이첼 웨이즈는 비극으로 인한 슬픔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슬픔으로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 역시 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의 부족함에 의해 희생당한 것 같습니다.(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 정도면 할 건 다했죠. 이 영화를 통해 전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느꼈던 것처럼 레이첼 웨이즈가 얼마나 대단한 여배우인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영화가 다른 감독에 같은 캐스팅으로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습니다.) 정말 훌륭한 여배우인 수잔 서랜든은 이 영화에서 가족의 슬픔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혼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코미디 영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이 역시 감독과 각본의 문제 때문일 겁니다.)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과도한 CG 중심으로 만든 형편없는 각본 속에서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 하는가, 진정한 가족의 모습, 엄청난 비극과 슬픔 속에서 그걸 극복하는 과정 등등... 정말 많은 메시지를 내포한 희망적 이야기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분명히 원작 소설은 그랬겠지요.)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결국은 이 영화는 실패작입니다. 무엇보다도 감독을 잘못 선택했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킹콩의 대성공 이후 무언가 자신의 영화에 변화를 꾀했던 감독은 이 영화를 너무 CG 중심으로만 만들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 자체는 정돈 되지 않은 체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뭘 이야기하려고 만든 영화인지 감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감성적인 부분은 있지만 감동을 느끼기 쉽지 않고 그 깊이가 너무 얕습니다. 분명히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일어나는 자연재해처럼 어디서부터 인지 알 수 없는,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영화가 돼버렸습니다. 이 얼마나 큰 비극입니까.


(총 0명 참여)
k87kmkyr
난해하네요   
2010-05-15 13:13
1


러블리 본즈(2009, The Lovely Bones)
제작사 : WingNut Films, DreamWorks SKG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lovelybon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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