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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이어유?” 쿠팡플레이 <소년시대> 임시완 배우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온양 찌질이’(임시완), ‘아산 백호’(이시우), ‘부여 흑거미’(이선빈), ‘부여 소피 마르소’ (강혜원)! 유치찬란한 닉네임부터 병맛이 스멀스멀 풍겨 나오는 코믹 학원물 <소년시대>. 시리즈의 B급 정서에 방점은 찍은 이는 영화 <비상선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1947 보스톤> 등을 연이어 선보이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배우 임시완이다. 온양 찌질이 ‘븅태’로 분해 넘실거리는 충청도 바이브로 1980년대 부여로 시청자를 이끌었다.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구사하며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하고, 순수하고 맹렬했던 청춘의 한 장을 써 내려갔다. ‘멋있는 척하지 않고 자기의 부족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어 만족감이 크고 그래서 좀 더 각별한 작품’이라는 임시완을 만났다.

부산 출신이라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기 힘들었을 텐데 성공했다! 준비는 어떻게 했나.
토박이 충청도 분은 아마도 네이티브가 아닌 걸 바로 캐치하실 거다. (웃음) 출연이 결정되고 3개월간 일대일 개인교습을 했었다. 촬영하면서도 계속 교정 받으며 충청도 바이브를 패치화하려 노력했다. 하나하나 음률을 파헤치기보다 충청도 정서나 충청도식 은유를 캐치해서 녹이는 데 더 주력했었다.

부여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고.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달라.
어학연수라! 표현이 재미있다. 한창 배우기 시작할 때, ‘기여, 아니여’ 같은 걸 재미있게 하며 나름의 자신감이 생겨서 실전에서 써먹어 봐야겠다 싶은 마음에 내려갔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산하고 길에 사람이 없어서 당황하다가 일단 밥이라도 먹지 싶어 식당(치킨집)에 들어갔는데 마침 사장님 부부가 토박이처럼 보여 사투리로 ‘맛있네유’, ‘근디 맥주는 뭐가 맛있데유’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괜히 말을 걸었다. 사장님이 받아 주셔서 신나서 이야기했고 뿌듯한 마음으로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미니, 사장님이 ‘서울 사람이어유?’ 하는데 (얼마 먹지도 않은) 술이 확 깨더라. 네이티브 스피커와 대화를 나눴다는 데 의미를 둔 연수였다. (웃음)

코미디는 처음인데 부담은 없었나. 해보니 무슨 매력이 있던가.
당연히 부담이 컸다. 나 자체가 일상에서 웃긴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서 들어가자고 했다. 해보니까 인생의 지론을 알게 된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중간중간 섞인 위트나 유머 같은 코미디 요소가 사람의 말에 훨씬 힘을 싣는다는 거다. 마냥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보다 한 번씩 툭툭 나오는 개그가 본래의 진지함을 좀 더 깊게 하고 더욱더 의미 있게 전달하더라. 앞으로 연기에도 적용하면 효과가 크겠다고 느꼈다. 지금 인터뷰하면서 개그를 치지 않는 이유는 <소년시대>를 보고 오셨기에, 이미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라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 거다! 하하

‘소년시대’라는 제목에서 당신의 소년시대가 떠오르지는 않던가. 시나리오의 어떤 면에 끌렸나.
원래 제목은 ‘와호장룡’이었다. 제목부터 병맛의 느낌이 스멀스멀 드는 게 무언가 거추장스러우면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본이 술술 읽히는데, 초고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글 같은 아주 정성껏 웃기는 대본이었다. 이런 글이라면 찾아가는 것이 배우의 사명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30대 중반의 나이(임시완 배우는 1988년생)에도 고등학생을 연기하는데 이질감이 없더라. 극 중 친구들이 대체로 액면가 30대라 와중에 어려 보이기까지 한다! (웃음)
작품이 좋아서 고등학생 역할이라고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뷰티와 안티에이징 기술이 발달했고 요즘은 남자들도 관리하는 시대다 보니까 예전보다 사람들이 훨씬 젊어 보이지 않나. 그 시대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고! 당시의 사람들 모습을 보면 약간은 노안 같은 얼굴도 흔한 듯하더라. 그때 그 시절 영상이나 사진에 대입해 보니 크게 이질감이 없을 것 같아 용기가 생겼다.

맞는 게 일상인 온양 찌질이 ‘장병태’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무언가 더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걸 미리 밝히며 말하자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간혹 굳이 저런 말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굳이 말을 더해서 매를 버는 느낌이랄까. 이런 모습이 쌓인다면 병태가 맞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조금은 덜 것 같아서, 이렇게 말로 매를 버는 것 같은 모습을 좀 더 쌓았었다.

오해든 뭐든 부여 일인자로 생활하지 않았나.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짱이 된 느낌은.
짱은 부담스럽고 찌질이는 속 편한 느낌이다. 찌질이가 편안한 츄리닝이라면 짱은 슈트인데, 착 감기는 것보다 작은 옷을 낑겨 입은 듯한 불편함이 있더라. 짱인 시간이 짧기도 했지만, 다시 찌질이로 돌아가니 어찌나 편하던지!

