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마석도는 마동석을 활용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많은 부분 내 자신이 투영되어 있어서 애착이 큽니다” <범죄도시4>로 돌아온 마동석이 ‘괴물형사’ 마석도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프랜차이즈를 몸소 실현 중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20년을 보냈다는 그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과 생사를 오갔던 여러 난관들 그리고 5킬로의 아령을 들 수 있는 것만으로 좋았던 힘겨운 재활을 거쳐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지금, 이 현실이 꿈만 같고 한없이 감사하다는 마동석을 만났다. “영혼과 뼈를 갈아 넣은 특별한 작품”이라고 <범죄도시> 시리즈에 각별함을 표한다.
프랜차이즈를 선언하고, 어느덧 4편까지 왔다.
1편을 기획하면서 프랜차이즈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던 게 거의 10년 전이다. 만약 프랜차이즈가 된다면 형사 범죄 오락 액션물이라는 장르의 특상상 권선징악은 기본으로 가져가되 변주를 주려 했다. 만약 변주가 없다면, 다시 말해 자체로 지루해진다면 시리즈화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건을 조사하다 보니 저절로 달라지는 점이 생기겠더라. 2편 촬영할 때 3편과 4편의 대본이 나왔고, 매번 한 편 한 편을 매력적으로 만들고자 충실했을 뿐이지 전편의 피드백을 받고 이를 보완해 나간 것은 아니다.
3편에 아쉬운 시선이 있었다. 이번 편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웃음)
시리즈가 거듭되면 단점이나 아쉬운 지점에 대한 지적은 당연히 나올 것이고, 그 반응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많은 분이 우려를 표했지만, 코로나가 극히 심하던 시기에 2편을 개봉했고, 3편 개봉 시기 역시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기뻤었다. 이번은 온라인 도박과 폭력조직, 그 브레인의 관계를 다루고자 했다. 3편은 경쾌한 오락물로 최대한 오락물에 가깝게, 4편은 드라마가 묵직한 부분이 있어서 조금은 무겁게 가려 했는데 다행히 이런 부분이 잘 지켜진 것 같다. 3편이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이는, 자기들끼리 싸우는 식이라면, 이번에는 선한 사람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마석도의 분노 게이지가 한층 올라가고, 이를 마지막에 폭발적으로 쏟아내려 했다.
‘트리플 천만’ 달성 여부에 관심이 고조됐는데, 부담감은 없나. 또 프랜차이즈의 목표가 있다면.
2편과 3편이 기대 이상으로 터져서… (웃음) 흥행의 정도에 따라 부담되거나 애초의 목표가 흔들린다기보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에 흔들린다고 보는 게 맞겠다. 프랜차이즈의 목표는 명백하다. 제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손익분기를 넘어야 하고, 그건 이번도 마찬가지다. 사실 지금 5~8편 대본 작업을 하는 중이다. 예전에 생각해 둔 원안을 현대 범죄 사건에 맞도록 바꾸는 작업 중인데 디테일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리더라.
<범죄도시4>는 시리즈 최초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는데 현지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 집행위원장님이 ‘우리 영화제는 마음에 안 들면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겁을 줘서 걱정했는데, 한 사람도 안 나가고 환호해 주셨다. (웃음) 우리가 놀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고, 외국어로 번역된 유머가 통할지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장이수’(박지환)와 ‘마석도’(마동석) 사이에 툭툭 오가는 케미를 재미있어했고, 또 <범죄도시4> 이전 작까지 본 분들은 매 편마다 다른 액션 기술을 써서 좋다는 반응이었다.
매력적인 빌런의 구축이 관건인데 이번에는 김무열과 이동휘 배우를 낙점했다. 함께한 소감은.
특수부대 용병 출신인 ‘백창기’의 액션은 보기보다 난도가 있어서 액션을 잘하는 배우를 섭외해야 했다. 무열이는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동생이라 바로 제안했고 과연 잘 해줬다. IT 천재로 불리는 브레인인 ‘장동철’ 캐릭터는 동휘가 정말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비중이 좀 더 컸지만, 범죄수사물이 돼 버려서 그 비중이 축소됐음에도 그 안에서 너무 잘 구축해줬다. 딴에는 웃긴다고 하는데 자기만 웃기고 주변은 썰렁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이전 본인의 코믹한 모습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번 캐스팅 중 눈여겨 볼 배우는 백창기의 오른팔로 분한 김지훈 배우다. 복싱국대대표 선수 출신으로 영화 <주먹이 운다>(2005)에서 복싱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현재 내가 운영 중인 복싱체육관의 관장 중 한 명이기도 한데 이번에도 훌륭하게 잘 해줬다. 외국에서 <범죄도시> 시리즈의 액션에 호평하고 협업을 오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작품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린 네 종류의 복싱 기술을 활용하는데, 자세히 보면 1편부터 4편까지 그 주력 기술이 모두 다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기회에!
3편에서 자리를 잠시 비웠던 ‘장이수’가 재등장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다. 변모된 모습이기도 하다.
