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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들의 사랑에 돌을 던질 수 있는가? 브로크백 마운틴
kharismania 2006-02-24 오후 6:51:20 888   [2]

 

 작년 '친절한 금자씨'가 경쟁부분에 올랐던 베니스 영화제가 손을 들어준 것은 퀴어소재의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이었다. 황금사자상이라고 불리는 베니스 영화제의 최우수 작품상을 거머 쥔 이 영화는 이윽고 자국과 타국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수상경력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오스카(아카데미) 어워드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 글로브 어워드에서 7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되고 4개부분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오스카에서도 8개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과연 얼마나 많은 수상을 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런 영화를 기대하지 않게 될만한 사람이 있을까. 물론 시상식이나 상에 대한 염증을 느끼는 이들, 혹은 불신감으로 팽배해있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정보에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들을 엄선하는 공인된 영화제에서의 수상경력은 이 영화에 대한 가치를 가늠케하는 객관적 지표가 되어줄만한 근거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필자 본인 역시도 이 영화를 눈으로 확인하게 될 날만을 고대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런 영화를 기다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지 않을까?

 

 일단 이 영화는 게이를 다룬 퀴어 성향의 이야기라는 이미지가 외곽에 자리잡는다. 솔직히 동성애라는 소재가 낯설진 않지만 친숙한 것은 아니다. 단지 예전보다 우리에게 많이 어필되었을 뿐이지 감정적으로 이해되고 공감되어질만큼 사람들에게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순하게 느껴질 수 없는 독특함이 내제될 수 밖에 없다.

 

 일단 이 영화의 스토리에 중심에 서 있는 두 남자, 에니스 델마(히스 레저 역)와 잭 트위스터(제임크 질렌홀 역)의 사랑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심 포석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를 관객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냥 무덤덤하게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무표정하게 늘어놓는다.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서 동성애라는 것 자체가 낯선 소재는 아니다. 허나 그 소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오해의 소지가 우리 사회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들이 그들에 대한 이해와 동감을 막고 동정과 자비로써 그들을 대하게 되는 내면적 오만감이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숨겨진 단면이 아닐까.

 

 그래서 이 영화는 생각보다 멍멍한 충격이 온다. 이 영화는 그들에 대한 어떤 이해심도 동정도 관객에게 갈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하게 펼쳐나갈 뿐이다. 동정심이나 던져주기 위해 그들의 감정적인 절규를 기대하며 스크린을 응시하던 거만한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오히려 담담한 본인만의 미소를 던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조금은 당황스럽다. 또한 잭과 에니스의 여과되지 않는 애정이 오히려 우리의 편견의 벽을 허물어 나가는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이 조금씩 엄습해들어온다.

 

 이 영화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차용하여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두 남자가 보여주는 사랑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남녀의 사랑보다도 과장되지 않은 진실된 애절함을 머금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한다지만 가슴으로 동감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특이할 수 밖에 없는 동성애를 다룬 이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갈구하는 진실한 사랑이라는 대한 묵은 감정이 투명하게 조명되고 있다. 거부감을 부르는 소재를 통해 보편적이고 다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동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놀라움은 이 영화가 지닌 뚜렷한 비범함이다.

 

 두 남자의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피식거리는 비웃음으로 혹은 거부하고 싶은 역겨움으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두 남자의 사랑에 대해서 함부로 언급할 수 없는 절실함이 가슴깊이 새겨진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서로를 향해 팔을 뻗어나가지만 통용되지 못한 현실은 그들의 사랑을 브로크백산으로 몰아낸다. 잭의 말처럼 그들의 사랑은 브로크백산만을 남기지만 브로크백은 그들의 사랑을 싹 틔우고 그들의 사랑을 유지해주는 그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리고 죽어서도 브로크백에 묻히고 싶다는 잭의 유언처럼 브로크백산은 그들에게 밀회를 위한 도피처가 아닌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안식처이다.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소재를 통해서 겸허하고 엄숙한 진리를 끌어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빛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럴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이 영화는 쓰다듬어 주고 싶을만큼 예쁘다.

 

 특히나 이 사회가 지니는 빙하처럼 단단한 고정 관념을 이 영화는 당연히 받아들이고 회피하지도 않으며 지나친 감정적 호소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러한 시선을 수긍한다는 것마냥 그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이야기를 듣고 난 관객은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치 단단한 얼음같은 편견을 망치로 두들겨 깨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녹여가듯 이 영화는 잔잔한 동감대를 형성한다.

 

 이 영화는 더불어우리가 살아가며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한 가치를 허밍하듯 은은하게 객석으로 흘려보낸다. 삶이란 건 많은 열망이 따르지만 우리는 그 열망을 모두 다 소화해내진 못한다. 현실을 사는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이 있으며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하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안다. 삶은 때로는 뜻하지 않은 선택을 종용하고 의도하지 않은 감정을 불쑥 들이민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선택하며 살 수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하진 못한다 해도 원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누구에게나 인생안에서 꿈 꿀 권리가 있다.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현실과는 또다른 하나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언가를 열망하며 그것에 대한 완성을 꿈꾼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꾼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현실은 꿈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언정 자신의 꿈이 바라보는 시선으로의 열망은 우리 스스로를 적어도 그 꿈의 근처로 갈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되어주니까.

