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추리 영화가 추리하는 건 별로 없다... 그림자살인
ldk209 2009-04-03 오후 6:01:17 1448   [4]
추리 영화가 추리하는 건 별로 없다... ★★☆


일제시대 민치성(송재호) 대신의 아들 민수현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민치성은 종로서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에게 아들을 찾아내라 윽박지르고, 의학도 광수(류덕환)는 해부실습을 위해 우연히 주워온 시체가 바로 민수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광수는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불륜현장을 찾아 생계를 유지하는 홍진호(황정민)를 찾아가 살인사건을 의뢰한다. 거액의 현상금에 혹해 수사에 나선 사설탐정 진호는 여류발명가 순덕(엄지원)의 도움으로 서커스 단장(윤제문)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인다.


처음 <공중곡예사>라는 제목으로 출발한 <그림자살인>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모던보이>라든가 <원스 어폰 어 타임>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건 무엇보다 퓨전의 느낌이다. 극중 대사처럼 “자네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을 외국에선 탐정이라고 한다지” 그러니깐 탐정이라는 직업이 확실히 우리네 정서와는 조금 비켜 서 있다는 말이다.


<그림자살인>은 나름 요소요소 볼거리들이 있으며, 충분히 흥미로운 얘기인 동시에 유머 감각도 충분한 편이다. 초반 추격신은 너무 흔들리는 통에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긴 해도(카메라 탓인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추격 장면인 건 확실하고,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를 떠올리는 홍진호-광수의 관계라든지, 순덕이 발명한 만시경과 은청기 등의 첨단(?) 장비도 보는 관객에겐 즐거운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영화가 추리 장르를 표방하고, 홍보도 그렇게 하는 반면 실제 추리하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살인범은 민수현과 경무국장을 죽인 다음 숲으로 끌고 와 시체를 유기한다. 그런데 왜 굳이 살인범은 시체를 유기했을까? 그 해답을 영화는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홍진호 탐정이 민수현의 시체가 다른 곳에서 죽은 뒤 이곳으로 옮겨졌다는 추리를 하기 위해서만 필요할 뿐이다. 그런데 그 정도의 추리는 굳이 명탐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홍진호는 민수현 시체 주위에 피가 없는 것을 근거로 죽인 다음 옮겨졌다는 추리를 내 놓는다. (오! 놀라운 추리력이여!)


홍진호가 추리하는 수준은 고작해야 창문에 묻은 손 모양의 핏자국을 보고 민수현의 피살될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정도에 불과하다. 범인을 찾기 위한 결정적 증거들은 순덕에게서 나온다. 범인이 사용한 흉기가 양날이 있는 칼이라는 것, 범인의 옷이 매우 화려해 서커스단에서나 입을 옷이라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죽은 사람들이 은밀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 등이 순덕이 캐내게 되는 정보들인데, 문제는 과학적 지식을 사용하는 정보 외의 정보도 순덕이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탐정은 홍진호와 엄지원이 하나로 합쳐진 캐릭터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확실한 역할 분담이 되든가. 캐릭터의 애매함이 순덕이 중간 중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인 듯싶다.(대체 가고자 했던 사람은 못 가게 된 상황에서 별로 가려고 하지 않던 순덕이 왜 마음을 바꿔 미국에 가는 것인지? 뭔가 중간에 덥석 들어낸 것 같은 느낌)


또한 추리 영화로서 재미를 반감시킨 결정적 요인은 범인의 정체가 너무 쉽게 공개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죽였는지에 모아지는데, 그것도 중간 중간 던져지는 힌트가 너무 어설퍼 쉽게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본다.


에르큘 포와로는 자신의 뇌 속에 있는 회색 뇌세포를 이용하면 사건 현장에 가지 않고서도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현장에서 바닥을 기며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사냥개들의 역할이고 자신은 앉아서 기다리는 주인이라는 것이다. 가상 인물의 가짜 편지에 영국 국회의원들이 도망갈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 대표적인 탐정 셜록 홈즈는 사건 현장에 찍힌 무수한 발자국 중 범인의 발자국만을 분리해 내어 범인이 신고 다니는 신발과 걸음걸이의 특징, 그리고 범인의 키를 맞췄으며, 심지어 범인의 성격까지도 유추할 정도의 추리 능력을 보인 바 있다. 뭐 이 정도까지 바라진 않는다. 그래도 최소한 보면서 한 두 번 정도는 놀랄 추리력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난 이 영화가 시리즈로 발전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한 기획이라고 생각은 한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면서 나름 즐겁긴 했으니깐. 다만 홍진호의 추리 능력이 발전하고 홍진호와 광수의 관계가 좀 더 리드미컬하게 변화되는 것을 전제로 해서.


