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냉미녀라고 하면 친구들이 진짜 많이 놀려요” <야당> 채원빈 배우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집순이, 웃긴 것과 웃기는 걸 좋아하는 감성, ‘냉미녀’라는 표현에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기 일쑤. 소소한 행복은 친구들에게 맛집 추천했을 때 엄지척 칭찬받기, 최근 보고 펑펑 운 영화는 <더 웨일>, 그리고 되고 싶은 배우는 많은 의미로 친근한 배우.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채원빈 이야기다. 그가 범죄 스릴러 <야당>에서 마약에 빠졌다가 내리막 인생을 걷는 여배우 ‘엄수진’으로 관객을 찾는다. 강하늘, 유해진, 박해준 세 베테랑 선배의 틈바구니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은 연기로 호평받는 중. 하루 일과 중 하나가 영화에 대한 다양한 평을 찾아보는 것이라는 채원빈을 만났다. 여러 반응 중 ‘잘 끊인 김치찌개’ 같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고. <야당>은 어디에 가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선배들과 함께했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고 각별한 작품일 것 같다고 애정을 표한다.

<야당> VIP 시사에 <폭싹 속았수다> 팀들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총출동했더라. 당신은 누구를 초대했는지 궁금하다.
평소 친한 현봉식 선배님을 초대했다. 선배님이 잘 봤다고 재미있었다고 하면서 정말 고생했다고 말씀 주셨다.

‘모처럼’ 재미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반응이 주류인데, 영화평을 좀 찾아보고 있는지.
다양한 의견이 재미있어서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되기도. (웃음) 잘 끓인 김치찌개’ 같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참여 배우로서 <야당>을 관객에게 소개한다면.
사회적 문제를 환기하고 경각심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장르적으로 통쾌함을 줄 수 있는 영화이니, 이런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감독님이 매번 무대인사에서 하시는 말씀이 있다. ‘정말 치열하게 촬영했다’라고. 치열하게 열심히 모든 것을 담아낸 만큼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작품을 제안받고 어느 면에 끌렸는지.
선배님들이 모두 캐스팅이 된 상태로 대본을 받았다. 그분들의 목소리로 읽히면서 더욱더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엄수진’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 이런 부분이 흥미로웠다. 사실 처음 제안받고 ‘어, 내가 여기 있는다고?’ 할 정도로 믿기지 않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선배들 사이에서 긴장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촬영 전날 잠들기 전까지도 많이 긴장하고 떨렸다. 역할 상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너무 편하게 해주시더라. 원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제는 긴장할 걸 너무 잘 알아서 ‘그래 가서 실컷 긴장하자’ 할 정도가 되었다. (웃음)

마약중독자를 연기하면서 참고하거나 연구한 부분이 있다면. 경험할 수 없으니,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부분 아닌가.
말씀대로 평소 내 모습에서 끌어올 수 있는 연기가 아니다 보니까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 주로 다큐를 봤고, 그 안에 마약이 얼마나 위험하고 곁에 두면 안 되는지 잘 담겨 있어서 이런 부분에 집중해서 참고했었다. 또 감독님께서 강하늘 선배의 중독 씬을 보여주면서 참고하도록 도와주셨다. 외적으로는 사건 이후 수진이 피폐해 보이도록, 다크서클에 립밤도 바르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분장을 하지 않고, 예전과 다른 망가진 모습을 보이도록 했다. 수진이 몰락하기 이전과 이후에 차이를 두려 했었다. 이전에는 항상 불안하고 눈치보는 모습에서 그래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이후에는 숨이 붙어 있어서 살 수밖에 없는 느낌으로 가져갔다. 이번에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약에 취해 있어야 하는 상태와 약을 만드는 장면이었다. 최대한 그 상황과 가까워지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하면서 감독님께 계속 자문을 구했었다.

그렇게 고민한 장면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 어떻든가. 아쉬운 부분도 만족한 부분도 있을 텐데.
당시 내가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느냐에 따라 아쉬움과 만족감이 달라지는 것 같다. 진심으로 열심히 했다면 아쉬워도 스스로 잘 했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장에서 헤맸던 장면은 나중에도 정말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

황병국 감독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기’라고 당신을 극찬했더라. (웃음) 배우이기도 해서 좀 더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현장에서 감독님은 어떠셨는지.
그런 극찬을 하신 걸 나중에 확인했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웃음) 내게는 ‘수진이가 굉장히 예민하고 날이 서있는 모습도 있고 여리고 아파하는 모습도 가지고 있는데 네가 그런 면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현장에서 감독님은 직접 연기를 보여주신 적도 있고, 굉장히 소통이 잘 되는 분이셨다.

베스트 장면을 꼽는다면.
‘조훈’(류경수)과 요트에서 내려 각자의 길을 가는 장면을 좋아한다. 찍을 때의 긴장감이 잘 녹아 난 것 같아서 좋다. 전체적으로는 유해진 선배님의 마지막 부분, 소리의 근원을 찾아내는 시퀀스다. 대본을 보면서 이런 느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흥미롭더라. 그 본능적으로 찾아내는 몸짓과 표정이 너무 재미있었다.

