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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타짜이고싶다 타짜
issue79 2006-09-30 오후 8:28:59 849   [7]
불에 날아든 불나방처럼 도박판에 뛰어든 사내, 고니가 있다. 잃은 돈의 딱 5배만 따면 화투 끊는다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고니는 결국 죽음의 아귀 앞에까지 가게 된다. 스승도 사랑도 친구도 모두 잃은 고니는 죽음의 한 판 앞에서 어떤 승부를 낼까.

 

 

 <타짜>는 캐릭터 드라마이다. "천방지축" 고니를 주축으로 "낭만주의자" 평경장, "아름다운 칼" 정마담, "서민형 타짜" 고광렬이 만나고 헤어지며 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은 모두 잠시 고니 곁에 머물다가 모두 고니를 떠나간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고니를 떠나가는 것이 아니다. 고니가 그들을 떠나가는 것이다. 고니,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 줄 아는 아름다운 청년, 고니.

 

 <타짜>는 도박을 이야기 하지만 도박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보는데 도박의 지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모르고 봐도 괜찮다) <타짜>는 도박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모든 것을 잃고도 다음에는 딸 수 있으리란 부질없는 희망이 사람을 도박판에 묶어두듯, 떠나간 사람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이 모든 사람을 파멸로 이끈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은 욕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덫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늘 욕심부리면 안된다던 평경장은 끝내 도박꾼으로 남을 뿐이며, 큰 욕심 없다던 고광렬 역시 돈에 달려들다 화를 입는다. 타인의 욕망을 주물러 자신의 배를 불리던 정마담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다.

 

 그러나 욕망의 늪을 유유히 빠져나온 이가 한 명 있었으니 그는 바로 천방지축 고니이다. 그는 불나방처럼 도박판에 달려들었지만 결코 불나방이 아니다. 죽음의 아귀 앞에서 목숨을 담보로 한 승부를 펼칠 때조차도 그는 룰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는 이, 그만이 도박판에서 걸어나온다.

 

 <타짜>는 국내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졌다. 그런데 이 영화 웬만한 90분짜리 영화보다 짧게 느껴진다. 그만큼 영화는 속도감있고 감각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박에 관해 모르는 관객이라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도박 장면들을 과감하게 들어내고, 그 자리를 다양한 카메라 워킹을 통해 도박꾼들의 들끓는 욕망의 표정들로 채운다.

 

 그렇다면 최동훈 감독은 2년생 징크스를 완전히 극복했을까? 대답은 No이다.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구성은 더욱 촘촘해졌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감독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기에는 관객에게 제공된 정보는 부족하다. 구성은 촘촘해졌지만 잦은 플래시 백이 다소 산만하다. 많은 인물이 등장한 탓에 관객은 인물을 음미할 시간이 없다. 너무나 방대한 원작을 가진 탓일까? 감독은 그 많은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을 뿐, 관객이 영화와 함께 호흡하는 데에는 신경을 못 쓴 듯 하다.

 

 감독이 원작과 전작의 굴레를 완벽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타짜>에는 이 정도의 허물을 덮고도 남는 좋은 배우들이 있다. 프로 화가에게 그 방면으로는 문외한인 내가 "그림 참 잘 그리십니다."하면 무척이나 실례되는 일이다. 사실 이 배우들에게도 "연기를 참 잘한다."는 칭찬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정말 연기 "타짜"이기 때문이다.

 

조승우

 이 배우 나이가 고작 27이라고 한다. 세상에 맙소사. 조승우는 고니의 변하는 모습과 변하지 않는 모습을 잘 포착해 보여준다. 최강의 타짜가 되어가는 고니와 고니의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면서도 "천방지축" 고니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 30이 되고 40이 되면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몹시 기대되는 배우이다.

 

백윤식

 그에게는 세상을 달관한 "스승"의 이미지가 있다. 무엇인가 가르치는 역할에는 이 배우만한 사람이 없다. <싸움의 기술>에서는 싸움을,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는 씨름을, 그리고 <타짜>에서는 고니에게 도박과 인생을 가르친다. <타짜>를 보기 전, 백윤식이 비슷한 캐릭터로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됐지만, 그것은 그저 기우였다. 동일 선상에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이 배우는 적절히 자신을 변주한다. 화수분임에 틀림이 없다. 예상보다 비중이 무척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김혜수
 국내에서 몇 안되는, 여성 원톱이 가능한 배우이다. <타짜>는 사실 정마담의 영화로 읽을 수 있다. 영화 속 김혜수의 모든 연기에 만 점을 줄 수는 없지만, 그녀가 영화 전체를 이끄는 힘은 만 점 그 이상이다. 영화에서 스스로의 몸을 조롱할 수 있는 여배우는 드물다. 게다가 이 배우는 스스로의 과거까지 조롱한다. "예림이"로 변신한 정마담의 모습은 마치 김혜수 자신의 과거에 대한 패러디와 같다. 정마담 역할에 그녀를 대신할 수 있는 어느 여배우도 떠오르지 않는다. (문득 장진영이 생각나서 멈칫; 그래도 김혜수뿐)

 

유해진

 떠들어대는 데에는 이만한 배우가 없다. <공공의 적>에서 그렇게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더니, <왕의 남자>에서는 아예 광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떠벌이 도박꾼 고광렬로 분했다. 그의 수다에 정신이 쏙 빠졌다. 웃기다 울리는 것도 재주다.

 

김윤석

 눈을 의심했다. 분명 동구네 아버지 같은데, 그 배우가 이렇게 무서운 얼굴이었나? 동구네 아버지는 위협적인 남자이긴 했지만 분명 얼굴에서 세월과 연민이 묻어났는데, 아귀로 분한 그의 얼굴에서는 사신에게서나 느낄 수 있을법한 공포가 뚝뚝 묻어난다. 아귀는 연민이 가지 않는 악당이다. 이는 분명 아귀 캐릭터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이지만 이 배우는 아귀를 설득력있게 연기해냈다. 이 배우는 도대체 몇 가지의 얼굴을 가진 걸까.

 

 

 花鬪 꽃으로 하는 싸움. 꽃이 아름답다한들 꽃으로 하는 싸움까지 아름다울쏘냐. 도박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평경장은 고니에게 말했다. "너도 이제 미쳐가는구나." . 아름다운 꽃으로 하는 미친 싸움, 화투. <타짜>, 도박을 통해 인간을 들여다 보다. 특출난 캐릭터, 흥미로운 구성,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좋은 점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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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2006, War of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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