액션을 비롯해서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왔는데 이번 짱 역할이 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얼까.
액션과 별개로 무드나 정서적인 면에서 그런 것 같다. 물리적인 힘이나 우세만이 아닌, 우두머리의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런 정서보다는 병맛 쪽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혼자서 멋있는 척하고 이러는 건 본래의 내 모습과 거리가 멀다. 물론 연기한다면, 분석해서 그 정서에 가까워지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확실히 찌질한 정서는 별달리 고민하지 않아도 가깝게 되더라. 툭툭 던져도 감독님이 ‘그런 걸 어떻게 생각했대?’ 하며 ‘병태, 천재다아~’ 이러시는 거다! (기자 주: 촬영 중 이명우 감독은 임시완 배우를 극 중 배역인 ‘병태’라고 불렀다 함)

전혀 찌질이 같은 모습이 아닌데…(웃음) 병태와 닮은 면을 구체적으로 짚는다면. 또 병태의 찌질함이 본 모습이라고 강조하는데, 고등학생 임시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음, 생각나는 대로 바로 표현하고 또 그걸 장황하게 설명하는 점?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면, 그냥 먹고 싶다고 하면 되는데 ‘내가 왜 먹고 싶나면 말이야….’ 하며 말을 길게 한다. 나도 평소에 그런 모습이 좀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회장이나 부회장 같은 학생 임원을 계속해 왔는데, 이런 감투 덕분에 내 찐따미가 가려지고, 학우들이 덜 느끼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다.

병태는 마냥 찌질이가 아닌 나름 영민한 친구다. 리더십도 있고 선동력도 뛰어난데 이런 모습은 어떻게 접근했을까
음, 병태가 한없이 없어 보이니, 그러니까 워낙 기대치가 없는 인물이라 평가가 후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시청자가) 이렇게 느끼게끔 의도한 것도 약간은 있다. 조금이라도 멋을 부리면 어느 정도 기대치가 생기기 마련인데, 기대치 자체가 완전히 바닥이라 심지어 ‘영민하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닌가 한다. 병태라는 캐릭터의 결이 의도대로 잘 들어 먹혔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촌스러운 병태의 스타일링도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 중 하나다.
이제껏 한 작품 중 헤어에 제일 많이 신경 썼다. 병태 스타일의 생명은 바가지 머리라고 생각해서, 이 바가지가 죽었을까 싶어서 ‘컷’하는 순간 계속 머리를 만지며 다듬었었다.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다.

박남정의 노래 ‘널 그리며’에 맞춰 추는 댄싱도 저절로 ‘큭큭’ 하고 웃게 한다.
아, 그 춤은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트)에 출연했던 효진초이 님께 배웠다. 일전에 팬미팅을 준비하며 배운 인연이 있거든. 이번에 춤을 춰야 한다고 해서 박남정 선배님의 춤추는 영상을 여러 개 찾아봤는데, 프리스타일로 매번 다르게 추셔서 막상 따라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히 춤을 잘 출 뿐 아니라 그 안에 병태 특유의 찌질함이 녹아 있어야 해서 ‘아 독학은 어렵겠다’ 싶어서 바로 SOS를 쳤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을 필두로 올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의 카메오까지 근래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아닌가 한다. 장르와 캐릭터 모두 겹치지 않는, 그야말로 팔색조 배우인데 의도한 선택인 건가.
일부러는 아닌데 약간은 본능적인 것 같다. (웃음)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걸 견제하고 있고, 이 점이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무래도 이전과 다른 결의 캐릭터에 끌리고 찾게 된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지만, 이번 ‘병태’로 화룡점정한 느낌이다. 코미디까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는데, 우문을 던지자면 연기력의 비결은 뭔가. (웃음)
음… 내 안에 이런저런 모습이 깨작깨작 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그간 연기해 온 캐릭터와 어느 정도 어울렸다고 한다면, 스스로가 색깔이 강하거나 확고한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인 듯싶다. 무슨 말이냐면, 난 늘 회색분자에 가까웠다. 어느 집단에 속하든 나를 내세우는 스타일이 아니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달라진다. 진지한 분을 만나면 같이 진지해지고, 까불까불한 사람을 만나면 평소에는 그렇지 않음에도 같이 따라하고, 또 지적인 분을 만나면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려 노력한다. 이렇듯 어릴 때부터 무채색에 가까운 인간이라 (웃음) 캐릭터에 따라서 변화하는 게 크게 어려운 도전은 아니었다.

주로 선배들과 함께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은 큰 형 같은 입장 아니었나. 남다른 현장이었겠다.
선배라는 위치가 확실히 쉽지는 않더라. 아무래도 분위기가 어색하거나 딱딱하면, 배우들이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직되지 않도록 계속 부드럽게 유도했던 것 같다. 내 딴에는 실없는 농담도 던지고, 연기 외의 이야기를 끌어와서 아이스브레이킹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주도적으로 회식도 하면서 말이다. 연기하는 것도 버거운데 분위기까지 챙겨야 하니 쉽지 않았고, 괜히 선배님들이 대단한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마지막 질문이다. 많은 작품을 해 왔는데 <소년시대>라서 좀 더 각별한 면이 있다면.
멋있는 척하지 않고 부족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감이 큰 작품이다. 내 실제 모습과 가까워 만약 (시청자가) 병태를 응원해 주신다면 마치 나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라, 이런 면에서 좀 더 각별한 마음이 든다.


사진제공. 쿠팡플레이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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