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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인권의 변혁 <날아라 펭귄> 임순례 감독
날아라 펭귄 | 2009년 9월 25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이제 곧 개봉이다. 지역 공동체 상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개인 일정과 시사 일정을 병행하고 있는데, 요즘 일반 시사는 감독하고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많이 하더라. 여러 커뮤니티에서 알아서 많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반응은 많이 듣지 못했고, 공동체 상영도 부분적으로 시작해 확대하고 있다.

영화에 만족하는 감독들은 없겠지만, 생각한 대로 만들어졌나?
만족이 있겠나?(웃음) 아쉬운 부분이 많다.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제작 기간이 너무 짧았다. 특히 시나리오 작업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제한적인 것도 많아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아쉬운 건 많지만 어차피 이런 상황을 알고 시작한 거니까 불평할 수는 없다.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 평소에도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인가?
작년 6월인가 7월부터 시작해서 전주영화제에 상영했으니 다른 영화에 비해서는 짧았다. 특히 시나리오를 빨리 써야 했다. 자료조사나 수정할 시간도 없어서 거의 초고로 작업했다. 촬영도 6주 만에 끝났다. 원래 작업 속도는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그냥 보통 속도인데 이번에는 상황이 그렇다보니 빨리 찍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인권위에서 제작한 영화들은 단편 옴니버스 형태였는데, 이번에는 혼자 장편으로 작업했다.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장편 의뢰를 받고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혼자 독박 써야하니까.(웃음) 잘되면 다행인데 안 되면 상황이 좀 그렇잖나. 단편 옴니버스로 가면 그 중 하나로 들어가니까 내가 좀 못 해도 다른 감독들이 책임질 수도 있는데, 이건 안 되면 완전히 혼자니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거다.

처음부터 장편으로 의뢰가 들어왔다고?
원래부터 장편으로 기획을 했더라. 단편을 계속 해보니 인권위 쪽에서도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감독들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고. 장편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 들어가기 전부터 들었다. 근데 그때는 <우생순>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우생순> 끝나자마자 바로 제의가 왔더라. 올게 왔구나 했지.(웃음) 그런데 장편 예산으로는 너무 적은 액수를 제시해서 처음에는 고사 했다. 그랬더니 외부 펀딩을 받아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 시작은 했는데, 작업 중에 외부 펀딩이 무산됐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미 너무 와버려서 작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열악했다.
결국 얼마의 예산으로 완성한 건가?
인권위에서 줄 수 있었던 금액이 2억이었다. 근데 국가의 돈이다 보니 부가가치세가 계산돼 있어서 거기서 또 10%를 제했다. 결국 1억 8천으로 작업했다. 벼룩의 간을 뺀거지.(웃음)

예산이 적으면 그만큼 제약이나 한계가 많았을텐데.
1억 8천으로 장편을 만들라고 하는 제안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뭐 만들게 됐다. 추가 펀딩 얘기가 나와서 시작한 건데 결국 그것도 무산됐으니 그 안에서 해결한 셈이지. 덕분에 사기꾼이 됐다.(웃음) 인권위한테 그 돈으로는 죽어도 못 만든다고 했는데 결국 완성했으니까.(웃음) 그쪽 입장에서는 어? 되네? 했을 거다.

자꾸 그런 열악한 조건에서 영화 만들고 그러면 안 되는데. 계속 된다고 생각할 테니까.
내 말이 그 말이다. 우리의 인권영화는 인권을 착취하지 말자는 것이 모토인데, 영화인들의 인권은 계속 착취당하고 있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캐스팅은 진짜 운이 좋았다. 박원상 씨야 계속 같이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을 했다. 소리 씨(문소리)는 그때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드라마를 찍고 있어서 아예 시나리오를 안 줬다. 근데 본인이 어떻게 먼저 알고 출연하겠다고 하더라. 천군만마를 얻은 거지. 어떤 영화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저예산 영화는 메인 배우가 정해지면 다른 배우들이나 로케이션 섭외 같은 것들이 수월하게 해결되니까. 소리 씨가 해줘서 쉽게 풀렸고, 다른 배우들 캐스팅도 원활하게 진행됐다. 손병호 씨 같은 경우는 내가 프로듀서한 작품에서 같이 했었고, 조진웅 씨나 최규환 씨는 처음이었지만 운이 좋게 좋은 배우들을 만났다. 제일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노부부였다. 사실 두 분은 영화 쪽이 아니라 드라마 쪽이 본역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분들 한 회 드라마 출연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었는데 대본을 읽어보시고 오케이를 해줬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 대본은 리얼리티가 떨어지는데 이 대본은 사실성이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

