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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소환과 신선함! 쿠팡시리즈 <소년시대> 이명우 감독
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맞는 게 일상인 온양 찌질이, 일명 ‘븅태’인 ‘장병태’(임시완)는 전학 간 부여 농고에서 어쩌다가 그 동네 왕인 ‘아산 백호’로 오인받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에 부닥친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하며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지만, 생전 처음 접한 권력의 맛은 달콤한 법! 어느덧 그 자리를 즐기게 된 병태 앞에 진짜 아산 백호 ‘정경태’(이시우)가 등장한다! 충청도, 8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코믹 학원 성장물 <소년시대>가 입소문을 타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폭 넓은 시청자층을 공략 중이다.

아재들에게는 추억 소환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제대로 선사한 이는 극 중 1972년생인 병태와 경태보다 한 살 많은 형 이명우 감독이다. <소년시대>는 <자이언트>, <대물>, <펀치>, <열혈사제> 등 히트작 제조기로 불리는 그가 김수현 주연의 <어느 날>에 이어 쿠팡플레이와 두 번째 손잡은 작품. ‘지금이 아니면 만들 수 없기에 꼭 하고 싶었다’는 감독을 만났다. 두려움도 열정도 넘쳤던 질풍노도의 소년 시대, 당시의 뜨거운 가슴이야말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라 한다.


요즈음 <소년시대>가 장안의 화제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웃음)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간 연락이 없던 분이 전화하고 심지어 미국에서도 연락이 와서 ‘미국에서도 보냐’며 놀라긴 했었다. TV 드라마는 정해진 시간에 방영하는 데다 한 번 시청률이 집계되면 그 이후의 반응은 사실 잘 알기 힘든데, OTT(쿠팡 플레이)는 공개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반응이 와서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이’ 라는 추임새 하나로 모든 의사가 표현되는 충청도 사투리의 새 발견이랄까. 구성진 사투리가 작품의 인기에 크게 한몫하는데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까닭은.
충청도 배경인 영화가 몇 편 있었지만, 드라마는 거의 없었고 또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서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다. 대한민국 한 복판에,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바다가 없는 지역인 부여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이라는 컨셉트 역시 통할 거로 생각했다.

사투리를 사용할 경우, 제대로 했는지 그 평가가 뒤따르는데 어떻게 반응을 좀 살펴보고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참 잘한다고 느꼈다.
조사와 공부를 많이 했고, 또 배경인 부여 지역이 충청도만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사투리가 섞여 있기도 해서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찍었었다. 좀 더 맛깔스러운 대사를 위해 다른 지방 사투리를 끌어오는 등의 허용치를 높게 잡고 했다. 배우진에게도 사투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잘 표현하는지보다 연기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어색하다는 분보다 응원하는 분이 훨씬 많아서 이만하면 됐다 싶다. (웃음) 더욱이 커뮤니티나 카톡방에서 밈같이 충청도 사투리를 쓰기도 하는 등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소년시대’라는 타이틀은 많은 의도가 담긴 제목이 아닌가 한다. 낭만적인 느낌도 있고, 한편으로는 추억을 소환하는 인상인데 어떤 마음을 담은 건가.
누구든 소년시대가 있지 않나. 이미 어른이 된 분들은 ‘그땐 그랬지’ 하는 추억의 시기일 것이고 지금 그 시대를 거치는 이들이라면, 희망과 고민과 좌절이 공존하는 시기가 아닐까 한다. 노스탤지어(향수)가 담겨 있기도 한데 이 모든 걸 포괄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물론 과거의 추억을 상기하고 복기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한다.

평소 연출한 드라마의 OST 가사를 직접 쓴 경우가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고! 가사 내용이 재밌다.
좀 창피한데 질문주시니… (웃음)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감독이 제일 잘 알고 있기에, 그간 작품 내에 못다 한 이야기를 가사말로 보충한다는 느낌으로 짓곤 했었다. 당시 총괄 PD가 ‘바빠 죽겠으면서 뭘 직접 하냐’고 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한 작업이었다. 시청자가 극의 정서와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 그래서 백 번, 이백 번 돌려보면서 그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는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썼었다.

일명 ‘븅태’는 상 찌질이로 나오지만, 사실 그는 꽤 영민한 친구가 아닌가 한다. 리더십도 있고 선동력도 뛰어나고 또 언변도 좋은데, ‘장병태’는 어떤 인물인가.
평소 연출하면서 주인공 캐릭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병태가 가짜 백호 노릇을 하는 순간에는 밉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응원과 비호를 받기를 바랐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정직과 솔직을 덕목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친구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때로는 허세를 부리고 치기 어린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인물 말이다. 병태의 순둥이 같고 찌질한 면만 본다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덜 맞을지 고민하는 나약한 인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자기를 받치고 있는 단단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무엇이든 습자지처럼 흡수하는 능력, 다시 말해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적응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캐릭터다.

기억을 찾은 진짜 백호 ‘정경태’가 흑화한 이유를 이해한다는 시선도 있는데… (웃음)
한 인물만을 천편일률적으로 응원하고 감정을 이입하기보다 시청자 각자가 이입할 캐릭터가 있다는 건, 창작자로서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웃음) 동시에 작품이 의도한 대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있다. 끝까지 10개의 에피소드를 정주행 한다면, 병태의 선택, 마음과 행동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실 거로 확신한다.

