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얼굴에 문학이 보였으면 했다' <맨 끝줄 소년> 최현욱
2026년 7월 20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꼰대로 악명 높은 문학 교수 ‘허문오’(최민식)와 언제나 맨 끝줄에 앉아 수업을 듣는 공대 신입생 ‘이강’(최현욱) 사이의 은밀한 문학 수업을 그린 드라마다. 강의 도중 문오의 오류를 서슴없이 지적하며 그의 신경을 건드리는 이강이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뛰어난 글쓰기 실력으로 문오를 단숨에 매료시키며 혼란에 빠뜨린다. 최현욱은 작품 속에서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지적인 소년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대선배 최민식과의 호흡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20대 배우가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할 기회는 흔치 않다고 생각해요. 부담감보다는 선배님을 경험하면서 연기 자체가 더 재미있어졌어요."라는 최현욱. "얼굴에 문학이 보였으면 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년 여름에 촬영을 마치고 1년 만에 작품이 공개됐다. 소감은 어떤가. 그리고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작년 여름에 촬영을 마치고 딱 1년 만에 공개됐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다렸던 작품이라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막상 세상에 나오고 나니 후련하고 기분이 좋다. 반응을 찾아보니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 관객마다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어떤 한 장면에 대해서도 저마다 다르게 바라보는 포인트들이 무척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강은 말보다 분위기나 뉘앙스로 캐릭터를 전달해야 하는 인물이다. 연기하며 고민한 지점은.
자의적으로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이기보다는, 관객들이 이강을 보며 ‘이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눈빛이나 아주 작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워낙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이라, 상대 배우를 가만히 주시하면서 그때그때 드는 생각들을 눈빛에 최대한 투영하려 했다.

그동안의 필모와 달리 이번에는 시청자까지 농락하는 지적인 소년으로 나온다. 얼굴에 문학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위해 지적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한 부분이 있다면.
당시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드는 생각들을 글로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는데, 그 과정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타인의 심리를 정교하게 파고드는 인물이다 보니 현장에서도 내내 예민하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선배님들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몰입했고, 나레이션 역시 감독님과 상의하며 다양한 버전으로 톤을 조율했다. 카메라 앞에서 서 있을 때만큼은 얼굴에 ‘글과 문학’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솔직하게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던 캐릭터를 하다가, 이번 이강처럼 절제된 새로운 결의 연기를 경험한 소감은 어떤가.
감정을 밖으로 터뜨리지 않고 안으로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걸음걸이나 자세, 뛰어갈 때의 포즈, 손톱을 물어뜯는 작은 버릇까지 미리 정교하게 설계해 두고 현장에 갔다. 이전에 맡았던 자유분방한 인물들은 미리 정해진 틀 없이 현장의 즉흥성에 맡기곤 했는데, 이강은 매 장면 계산과 몰입을 염두에 두고 접근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작품 속 많은 장면이 허문오의 상상 속 이강이기도 하다. 실제 이강과 상상 속 이강을 연기할 때 차별화나 변주를 준 부분이 있나.
이강은 극 중 세현의 집에서 머물고 문오와 1대 1 레슨을 하며 점차 친근하게 다가간다. 이 부분이 나중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 모호하게 흘러가는데, 전반부에는 최대한 친밀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반면 극 후반부에는 이전의 모습과 완벽히 대비되도록 말투와 목소리 톤에 확실한 차이를 두며 변주를 주었다.

