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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 <소풍> 김영옥 배우
2024년 2월 19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사업 실패로 들이닥친 아들네 가족 때문에 심란한 ‘은심’(나문희)은 어릴 적 친구이자 사돈이기도 한 ‘금순’(김영옥)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는다. 오랜만에 만난 단짝은 고향 남해로의 일탈을 시도한다. 60년 만에 고향을 찾은 은심과 고향에서 터를 잡았던 금순이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자면서 애면글면했던 서로를 한층 더 보듬게 된 두 친구는 어렸을 적 추억을 따라 소풍을 가기로 한다. 영화 <소풍>으로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를 한 김영옥 선생을 만났다. 이 이야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이 노년을 맞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 해당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설 명절에 관객을 찾으셨다. <소풍>은 무슨 이야기인가.
이 영화는 그냥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연출을 맡은 김용균 감독도 거의 터치하지 않고 우리가 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두셨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꼭 건강하게 노년을 맞는 건 아니지 않나. 모두가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면 얼마나 좋겠냐 만은 말이다. 아프고, 거동도 힘든 상태로 노년을 맞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리미리 제일 챙겨야 하는 건 건강이라는 생각이다. 배우자, 자식, 돈 모두 있어도 자기 몸의 불편함은 그 어느 것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큰 틀에서 <소풍>은 누구나 맞게 될 노년의 이야기라 하겠다.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는지. 나문희 선생과 오래 친분을 나눠 왔는데, 이렇게 함께 작품을 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다.
원래 이 이야기는 나문희 씨의 매니저 와이프가 쓴 이야기다. 우리 둘이 해주면 좋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거론했었다. 영화화될까 싶었는데 결국 메이드 됐고, 중요한 건 우리 둘 다 이 작품에 너무나 반했다는 것이다. ‘척하면 척’ 하는 마음으로 좋아서 했다. 그리고 가끔가다가 내가 했으면 좋겠다는 작품이 있다. 자아도취라고 할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작은 오만이 드는 순간이 있다. (웃음) 또 성격상 딱 자르지 못하는 편이다. 한편으로 영화는 이번이 마지막이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감독의 터치나 연출에 따라서 이토록 작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칭찬이다. (웃음)

어릴 적 친구로 박근형 선생도 출연, 삼총사로 호흡 맞춰서 반가우셨겠다.
그분과는 일일드라마를 같이 하는 등 일적으로도 인연이 있지만, 외적으로도 평소에 친하다. (웃음) 만나면 일, 가족 등 많은 이야기를 한다. 역시 척하면 척이라고 연기를 주고받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틈만 나면 셋이 같이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우정을 돈독하게 했다.

후반부에 몸이 불편한 ‘금순’과 그의 곁을 지키는 ‘은심’, 두 친구가 누워서 아침을 맞는 장면을 너무 리얼하게 표현하셨더라.
우리가 지금, 이 나이에 멀쩡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 나이를 먹으면서 오는 (신체의) 벽은 누구나 느낄 터이고, 한편으로는 무뎌지면서 사는 게 아닌가 한다. 큰 지병 없이 조금은 나은 건강 상태로 지내고 있지만, 편찮으신 분들의 심정과 상태를 모르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요양 시설이 있지 않아 가정에서 보살펴야 했고, 주변에서 본 것도 많고 해서 그 고충을 잘 알고 있다.

중학생인 은심과 금순 사이에는 우정을 넘은 사랑 같은 감정도 읽히는데,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동성 간의 사랑이기보다 우정이 진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보니까, 금순이가 좀더 ‘은심 바라기’ 아니었나 싶더라. 세련된 은심을 보면서 마냥 좋아했고, 나이를 먹어서도 그대로 여전히 은심 바라기 같다. (웃음)

금순과 아들 사이의 서사가 적어 아쉽다는 시선도 있는데…
누가 아니래! 원래 좀 있는 부분도 감독님이 자르셨더라. 아무래도 은심과 그 아들(류승수)의 관계가 주라서 금순의 서사는 좀 덜어냈지 싶다. 영화를 본 분들의 반응도 그렇고, 금순의 가족사를 너무 안 그려 주신 건 있다.

