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파이란
    20 Ʈ
     8.78
  2. 2  타짜
    20 Ʈ
     8.71
  3. 3  가을의 전설
    20 Ʈ
     8.31
  4. 4  호빗: 뜻밖의 여정
    20 Ʈ
     8.09
  5. 5  호빗: 다섯 군대 전투
    20 Ʈ
     7.67

 
타짜의 삶 타짜
jrs0610 2007-09-28 오전 1:23:29 1541   [8]

<타짜>를 놓고 도박의 묘미를 잘 살렸네 하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셈이라면 차라리 <아파트>를 보고 부동산정책에 대해 논하는 편이 낫겠다. 즉, 철저히 무의미한 칭찬이란 말이다. <타짜>가 완벽하게 설계된 원작에 기반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타짜>를 보고 섯다를 비롯한 도박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허영만의 공이지 최동훈을 탓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영화 <타짜>는 4부로 구성된 원작의 1부인 <지리산 작두>만을 영화화한 것이고(물론 만화 원작은 각각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고니를 비롯한 아귀, 짝귀 등의 인물은 후속편에서도 등장하지만 어떤 모티프를 제공하거나 스쳐 지나갈 뿐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원작은 더욱 더 체계적으로 독자를 도박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결국 이제부터 논할 영화 <타짜>에 있어서 도박을 흥미롭게 표현했다는 미사여구는 오히려 영화만의 매력은 전무함을 나타내는 악평이라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현재의 한국영화계에 있어서 가장 유능한 감독의 집합에 최동훈은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그리고 그 판단은 결코 사견에 지나지만은 않는 듯 하다). 최동훈이 유능한 것은 박찬욱처럼 그 감성을 절대적으로 표현함에 있어서도 아니고 봉준호처럼 자신의 작품을 구사함에 있어 관객을 정확히 자극할 포인트를 포착하는 것도 아니다. 최동훈이 유능한 것은 그의 장기가 무엇인지 좀처럼 간파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을 볼 때 이것이 당시로선(그리고 지금으로서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스타일리시의 정점에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면모를 그림에 있어서도 최동훈은 그 세련됨을 잃지 않는다. 이것은 <오션스 일레븐>처럼 인물들이 말쑥하게 빼입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심지어 에이스를 숨겼네마네 하는 시쳇말로 '쪼잔한' 신에서도 최동훈은 시침 뚝 떼고 세련미를 부여한다. 그러니까 그는, '세련된' 감독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동훈이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규정하기엔 무언가 미덥지 못하다. 그것은 최동훈이 스타일에 있어 미진한 면이 있음을 의미함이 아니라(물론 이명세라는 또 하나의 스타일홀릭이 있다는 전제가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최동훈이 단지 스타일로 대변될 감독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범죄의 재구성>은 후반부에 다소 어지럽게 놓여진 퍼즐 조각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매료시키는 흡입력이 있다. '선수'들 간의 칠흑같은 복마전 속에서도 관객이 이야기의 중심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게 하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최동훈이 범상치 않음을 쉬이 깨닫게 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의 스토리텔링이 지지부진하지 않다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이가 있고 듣는 이가 답답하여 종국에는 '듣지 아니함만 못하게' 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도 있다. 이 점에 있어 최동훈이 탁월한 스토리텔러이며 또한 앞서 언급한대로 명쾌한 스타일리스트임이 다시금 각인되게 된다. 따라서 그는, '이야기를 세련되게 하는' 감독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상기할 것은, <범죄의 재구성>이 과연 플롯 중심의 영화였냐는 것이다. 물론 <범죄의 재구성>은 영화를 하나로 꿰뚫는 '사기극'이라는 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은 각각의 디테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캐릭터들이다. 단적으로 최동훈이 <범죄의 재구성>을 플롯으로 풀어나가려 했다면 백윤식이란 배우가 새삼스레 주목받지는 못 했을 것이다(아무래도 <지구를 지켜라!>는 관객수에서 미달 아닌가). 관객이 집중하는 것은 사기극의 전모와 결말이지만 그것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최창혁, 서인경, 김선생, 얼매와 같은 변화무쌍한 인물들이 그 플롯을 어지럽히며 예측불가능한 지점으로 플롯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이야기를 세련되게 풀어나가되, 캐릭터를 불필요하게 소모시키지 않는', "유능한" 감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은 영화에서 스쳐지나가는 최동훈의 생김새는 의외라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빠져나간 이야기를 다시 돌려, <타짜>에 조명해보자. 사실은 <타짜>에 있어서도 이러한 삼단 구성이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타짜>의 매끄러운 스타일은 영화가 개봉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이르러 기어이 부언할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원작의 변형이 이루어지는 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짝귀를 만나는 장면이다. 원작에서 고니가 짝귀를 대면하는 계기는 영화와 같이 도박판에서 만나는 것이다. 물론 원작의 고니 역시 짝귀를 우습게 보다가 그에게 당한 뒤 분을 참지 못해 떠나는 짝귀를 잡아챈다. 달라지는 것은 그 뒷부분이다. 원작의 고니는 짝귀를 만나 몇 날 며칠을 흥청망청 놀고 먹으며 그와 섯다를 한다. 그러나 영화의 고니는 짝귀와 술을 마신 뒤 다음날 헤어진다. 그 차이가 있는 이유는 짝귀의 캐릭터 설정이다. 원작의 짝귀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하는 식의 매우 낙천적인 사내다. 그러나 영화는 짝귀를 도박판에서 흥하고 도박판에서 망하게 된, 이른바 '볼 장 다 본' 남자로 설정하여 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니 고니가 짝귀를 만나 그리 유쾌한 상황을 보일 수는 없음이다. 이 변형의 클라이막스는 고니가 술집을 나서는 장면이다. 캄캄한 계단을 내려가 바깥으로부터 빛이 들어오는 문으로 비틀비틀 걸어내려가는 이 신은, 정 마담이 내레이션으로 들려주는 영화 속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 고니가 기차에 매달려 흩어지는 돈을 바라보는 신과 함께 일종의 병렬적 구성을 취하며 영화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욕망의 끝을 향해 달려가던 이가 이미 욕망의 끝에서 허물어진 인간을 본 뒤 느끼는 허무감과 자신의 미래를 본 듯한 상실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랄까. 이 정도의 신으로 충분히 <타짜>의 스타일리시함은 설명이 될 듯 싶다.