이강이 허문오를 몰락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행동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과거에 허문오에게 입었던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원동력이다. 부모 없이 자란 어린 소년이 생애 처음으로 진심을 열어 보였던 어른에게 거절당하고 버려졌을 때 느꼈을 상처는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이다. 결국 그 뼈아픈 시작점이 허문오를 향한 거대한 소동극을 일으킨 불씨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허문오에 대해 미움 외에 어느 정도의 애정도 있었다고 보나.
이강을 감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처럼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인물이 지닌 다면성이 있어야 하니까. 실제로 이강은 보육원 원장님을 대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하다. 오직 허문오라는 단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복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묘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을 테지만, 그것이 ‘애정’의 영역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선생님의 이야기는 특별한가요?"라고 나직하게 던지는 나레이션처럼, 이강은 결국 복수를 넘어 문오에게 되려 어떠한 뼈아픈 가르침을 남겨주려 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 허문오를 다시 찾아갔을 때 이강의 감정은 무엇이었나.
감독님과 가장 치열하게 대화를 나눴던 대목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문오의 허무한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생겨 찾아갔을 수도 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겠지만, 연기할 때는 '정말 미치도록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찾아간 것'이라는 직관적인 동기를 가장 크게 뒀다. 이강은 자신의 글재능을 인정받은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가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선배 최민식이 상대역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 현장에서 처음 맞닥뜨렸을 때 부담감은 없었나.
20대 배우가 최민식 선배님과 호흡을 맞출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기회 자체도 한정적일 텐데, 이런 밀도 높은 작품과 함께 제안이 들어왔기에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고 욕심이 났다. 대선배님 앞에서 연기한다는 압박감보다는 오히려 선배님의 연기를 눈앞에서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 선배님이 현장을 편하게 이끌어 주신 덕분이다. 이번 작품이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해나가는 데 아주 든든한 원동력이 될 것 같다.

대선배에게 먼저 저녁을 사겠다고 제안했다는 일화가 있더라. (웃음) 그 후일담을 들려달라.
선배님이 저녁을 먹자고 하셨을 때, 장난스럽게 애교를 섞어 "제가 오늘 저녁 대접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결국 저녁값은 제작사에서 지불해 주셨다. (웃음)

곁에서 지켜본 최민식의 연기 중 가장 놀랍거나 감탄스러웠던 지점은.
선배님의 섬세한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관록이 쌓인 배우의 얼굴에는 한 사람의 일생과 수만 가지 우주가 담겨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처럼 해맑은 소년미가 뿜어져 나오다가도, 조언을 건네주실 때는 엄격하고 깊이 있는 거장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조차 이미 그 역할 그 자체로 서 계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차원이 다른 아우라에 매번 감탄했다.

현장에서 들었던 칭찬이 있다면. 또 이번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
현장에서는 선배님과 철저히 대본과 신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 또 선배님이 겉으로 크게 칭찬을 쏟아 내시는 스타일은 아니시다. (웃음) 다만 촬영이 끝나면 마지막에 무심한 듯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한마디 툭 던져 주신다. 그 짧은 격려가 마음을 참 후련하고 기쁘게 만들더라. 선배님은 현장에 등장하시는 순간 주변의 공기를 기분 좋은 긍정적 에너지로 채워 주신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활력을 얻고 행복하게 촬영에 임하게 되는 거지. 그러다가도 슛이 들어가는 순간 불어닥치는 엄청난 몰입감은 정말 경이로웠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연륜이 쌓였을 때, 선배님처럼 현장 전체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인품과 장악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촬영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현장에서 캐릭터의 감정이나 톤이 달라지거나 티키타카를 통해 폭발했던 신이 있었나.
아무리 집에서 열심히 대본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해가도, 현장에서 마주하는 공기는 늘 달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초반에는 대선배님 앞에서 연기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살짝 위축되고 주눅 들어 있는 에너지가 있었는데, 묘하게도 그 긴장감이 극 중 1대 1 레슨을 받는 이강의 초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더라. 인물 간의 팽팽한 텐션이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덕분에 후반부로 갈수록 이강의 고유한 색깔이 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드러날 수 있었다.

마지막 촬영 때 최민식에게 손편지를 드렸다고 들었다. 최초로 쓴 손편지라던데 무슨 내용을 담았고 그 반응은 어땠나.
선배님의 마지막 촬영이 먼저 끝났고, 내 마지막 촬영 날 선배님께서 현장에 응원차 놀러 오셨다. 그동안 느꼈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글로 전하고 싶어 짧은 손편지를 직접 적어 건넸다. 항상 건강하시라는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았다. 선배님은 다정하게 웃어주시며 묵묵히 편지를 주머니에 넣으셨다. 굳이 답장이나 거창한 말 대신, 눈빛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을 다 헤아려 주셨다는, 그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민식과 개인적인 친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웃음) 카톡을 주고받을 정도일까.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웃음)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안부 인사는 꾸준히 드린다. "선생님,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하고 안부를 여쭈면 늘 다정하게 답해주신다.

