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무표정 유지하느라 힘들었다” <범죄도시4> 김무열 배우
2024년 4월 23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각각 1,269만 명과 1,068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2022)와 <범죄도시3>(2023) 이후 근 1년 만에 <범죄도시4>가 관객을 찾는다. 개봉 전부터 ‘트리플 천만’ 달성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 화제작이다. 매번 새로운 빌런의 출현으로 궁금증을 키웠던 시리즈인데 이번엔 ‘특수부대 용병 출신 최강 전투력’이라는 소문으로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영화 <악인전> 등을 통해 액션 재능을 발휘한 김무열의 캐스팅으로 한층 기대감을 높였다. 용병이라는 이미지에서 그려지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평범한 셔츠와 바지, 앞머리를 내려 오히려 순해 보이는 외양으로 스타일링한 ‘백창기’ 역의 김무열을 만났다.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애로점을 꼽으며, 어떤 빌런으로 남을지 그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빌런의 존재감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첫 등장부터 살벌하다. (웃음) 칼을 휘두르는 데 일말의 망설임이 없더라.
사실 첫 등장을 어떻게 할지, 무슨 대사를 할지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다. 촬영 직전까지 결정하지 못했는데 여러 논의를 걸쳐 외양은 평범하되 불필요한 것들은 걷어내고, 한 방에 제압하는 걸로 결정했다. 그 장면으로 캐릭터의 구축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이후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수월했다.

그간의 빌런 중 ‘전투력 최강’이라는 소문이 이미 자자했는데, 차별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빌런의 전투력을 비교하고자 한 것은 아니고, ‘전투력 최강’이라는 키워드는 아마 결과물을 미리 본 분들이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빌런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좋은 부분은 취하고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은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이전의 빌런이 악이나 깡 때론 분노를 원동력 삼아 움직였다면, 백창기는 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억누르며 순간의 기회를 포착하고 제압하는, 생존 본능이 매우 뛰어난 인물로 접근했었다. 이 부분에서 허명행 감독님과 생각이 정확히 일치했다.

개봉을 앞둔 소감과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어느새 촬영한 지 1년이 지났고, 나를 비롯한 배우들과 제작진 그리고 스탭 모두 관객과 만날 날을 고대했다. 촬영이 끝난 작품은 관객의 것, 다시 말해 개봉이 작품의 완성이라는 생각이라 담담하게 그 평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주변 반응이야 아직은 지인들만 봐서 그런지, 대체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다. 아주 집요하게 단점을 얘기해 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칭찬만으로 답한다. (웃음) 개인적으로 개봉 직전인 이 시기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든 시기인 것 같다.

백창기는 눈앞에 쌓인 돈다발을 보고도 욕심내지 않는, 한편으로는 물욕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 인물인데, 어떻게 접근했는지.
전직 용병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두 가지 포인트를 뒀다. 하나는 매우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인다는 것, 또 하나는 약속 특히 성공 보수를 철저하게 쫓는 점이었다. 약속된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단순히 돈을 잃고 얻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바닥에서 평판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로 접근했다. 백창기가 돈은 그대로 두고 가서 언뜻 욕심이 없어 보일 수 있으나… 그보다 훨씬 가치가 큰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관리하는 ‘장동철’(이동휘)의 서버를 취하지 않나! (웃음) 한편으로는 웬만한 돈과 위험 앞에서는 감정의 동요가 없고 폭력에 중독이 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마석도와의 대결에서 카운터 펀치를 맞은 상황에서 보여준 웃음은 이같이 중독된 성향의 방증이 아닌가 한다.

지능형 빌런 ‘장동철’과 행동형 빌런 ‘백창기’, 각기 장기를 발휘하는데 백창기에게 장동철은 어떤 의미일까. 또 이동휘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백창기 입장에서 장동철은 보스가 아니라 파트너이고, 일말의 인간적인 애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장동철을 한 번은 봐준 것만 봐도 그렇다. 백창기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참은 거다, 인내에 인내를 거듭한다고 할지. (웃음) ‘장동철’ 캐릭터는 동휘가 스스로 준비한 부분이 크다. 다채롭게 구축하기 위해 매우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나르시시스트 같은 자기애적 성향, 반바지를 비롯한 의상과 언행과 스타일 등 그간 보여온 코믹한 모습과는 다른 얼굴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석에서 동휘에게 정말 많이 보고 배운다고,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곤 했었다.

