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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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회사원>, <영화는 영화다> 이후 13년 만에 소지섭이 본격적인 누아르인 넷플릭스 <광장>으로 돌아왔다.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인 <광장>은 11년 전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조직세계를 떠난 ‘기준’(소지섭)이 동생 ‘기석’(이준혁)의 죽음 후 벌이는 핏빛 복수 여정을 그린다. 스스로 감정의 기복이 크거나, 노출을 많이 하는 연기 스타일이 아니라는 소지섭이다. 그래서 누아르는 제일 잘할 수 있는 장르이고 동시에 좋아하는 장르라고 애정을 표한다. 그간 영화수입사 ‘찬란’과 함께 작품성 있는 해외 영화를 수입한 지 10년, 받은 걸 돌려드린다는 의미가 크다는 소지섭을 만났다. 어느덧 데뷔 30년, 스스로도 놀란다는 소지섭. 10년 하면 연기 장인이 될 줄 알았는데 30년이 돼도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더 배우면서 나가고 싶다고 한다.
글로벌 성적이 좋은데 공개 소감은.
넷플릭스는 처음이라 체감이 잘 안 되지만, 무엇보다 잘할 수 있는 장르로 인사드려서 기분 좋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주변에서도 좋게 말씀해 주시더라. <광장>은 무엇보다 쉽고 심플해서 좋았다. 덕분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많이 보여준 것 같다. 아직까지는 몸을 쓰는 것이 괜찮고, 눈빛 연기도 괜찮은 것 같다. 특히 ‘돌아왔네!’ 이런 반응이 좋더라. (웃음)
동명 원작 웹툰을 영상화하기 전부터 당신이 주인공으로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혹시 알고 있는지. 웹툰은 봤나.
시나리오로 먼저 접했고, 웹툰은 나중에 봤다. 내게 첫 제안이 온 것에 감사하고, 역할에 어울리겠다는 소리도 나중에야 들었다. 원작을 재미있게 봤고 원작과 달라진 부분도 물론 있지만, 큰 줄기는 닮아가려고 한 것 같다. <광장>은 주제나 스토리가 단순해서 어떤 특별한 생각이나 고민 없이 일단 스타트하면 끝까지 보실 것 같다. 편안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다만, 좀 잔인하니 이것만 염두에 두시면!
원작 웹툰의 평점이 9.9 점 이상으로 그만큼 인기 작품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광장>이 오픈되고 나서야 원작의 인기가 와닿고 있다. (웃음) 부담감이 이제야 생기기도 하고. 원작을 너무 사랑하는구나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원작을 가지고 큰 비용을 들여 만드는데 일부러 훼손하거나 나쁜 작품으로 만들려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소 부족해도 잘 표현하고자 최선을 다한 것이고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의 몫인 것 같다.
원작의 ‘기준’의 헤어스타일과 싱크를 맞추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더라.
초반에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부분으로 원작의 헤어 스타일과 비슷하게 준비해서 테스트 촬영하기도 했었다. 아마 영화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기준이 대사도 적고, 액션을 계속하기 때문에 촬영에 용이하게 바꾼 부분이다. 긴 시간을 끌고 가야 해서 계속 카메라로 눈빛을 따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앞머리를 내리지 않았다.
<광장>은 한마디로 동생 ‘기석’(이준혁)을 잃은 ‘기준’(소지섭)의 핏빛 복수 여정이라 하겠는데, 대사가 적어 캐릭터를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감독님이 원작의 에센스나 톤앤매너는 가져오셨더라. 기준의 분위기와 눈빛을 따라가려 했다. 동생을 위해 복수 행위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처절하고 불쌍한 부분도 있어서 이런 부분을 녹여내고자 했다. 또 극이 진행될수록 눈동자에 깊이감을 주려 했다. 그런데 대사가 적으면 정보전달에 있어 힘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편이 재미있다. <광장>은 굉장히 쉬운, 직선적인 이야기라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잘 표현해 간 것 같다. 사실 드라마 <주군의 태양>(2013)할 때가 제일 어려웠다. 대사를 빨리, 쉼 없이 얘기해야 해서 그렇다. 캐릭터 적으로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이 힘들었다. 캐릭터가 나와 제일 비슷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인물에 점점 이입하게 되어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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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이라는 인물은 어떤 캐릭터인가. 후반부로 갈수록 눈빛에 담긴 슬픔이 진해진다고 느꼈다. 또 당신과 닮은 점이 있다면.
동생을 위하고, 복수를 위해 직진하고 멈춘다는 생각을 못 하는 인물이다. 나와는 사실 닮은 점이… (웃음) 아, 무언가를 결정하면 밀고 나가는 힘은 비슷한 것 같다. 기준은 아마 4화에서 ‘구준모’(공명)을 죽인 후 자신이 죽어야 이 여정이 끝나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 할지. 죽은 동생과 동료들에게 ‘곧 보자’라는 대사도 이런 마음으로 했을 거다.
액션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기준이 끝까지 달려가려면 파워나 에너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불사조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길 바랐고, 직진하고 멈출 수는 있지만 뒤로 밀려나지는 말자를 기조로 했다. 또 기준에게 맞는 대상들이 아주 아파보였으면 했다. 그냥 맞고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처절한 응징 같이 보이도록 이 부분을 요청 드렸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무언가.
준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좁은 통로에서 떼싸움하고 또 일대일 싸움을 거쳐 준모에게 이르기까지다. 특히 문을 열고 통로로 들어오는데 꽉 찬 사람들을 보니 액션하기 전인 데도 가슴이 울렁거리더라. 또 구준모를 호위하는 ‘정인석’ 역은 실제 종합 격투기 선수인 김태인 선수가 맡았는데 일대일로 붙는 씬에서는 실제로 잘못하면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온몸이 무기로, 단순히 합을 맞추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회사원>, <영화는 영화다> 이후 13년만에 본격 누아르로 돌아왔다.