다양하게 많은 작품을 거치며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나. 요즘 끌리는 글이나 장르가 있다면.
실제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를 정말 다양하게 챙겨보는 편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작품을 선택할 때 '대본이 주는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기준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전보다 더 다양한 책과 텍스트를 접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맨 끝줄 소년>에서 보여준 차가운 얼굴과는 또 다른,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낯선 결의 인물을 만나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드리고 싶다.

<맨 끝줄 소년> 공개에 앞서, 예능 <방과후 태리쌤>으로 시청자들에게 오랜만에 인사했다. 어린 아이들을 만나 연극을 가르쳤는데, 학생과 선생이라는 극과 극의 경험을 한 셈이다.
작품을 할 때보다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생님이라는 부름을 받고 문경에 내려가 일곱 명의 순수한 아이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을 가르치기보다 되려 내가 배운 게 훨씬 많았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감정을 돌려 말하거나 꽁꽁 숨기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나. 하지만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기표현에 솔직하고 직관적이더라. 하나의 연극 무대를 완성해 가는 순수한 열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스스로 채워지지 않았던 내면의 빈틈을 다시 돌아보는 깊은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촬영 당시 김태리 배우와 불화가 있었다는 해프닝성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금도 종종 안부를 주고받으며 편하게 잘 지내고 있다. (웃음) 아마 연극 무대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의견을 조율하던 모습이 오해를 샀던 것 같다. 서로가 가진 생각과 연출 방향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며 타협점을 찾아갔던 건강한 과정이었다. 하나의 작품을 단단하게 올리기 위해 뜨겁게 고민했던 치열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원래 활달한 성격이었던 걸로 아는데 오늘 보니 무척 차분해진 느낌이다. 성격이 바뀐 계기가 있나.
나이가 들고 20대 중반을 지나며 겪는 아주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같다. 이전에는 에너지를 넓고 쾌활하게 분산시켰다면, 요즘은 한정된 에너지를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에게 자주 질문을 던지고 가끔 일기도 끄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향이 좀 더 차분하고 내성적으로 바뀐 것 같다.

여전히 <약한영웅> 시즌 3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이 크다. 박지훈과 케미가 특히 좋았는데,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나.
여건만 허락된다면 무조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다만 이는 개인의 의지보다는 제작 환경이나 감독님, 그리고 다른 배우분들의 스케줄 등 여러 타이밍이 잘 맞물려야 하는 문제라 조심스럽다.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훈 형과는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잘 지낸다. <약한영웅> 촬영 초기 때부터 지훈 형의 깊고 서사 가득한 눈빛을 보며 참 부럽고 좋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지훈 형의 눈이 보석이라는 얘기’는 내가 제일 먼저 한 거라, 이 부분에 나름 자부심이 있다. (웃음)

그렇다면 당신의 보석은 무얼까. (웃음)
나 역시 '눈빛'을 꼽고 싶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눈빛이 지닌 힘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물론 단순히 눈에 힘을 준다는 건 아니고, (웃음) 카메라 앵글과 섬세한 연출 덕분에 이강이라는 인물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시청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꼽는다면.
요즘 사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자주 찾는다. 틈이 날 때마다 가볍게 떠나는 짧은 여행,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나누는 편안한 대화, 그리고 집에서 땀을 흘리며 하는 운동이 그렇다. 특히 최근에 시작한 요가에 완전히 푹 빠져 있다. 이제 시작한지 막 2주 차로, 겨우 3회 차 수업을 들은 초보 단계이지만, (웃음) 정말 대만족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템포가 빠른 운동은 가끔 감정을 들뜨게 만들 때가 있는데, 요가는 정적인 호흡 속에서 다리를 찢고 몸을 늘리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수련이 끝나고 가지는 차분한 명상 시간은 마음의 기복을 다스리는 데 최고의 힐링이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7월 2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