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안주하지 않는 게 연기자로서의 철칙” 디즈니+ <삼식이 삼촌> 송강호 배우
2024년 7월 6일 토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격동과 혼돈의 시대였던 1950~1960년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는 반드시 먹인다는 이유로 ‘삼식이 삼촌’이란 별명이 붙은 ‘박두칠’(송강호)이란 남자가 있다. 그는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을 만나?자신의 이상을 이루려 한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으로 첫 시리즈 연기에 도전한 송강호와 만나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놀랍게도 데뷔 이래 첫 드라마다. 배우 입장에서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점이 느껴지던가.
나도 드라마는 처음인지라 영화적 연기와 드라마적 연기의 차이를 어떻게 둬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이렇게 하면 영화에선 NG인데, 드라마에선 어떻냐’면서 진기주 배우를 비롯해 드라마 경험이 많은 동료 배우들에게 물어가며 배웠다. (웃음) 또 이규형 배우나 서현우 배우를 보면 나와 달리 거침없이 연기하더라. ‘저런 게 드라마 연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열정적으로 잘해줬고,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영화는 두 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서 인물의 서사나 입체감을 임팩트 있게 전달시켜야 한다. 배우 입장에선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다. 반면에 드라마는 인물과 서사를 보다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풍성함이 있다. 그게 드라마가 지닌 강점인 거 같다. 덕분에 디테일에 신경을 더 쓸 수가 있었다.

‘박두칠’, 즉 삼식이 삼촌은 어떤 인물인가.
‘박두칠’은 아마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을 거고 그걸 통해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이룩하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자신같은 미천한 사람은 그 이상을 이뤄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거다. 그러다 자신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인물, ‘김산’을 만나게 된다.

‘박두칠’은 과연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악인일까. 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나쁜 사람 같은데 어떨 때 보면 또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 ‘박두칠’의 캐릭터를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그래야만 ‘박두칠’을 통해 얻어지는 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일 것 같았다.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 사람의 진짜 야망이 무엇인지 드러나게 된다. 16부까지 다 봐야 진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인물로 그려지는 건 꽤 성공했다고 본다.

완성도나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이 높지는 않다.
소재가 글로벌하지도 않고, 워낙 거대한 이야기다 보니 진입장벽이 높았던 거 같다. 이게 영화나 짧은 시리즈였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짧게 압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삼식이 삼촌>은 등장인물도 많고 서사도 복잡하다. 원래는 10부작으로 기획된 건데 16부작으로 늘어난 거다.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인 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안에서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사가 넓어졌다. 하나씩 추스르기엔 16부작도 여유있지 않더라. 그래서 ‘박두칠’이라는 캐릭터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웠지만 시청자에게도 쉽지 않은 이야기일 거라 생각한다. 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이런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도록 격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식이 삼촌>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뭘까.
누가 봐도 성공할 작품, 대중적인 공식을 따르는 작품 중에선 이상하게 매력이 없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각본이 완성도 있더라도 마음이 안 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각본이 다소 허술하고 빈틈 있어도 이야기가 담고 있는 시선이 참신하면 마음이 간다.

이 시대를 바라보는 신연식 감독의 시선이 좋았고, 속을 알 수 없는 ‘박두칠’이라는 인물이 긴 호흡 동안 어떻게 변모해가는지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신연식 감독은 이준익 감독 <동주>의 시나리오와 제작을 맡았던 분이기도 하다. 그 영화를 보고서 ‘우리가 아는 윤동주 시인의 삶을 저렇게 조명하다니, 저 작가의 시선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 호감이 <삼식이 삼촌>까지 온 거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긴 호흡을 가지고 OTT에 도전한다는 게 놀라웠다. 결과를 떠나 그 시도는 높이 살 만하다고 본다.

신연식 감독과 세 작품째 함께하고 있다. 신연식 감독에게도 이번이 첫 드라마인데.
어쩌다 보니 <거미집>을 시작으로 <1승>이라는 풋풋하고 소박한 작품도 찍었고, 이번 <삼식이 삼촌>에서도 함께하게 됐다. 계속해서 같이 하기로 신연식 감독과 약속을 했다던가 미리 대본을 받은 건 아니다. 여러 작품을 연달아 한다고 해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운때와 인연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첫 드라마를 OTT 작품으로 선택하면서, 미디어의 변화를 보다 깊게 체감했을 거 같다.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통해서 미디어 생태계가 많이 변한 건 맞다. 처음엔 영화의 위기라고도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냥 더 풍성한 시대인 거 같다. 볼거리가 다양해진 만큼 어느 한 매체가 흥하거나 망하는 게 아니라 종국에는 다 같이 상생하지 않을까. 나중에 가서는 영화적 가치가 더 그립고 소중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신에게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배우는 내가 죽을 때까지 가는 동반자 위치의 직업이다. (웃음) 솔직히 말해 연기는 늘 두렵다. 연극하던 시절까지 포함하면 연기를 해온 지도 벌써 35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늘 어렵고 두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는 작업이 즐거워서다. 내 작품을 많은 분들이 봐주는 것도 소통이겠지만, 내가 연기한 역할이나 배우의 삶에 대해서 작품으로 보여주고 이렇게 사람들과 작품에 대해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즐겁다. 물론 그 시간 속에 칸영화제 수상과 같은 벅찬 감동의 순간도 있지만, 그것이 배우로서의 종착지는 아니다.

작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기술적인 측면을 생각한다. 기술만 생각하다 보면 삶이나 연기 자체에 대한 허무감을 가끔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땐 사람이 좀 철학적으로 된다고 할까.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다른 배우들은 또 왜 저렇게 열심히들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삶이라는 게, 연기라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건가 싶은 거다. (웃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관조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고 난 뒤에 오히려 성숙해진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시기를 지나 연기와 삶이 농익는 느낌을 받는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은 없나.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면서 하나의 철칙이 있다면 안주하지 않는 거다. 안주하지 않고 한 발짝 한 발짝 다른 스텝을 밟게 되는 나를 발견하는 게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잘 만들어진 작품들을 계속 보다 보면 오히려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 그리워진다. <1승>이 그 예다. 무려 <기생충>으로 상을 받고 돌아오자마자 선택한 작품이다. (웃음) 만화적인 작은 이야기이고 풋풋한 이야기다. 결과만 생각하면 선택하지 못했을 거다. (웃음)

물론 성적이 좋지 못하면 나도 사람인지라 고통스럽다. 하지만 성적으로 말하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왜 이런 작품을 선택했는지, 그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사람들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내가 안주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고, 끊임없이 조그마한 가치라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것도 타이틀에 대한 부담이라면 부담이라 할 수 있겠다. (웃음)


사진제공_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