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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민족성에 감동을 준 '일본' 영화 박치기!
alcantara 2006-02-13 오후 4:37:19 1329   [1]

*영화의 주요 줄거리를 따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었으므로 스포일러성이 강합니다.

* 나의 한민족성에 경종을 울린, 감동의 영화 박치기와 제작, 감독, 배우들에게 감사한다.

 

   우리나라 영화로서 제목이 '박치기'라면 투사부3나 4정도로 생각했겠지만 일본 영화로 우리말 박치기(pacchigi)를 제목으로 한 이 영화를 보고나니 정말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버렸다.

 

가깝지만 너무 낯선 우리의 이웃들

 

1968년 교토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우리는 가깝지만 너무 낯선 우리의 이웃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조총련계 재일교포들과 일본인들이라는 점에서 그 만남은 조금 놀랍다.
영화의 배경이었던 그 시절은 베트남전쟁이 한창이었으며 일본 안에서도 학생운동이 극열했던 시절인 것 같았다.
또한 일본 각처에서 재일교포들과 일본인들의 충돌도 수시로 발생했던 것 같다.

 

   영화의 시작은 그렇게 이질적인 두 그룹의 대립과 충돌, 엄청난 소동으로 시작된다.
   영화 포스터에 담겨진 버스를 뒤집는 장면은 일본고등학생들과 조선고 학생들의 치열한 대립을 보여주고 있으며 주요 등장인물들이 접촉하는 계기가 되는 인상적인 모습이다.

 

 

치열했던 우리 동포의 삶이 내겐 너무 낯선 것이었다.

 

   70년대 이후 출생인 필자로서도 우리나라의 60년대는 꽤나 낯선 모습이다.
   그런데 60년대 후반 일본의, 그것도 일본내 조총련계 교포들의 삶은 너무나 동떨어져서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가? 하고 되묻는 것과 같은 낯섦이었다.
   이후 일본 배우들의 어색한 한국어 연기조차 그들이 재일교포기 때문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일본에 살면서 북조선을 조국으로, 조국통일을 이념으로,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유창한 일본어에 비해 서투른 한국어가 오히려 그들의 치열했던 삶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더구나 젊은 일본 배우들의 열정어린 조선인 연기는 흠잡을데 없는 열연으로서 차별당하는 젊은이의 방황과 울분, 삶의 희비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박치기인 거야!!!

 

   타카오카 소우스케는 조선고짱이며 여주인공 리경자의 오빠로 차별받는 그 사회에서 꿈을 펼치지 못하고 방황하다 귀국선을 타고 북조선에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리안성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시오야 슌은 리경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일본 학생 코우스케(강재) 역을 맡아 순수하고 선량한 모습과 함께 일본인과 조선인의 사이의 갈등과 조선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호연을 펼쳤다.

   영화 제목 박치기는 조선고짱인 리안성이 박치기로 교토의 뒷골목을 제패했다는 설정에 기인하는 것 같다.
   '박치기'는 조선인들의 고단하고 힘든 삶의 이면이자 꺽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핍박과 소외, 차별, 암울한 현실에 부딪히고 있는 삶을 나타내는 듯 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운명적인 만남과 진실한 사랑

 

   강을 사이에 두고 조선인 집단거주 빈민촌과 일본인들의 거주지가 확연히 나뉘어 살던 때, 교토 시 여기저기에서는 일본인들과 조선인들의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중에도 조선고의 학생들은 리안성을 짱으로 일본인들 사이에서 두려운 존재로 각인될 만큼 맹렬하게 싸웠다.
   버스 사건을 계기로 선생님으로부터 조선고에 친선축구 대회를 제안하라는 명령을 받은 코우스케는 친구와 함께 무시무시한 조선고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기악부 연습 중인 리경자를 보게 되었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불구대천지원수 같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사이에서 코우스케는 무시무시한 안성의 여동생인 리경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 것이다.

 

   아내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에다가도 절한다고 코우스케는 경자를 목격하던 당시 연주하던 노래에 매료되고 악기점에서 그 노래를 알고 있는 독특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속 비중은 낮지만 메종 드 히미코로 보다 잘 알려지게 된 오다기리 죠가 연기한 사카자키였다.

