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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신윤복이 아니었어도 좋으리... 미인도
ldk209 2008-11-17 오후 8:54:00 1487   [3]
굳이 신윤복이 아니었어도 좋으리... ★★★

 

1758년에 태어나, 동시대에 활동했던 김홍도와 함께 조선 후기의 가장 대표적 화가로 꼽히고 있는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은 미인도를 포함한 다수의 뛰어난 작품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 기록상으로 단 두 줄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 기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부친 신한평(申漢枰)과 조부가 화원이었으며, 신윤복의 경우 화원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당시 시대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속화(俗畵)를 그림으로서 도화서(圖畵署)에서 쫓겨난 정도라고 한다.

 

신윤복의 경우처럼 남긴 유산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활동의 흔적이 부재한 경우, 역사적 상상력의 개입이 그만큼 활발해질 여지가 있다. 소설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 그림의 특징 등을 기반으로 해, 그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다는 가정을 내세워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며,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소위 신윤복 열풍의 근거지가 되었다. 영화 <미인도> 역시 신윤복이 여성이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신윤복이 여성이었을까? 재밌는 상상이긴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가 남긴 많은 그림들에 화류계 모습이 담겨진 것으로 보아, 그는 화원이었던 아버지가 쌓아놓은 부(富)를 가지고 노는 일종의 한량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단다. 다만, 김홍도가 일종의 정부 소속으로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화가였다면(그의 그림에 그려진 민중들은 대게가 행복하고 즐거우며, 살이 포동포동하다.) 신윤복은 사회적 금기인 남녀상열지사를 자연스럽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좀 더 파격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상상은 가능할 것이다.

 

아무튼, 집안의 가업을 이어 그림을 그려야 하는 오빠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고, 그림을 그려서는 아니 될 여동생은 재능을 타고 났다는 것이 영화 <미인도>의 기본 설정이다.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오빠는 자살하고, 신윤복(김민선)은 아버지의 명에 따라 오빠 대신 김홍도(김영호)의 수하가 된다. 그(?) 또는 그녀의 재능은 스승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김홍도는 자신의 스승에게 제자의 실력에 설렌다는 말을 하지만, 이건 단지 그림 실력이 아니라 연정의 대상으로서의 의미라고 보인다. 왜 그런지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유가 나온다.) 단연 돋보인다. 스승과 제자 사이는 돈독해지지만, 강무(김남길)와 신윤복이 사랑하게 되고, 이를 본 김홍도의 질투와 김홍도를 사랑하는 기생 설화(추자현)의 분노가 엇갈리면서 이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내달린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영화 <미인도>의 핵심은 신윤복이 여성이며, 스승인 김홍도와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그가 남긴 그림 ‘미인도’는 바로 자신의 자화상이었을 것이란 가설에서 출발한다. 전반적으로 영화적 색감은 곱고 그럭저럭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는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부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도대체 네 명의 남녀가 엇갈리는 멜로 영화에 굳이 신윤복이란 실제 인물이 필요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즉,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굳이 신윤복이 아니었어도, 남장 여자가 등장하지 않았어도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이 든 데에는 화가로서의 신윤복, 남장 여자로서의 신윤복의 정체성이 영화에서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무슨 말이냐면, 영화 <미인도>의 기발한 상상력은 오로지 소설 <바람의 화원> 것이고, 그것을 가져온 <미인도>의 영화적 상상력은 부재하다는 것이다. 문근영이 신윤복, 박신양이 김홍도를 연기하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의 그림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기발한 상상력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단순한 애정물로 추락하곤 하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을 탈피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 <미인도>는 애당초 신윤복의 그림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신윤복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우연히 목격한 현실을 화폭에 옮겨 담을 뿐이다.

 

영화 속 기본적인 설정들의 설득력이 부실하다는 것도 지적할 부분이다. 우선 신윤복의 아버지가 딸을 남장까지 시켜 궁 안에 보내 화원을 잇게 할 정도로 그렇게 절박한 문제였는지에 대해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차라리 신윤복 스스로의 자발적 추진력이 강조되는 게 그나마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기생 설화의 질투가 극으로 치닫는 부분 역시 두 가지 상반되는 작전(?)이 동시에 펼쳐짐으로서 캐릭터의 일관성을 해치며 설득력을 잃고 있다. 그러니깐, 귀양 간 강무를 한양으로 굳이 데리고 온 것은 신윤복과 강무를 만나게 해 김홍도로부터 떨어지게 하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는데, 그와 동시에(시간차가 있다 하더라도 영화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왜 신윤복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고발함으로서 파국으로 몰아갔느냐 이다. 오히려 설화 입장이라면 귀양 간 강무가 살아서 귀양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하고, 신윤복을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모르는 척 신윤복이 강무를 찾아 헤매도록 두는 게 좀 더 현실적 방안이었을 것이다. 물론 사람이 사랑에 미치면 앞뒤 가리지 못하고 미쳐 날뛸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지만, <미인도>가 그런 미친 사랑을 표현하는 영화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이렇게 보면, 영화는 이야기의 도입과 결론에서 관객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영화를 보며 여장남자인 신윤복의 정체가 밝혀질 위기 시점에서도 별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달리 말하면 <미인도>는 실제 인물이었던 신윤복의 영화화가 아니라, 멜로 사극의 주인공을 신윤복으로 삼은, 본말이 전도된 영화다.

 

※ 이 영화의 홍보 중심에 노출이 강조되고 있으므로 그와 관련한 얘기를 안 할 순 없을 것 같다. 개봉 첫 주 흥행 성적이 1위를 차지하는 등 많은 사람이 <미인도> 관람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주요 배우들의 노출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고픈 욕구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는 노출이 중심이 된 영화는 아니며, 굳이 노출 장면이 없다고 해도 이야기 전개에 큰 무리는 없지만, 분명 <미인도>의 노출 수위는 한국 영화로서는 꽤 강하다.(물론 음모부터 성기까지 자연스럽게 나오는 외국 영화가 많아졌음을 생각해보면 평가 절하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노출’을 전면에 내걸고 홍보해 놓고 막상 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던 다른 영화하고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런데, 노출이 심하긴 하지만 그다지 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노출장면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평소 김민선이 섹시한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야하게 느껴진 장면은 따로 있다. 기방에서 청나라 체위 공연 실황(?) 장면. 갖가지 기묘한 체위를 두 여성이 거의 전라인 상태에서 보여주는 장면에선 마치 극장에 아무도 없는 듯 적막만이 흘렀다.

 

※ 주요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말하자면, 평소 이들의 연기력을 고려해본다면 상대적으로 처진다고 느껴진다. 김민선은 ‘신윤복을 맡지 못한다면 연기를 포기하려 했다’라고 하거나, 김영호는 ‘내 안이 온통 김홍도였다’라는 식의 발언을 각종 인터뷰에서 하고는 있지만, 그런 발언이 무색하리만치 잘했다고 인정하기는 힘든 연기였다. 특히 추자현은 말투가 묘하게 꼬이면서 자기 배역이 아닌 듯 보였다. 추자현이 미모로 인정받는 연기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홍도를 제외한 모든 남성을 굴복시킬 정도의 미모 있는 기생으로는 미스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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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2008, Mi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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