그 뒤로도 조금씩 액션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개인적으로 누아르 장르를 좋아한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장르이고, 또 내가 가장 잘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내 연기 스타일이 감정의 기복이 크거나 스스로 노출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몸을 쓰거나 눈빛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 이런 점이 누아르와 어울리는 것 같다.
13년만에 해보니 달라진 점이 있던가. (웃음) 전작들과 비교되는 데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감보다는 비교 대상이 되는 내 작품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비슷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해서 기시감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달라진 점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예전보다 ‘몸이 생각보다 늦네’하는 정도? 무슨 말이냐면 체력적으로 힘들기보다는 머리에 비해 몸이 약간 느려졌더라. 또 요즘에는 생각보다 설명 같은 부분이 더 축소되고, 진행 속도도 더 빨라진 느낌이 드는 건 같긴 하다. 정보 전달을 (예전보다) 많이 안 하는 것 같더라. 아, 그리고 홍보 방식도 달라졌더라. 예전에는 지상파 프로그램 위주의 좀 딱딱한 분위기였다면 요즘에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매우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더라.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여기에 맞춰 나가야지 싶다.
액션을 위해 준비한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평소 운동하고 있어서 따로 트레이닝을 받지는 않았고, 다만 95킬로에서 70킬로 정도로 감량은 했다. 이번에 감량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이제는 그렇게 많이 찌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기도. (웃음) 먹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굉장히 쉽게 찌는 체질이다.
‘K-존 윅’이라는 평도 있는데, <광장>만의 매력은 무얼까. 또 ‘불사조’ 같은 비현실 적인 캐릭터인데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존 윅>은 너무 좋아하는 시리즈다. <광장>을 찍으면서 비교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긍정이든 부정적이든 비교 자체로 감사하다. 해외 액션물은 총을 주로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인물 간에 거리감이 있다면, <광장>은 직접적으로 접촉하기 때문에 타격감이 크다. 이런 면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한다. ‘불사조’라는 표현처럼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는 건 맞다. 그런데 원래 기준이 중간에 약을 먹고 치료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을 좀 덜어내셨더라. 그래서 더 불사조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다.
안길강, 허준호 같은 대선배와 한편으로는 공명, 추영우 같은 파릇한 후배들과 함께했는데 어떻든가.
허준호 선배님과는 처음 같이 했는데 생각보다 포스가 더 있으시더라. 극 중 몸이 좀 안 좋은 캐릭터라 20킬로 정도 감량하신 걸로 알고 있다. 내게 ‘네가 하고 싶은 것 다 해, 내가 받쳐줄게’ 하시는데 그 자신감이 너무 좋았다. 안길강 선배님은 액션하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더 할 것 없냐고 찾으시기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시다. 공명 배우와는 접점이 많지는 않았지만, 평소에는 러블리한 이미지인데 악역을 하니 또다른 에너지가 분출되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추영우 배우는 준비를 많이 해오는 데다 감독님이 그때그때 요구한 부분도 많았는데 순발력 있게 잘 받아들이더라. 특히 준혁은 남자가 봐도 섹시한 것 같다. 너무 멋있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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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지구오락실’을 통해 당신이 출연한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가 언급된 이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기분 좋겠다. (웃음) 예전 작을 찾아보는 편인가.
고맙고, 젊은 친구들이 그때의 감성을 느낀다는 점이 한편으로는 신기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정말 가끔 보는 편이다. 연기적으로 고민되거나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20대 시절의 작품을 보곤 한다. 그때는 정말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직진만 하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찾는다. 예전에는 이전 작품이 거론되는 게 부담되기도 했는데, 해가 갈수록 이렇게 회자될 작품이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이전 드라마가 지금의 사회적인 정서나 분위기와 다른 면이 있어서, 이 부분은 조심하면서 보면 될 듯하다. 가령 손목을 잡아채거나 벽으로 밀거나 이러면 큰일난다. (웃음)
작품 활동 텀이 짧지는 않다. 특별한 이유라도. 또 염두에 둔 작품이 있다면.
나름대로 쉬지 않고 일한 것 같은데 텀이 생긴 것 같다. 작품할 때 너무 에너지를 쏟아서 그 후 잠깐의 쉼이 필요하다. 감정적인 부분이 해소가 되어야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다.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있기는 한데 새로운 걸 해야 할지, 잘할 수 있는 걸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재미있느냐가 중요하다.
영화 수입·배급사인 찬란과 당신의 51K가 함께 영화를 수입한지도 꽤 오래됐다. 이 활동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또 수입 시 기준이 있다면.
영화 수입한 지 한 10년 정도 된 것 같다. 내가 (영화를 통해) 받은 것을 돌려드린다는 의미가 제일 크고, 능력이 되는 한 계속하고 싶다. 요즘 영화 시장이 힘들어져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계속 보려고 노력하는데, 갈 때마다 관객이 너무 없어서 마음이 안 좋다. 개인적으로 해결책은 잘 모르겠고,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 작품 선정에 있어 초반에는 의견을 함께 모으기도 했는데 지금은 나보다 오래하고 잘하시는 찬란 대표님께 다 맡기고 힘만 실어드리고 있다.
데뷔 30주년 소회는.
30년이라니!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처음에는 10년만 하면 연기 장인이 될 줄 알았는데, 30년을 해도 모르겠다. 더 나이 들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처럼 더 배우면서 나가고 싶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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