   그는 코우스케에게 노래를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의 역사를 알게 해줬고 자유와 희망에 대한 동경과 자극을 주는 자유분방한 사람의 모습을 연기했다.

 


   사카자키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우리의 이웃인 일본인이 제3자의 입장에서 한국전쟁과 분단을 말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여기서 때로는 코믹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슬프기 그지 없는 이 영화의 정신적인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는 노래, '임진강'의 존재가 매우 크다 하겠다.

 

아~ 임. 진. 강...


사연 깊은 노래 '임진강'은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구절구절 폐부에서 저절로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친숙한 가락의 노래였다.
 
일본 학생운동시절 최고 인기곡 

   1968년 일본의 인기그룹 포크 크루세다즈(folkcrusaders)가 불러 큰 인기를 부른 이 노래는 당시 일본과 북한이 국교가 성립돼 있지 않아 앨범에 수록될 수 없었고, 이후 금지곡으로 묶여버렸다.

   유재순씨는 자신의 글 '일본리포트'에서 '작사 작곡자의 이름을 표기할 때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란 국명을 넣어달라는 조총련의 요구를 레코드 제작회사인 도시바가 거부했기 때문에 결국 판매금지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다'고 서술한 바 있다.
   '임진강'의 작사가는 북한 애국가의 가사를 쓴 프롤레타리아 문학가 박세영, 곡은 고종한이 썼다. 1960년대 일본학생운동 절정기 때 데모 노래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였다고.
   최근에는 일본 유명 포크가수 호소쓰보 모토요시가를 비롯 미야코 하루미, 김연자 등이 리바이벌 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김대홍
 

 

임진강 맑은 물은 イムジン河 水きよく(임진가와미즈키요쿠)
도도히 흐르고 とうとうと ながる(토우토우토나가루)
물새들 자유롭게 みずどり 自由に(미즈도리지유우니)
무리지어 넘나드네 むらがり とびかうよ(무라가리토비카우요)
내 조국 남쪽 땅 我が祖國南の地(와가소코쿠미나미노치)
추억은 머나먼데 おもいは はるか(오모이와하루가)
임진강 맑은 물은 イムジン河 水きよく(임진가와미즈키요쿠)
도도히 흐르네 とうとうと ながる(토우토우토나가루)
북쪽의 대지에서 남쪽의 하늘로 北の大地)から南の空へ(키타노다이치카라미나미노소라에)
날아다니는 새들이여 자유의 사자여 飛びゆく鳥よ自由の使者よ(토비유쿠토리요지유우노시샤요)
누가 조국을 둘로 나누었느뇨 誰が祖國を二つに分けてしまったの(다레가소코쿠오후타츠니와케테시맛타노)
누가 조국을 나누어 버렸느뇨 誰が祖國を分けてしまったの(다레가소코쿠오와케테시맛타노)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물새들은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임진강 하늘 멀리 <イムジン河空遠く(임진가와소라토오쿠)
무지개여 뻗어주오 虹よかかっておくれ(니지요카캇테오쿠레)
강이여 내 마음을 전해나 주려오 河よ思いを傳えておくれ(카와요오모이오츠타에테오쿠레)
내 고향을 언제까지나 잊지는 않으리오 ふるさとをいつまでも忘れはしない(후루사토오이츠마데모와쓰레하시나이)
임진강 맑은 물은 イムジン河水きよく(임진가네미즈키요쿠)
도도히 흐르네とうとうとながる(토우토우토나가루)

 

   이 노래는 코우스케와 경자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해서 코우스케가 조선인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며 조선어 사전을 보며 노래가사를 번역하고 그 가사를 경자에게 전달하면서 코우스케와 경자의 사이를 깊게 해주는 결정적인 매개역할을 한다.
   한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임진강은 민족분단의 아픔, 조국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 당시 시대상황속에서 금지곡으로 지정됨으로서 사회적, 민족적 울분을 분출하는 역동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서정적이고 애뜻한 노래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조선인의 감정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공감하며 이해하고 가까와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감정 또한 아우르는 무수한 감정의 물줄기를 아우르는 강처럼 흘러간다.
   안성의 송별회 자리가 있던 공원에 코우스케를 초청한 경자는 함께 임진강을 연주하고 일본인 코우스케는 이 노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조선인들과 가까와지게 된다.