<폭싹 속았수다>로 국민 아빠이자 남편 반열에 오른 ‘양관식’ 박해준 배우와 붙는 씬이 많다. 촬영장에서도 ‘관식스럽’던가. (웃음)
함께하며 너무 행복했고 많이 도움받았다. 갖고 계신 에너지가 엄청나서 그 흐름에 편승한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오상재’(박해준)가 수진에게 호통치며 훈계하는 장면의 경우, 정말 진심을 다해 혼내주셔서 (웃음) 감정을 잡는 데 수월했다. 또 완전히 잘 챙겨 주신다. 감정씬을 하고 나면 ‘괜찮냐고’ 상태를 정말 많이 살펴봐 주시고, 평소에는 장난을 많이 치시며 긴장감을 풀어주시곤 했다.

강하늘, 유해진, 류경수 배우와는 현장에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다들 당신을 칭찬하던데.
함께한 선배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다. 강하늘 선배는 그냥 연기하는 걸 보는 건 데도 마치 화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이 있다. 그 힘이 엄청난 분인 것 같다. 그리고 굉장히 다정하고 의견을 많이 나눠주셨다. 내가 리허설 때 무언가 막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으면 한번 맞춰보자고 먼저 제안해 주시곤 했다. 유해진 선배님은 같이 붙는 장면은 없지만, 진짜 배꼽도둑 이시다. (웃음) 나와 유머코드가 너무 잘 맞고 너무 멋있으셔서 진짜 더욱더 팬이 돼 버렸다. 류경수 선배는 극 중 역할과 다르게 진짜 웃기고 다정한 분이다. 그런데 촬영할 당시에는 캐릭터가 주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다 보니 좀 무서웠던 게 사실이다. 홍보활동을 하면서 더욱더 친해졌다.

이번에 홍보 활동하면서 사실 나는 후배로서 시청자 마인드로 즐기는 부분도 큰 것 같다. (웃음) 선배님들이 너무 재미있는 거다! 한 번은 컨텐츠 촬영하는데 너무 웃겨서 진행이 안 될 정도였다. 촬영할 때는 작품 색에 따라서 분위기가 왁자지껄할 수만은 없었고 신경 쓸 대사나 상황이 많다 보니 사적인 대화를 잘 못하다가 이번에 (배우 아닌) ‘사람’ 선배님들을 대하니까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다.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친자>)로 지난해 안방극장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가 먼저 방영됐지만, <야당>을 먼저 촬영했다고. 연속해서 장르물을 선보이고 있는데 장르물의 매력은 뭘까.
2023년에 <야당>을 촬영하고 그 후 1년 정도의 텀으로 <이친자>에 들어갔었다. <야당>은 당시 세 작품을 동시에 촬영했던 터라, <이친자>와 연관시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장르물의 매력은… 장르물 내에서도 장르가 갈리지만, 살면서 경험해 볼 수 없는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매력이 아닐까 한다.

<야당>에서 여러 선배와 함께한 덕분에 <이친자> 한석규 배우와 케미가 살았지 않나 싶다. 중년 남성 배우와 케미가 너무 좋은 것 아닌가. 노하우라도. (웃음)
음… 선배님에게 집중하기! 나는 그 앞에 서는 것밖에 한 게 없는데, 서 있다 보니 소통이 잘 된 것 같다. 연기할 때 조금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생각하고 계산해 가면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대본을 처음 분석할 때는 연필이나 샤프로 지워질 수 있도록 메모를 하지만, 촬영할 때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깨끗한 대본을 들고 간다. 최대한 눈앞에 글자가 안 보이면 생각을 덜하게 돼서 그러는 것 같다. 아직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

<이친자>로 백상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는데 그 인기를 체감하고 있는지.
그만큼 좋게 봐주신 거라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래서 더 긴장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수상이나 이런 부분을 너무 생각하면 오히려 본질(연기)이 흐려질 수 있으니까, 최대한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사실 집 밖을 잘 안 나가는 편인데 한 번은 카페에 갔는데 사장님이 나를 보고 너무 해사하게 웃어주시더라. ‘아, 너무 행복하게 일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를 알아보고 웃어 주신 거였다. 이럴 때 조금씩 체감하는 듯하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알아볼 테고 유명해지는 만큼 감당할 몫도 커질 텐데 멘탈은 튼튼한 편인가. (웃음)
음… 자주 넘어지는데 잘 일어나는 편인 것 같다. 자잘하게 넘어지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서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단순해서 잘 극복한다. 그래서 딱히 크게 힘들었던 기억이 잘 안 나기도.

<이친자> 이후로 냉미녀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는 어떤가. (웃음)
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서! 웃긴 것 좋아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걸 좋아한다. ‘냉미녀’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이 진짜 많이 놀린다.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또 평소 작품 선택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부분은.
우정을 다루는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다.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을 너무 좋아한다. ‘아홉수 우리들’이라는 만화 또한 우정이 소재인데 이런 장르에서 연기하면 참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겠다는 생각이 요즘 든다. 친구들 우정이야기를 내 톤으로 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캐릭터 위주로 봤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배울 부분이 있고, 어떻게 이런 마인드로 살 수 있지 하고 인물 자체에 배울 부분이 있는 역할에 끌린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연기적으로 많은 의미에서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다. 친근하다는 건 어찌 되었든 부자연스러운 곳 없는, 걸리는 데가 없는 연기라서 모든 장르에서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한편으로는 자주 보면 친근해지니까, 자주 보는 배우가 되고 싶기도. (웃음)

소소하게 행복한 일을 꼽는다면.
맛있는 거 먹는 걸 너무 좋아하고, 또 맛집 추천하는 데 자부심이 있는 편이다. (웃음) 리뷰를 꼼꼼히 살피고 시켰는데 그 선택이 맞았을 때, 친구들이 맛있다고 인정해 줄 때 정말 행복하다.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