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하고 싶은 일도, 일에 대한 욕심도 많아요.” 2022년부터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지창욱이다. ‘소처럼’ 일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맹렬하게 달려가는 그의 목표점은 어딜까. 마지막 순간 ‘배우로서 그래도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만족할 것 같단다. 글로벌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디즈니+ <최악의 악> 이후 박누리 감독이 연출한 또 다른 누아르,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로 다시 시청자를 찾은 그이다. 데뷔 16년 차, 건실한 청년부터 한류 스타를 넘어 이제는 액션 스타까지 좀 더 다양한 얼굴을 갖추고자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 도전 중이다. 최근 팬들과 유료 소통앱을 시작한 지창욱을 만났다. “왜 이제야 했지” 할 정도로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는다는 동시에 ‘유료’라는 데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진심으로 대한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청자에게도 반응이 좋다. 인기 요인은 무얼까.
우선 좋게 봐주셔서 기분 좋다. 나뿐만이 아니라 팀원 모두 고생하면서 지지고 볶고 만들었어서… (웃음) 인기요인은 사실 내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재미있어서 아닐까. 주변 친구들의 피드백을 잘 안 믿기는 하는데 예의상인지 몰라도 재미있다고 하더라. 사실 반응이 좋은 건 회사 직원이나 감독님이 순위를 이야기해 줘서 짐작만 하고 있다. 횟차가 공개될수록 시청자가 늘어난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최악의 악>에 이어 유사한 장르인데, 끌린 점은. ‘윤길호’(지창욱)가 매번 싸우고 피투성이라, 보기 마음 아프다는 시청자도 있더라.
<최악의 악>은 좋은 팀원과 팀웍 덕분에 작업 자체가 재미있었다. 제작사인 사나이픽쳐스가 그때의 친분으로 영화 <리볼버>도 추천해줘서 참여하게 된 거다.이번 <강남 비-사이드>는 <최악의 악>과 비슷한 결이라 조금 고민했지만, 익숙한 팀이라 신뢰가 컸었다. 무엇보다 ‘윤길호’ 라는 캐릭터를 나만의 색깔로 재미있게 만들어 볼 수 있겠더라. 만약 시청자가 보고 ‘윤길호, 재미있는 친구네’ 하고 느끼면 최고일 것 같았다. 나쁜 놈을 쫓는 미친놈이라는 생각으로 캐릭터라이징해 갔었다.
‘재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길호가 가진 결핍이라든가, 세상이 그를 보는 시선이 흥미로웠다. 초반에는 ‘강동우’(조우진)조차도 길호를 편견을 갖고 보지 않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특히 재미있었다. 누구나 색안경에 비춰지고 나는 연예인이다 보니 더한 부분이 있어서 끌렸던 것 같다. 또 <강남 비-사이드>가 다루는 이야기가 마약, 클럽 등 현실과 맞닿은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시청자들이 공감할 거로 생각했다.
색안경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중의 당신을 향한 색안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시 말해 대중의 시선이 어떻다고 느끼는지.
시기에 따라 다를 거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항상 대중의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혹은 바꾸어 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나 <웃어라 동해야> 때는 건실한 청년 이미지였는데 작품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한류스타라는 이미지가 생겼더라. 항상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우고자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 앞으로는 보다 배우 ‘지창욱’으로 보이고,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는 내게 주어진 큰 숙제이기도 하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아도 고민도 노력도 많이 해오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만큼 조금씩 (연기의) 영역을 넓혀 가는 스스로의 재미가 있다.
<최악의 악>과 <강남 비-사이드>로 액션 누아르에도 익숙한 모습을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만족감은 어떤가.
<최악의 악>은 어렸을 때 본 선배들의 누아르를 후배들이 좀 더 ?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었다. 하고 나서 욕심과 아쉬움이 반반이었다. 좀 더 하고 싶은 욕심과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강남 비-사이드)>의 경우 <최악의 악> 때와 같은 배우로서의 욕심은 크게 없었고, 캐릭터의 매력에 끌려 선택한 케이스다. 개인적으로 액션 연기를 엄청나게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액션을 잘하기로 유명한데, 개인적으로 ‘막’ 선호하지는 않다니! (웃음) 액션을 위해 평소 준비하는 게 있나.