 

 

절정은 아픔과 슬픔으로 젖어왔고 깊은 감동과 극적 화해를 낳았다!

 

   영화는 역사와 시대가 만들어낸 깊고 무거운 골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적절한 곳에 웃음과 삶의 작은 애환과 사랑을 담아 냄으로서 너무 큰 것을 표현하려다가 영화의 짜임새와 흐름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결국 그 시대와 역사를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목하면서도 그들이 겪는 아픔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감동을 표현해 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문제처럼 일본학생들과 조선학생들의 다툼은 시비를 가릴 수 없이 계속되고 그 와중에 다른 조직의 도움까지 받아 안성을 공격하려던 조직에게 안성의 후배 재덕이 폭행을 당했고 그 소동 속에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박치기의 절정은 바로 이 부분이다.


   조선인 거주지 빈민촌에서 관도 들어가기 힘든 협소한 집에 모인 조선인들의 슬픔과 비애는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재덕과 친구가 되었던 코우스케도 그들과 다름없이 슬픔을 느끼지만 그 자리에서 비명에 간 재덕을 추모하는 조선인들의 아픔은 코우스케를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것이었다.
   일본인 배우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일본어와 뜨믄뜨문한 한국어 대사로 전해지는 징용의 비극은 같은 한민족인 나조차도 멀리 일제시대에 있었던 일로 머리속에서만 알던 것이었다.
   가까운 과거인 60년대 말, 70년대의 일본에서 나와 같은 한민족들이 느꼈을 슬픔과 고통을 일본배우의 입술로 듣는 것은 제대로 눈뜨지도 못한 나의 한민족성을 일깨워주는 듯한 순간이었다.
   일본인들이 알아주기 전에, 우리들 스스로가 그런 슬픈 역사에 대해서 먼저, 올바르게 알아야 하고 느껴야 했던 것을...
   그래서 나는 감히 나의 한민족성에 일침을 준 박치기에 경의를 표한다 말하고 싶다.

   우리 동포의 아픔과 슬픔에 눈시울이 뜨거웠고 무겁게 다문 입술을 열어 그들의 고통을 말하면서 일본인인 코우스케의 존재가 부담스럽다며 가라가라! 외치던 어르신이 마지막으로 정중히 가주십시오... 말할 때 그 슬픔과 아픔에 영화를 보는 나도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격한 감정의 고조 상태에서 코우스케는 하나로 화할 수 없는 일본인으로 배척당한다. 조선인 거주지역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되돌아 건너오는 코우스케가 경자와 함께 임진강을 연주했던 기타를 부수고 강에 내던지는 모습은 하나로 화할 수 없는 그 깊은 문제에 부딪힌 한 사람의 고뇌가 잘 배여있는 명장면이었다.

   공원에서 코우스케의 연주를 본 라디오 방속국 피디는 그를 포크송 방송에 출연시켰고 그밤 코우스케는 거기서 임진강을 부르게 되어 있었다.
   금지곡인 임진강을 연주할 수 없다는 상관에 맞서 세상어디에도 부를 수 없는 노래는 없다!며 일갈하는 피디는 상사를 때려 눕히고 사랑하는 조선인들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하고 배척당한 코우스케는 생방송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임진강을 부른다.

 

이 장면장면장면....

 

   영화속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마치 임진강의 노래가락으로 위로하고 치유하고 힘을 주는 듯...

   노래로 울리는 코우스케의 박치기는 풀 수 없이 엉킨 실타래 같은 우리의 마음을,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서로 다른 이들을 이어주는 노래가 되어 울렸다....


(총 0명 참여)
alcantara
일전에 올라온 박치기의 다른 리뷰를 보면 "임진강"을 들을 수 있네요 ^^ 꼭 들어보세요.   
2006-02-14 11:52
nabioamst
고마워요!   
2006-02-13 16:5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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