특히 박원상 씨는 남다른 것 같다. 모든 작품에 다 나온 것 같은데.
<세 친구> 때부터 같이 작업을 해왔는데, 내가 연출한 것뿐 아니라 프로듀서한 작품에도 출연하면서 꾸준히 같이 하고 있다. 농담 삼아 내 영화에 연속 출연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고 하더라.(웃음) <그녀의 무게>라고 <여섯 개의 시선>에 있는 단편이 있는데, 거기에도 나온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창문 너머로 한 컷 나온다. 어떤 장면이든 한 컷이라도 내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약속을 했었다. 당연히 <날아라 펭귄>에서도 좋은 역할이 있어서 출연할 수 있었다. 근데 앞으로 만들 영화들 중에서 죽어도 박원상 씨가 맡을 캐릭터가 없을 수도 있잖은가? 최근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작업 중인데, <작은 연못>을 만든 연출가 이상우 씨가 자기더러 소 같은 놈이라고 했다면서 농담을 하더라.(웃음) 나한테는 굉장히 고마운 사람이다. 비중의 경중을 떠나 항상 도와줄 자세가 돼 있고, 어떤 역할이든 해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배우로서 박원상 씨는 어떤 매력이 있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할 때, 박원상 씨가 연기한 정석이라는 캐릭터가 바람둥이고 날라리인 캐릭터다. 근데 박원상 씨 실제 캐릭터나 그동안 출연했던 연기에서 그런 이미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사람이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연기를 워낙 잘 하는 배우니까 신뢰가 갔다. 외적인 특징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연기로 커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훌륭하게 해냈다. 근데 박원상 씨 같은 경우는 그 이후로 그렇게 가볍고 양아치 같은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진짜로는 속 깊고 굉장히 진지한 사람인데, 날티나는 이미지의 조단역으로 소비되는 측면도 있어서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배우들이 한 연기 하는 배우들이라 현장에서 특별히 주문할 것도 없었겠다.
원래 디렉션을 크게 하는 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나 초보 배우라면 약간 그런 면이 있기도 하겠지만, <날아라 펭귄>처럼 연기를 하던 사람들한테는 디렉션을 크게 주지 않는다. 단지 신 안에서의 균형만 좀 잡아주는 식? 한 사람이 너무 튀거나 너무 쳐지거나 하지 않게끔 조정해주는 정도다.

연기에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속도를 빨리 내야하는 작업이었다.
예산 때문에 컴팩트한 HDV 카메라로 촬영했다. 조명도 발전차 없이 기존의 조명들을 활용하는 식으로 했다. 카메라도 작고 조명 세팅에도 시간이 많이 안 걸리니까 오히려 느긋한 면도 있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촬영 회차 자체는 적었지만 엄청 부족하지는 않았다. 상대적인 여유가 있었다.

디지털 작업은 처음이었나? 해보니 어땠나?
계속 필름만 하다가 디지털은 처음이었다. HD도 레드원과 같이 큰 게 아니라 굉장히 컴팩트한 카메라여서 처음에는 최종 퀄리티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나니까 오히려 장점들이 많이 보였다. 일단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컸다. 비용도 절감되고, 카메라가 작으니까 배우들한테도 위압감을 주지 않았다. 비용대비 굉장히 좋은 매체다. 근데 화질이라든지 화면의 비주얼은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매체보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구성도 재미있다. 인물들이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것도 그렇고,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도 기존 스타일과는 좀 다르다.
일단 이야기에 힘을 주거나 형식적으로 뭔가를 시도하는 그런 느낌보다는 그냥 편하게 풀어가자는 마음이 컸다. 관객들이 편하고 유쾌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그런 위주로 시나리오를 쓰고 대사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 쓸 때도 상업영화적인 압박이 적으니까 오히려 편하게 쓸 수 있었다.

노부부 이야기에서는 뒷자리의 노년 관객들이 웅성웅성하며 많이들 공감하더라.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아이템은 어떻게 설정했나?
장편으로 간다고 했을 때, 인권위도 그렇고 나도 마찬가지로 뭔가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인권 문제를 다뤄야겠다 싶었다. 예를 들어 심각하고 무거운 인권 문제는 우리가 시사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볼 수 있으니까. 또 이전 단편 옴니버스에서도 많이 다뤄 오기도 했고. 비록 그런 문제에는 공감하지만 사실 영화관에까지 그런 무거운 문제를 보기 위해 가지는 않잖나. 그래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올 수 있게 좀 가볍게 가자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인권 문제,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 이것도 인권 문제야?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좀 편안하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하게 된 거다.