액션보다는 감정적인 연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액션 또한 감정인 게, 감정이 생겨야 싸움도 하지…(웃음) 그래서 액션할 때 감정이 드러나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액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그냥 힘들어서 부리는 투정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안 좋아한다’고 하는데, 힘들어도 막상 하면 재미있는 지점이 있고 좋은 글이 있다면 언제든 또 할 거다. (웃음) 평소 액션을 위해 따로 준비하는 건 없다. 어렸을 때, 뛰어다니며 노는 걸 좋아했고, 남들보다 좀 더 활동적이었던 것 같다. 태권도, 합기도장을 다니기도 했고, 대학 때는 아크로바틱을 배운 적이 있다. 이런 경험치가 복합적으로 쌓여서 몸을 쓰는 알고 있고 덕분에 액션 연기가 유연하지 않나 싶다. 지금 복싱을 배우고 있긴 한데, 액션을 위한 운동은 아니다.
장발 등 외형적으로도 변화를 많이 주었다.
이번에는 비주얼적인 부분에 많이 신경썼다.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의상이 연기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센 느낌 나는 의상으로 하려고, 의상팀장님에게 좀 더 보여달라고 하면서 좀 괴롭혔었다. (웃음) 길호가 군중 속에서도 무언가 달랐으면 해서, 이런 부분을 끈질기게 찾아갔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가을 초입에 혼자 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건 드라마 자체의 계절감이 있어서 시도하지 못했다. 귀에 피어싱, 목걸이, 관리가 안 된 장발에 또 상처 분장만 하고 완전히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했었다. 캐릭터의 전사가 딱히 없다 보니, 이런 비주얼적인 설정으로 대신하려 했다. 하나도 꾸민 것 같지 않아 보여도, 그간 맡은 역할 중 무엇보다 외형에 시간과 공을 들인 캐릭터였다.
<최악의 악> 이후 ‘재희’ 역의 김형서(비비) 배우와 다시 호흡을 맞추었다. 한층 편해졌을 것 같다. 또 영감을 얻기도 했다던데.
정말 그랬다. 길호와 재희는 유사 가족 같은 관계, 개인적으로 길호는 재희를 사랑한다고 해석했지만, 길호가 이런 감정을 몰랐으면 했다. 가족인지 사랑인지 판단하지 않고 행동하길 바랐다. 이렇게 <최악의 악> 때와 관계가 변한 것도 있지만, 두 번째라 확실히 편해진 부분도 있었다. 비비 씨(둘이 있을 때는 ‘형서’ 라고 부른다)가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최악의 악> 때는 알게 모르게 긴장감과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저 친구가 이전보다 나를 편해하는구나 싶었다.
이전에도 느낀 건데 비비 씨가 하는 표현이 굉장히 신선할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표현이 그의 장점이자 포텐셜인 것 같다. 새롭고 신선한 표현을 찾아가기 위해 계산할 줄 아는 친구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는데 이를 보면서 동물적인 감각만으로 연기하는 친구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신선한 리액션 덕분에 나 또한 새로운 표현을 찾으며 시너지가 났다고 생각한다.
강동우 역의 조우진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대립과 협조를 반복하는 사이인데.
우진 형 같은 경우 진짜 준비를 많이 해 온다. 보기와는 다르게(?) 예민하고 날카롭게 준비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느꼈다. ‘내가 치열하게 준비한 게 아니구나, 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수 있구나, 그래야 저 정도의 결과물이 나오는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한마디로 존경하는 선배이자 든든한 파트너였다. 때로는 날 선 느낌으로 때론 푸근하게 현장의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영화 <돈>(2019)의 박누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성 감독으로 드물게 거친 누아르를 연출했는데 현장에서 본 감독님은 어떤 분이던가. 또 사전에 기대하고 들어간 부분이 있었는지.