1편의 ‘장이수’ 캐릭터가 굉장히 좋았다. 사납기도 하고 유머도 있는 모습 말이다. 건너 건너 아는 분 중 암흑가 사람이 있는데 (웃음) 오랜만에 만나니 그 성격이 굉장히 말랑말랑해졌더라. 장이수도 이런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또 1편의 캐릭터를 그대로 갖고 온다면 식상할 거로 판단했다. 박지환 배우가 연기를 워낙 잘하니 장이수를 움직일 한마디 동력을 함께 고민해 만들어 나갔다.
그간 마석도 역시 변했을 텐데 어떤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노련해지고 날카로워지지 않았나 싶다. 마석도가 과학적인 수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이번에는 사이버수사팀과 협력해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렇게 협업하는 것 자체가 노련해지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는 마석도의 인간적인 모습(개인적인 다짐 같은 것 등)이 거의 처음 등장하는데, 향후 시리즈에서도 계속 다룰 예정인지.
마석도의 감정적인 면을 드러내는 건 장단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오락 액션 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있다. 다만 지금 작업 중인 5~8편 중 마석도의 감정이 좀 더 진하게 드러나는 편이 있다는 정도까지 말씀드릴 수 있겠다.
단순한 각색 참여가 아니라 시나리오의 원안부터 직접 쓴다고 밝혔는데 작업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또 주안점은.
내가 원안을 써서 각본가에게 넘기고, 또 각본가가 손을 봐서 내게 넘기는 식으로 대여섯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다듬어 나간다. 액션, 코믹, 서사가 다 들어가야 해서 우린 60페이지 미만의,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대본을 쓴다. 유머 같은 경우 주로 내가 쓰지만, 스탭들이 모두 공유하고 연령별로 투표해서 재미없는 것들은 걷어내는 식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프랜차이즈가 왜 그토록 하고 싶었던가.
그냥 꿈이었다. 외국에는 <007> 시리즈나 <다이하드> 같은 시리즈가 있는 게 부러웠고, 한국에는 이런 시리즈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영화 일을 하던 어린 시절, 당시는 영화에 맞는 액션을 소화하는 게 내 몫으로, 내가 원하는 액션을 녹여낼 입장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상상한 걸 프랜차이즈 안에 그려낼 수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고 행복하다. 처음 복싱을 시작한 계기가 영화 <록키>였고 너무 좋아서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이 나온 <람보>도 찾아봤는데 이 역시 프랜차이즈라, 액션 오락 시리즈에 로망이 있었다. 그 결과가 <범죄도시>인데, 막상 해보니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아서 쉽지 않더라. 다른 장르의 시리즈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좀 더 부각돼서 그렇지 (내가) 제작한 영화 <백수 아파트>의 촬영이 얼마 전 끝났고, 이외에도 영화 두 편이 대기 중이다.
<범죄도시> 1편부터 4편까지 큰 챕터가 일단락된 느낌이다.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5편~8편의 제작 일정 등 관련 정보를 귀띔한다면.
말했듯이 지금 5~8편 대본 작업 중으로 현대화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감독은 구체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2편과 3편의 이상용 감독과 이번 4편의 허명행 감독이 각각 한 편은 맡지 않을까 한다. 빌런의 경우 머릿속에 구상 중인 그림체가 있고 배우도 어느 정도 윤곽을 그렸는데 아직은 혼자만의 생각이다. 제작진들에게 살짝살짝 언질만 주고 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아는 맛’ 혹은 ‘예상된 맛’이라는 평가가 있겠지만, 식상한 소재라는 건 1편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일 거다. 지금까지가 1부라면 앞으로 시작될 2부는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은 ‘서스펜스, 유머, 액션’ 이라고 생각한다. 2편부터는 고등학생이 볼 수 있는 등급인데 한 고등학생이 내게 DM을 보내오기도 했었다. 학생들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영화를 보고 형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라. 3편은 상대적으로 덜 잔인하고 시원시원해서 좋았다면서 MZ세대들이 특히 반겨주기도 했고! 영화를 즐기는 여러 시선과 입장이 있다는 걸 여러모로 깨닫는 요즘이다. 그래서 5~8편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가되, 한 편쯤은 청불 등급으로 감독판을 따로 개봉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드디어 결혼식을 올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혼인신고는 2021년 이미 완료!) 근황을 전한다면.
결혼식은 큰 규모가 아니고 작게 조용히 하는 거라 하는 만큼만 하고 있고, (웃음) 일단 하루하루는 바쁘다. 쉬는 시간에는 복싱장에 나가서 운동하고 그 다음 대본 작업에, 회의에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임박한 영화의 스탭을 꾸리고 캐스팅도 진행중이다. 올해는 촬영 없이 좀 쉬는 해라 상대적으로 덜 바쁠 거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더 바쁜 것 같다! 이 모든 작업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대본 작업이다. 좋은 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쓰는 분을 존경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에게 ‘마석도’란 또 <범죄도시> 시리즈란.
마석도는 마동석을 활용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데 내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특히 애착이 큰 인물이다. <범죄도시>를 만들기까지,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의 20년이 결코 쉽지 않았다. 정말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통도 겪어봤고, 다쳐서 생사를 넘나들기도 했었다. 5킬로짜리 아령을 들 수 있는 것만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의 혹독한 재활 등 여러 난관을 거쳐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감사함이다. 영혼과 뼈를 갈아 넣은 특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사진제공.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2024년 4월 27일 토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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