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무엇보다 제작자와 감독으로, 어엿한 직업인으로서 일로 만나서 좋습니다.” 32년 인연을 자랑하는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가 의기투합한 영화 <오픈 더 도어>의 개봉 소감을 전했다. 대학교 때나 지금이나 서로를 향해 ‘한결같다’고 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송은이 대표에게 장항준 감독은 ‘박수치며 같이 웃어주는, 인간적인 도전과 자극을 주는 좋은 선배’, 장항준 감독에게 송은이 대표는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간의 전쟁 같은 관계 속에서 만나는 자신, 정글 속 거울 같은 존재’라 말한다.
“32년 전 대학교 때 처음 만났어요, 그때 제가 밥 많이 사줬네요” (장항준 감독)(이하 장항준), “못 믿으시겠지만, (웃음) 진짜로 많이 사줬어요.” (송은이 대표)(이하 송은이)
입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팟캐스트가 아닌 모처럼 오프라인에서 나란히 자리했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송은이 대표가 제작자로 나선 <오픈 더 도어> 개봉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한인 세탁소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오픈 더 도어>는 장 감독이 단편용으로 쓴 시나리오를 송 대표에게 보여주면서 시작했다. 팟캐스트, 예능, 유튜브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왔고, 평소 영화광이기도 한 송 대표지만, 영화라는 매체는 생경한 세계였다.
“콘텐츠가 쏟아지고 이를 접할 채널이 늘면서 콘텐츠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와 닿지 않는 요즘에, <오픈 더 도어>는 영화의 의미와 목적에 딱 맞는 영화 같았죠.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 영화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또 상업적인 문법을 따라가지 않는 점도 유니크하고 마음에 들었어요. 장 감독님이 예능을 아주 잘하지만, 삶과 사람에 대해 아주 진지한 태도를 지닌 분이에요. 이런 점을 잘 녹여낸 작품이라 좋았어요.”(송은이)
여러 챕터로 구성한 <오픈 더 도어>는 초반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던지고 출발한다. 이후 시간을 거슬러 가면서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밟아가는 형식이다. 스릴과 서스펜스를 애써서 유도하지 않은 독특한 스릴러로, 감독은 ‘현실감’을 제일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제가 예능에서 보이는 모습과 별개로 삶의 자세와 욕망의 제어 등등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아요. (웃음) 나이 먹으니 더 그런 것도 같네요. 대형 상업 영화의 주인공은 주로 재벌이나 영웅같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져 있잖아요. 한 번 정도는 현실적인 고민이나 평범한 처지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장항준)
“상업적인 이야기의 틀을 따라가면 범인의 정체로 귀결되고 그 과정의 반전이 중요하겠지만요, 전 ‘왜’ 라는 선택의 이유가 이야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했죠. 대사를 주로 활용한 이유도 인물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상황을 가장 현실적으로 전달할 도구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카메라 워킹도 자제했어요. 카메라가 역동적으로 도는 순간 관객은 ‘지금 영화보는 거지!’ 하고 느낄 테니까요.” (장항준)
송 대표 역시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한 점이 좋았다고 덧붙인다. “제 인생관에 비추어 볼 때, 모티브가 된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멈출 수는 없었는지 계속 생각하게 되더군요. 예전에 오빠(장항준)에게 좋은 영화는 어떤 영화냐고 물으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 라고 답했고, 저도 동의해요. 정말 생각의 여지를 주는 영화예요.” (송은이)
예산이 크든 작든 흥행에서 자유로운 영화는 없다. 약 7억 원 내외의 저예산으로 만든 <오픈 더 도어>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문법으로 만들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는 장 감독이다.
“자본의 간섭 혹은 부담감은 어떤 감독이든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도 이번엔 온전히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했고, 흥행에 대한 강박도 많이 내려놨어요.” (장항준)
“그럼에도 손익은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죠! 하하” (송은이, 장항준)
송은이 대표 앞에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하나는 ‘만능엔터테이너’이다. 혼자 활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 예능인의 활로를 개척하고 무대를 만들어 왔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다각화 흐름을 일찌감치 캐치해서 트렌드에 부응하는 걸 넘어 선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 회사를 만든 지 8년 됐어요. 8년 만에 처음으로 제작하는 영화라 설레고 떨리죠. 팟캐스트, TV 예능, 유튜브 등을 제작했지만, 영화는 확실히 다른 수준의 매체라는 걸 알았네요. 이렇게 극장 개봉하게 돼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송은이)
평소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는 두 사람답게, <범죄도시> 시리즈 등 흥행작을 다수 제작해 온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가 공동제작에 참여, 물심양면으로 측면 지원했다.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평소 ‘누나! 언제든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한 말이 떠올라서 이번에 그 찬스를 썼죠. 콘텐츠 만드는 감각으로는 해결이 안 될, 투자부터 개봉까지 제가 모르는 모든 걸 가르쳐줬어요.” (송은이)
“원석이도 대학교 때부터 친했어요. 그땐 참, 서로 보면서 ‘뭐가 되려나, 밥벌이는 할까’ 싶었는데, 이렇게 같은 업계에서 나름 성공을 거두고 있어 너무 좋죠.” (장항준)
32년의 인연, 그것도 직업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건 무엇보다 귀한 자산일 것이다. 앞으로 32년 후 두 사람은 또 어떤 모습일까.
“같은 고민을 나눌 오랜 친구가 있다는 건 너무 좋죠, 32년간 인연을 이어온 동력은 변함이 없다는 거예요. 대학교 신입생 때나 이렇게 큰 회사를 이끄는 지금이나 은이는 정말 똑같아요. 대학교 시절의 순수함이 그대로예요. 뭐 우리가 욕심이 없는 편이기도 합니다.(웃음) 32년 후는 80대일 테고 목표는 틀니를 하지 않는 거예요! 우린 그때도 지금과 비슷할 것 같아요.” (장항준)
“오빠도 변한 게 없어요. 대학교 때 감독이 되겠다고 아웃사이더처럼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을 쓰던 그가, 진짜 감독이 됐네요. 한결같은 정서와 마인드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일흔 살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숲 해설가’예요, 꼬맹이들이 현장 체험을 오면 나무와 꽃을 설명하면서 숲에서 놀아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32년 후에도 뭐 막걸리 한 잔 마시며, 서로 건강 걱정해 주지 않을까요.” (송은이)
<오픈 더 도어> 개봉으로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송은이 대표와 장항준 감독. 송 대표는 앞으로도 영화 제작을 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며 현재 좋은 스토리를 찾는 중이라고, 장 감독은 액소시즘을 다룬 영화와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고 차기작을 소개한다.
사진제공. ㈜컨텐츠랩 비보
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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