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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눈으로 바라 본 야만의 시대..... 고야의 유령
ldk209 2008-04-07 오후 4:46:54 1124   [4]
고야의 눈으로 바라 본 야만의 시대.....

 

야만이 지배했던 중세 시대의 영화화를 위해 수많은 소설을 섭렵한 밀로스 포먼 감독은 적당한 소설을 찾지 못해 결국 직접 집필하기로 마음먹고, 시나리오 작가 장 클로드 카리에르와 함께 <고야의 유령>을 완성했다. 최근에 개봉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꽤 오래 전에 이미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고, 나 역시도 당시에(아마도 일 년 전?) 읽고 영화의 개봉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일찍 개봉하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처음부터 영화화를 위해 만든 소설인지라 인물의 깊숙한 내적 갈등에 대한 묘사보다는 이야기에 중심을 두고 있어 확실히 다른 소설에 비해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긴 했다.

 

암튼, 영화 또는 소설 <고야의 유령>은 궁정화가이면서 동시에 카톨릭에 대한 풍자화를 그리던 고야의 눈에 비친 야만의 시대를 그리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신부에서 혁명가로 변신한 야심가와 종교재판의 광풍에 스러져간 한 여인의 이야기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밀로스 포먼이 중세 야만의 시대를 상징화시켜 탄생시킨 허구의 인물-로렌조와 이네스-을 바라보는 인물은 바로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로 영화의 중심무대는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유럽 전역으로 퍼뜨린 프랑스 혁명의 열기와 종교재판이라는 구시대적 광풍이 맞부딪쳤던 18세기 후반 스페인이다.

 

아름답고 청순한 소녀인 이네스는 단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소에 소환되어, 고문 끝에 유대교도란 죄명을 얻는다. 이네스의 아버지는 신부인 로렌조를 초대,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만, 로렌조는 아무리 고문을 받아도 신은 거짓을 말하지 않게 하신다며, 고문으로 인한 고백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이에 이네스 아버지는 로렌조를 고문, 자신이 원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진술서에 서명을 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로렌조는 이네스를 도와주기 위해 면회를 갔다가 이네스의 육체를 탐하게 되고, 마침내는 자신이 작성한 서명이 드러나면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이교도로 낙인찍힌 이네스는 15년을 어두운 토굴 속 감옥에서 지냈고, 이네스가 석방된 건 프랑스 혁명군의 스페인 점령으로 가능해진다.

 

카톨릭과 군주가 지배하는 구시대를 전면 부정한 나폴레옹의 프랑스 혁명군은 유럽 전역으로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전파시켰지만, 거대한 유럽의 지배자가 된 나폴레옹은 스스로 군주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혁명의 정신을 배신한다. 석방된 이네스는 이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이네스는 자신에게 유일한 남자였던 로렌조를 찾아가지만, 이미 야심에 눈이 멀어 더 높은 성공으로만 내딛는 로렌조에게 이네스는 거추장스러운 과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몰락한 로렌조의 옆에 끝까지 남아 있는 건 이네스뿐이다.

 

전반적인 내용에서 보듯이 <고야의 유령>의 색채는 매우 암울하고 어둡다. 특히 종교재판의 광기가 지배하는 전반부는 특히나 어둡고, 프랑스 혁명군 진입 이후 조금은 밝아진 화면과는 반대로 등장인물들은 몰락해 간다. 그러한 어두움은 야만의 시대를 그대로 증언하는 듯하고, 민중들의 어두운 삶을 그려낸 듯하다. 특히 민중들에게는 종교재판의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든, 또는 프랑스 혁명군이 지배하는 사회든, 견뎌내기가 힘들다. 이는 어떻게 보면, 역사적 허무주의로 비춰지기도 해 씁쓸하기도 하고,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야만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그저 한 편의 멜로드라마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마지막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혁명가를 맡은 하비에르 바르뎀(안톤 쉬거는 어디로????)과 순수하기 때문에 고통 받는 여인인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이 영화의 즐거움은 충분하며, 거기에 고야의 명화를 감상하는 재미는 특히 쏠쏠하다.

 


(총 0명 참여)
shelby8318
글 잘 봤음   
2008-10-20 14:24
par7744kr
dhzpdl   
2008-04-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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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유령(2006, Goya's Gh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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