 

 이 영화의 풍경은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스크린에 가득 채워진 광활한 산의 아름다운 풍광은 마치 그림 한폭을 보는 것만큼이나 아늑하다. 양떼가 떼지어 이동하는 모습과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광활한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광대한 녹지의 평화로운 공존은 이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 그 자체를 대변한다. 또한 이러한 아름다운 자연은 내용 자체의 거부감이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적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객의 마음에 여유를 심는 필터같은 역할을 하는 것만 같다.

 

 거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영상과 함께 섬세하면서도 세밀한 감정이 공존하는 이 영화는 어떠한 찬사와 수식어를 가져다붙여도 불만스러울 리가 없겠다. 다만 동성애라는 코드 자체에 질색하는 이들이나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진 이에게는 불친절한 영화가 될 법도 하다. 그런 이들은 영화의 관람을 삼가주길 적극 부탁한다. 자신의 개인적 취향이 명작의 위대한 가치를 훼손할 것 같은 이들은 이 영화를 피해주길 바란다.

 

 무언가 항상 심도있는 정적인 가치의 깊이를 가늠하는 독특한 시선을 추구하며 광활한 대지의 가치를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는 이안 감독의 절묘한 재능이 이 영화에 그대로 심어져 있는 것만 같다. 이 영화는 그에게 거장이라는 명예를 무색하지 않게 할 확실한 이유가 되어준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남성적이면서도 그 내면에 담긴 섬세한 감정을 잘 살려낸 히스 레져와 제이크 질렌홀, 이 두 남자배우의 연기는 그들의 지난 영화들에서 보았던 연기 이상의 빛이 보이는 듯 했다. 잭과 에니스의 특별한 사랑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낸 두 배우의 연기는 단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열연이었다. 관객에게 낯설고 거북스러울 캐릭터를 자연스러우면서도 동감할 수 있는 감정선을 살린 연기는 그들을 멋진 배우로 한층 성숙시킨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그 밖에도 에니스의 아내인 알마 역을 맡은 미쉘 윌리엄스와 잭의 아내인 루린 역을 맡은 앤 헤서웨이의 연기 역시 그들의 연기를 백업하며 더욱 영화의 감정선을 풍성하고 내실있게 다져나간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관객은 두 남자의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맺어주고 그 사랑을 지켜주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인자하면서도 근엄한 표정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에 도취되고 두 남자의 접근하기 힘든 애정의 절실함과 진실된 애틋함에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침전해있는 애잔한 감동을 대면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와이오밍 주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허구의 장소이다. 애니 프룰스의 동명단편소설에서 이안감독이 영감을 얻어 만든 이 영화는 내용만이 허구가 아닌 그들의 사랑의 무대마저도 허구이다. Brokeback, 말그대로 회귀를 뜻하는 이 영화의 제목이 뜻하는 돌아오게 되는 산이라는 의미는 그들의 사랑이 그리움으로 점철되는 절실함으로 다가오는 영화의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그럼으로써 영화를 마주한 관객은 그 제목의 의미에서 다시한번 영화의 아름다운 사랑을 다시 한번 조우하게 될 것만 같다.

 

 어쨌든 이 영화는 아름다운 진실로 가득차 있다. 다만 그 진실 너머에 자리잡은 현실적 거부감을 빌미로 이 영화를 손가락질 한다면 그대는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논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누가 감히 이 두 남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대가 사랑을 겪어본 이라면 과연 이 남자들의 감정을 비웃을 수 있을까? 단지 남자가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비웃는다면 그대가 머리로만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여지는 이면적 화법안에 내면적인 진실된 감정을 감싸안고 있다. 어느 누구의 사랑도 그 감정 자체의 충실함을 지닌다면 그 감정 자체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의 아름다움은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적어도 이 잭과 에니스는 아름답게 사랑했고 적어도 그들은 브로크백 마운틴 아래서 그 사랑을 가꾸었다. 인간이 아닌 자연앞에서 결백한 그들의 사랑을 말이다. 그 사랑이 진실되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린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다는 솔직한 감정적 동감을 그들의 사랑이 이질적이라는 편견안으로 묻혀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에니스는 다신 볼 수 없는 잭을 그리워하며 잭이 자신의 옷으로 감싸서 보관하던 에니스 자신의 옷으로 잭의 옷을 감싸며 서로가 지니던 감정의 애틋함을 뒤늦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의 맹세처럼 그들의 사랑은 브로크백안에서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동도 영원하다. 진정한 감동을 머금은 영화의 감동은 시대를 초월한다. 이영화의 감동은 이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그 가치는 분명 관객의 마음에 브로크백의 추억을 각인시키고 회자되리라.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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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2005, Brokeback Mountain)
제작사 : Paramount Pictures, Good Machine, Focus Features / 배급사 : UPI 코리아
수입사 : UPI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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