다루는 소재들이 정말 사실적이다. 주변의 실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왔나?
전혀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내가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 놀란 게, 노부부 이야기 같은 경우는 이 영화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스탭들이 전부 우리 부모님 저러셔, 우리 부모님 얘기야 하면서 공감하더라.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다 싸움만 하는지.(웃음) 근데 정말로 다 자기네 가정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직장 생활의 경우도, 내가 채식을 해서 그렇긴 한데, 여자분들 술 별로 안 좋아하거나 회식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공감하더라. 최소한 인권 문제가 나랑 굉장히 먼 문제가 아니구나, 인권의 가해자는 굉장히 부도덕한 사람이 아니구나, 나도 인권의 가해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작은 데서 출발해보자는 취지였다.

<날아가 펭귄>이 재미있는 이유는, 일상적인 이야긴데 통쾌하기도 하면서 또 뜨끔하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진짜 주변에 권해주고 싶은 영화다.
(웃음)위에서 갈구는 상사가 있는 모양이다.

(웃음)어디나 그런 문제는 있으니까. 회식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하면서 겪는 흔한 문제들. 근데 채식주의자로서 영화판에서 힘들지 않았나? 어디보다 회식이 많은 곳인데.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려면 술하고 담배가 필요한 것 같다. 담배를 피우면서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서로 갈등이 있을 때도 술 먹고 푸는 경우도 있지만, 담배를 나눠 피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나는 담배는 원래 안 피우고, 고기는 한 7년 전부터 안 먹고, 술은 <날아라 펭귄> 찍을 때는 먹었지만, 올해 1월 1일부터 안 마시고 있다. 영화를 하다보니까 고기를 안 먹는 것보다 술을 안 먹는게 더 문제가 되더라. 사람들이 고기를 안 먹는다고 하면 자기한테 피해주는 게 없으니까 상관하지 않는데, 술을 안 먹는다고 하면 굉장히 미워하더라.(웃음) 영화에도 나오는데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라, 라며 건강 생각한다고 핀잔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게 좀 그렇다. 술을 안 먹는다고 하면, 뭐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냐면서 오히려 뭐라고 한다. 단순하게 고기를 안 먹고 술을 안 먹는다고 하면, 왜 안 먹는지를 하나로 얘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오로지 건강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인 측면도 있고, 또 건강에도 여러 측면이 있으니까. 그걸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힘들다. 근데 일단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고기 안 먹는 건 괜찮은데 술 안 먹는 건 한 2~3배 더 불편한 일이다. 원래 안 먹었으면 괜찮은데 먹던 사람이 안 먹으니 더 비난을 하더라.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타인의 취향이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 누구 하나 열외 없이 다 해야 한다 식의 강압이 만연돼 있다.
다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조직사회라는 것을 군대에서 먼저 경험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잘못된 조직 생활을 배워 와서 사회생활을 할 때 그때 배웠던 걸 적용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사회생활이나 시스템 자체를 마치 군대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향이 많다. 한국 사회에서 20대나 신세대들은 개인의 다양성이나 문화가 개인 공간에서는 굉장히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다양한 취미나 기호들이 많이 인정되기도 한다. 근데 그 사람들이 사회로 편입됐을 때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게 된다. 어쨌든 한국사회, 내가 볼 때 한국 인권 문제의 상당부분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파생되는 것이 크다고 생각된다. 아주노동자 문제도 그렇고, 성차별도 그렇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 고기는 무조건 먹어야 되고. 술도 무조건 잘 마셔야 된다. 다양성이 부족한 단체 문화, 조직 문화가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원동력이긴 하지만, 지금은 변화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문제의식도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더 큰 문제다. 약간 돌발적인 행동을 하면 오히려 따가운 눈총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각자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개인보다는 단체로 묶어서 행동하려는 면은 좀 나약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일상에서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직장생활에서 무심히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 술을 안 먹는 사람에게 무엇을 강요한 적은 없는지, 집에서 나와 같이 생활하는 배우자에게 일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는 않았는지, 내 아이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그 아이의 인권을 짓밟은 일은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정말 사소한 인권 문제라도 나랑은 먼 얘기고, 또 스스로 인권에 대해 항상 올바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조금만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 아주 거창한 인권 문제도 사실은 이런 작은 자각에서 오고, 거기서부터 조금씩의 변화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영화 내용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인권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중을 따지긴 힘든데,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차별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학벌이나 돈, 외모, 집안배경 등 외적인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획일화된 잣대다. 다양성이 없는, 그 사람의 내면이나 다양성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단 그냥 보이는 대로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라고 규정해버리는 편견, 그게 제일 무서운 거다.