시청자가 궁금해하던 것 중 하나가, 병태가 선을 넘지 않았다면 경태가 과연 본성을 드러냈을까 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기억이 돌아온 후에도 병태와 잘 지내지 않나, 어땠을까.
아산 백호는 <소년시대>의 세계관 속에서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인데, 처음부터 그 본모습을 드러내며 등장했다면 흥미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강아지인 병태가 범인 경태를 어쩌다가 도발했을 때 그 본성이 쏟아져 나와야, 병태와 친구들이 느끼는 공포가 극대화될 거로 봤다. 질문 같은 반응이 나온다는 건 이러한 의도가 제대로 먹혀서 인 것 같다. 이시우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캐스팅의 마지막 조각, 그러니까 제일 힘든 캐스팅이었는데 ‘경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양면적인 인물이라 그렇다. 1~5화까지는 약간의 빙구미를 지닌, 선하게 웃는 인물이라 시청자들이 병태와 경태를 보면서 둘이 끝까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면, 이 친구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세고 악랄해지는 순간, 극적인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

1972년생인 병태와 경태인데, 학창 시절의 경험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 건가. 1980년대 후반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다.
그들보다 한 살 형이다. (웃음) 작가도 또래라 <소년시대> 속 소년들의 이야기를 좀 더 쉽고 수월하게 소환하지 않았나 싶다.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바람과 상상이 많이 추가됐고, 극적인 풍경을 재현하고자 시대 적으로 좀 더 앞당긴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당시는 500원짜리 지폐를 거의 안 썼지만, 친구들은 가지고 다니는 등 소품과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당시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추억을,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놀라움과 궁금증을 주고자 했다.

맞는 게 일상인 폭력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지만, 학교 폭력은 매우 조심하게 다뤄야 할 민감한 이슈다. 그만큼 단순한 재미를 위해 소비되는 것이 아닌 어떤 문제의식이 녹아 있어야 할 것이다.
기획 때부터 제작진 모두가 깊이 고민했던 지점이다. <소년시대>라는 시리즈를 통해 매화 시청자에게 작은 숙제를 던지고자 했다. 숙제라는 표현이 적합한지 모르겠는데,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고 의문과 질문이 끊이지 않기를 바랐다. 병태와 경태의 행동을 보고 누가 잘 못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중 하나라 하겠다. 마지막 화에 메시지가 아주 명확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모든 반응과 의문은 우리가 쏘아 올린 문제의식이 시청자에게 잘 다가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SBS에서 PD로 재직하며 <자이언트>, <대물>, <펀치>, <열혈사제>까지 수많은 히트작을 연출했다. 독립 후 쿠팡플레이 첫 오리지날 시리즈인 <어느 날>에 이어, <소년시대>까지 선보였는데 지상파와 OTT의 차이점이 있다면.
지상파와 OTT의 차이는 단순히 시청 기기의 차이가 아니더라. 핵심은 능동적 뷰어라는 데 있다. OTT 시청자는 일부러 찾아보는 이들이라 훨씬 능동적이고, 그렇기에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속 공부하게 하게 된다. SBS에서 20년간 몸담으며 방송심의규정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다가, OTT로 와서 표현의 자유도가 커졌지만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드러낼 표현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이기도 하다. 절제할 때는 절제하고 표현할 때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한마디로 내 안에서 표현 수위의 밀당이 중요하더라.

<소년시대>는 그야말로 흡연 천국인데, 지상파에서 방영되어 블러 처리했다면 그 맛이 살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부터 OTT를 염두에 뒀던 건가.
흡연과 욕설을 좀 더 순화해서 TV 드라마로 갈지를 아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고, 조금은 그런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타깃층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불 등급으로 가서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만들었다. 간혹 청불 등급에 의문을 표하시는 분이 있는데, (노출 등) 선정성은 없어도 다루는 주제와 메시지가 청소년이 본다면 잘 못 이해하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처음부터 청불 등급으로 정하고 들어갔다. 성인이라면 선과 악을 구분하고, 폭력을 미화하지 않을 것이기에 메시지를 향해 과감하게 달려갈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작품을 이어가는 동력은 뭘까.
만드는 사람이 해피해야 보는 사람도 해피하다고 생각해서, 일단 내가 즐거워야 한다. 장르 불문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즐겁게 만든다면 그 결과가 아쉽다고 해도 버틸 힘이 되더라. 또 두려움도 많고 열정도 넘쳤던 질풍노도의 소년 시대를 거쳤는데, 당시의 뜨거운 가슴이야 말로 창작의 원동력, 그러니까 작품을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열혈사제> 후속편을 기다리는 시청자가 많다. (웃음)
<열혈사제>는 너무나 많은 사랑은 받았고, 또 연출자로서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은 작품이지만, 시즌2에 참여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 ‘열혈사제’라는 좋은 브랜드(IP)를 만들어 놨으니, 후배들이 이를 계승하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현재 메디컬이 가미된 로코물을 준비 중인데 이건 TV 채널로 나갈 것 같다. 또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 착수도 임박해 있다.


사진제공. 쿠팡플레이

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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