▲<소풍>

소풍을 떠난 두 친구의 뒷모습을 비추는 엔딩은 시사점이 크다. 그들의 선택에 공감하시는지.
솔직히 둘이 걸어가는 모습을 비추며 유야무야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절벽까지 가더라. 관객의 판단에 맡기는 결말이지만, 사실 다들 눈치채겠지. 요즘에는 영상과 오디오가 너무 발전해서 그런지 관객이 다들 너무 잘 아신다. (웃음) 나는 구시대 사람이라 그런지, 지금은 예전처럼 연극 무대를 거치지 않고, 그러니까 무대를 공부하지 않고 연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부분에 조금 불만이 있다. 연기는 리얼한데 대사 전달이 안될 때가 있거든. 어느 경우이든 대사 전달은 기본이다! 이건 사족인데, 정확한 대사 전달을 위해 후배님들이 늘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존엄사 혹은 연명치료에 대해 평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신지. 어떤 입장이신가.
동료들과도 또 집에서도 매번 이야기한다. 자식들이 어릴 때 내가 좀 아팠는데, 그때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들 아는 척 좀 해주라’고 동료들에게 그랬더니 (박) 원숙이가 ‘유언을 수도 없이 해서 X칠할 때까지 살 것’이라고 농담하곤 했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연명 치료 등은 하고 싶지 않고, 하지만 국내에서 존엄사는 법적으로 불가하니 (내) 의지대로 할 수도 없고… 언젠가 이런 주제가 공론화됐으면 한다. 의료 기기에 의지해 연명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그 삶이 말이다.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의 소구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젊은 사람도 나이를 먹고, 부모나 형제가 늙어감을 지켜보는 걸 피할 수는 없을 터이다. 노화, 즉 노년의 삶에 어떻게 대처할지 이 영화를 통해 생각해 보지 않을까 한다. 부모가 지금 즐거워 보인다고 해서 그들이 살아온 힘든 시간을 잊어버리는 자식이 간혹 있다. 마치 극 중 ‘금순’의 아들이 동네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을 즐기는 엄마를 보고 ‘마음 편해서 좋겠다’고 살짝 비아냥대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즐거워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걸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부모라고 늘 즐겁겠나. (웃음) 이런 생각을 견지한다면, 부모 세대도 자녀 세대도 좀 더 서로를 이해하며 보다 더 나은 생활을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요즘 최고 인기인 ‘임영웅’ 가수가 <소풍>의 OST인 ‘모래 알갱이’를 불렀다. 평소 그의 찐팬으로 유명하시다.
음… 대우를 제대로 해줬을 것 같지는 않고 그럼에도 임영웅 가수가 오케이 했다는 건 평소 팬인 나를 봐서가 아닐까? (웃음) 노래가 너무 좋아 엔딩만이 아니라 처음과 중간에도 깔았으면 했는데 그건 또 안되나 보더라. 예전에 개인적으로 좀 울적한 시기일 때 지인이 ‘미스터 트롯’을 한번 보라고 권했었다. 슬픔을 슬픔으로 이긴다고, 그때 임영웅이 부른 노래들이 마치 내 이야기 같고 내 노래 같은 게 그렇게 마음을 찌르는 거다. 정말 감성이 남달랐던 게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 같더라니까! 혹시 다른 사람이 1등을 차지할까 봐 걱정되어 잠을 설칠 정도였었다. (웃음) 임영웅은 내 최애 가수요, 첫사랑이라 하겠다. 그간 표를 구하기 힘들어 콘서트에 한 번도 못 갔는데, 글쎄 이번에 마침 팬클럽 ‘영웅시대’에서 나와 나문희를 위해 표 두 장을 양보해 주셨다. 그간 (임영웅이 나온) 영상이라는 영상은 다 찾아봤지만, 과연 콘서트는 또 다른 무대더라. 사실 나문희는 원래 팬이 아니었는데, 너무 잘한다고 하면서 나보다 더 좋아하고 감탄에 감탄을 했다니까!
▲<소풍>

영화 외적인 질문인데 최근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 출연해 몸이 불편한 손자를 돌보는 가족사를 공개하셨다. 어떤 마음이셨는지.
사실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손주 이야기는 그간 조금씩 비쳐 왔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대단하다고 하는데 닥치면 다 하게 된다. 나야 집에서 같이 돌볼 (도우미) 아주머니도 있고 하니, 여러모로 돌볼 여건이 좋지 않나. 내가 이 아이를 케어하니, 다른 자식들이 안심하는 부분도 있고, 그런 자식들을 보면서 내가 도움이 되는구나 싶어 나 역시 안도하는 마음이 된다.

‘금쪽 상담소’ 사상 최고령 출연자셨다고. (웃음) 고령에도(88세)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왕성히 활동 중인데 건강 비결은 무엇이신지.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일단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사실 취할 때 알딸딸한 그 기분이 좋아서 술은 먹고 싶은데 이제는 끊었다. 강도가 센 운동은 못하고 스트레칭을 위주로 자주 몸을 풀어준다. 아점을 간단히 먹고, 저녁을 잘 챙겨 먹는 편이다. 커피는 하루에 한 장 정도 적당한 시간에 마신다.

마지막 질문이다. 67년 동안 연기를 계속 해 오신 원동력은 무엇인지. 다음 생에도 배우가 될 것 같으신가.
연기는 좋아서 그야말로 신들려서 하는 거라 피곤한 줄 모르고 한다. 만약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뭘 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당연히 연기할 건데, 그때는 주인공을 좀 많이 해서 빌딩도 사고 그랬으면 좋을 것 같다. (웃음) 농담이고, 반짝스타가 아니라 지금처럼 쉬지 않고 연기하면 여한이 없겠다. 지금까지 내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자부심이 있고, 이에 만족하고 행복한 생이라 생각한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2024년 2월 19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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