인권영화라는 걸 밝히지 않으면 몰랐을 정도로 상업영화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나름 흥행감독으로서의 부담은 없나? 물론 상업영화와는 다른 영역이지만.
그런 건 괜찮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생순> 같은 영화도 만들 수 있고, <날아라 펭귄> 같은 영화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생순> 끝나고 상업영화 쪽으로 많은 얘기들이 있었을 텐데.
많지는 않았다.(웃음) 더러 있기는 했는데 내가 맡아서 할 수 있는 컨셉의 영화는 없었다. 오히려 인권영화가 내가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내가 기존에 만들던 영화들이랑 별반 차이가 없는 방향이다. 오히려 이 제안을 더 편하게 받아들였다.
혹시라도 <우생순> 이후, 흥행에 대한 부담을 가져본 적은 있나?
흥행 부담은 없다. 사실 <우생순>의 경우는 흥행을 하려고 작정했다기보다는 심재명 대표가 기획을 해서 진행했고, 나도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물들을 그린 거다. 이게 말끔하고 때깔 좋게 만들어진 스포츠 영화도 아니고, 그저 내가 만들 수 있는 범위의 상업영화였기 때문에 받아들였다. 흥행을 한 번 했으니까 계속 그 정도의 흥행이 되는 작품을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소재에 따라서 <우생순> 같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전에 만들었던 <세 친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영화를 계속 만들 수도 있다. 그 때 그 때 관심이 가는 소재에 따라서 영화의 규모나 형식 등이 정해진다.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 다큐도 좋다. 상업영화에 성공했다고 안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영화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계속 가난하게 살라는 얘기인가?(웃음)

그래서 흥행에 관한 질문이 조심스럽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상업영화에서도 성공했으니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입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음만 먹으면 상업영화로 히트 칠 수 있는 그런 위치랄까?(웃음)
(웃음)뭐 마음먹는다고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영화는 의외성이 많아서. 흥행 신경 안 쓰고 독립영화 만들었는데 흥행이 될 수도 있고. 사실 <우생순>이 상업적인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행보에 있어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날아라 펭귄>은 일상의 무뎌진 인권 의식을 다루면서도 희망적인 코드를 담고 있다.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밝고 희망적이라는 의미인가?
나이 탓도 있는 것 같다. <세 친구>의 결말은 굉장히 우울한데, 그때가 한 12~13년 전이었으니까. 어차피 세상은 내가 우울하게 바라본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조금 더 세상에 강하게 부딪힌다고 해서 세상이 변혁된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데서 출발하는 작은 변화에 더 시선이 간다.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어서 좀 유화된 것 같다. 좋게 얘기하면 유연해진 거고 나쁘게 얘기하면 무뎌진 거고.

저돌적이고 강함이 무뎌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만약 어떤 감독이 어떤 톤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했을 때, 자기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오지는 않는다. 장르영화라면 다른 영화가 나올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하고 비슷하게 나온다. 대부분 영화의 색깔이나 톤이 그 감독이 당시에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로 담긴다. 숨길 수 없는 것 같다. 조금 더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면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드러난다. 아쉽다 뭐 이런 감정을 떠나서 지금의 내 모습이 그렇다. 지금의 나이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시선대로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인위적이지 않은 솔직한 모습으로.
<날아리 펭귄>이 천만 관객 들어야 하는 영환데.
만약 천만 관객이 들면 정말 이 세상에 변혁이 올 거다.(웃음) 뭐 지금 <해운대>가 천만 넘었는데, 말이 천만이지 정말 엄청난 거다. 아장아장 걷는 애, 누워있는 사람, 바쁜 사람 빼고 다 봤다는 얘기다.

지금 작업하고 있는 작품 얘기를 해달라. 아까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작업 중이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아주 상업영화는 아니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는 소설을 각색해서 준비 중인데, 캐스팅과 계절 문제가 걸려서 촬영은 내년 봄에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영화면서도 대중이 즐겁게 볼 수 있는 배려에도 신경쓰고 있다.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고집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보다 유연해졌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로드무비로 아주 감각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내 색깔이 더 묻어나는 작품이 될 거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날아라 펭귄>을 봤으면 하고 바란다.
실제로 <우생순> 같은 경우는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이유가 한 가지였다. 왜냐면 마케팅까지 포함해서 50억이 넘게 들어간 영화고, 망하면 MK가 힘들어지니까.(웃음) 그리고 배우들도 고생했고, 작년 1월에 한국영화가 진짜 안 될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 많은 관객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아라 펭귄>은 이유가 분명한 영화다. 그런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기를 바란다.

2009년 9월 25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9월 25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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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yok11
임순례 감독~~   
2009-09-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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