※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찾아지는 과도한 애국주의가 보이지 않은 점은 (물론 여기저기 깔려지긴 했어도) 이 영화의 분명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어설프긴 해도 오락영화로서 기능은 기본 이상이다.


※ 이 영화는 독창적이진 않다. 요소요소 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가끔은 베끼려면 똑같이 베끼는 게 더 낫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다. 특히 마지막 홍진호와 범인의 대결에서 불이 꺼진 가운데 펼쳐지는 어둠 속 대립은 <양들의 침묵>이 떠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양들의 침묵>의 그 장면에서 느껴지던 긴장감이 <그림자살인>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더 어두워야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홍진호가 더 많이 찔리고 궁지에 몰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게다가 홍진호가 만시경인가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5 11:17
powerkwd
기회되면 볼께용~   
2009-05-27 17:56
kimshbb
네   
2009-05-05 13:01
1


그림자살인(2009, Private Eye)
제작사 : CJ 엔터테인먼트, 힘픽쳐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detective2009.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9057 [그림자살인] 그림자 살인 yghong15 10.11.06 1398 0
87339 [그림자살인] 아쉬움보단 좋은 느낌이 더 큰 영화 shemlove 10.09.14 1107 0
85129 [그림자살인] 2편이 기대되는 수작~ (4) sunjjangill 10.07.27 921 0
76476 [그림자살인] 기대만은 못해서 아쉽다 (4) kgbagency 09.10.01 1499 0
75871 [그림자살인]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4) happyday88ys 09.08.23 1065 0
74828 [그림자살인] 기대한만큼 *.* (3) yiyouna 09.06.26 1042 0
74086 [그림자살인] '그림자살인'을 보고.. (4) justjpk 09.05.10 1447 0
73863 [그림자살인] [미카엘/그림자살인] 한국형 탐정물의 탄생 (5) soda0035 09.04.27 1652 0
73836 [그림자살인] 그림자살인 (5) par7744kr 09.04.25 1296 0
73774 [그림자살인] 탐정?추리? 그런거 없다 (8) mchh 09.04.22 12491 1
73764 [그림자살인] 황정민한테 속았다 (5) kgw2407 09.04.21 1559 0
73724 [그림자살인] 재미있었지만 몬가 아쉬운영화.. (3) didwldus999 09.04.18 1423 0
73719 [그림자살인] 황정민 류덕환 이 만든 걸작 (3) yhb1118 09.04.18 1604 0
73713 [그림자살인] 새로운 발견, 2편이 기다려집니다. (3) hrqueen1 09.04.18 1439 0
73673 [그림자살인] 류덕환 군 좋아!! (3) wlstn79 09.04.16 1644 1
73653 [그림자살인] 속편 스토리 공모중 (2) woomai 09.04.15 1305 0
73649 [그림자살인] 영화의 중반에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보여준다. (3) polo7907 09.04.15 1626 0
73645 [그림자살인] 황정민과 함께 한 맛있는 식사 (3) sh0528p 09.04.15 1378 0
73629 [그림자살인] 그림자 살인 (3) siroiki 09.04.14 1309 0
73616 [그림자살인] 흥미진진하지만 약간 씁쓸... (8) shimjinbo 09.04.13 22179 1
73555 [그림자살인] 후속작이 나올까? (3) moviepan 09.04.10 1534 0
73537 [그림자살인] 본격 탐정영화라고 하기에는 왠지 산만한.. (4) ex2line 09.04.10 1537 0
73527 [그림자살인] 반전을 노린 영화.. (3) yonge100 09.04.09 1871 0
73490 [그림자살인] 연쇄 살인에 숨겨진 추악한 거래 (4) joyhoon1234 09.04.07 1603 0
73477 [그림자살인] 작은 반전.. (2) riggomo 09.04.06 2053 0
73476 [그림자살인] 괜찮았다..ㅎ (3) ehgmlrj 09.04.06 1362 0
73467 [그림자살인] 시기를 잘 탄 영화 (8) hkmkjy 09.04.06 11229 0
73462 [그림자살인] 스릴은 부족했지만 황정민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대만족이었다 (5) kies0317 09.04.06 1909 4
73455 [그림자살인] 한편으로 끝나기에는 아쉬운 느낌.속편이 제작되기를... (3) maymight 09.04.05 1293 0
현재 [그림자살인] 추리 영화가 추리하는 건 별로 없다... (3) ldk209 09.04.03 1448 4
73439 [그림자살인] 시리즈 물로 나와도 무방하겠던데,, (3) dongyop 09.04.03 1371 3
73400 [그림자살인] 추리극으로는 어설프지만, 오락영화로서는 재밌는. (12) kaminari2002 09.04.01 12793 5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