액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예전에 단검을 쓰는 필리핀 무술 ‘칼리 아르니스’(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등에 나온 기술)를 배운 적이 있고, <범죄도시4> 직전에 촬영한 작품이 넷플릭스 <스위트 홈>시즌2와 시즌3이었다. 이때 특수부대 중사 역할이라 같이 연기한 동료들이 해병대, 특수부대 출신이 많았고 대테러 부대에서 받는 전략전이나 근접 전투술 같은 걸 배웠던 게 쌓여 이번 백창기의 근간이 됐던 것 같다. 또 백창기의 부하 ‘조부장’역의 김지훈 배우가 실제로 국가대표 복싱 선수 출신이라 역시 크게 도움받았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무표정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액션할 때 보면 미간을 찡그리거나 입을 꽉 다무는 등 나도 모르는 표정이 나와서 이걸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어려웠다. 또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정확하게 급소를 찔러 나가는 움직임도 쉽지 않더라. 한 번은 뒤구르는 장면이 있는데 왜 그렇게 뒤구르기가 안 되던지! 한때는 백덤블링도 했는데 말이다! 감독님이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어떻게든 하려고 한 열 번 정도 시도했던 것 같다. (웃음)

백창기 캐릭터의 어느 면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는 그 속내를 알기 어려웠고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석 형과 지환 형을 비롯해 평소 믿음이 가는 동료 배우들 덕분에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예전에 무대 준비할 때는 한 달이건 두 달이건 함께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키워갔지만, 영화는 각기 준비해 온 캐릭터로 만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동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 공동작업의 시너지를 오랜만에 실감했었다. 서로 준비해 온 캐릭터를 현장에서 하나하나 주고받으면서 역설적이게도 내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액션 감독이 아닌 연출자로 만난 허명행 감독은 어땠나. 주요 디렉팅은.
허명행 감독은 보는 눈이 아주 빠르고 캐치를 잘 하시는 분이다. 장면 구성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명확하게 말씀 주신다. 무엇보다 서로가 원하는 부분에 있어서 소통이 원활했다. 이번에는 백창기의 액션뿐만 아니라 외적인 스타일링에 대해 많이 도움 주셨다. 시나리오상 용병 설정이라,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자료를 찾다 보니 밀리터리 의상, 짧은 머리, 근육질 등 고정된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평범함을 강조하셨다. 필리핀에서는 보통 셔츠와 바지를 입었고, 한국에 와서는 필리핀보다 추울 테니 비니를 쓰는 식이었다. 이런 흔한 외양 속에 무표정하지만 무자비하게 살인하는 빌런이라니! 어느 순간부터 상상만 하던 캐릭터가 확 다가오더라. 비니의 경우, 내가 아이디어를 낸 건데 감독님이 너무 좋다고, 너무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캐릭터 같아 보인다고 반기셨다. 흔한 말이지만, 정말 감독님은 ‘멋을 아는 분’이다. (웃음)

연기는 물론이고 각본부터 제작까지 도맡은 마동석 배우를 곁에서 지켜본 소감은.
성실함과 열정 그 자체다. 촬영 전날에는 쪽잠 자고 나올 정도로 밤새 해당 장면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 오신다. 새벽에 보면 ‘내일 찍을 장면 한 번 봐봐’ 하며 여러 버전으로 문자가 좌르륵 와 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살지, 일만 생각하고 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미 정상의 반열에 오른 배우이자 제작자가 여전히 그토록 일을 사랑한다는 점이 새삼 놀랍더라.

현장에서 의견 교류가 굉장히 활발하다고. 그 과정에서 유명한 애드립이 탄생하나 보다. (웃음)
아이디어 회의를 정말 많이, 자주 갖는다. 처음 받은 대본과 나중에 정리한 대본을 보면 마치 다른 대본 같기도. (웃음)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가 애드립인지 스크립트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은 유연한 대사인데, 그만큼 현장이 완벽하게 준비가 되고 분위기가 올라야 가능한 것 같다. 어떤 강요도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머리를 모았던 것 같고 그렇기에 툭 치면 준비한 게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닐까 한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검증된 맛 혹은 식상한 맛이라는 시선이 공존한다.
아는 맛이나 검증된 맛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리즈화 된 작품을 보면 내가 그 세계관으로 다시 들어가면서 포근함과 안락함,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이 있지 않나. 이런 느낌이 좋아서 그 시리즈를 다시 찾아보기도 하고, <범죄도시>는 익숙한 세계관 위에 마석도라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선사하는 시원하고 통쾌한 한방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식상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 역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나오는 것일 터이고, 이를 원동력 삼아 발전해 나갈 걸 알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사진제공.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2024년 4월 23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