그러나 이 다음부터는 약간씩 틀어지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범죄의 재구성>은 퍼즐 형식을 따라 매 시퀀스는 그 조각을 짜맞추는 데 이용된다. 따라서 드라마를 이루는 플롯은 흐트러지게 되고 그것을 짜맞추는 것이 오히려 스토리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타짜>는 일정하게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이 유지된다. 얼핏 보기에 스토리텔링에 전자가 더욱 어려울 것이나 실제로는 후자의 평이한 구조가 더욱 어렵다. 물론 어렵다는 것은 그 기조를 자유롭게 조절하여 영화적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타짜>는 상대적으로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데 있어서 직진신호밖에는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감독의 역량이 조금 더 중요하게 된다. 여기서 최동훈이 꺼내든 카드는 플래시백이다. 영화는 고니가 고광렬과 함께 곽철용에게 접근하기 시작하는 중간 부분에서 시작하여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와 현재(와 이어질 미래를 포함하여)를 넘나든다. 이에 따라 평경장은 플래시백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이 된다. 그러나 영화 자체의 러닝타임이 길고, 플래시백으로 이어지는 장면 또한 길어 사실 이 기법은 결과적으로 약간의 실패를 낳았다. 물론 페이드아웃되며 고니의 몽상하는 얼굴을 비춘다든가 하는 만화적인 기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이 서사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오히려 <타짜>는 연출자가 원작의 방대한 양을 완전히 손에 넣지 못하고 다소 구속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범죄의 재구성>에서 최동훈은 퍼즐을 흐트린 다음 그것을 직접 짜맞춰 보이는 철저하게 상위에 놓인 지배자로서 완벽히 '자신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타짜>의 최동훈은 오히려 서사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다소' 무능한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말이다.


최동훈이 플래시백을 이용한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캐릭터다. <타짜> 원작은 확실히 캐릭터가 과도하게 형성된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캐릭터에 의해 드라마는 그 독자적 영역을 침해받는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만화는 어느 정도의 불균형이 이루어져도, 정확히는 드라마의 비중이 절반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자신을 흘러가게 할 만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가 다른 것은 캐릭터가 심하게 '센' 경우 영화는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동훈은 물론 캐릭터를 어느 정도 억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어차피 러닝타임에 의해서도 제재받게 되어 있지만 감독은 이에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만을 캐릭터에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반대로 영화적 특성에 의해 과도하게 침해된 캐릭터를 구제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것의 수단으로서 플래시백이 기능하는 것이다. <타짜>의 서사를 온전하게 고니의 무용담이라고 가정할 때, 서사를 비트는 과정에 있어 평경장이 차지한 부분은 완전히 생략되게 된다. 따라서 평경장의 캐릭터를 살림에 있어 플래시백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최동훈은 드라마의 가지를 쳐 낼지언정 캐릭터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에 의해 살아난 대표적인 캐릭터가 고광렬과 아귀다. 고광렬의 캐릭터는 원작에서 고니의 동업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화의 고광렬은 물론 서사에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동훈은 고광렬의 캐스팅에 있어 주연급으로 설정함으로써 일단 하나의 발판을 확보했다. 그리고 연출 과정에서 그 이상으로 캐릭터에 진정성을 부여함으로써 고광렬은 확실한 캐릭터가 됐다. 아귀는? <타짜> 개봉 이후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김윤석이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2시간 10분짜리 영화 속에서 아귀가 등장한 것은 딱 다섯 개의 신(화장실, 기차 앞, 곽철용의 장례식, 정 마담의 하우스, 그리고 롱테이크로 간 클라이막스 부분) 뿐임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충분할 듯 싶다. 더군다나 그가 처음 등장하는 화장실 신과 기차 앞에서 평경장과 대면하는 신은 아귀가 처음으로 고니의 삶에 뛰어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일뿐더러, 장례식 신에서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귀와 고니의 직접 대결이 시작된다는 것 정도일뿐 실제 아귀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진 것은 두 신뿐이라는데 의미를 둘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서 <타짜>는 굉장히 잘 된 장르영화다. <올드보이> 이후 다소 스타일에 '치중한' 박찬욱이 만들어낸 <친절한 금자씨>와 비교할 때 <타짜>의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타짜>는 스타일에 '치중한'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최동훈은 그 푸근한 외모와는 달리 결코 스타일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조금 더 캐릭터에 기울어진 저울을 평형을 돌릴 수 있었다면 완벽했겠지만, 그 자체로의 스토리는 결코 심하게 흐트러지지 않고 관객을 몰입시킨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미 최동훈이 노력한 모든 흔적이 증명되었을 것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삼박자가 꽤나 고르게 맞춰진 <타짜>, 확실히 <범죄의 재구성>을 이은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총 0명 참여)
shelby8318
우와!! 글 짱이다.   
2007-09-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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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2006, War of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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