<돈>을 재미있게 봤고 또 소문을 많이 들었었다. 이번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에 많이 물어보기도 했고. 대체로 ‘엄청 끈질기고 멘탈이 좋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건 끝까지 가는 분’이라는 피드백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기분이 좋았었다. 이런 분이 만들면 새로운 누아르가 되겠다 싶었거든. <강남 비-사이드>가 수위가 세고 또 여성으로서 화가 날 만한 장면도 많은데 누리 감독님이라면 이런 부분을 불편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겪어 보니, 소문 그대로 멘탈이 강한 믿음직한 파트너였다. 현장에서 또 작업 결과물로도 느낀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할 정도로 끈질긴 부분이 있다. 가끔 지칠 때도 있었지만, (웃음) 그런 치열함이 있기에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을 꼽는다면.
길호와 재희가 술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굉장히 의미 있는, 길호의 존재 이유 같은 장면이라 하겠다. 사실 처음 촬영할 때 몸이 좋지 않아서 서둘러서 마무리했는데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거다. 감독님께 재촬영 할 수 있을지 물어보니, 감독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지 너무 좋아하시면서 다시 찍은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덧 16년 차 배우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웃음) 또 후배에게 조언 한마디!
예전에 선배님들이 후배들 보며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잘하니’ 하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나도 몇 번 들은 것 같고, 지금도 가끔 듣는 소리인데, 요즘 후배들을 보는 내 마음이 딱 그렇다. 형서(비비) 뿐만 아니라 어린 친구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정말 다들 너무 잘해서 ‘나는 저 때 뭐했지, 저렇게 못 한 것 같은데’ 하고 혼자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참 미련하게 연기했던 것 같다. <솔약국집 아들들>로 데뷔했는데 그때는 촬영 3일 전부터 사람도 안 만나고 집 밖에도 안 나가고, 그 캐릭터가 되겠다고 집에서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현장에 가서는 대사를 까먹고 혼났던 기억이! (웃음) 조언이라… 혹시 테크닉적으로 서투르더라도 전혀 문제되지 않으니 걱정마시길! 캐릭터의 본질을 명확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소처럼 열심히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품을 쉴 새 없이 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2024년을 돌아본다면.
재작년, 2022년부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아쉬움이 없지 않아 있긴 하다. 물론, 그 아쉬움이 있는 것 자체가 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라기보다는 일 욕심도 많고 연기 욕심도 많아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하다가 언제 힘이 빠져서 ‘못 하겠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웃음)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 쭉 돌아보면 건실한 청년, 로코의 예쁘고 잘생긴 이미지, 한류 스타 이미지를 거쳐 이제는 액션까지 어느 한 얼굴을 없앤다기보다, 좀 더 다양한 얼굴을 갖추고자 도전해 온 과정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 후에는 항상 그래왔다.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 언젠가는 나를 찾지 않을 수도 있고, 또 내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연기하는) 마지막 순간에 ‘배우로서 그래도 잘했다’ 이 생각이 들면 만족할 것 같다.
디즈니+ <조각도시> 촬영 중이라고, 이쯤 되면 ‘디즈니 왕자’ 아닌가. (웃음) 그리고 <조각 도시> 역시 액션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디즈니 왕자라니! 너무 부끄럽고, 친구들이 무지 놀릴 것 같으니 ‘디즈니 아들’ 정도가 어떨지. <조각도시>는 슈퍼 액션이다! 예전에 주연한 영화 <조작된 도시>(2017)의 시리즈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에 유료 소통앱(하이엔드)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팬들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있겠다. (웃음)
이걸 ‘왜 이제야 했지’ 싶다. 자주 들락거리고 있는데, 신기한 게 많더라! 나는 지금 아침인데 프랑스에 있는 팬은 밤이라고 하고. 오늘도 눈 사진 찍어서 보내줬다. 팬들이 거금(월 4900원)을 들여 하는 만큼 이에 상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면서 진심으로 하고 있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년 12월 6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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