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실제로도 절친한 걸로 알려진 이주승과의 호흡이 애드리브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자연스럽더라.
주승이와는 이번에 처음으로 같이 연기했다. 나보다 9살 어린데도 중심을 잡고 깊이감 있게 연기하는 모습에 많이 배웠다. 되게 똑똑하고 프로페셔널한 친구다.
애드리브는 없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다 대본이었다. (웃음) 둘이 뭘 억지로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서로가 ‘찐친’이다 보니까 우리의 실제 모습이 담긴 것 같다.
특히 ‘영태’의 먹방이 인상적이었다. (웃음)
카자흐스탄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특히 고려국시가 입맛에 맞았다. 잔치국수와 평양냉면이 절묘하게 섞인 맛이다. 나는 메소드 연기를 위해 먹은 건데, 나중에 보니 7인분이나 먹었더라. 감독님이 촬영해야 하니 그만 먹으라고 하더라. (웃음) 내가 계속 먹다 보니 장면 연결을 맞출 때 좀 힘들었다. (웃음)
한국에 돌아와 따라 만들어봤는데 그 맛이 안 나더라. 촬영 때문에 국내에 있는 카자흐스탄 음식점에 갔는데도 로케이션 때 느꼈던 그 맛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풍경이 달라서 그런 것도 있는 거 같다. 촬영할 때 창밖을 보면 넓은 잔디와 동산이 보이고, 문을 열어 놓으면 봄바람이?살살 들어왔다. 그 덕에 음식이 술술 들어가더라. (웃음)
카자흐스탄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현지 로케이션인가.
대부분의 장면을 카자흐스탄에서 찍었다. 너무 좋았다. 창문을 열면 잔디 냄새가 풍겼다. 아직도 그 냄새가 기억이 난다. 다만 거기 해가 엄청 세다. 주승이가 선크림을 잘 바르라고 하더라. 그때 그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안 그래서 백반증이 왔다. 처음엔 백반증이라고 인지를 못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주승이가 침 자국이 났대서 닦으려고 했더니 안 닦이더라. (웃음) 한국에 와서 눈썹이 하얘진 걸 발견하고 놀라서 병원에 갔더니 백반증이라 하더라. 백반증이 난 부위가 하필?얼굴이고 배우다 보니 그걸로 1년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내가 얼굴로 먹고 사는 배우도 아니고 관리 잘 하면서 스트레스를 내려 놓자고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내가 선크림 바르는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그것도 평소보다 덜 바른 거다. 백반증 때문에 원래는 훨씬 더 많이 바르는데, 웃기게 보일까 봐 나름대로 조절한 거였다. (웃음)
안 그래도 <나 혼자 산다>가 엄청난 화제다. 덕분에 <스토브리그>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 당신의 전작들도 같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출연작인 <삼식이 삼촌>의 디즈니+가 관련 SNS 게시물에 나를 태그할 때나 전작들이 재방송되는 걸 볼 때 내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걸 크게 체감한다. 지인과 함께 종로 나들이를 갔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더라. 내 메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드라마, 영화, 광고 제안도 엄청 들어왔다. 하루하루 행복하고 너무나 감사하지만 많이 들뜨지는 않으려고 한다. 잠깐의 이슈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능으로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우렌의 결혼>이나 <삼식이 삼촌>으로 또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어 행복하다. 타이밍이 좋았던 거 같다. (웃음)
덕분에 요즘은 선크림을 그렇게 바르지도 못한다. 얼굴도 특이하고 덩치도 커서 그냥 나가도 알아보는데 선크림을 그렇게 바르면 더 눈에 띌 것 같아서 자제하고 있다. (웃음) 여기저기서 백탁 없는 선크림 선물도 많이 받았다.
박나래 씨가 영화 정말 좋았다고, 요즘 지치고 힘든데 이렇게 힐링할 수 있는 영화를 보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내 옆에 앉아 눈을 보고 얘기해주는데, 정말 행복하더라. 예의상 하는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나래 씨 말처럼 이 영화는 힘들거나 지칠 때 힐링하기 위해 계속 찾게 될 거 같다. 나도 벌써 다섯 번이나 봤다. 우리 영화는 보면 볼수록 평양냉면 같은 느낌을 받을 거다. 슴슴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나는 영화다.
<택시운전사>에 이어 <삼식이 삼촌>에서 송강호 배우와 다시 만나게 됐는데.
<택시운전사>에서 통편집된 장면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순천 카센터 장면이다. 정말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편집돼서 속상했다. 영화의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삭제됐다더라. 그리고 이번에 송강호 선배님을 다시?만났는데 굉장히 반갑게 맞아주셨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가 송강호 선배님이다. 선배님은 모든 것을 본인 것으로 만드는 연기를 하신다. 이번에 <삼식이 삼촌>에서 합을 맞추면서, 다시 한 번 선배님 연기에 감탄했다. 내가 어떻게 연기하든 다 받아주시고, 매 테이크를 다 다른 감정으로 하시더라. 현장에서 많이 배웠고,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주신 덕분에 우리도 최선을 다해 찍을 수 있었다.
<다우렌의 결혼> 때와 비교해 체중을 많이 감량한 거 같더라.
<다우렌의 결혼> 촬영할 때 117kg 정도였다. 그게 원래 몸무게인데 요새 배우로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100kg 정도로 감량한 상태다. <나 혼자 산다>도 스튜디오에 갔을 때와 일상 영상에서 체중 차이가 꽤 나는 게 눈에 보인다. 노력한 게 티가 나서 좋았다. (웃음)
체중 관리는 어떻게 했나.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한다. 헬스를 주 5일 정도 가고, 크로스핏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다. 관절이 좋지 않아서 무리하면 안 되는데, 운동을 오랫동안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운동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아프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라도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
여기에 본격적인 감량을 위해 식단과 수분을 조절했다. <나 혼자 산다> 스튜디오 녹화 전에는 수분 조절로 4일 동안 8~9kg 뺐다. 그래서 녹화 들어가기 직전에 힘이 너무 없더라. (웃음)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다. 너무 웃긴 캐릭터로만 소비되고 싶지 않았고, 배우로서 좋은 모습,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주인공을 바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욕심은 없다. <다우렌의 결혼>에서처럼 따뜻한 역할, 우리 주변에 있을 거 같은 삼촌, 아빠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로맨스 장르도 좋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때처럼 정말 센 역할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 대사 없이도 강렬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제공_트리플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