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동명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연출과 함께 각색도 직접 했다고.
원작이 사채에 대한 얘기인데 사실 그쪽에 관련해서 잘 모른다. (웃음) 그래서 원작의 큰 줄기만 유지하고 많은 부분을 새롭게 가미해봤는데 시청자 분들이 좋게 봐주셨는지 모르겠다. 원작은 분위기도 훨씬 어둡다. 영상으로 옮기면서 최대한 밝게 해보고 싶었다.
원작과는 어떻게, 어느 정도로 달라졌나.
원작은 케이퍼 장르와 스릴러를 결합한 느낌으로, 보다 하드하고 어둡다.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작품 전반의 색채에 변화를 줬고, 자연스럽게 장르적으로도 달라진 지점이 많다. 그리고 시리즈의 메인 동력과도 같은 액션도 달라졌다. 원작은 유도에 기반한 액션이 주가 되고, 목숨 걸고 싸우는 듯한 느낌이라면 우리 액션은 복싱을 베이스로 하고 원작보다 활극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최종 액션 시퀀스의 포인트도 원작과는 다르게 우리만의 색깔이 묻어나게끔 잡아봤다.
웹툰의 방대한 내용을 8화 안에 녹여내느라 고민이 많았겠다. 시리즈 작업은 처음이지 않나.
작품 제안을 받았던 시점이 <멍뭉이>를 시작하는 타이밍이었고, 영화라는 포맷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때였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그 안에서 다룰 수 있는 외적 갈등의 밀도나 강도가 얕지 않나. 그에 반해 드라마는 조금 더 촘촘하게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자>를 끝낼 무렵 박서준 배우가 '감독님은 캐릭터 묘사를 잘하니까 드라마를 해도 잘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났다. 절친한 이병헌 감독님께도 물어봤는데 '16부작은 하지 말고, 그 아래로 해봐라'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웃음)
아무래도 원작이 있는 작품이니까 처음에는 1~2화를 원작과 그대로 써보기도 했는데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막히는 지점이 생기더라. 12부작을 생각하고 9화까지 썼는데, 너무 어두워져서 ‘엎고 다시 쓸까?’ 고민하던 찰나에 넷플리스와 판권 계약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넷플릭스에서는 내가 자신 있는 버디극으로 만드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고 최종적으로 8부작에 맞춰 이야기를 각색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지 않나. 영화에 비해 준비해야 할 각본도 많고, 촬영 기간도 더 길었을 텐데.
촬영 회차로 따지면 <청년경찰>의 3배, <사자>의 2배 정도였다. (웃음) 각색도 처음이었던 터라 압박감 때문에 몸과 마음에 병이 생겼다. 꼬리뼈가 아플 때까지 앉아서 작업해야하는 건 물론 목 디스크, 공황 초기 진단을 받을 정도로 몸을 혹사했다.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그런지 끝나고 나서도 몸이 안 낫더라. (웃음) 그래도 혼자 고생한 게 아니라 배우들, 다른 제작진들 모두 최선을 다해준 덕에 잘 끝낼 수 있었다.
처음부터 도환이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고, 버디물로 가닥을 잡으면서 도환이 생각이 났다. '건우'라는 캐릭터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내면이 선하고 유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도환이를 얼굴 때문에 날카롭게 보는 거 같은데, <사자>를 기점으로 도환이와 친분이 쌓여서 그런지 도환이에게서 그런 ‘건우’의 이미지가 쉽게 그려지더라. 도환이가 외적으로는 날카롭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안에는 시추 같은 느낌이 있다. (웃음) 그러면서 싸울 때는 늑대개로 변하는 모습이 재밌을 거 같았다.
우도환, 이상이 배우를 ‘우’도환, ‘좌’상이라 부르면서 아끼던데. (웃음)
‘우’도환, ‘좌’상이 두 사람이 없었으면 아마 무너지지 않았을까 싶다. 심적으로 힘들 때 날 많이 잡아줬다. 육체적으로도 힘든 걸 많이 견뎌줬고. 액션 수위가 높은데 그걸 다 소화해내지 않았나. 특히 8화에서 벌어진 배 위에서의 액션은 진짜 힘들었다. 한 번은 조류가 너무 심해서 6시간 동안을 배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배우들 컨디션도 걱정되고, 사실 제작비도 걱정 됐다. (웃음) 그런데 물살이 잠잠해지자마자 두 배우가 뚝딱 촬영을 끝내더라. 감사한 순간이었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건 김새론 배우와 관련된 논란 때문이었을까.
촬영 중간에 그 소식을 뉴스로 접하게 됐는데, 말 그대로 온몸이 얼어붙더라. 그 일이 아니더라도 대본을 쓰면서 탈모에 과민성 대장증후군까지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그러던 중에 그런 일이 터진 거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잘 이겨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 많이 흔들렸다. 일단 모든 프로덕션을 멈추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지 고민했다. 제주도에 내려가서 7화, 8화 대본을 백지에서부터 다시 썼다. 8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을 한 달 안에 써야 비용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도 다음 작품이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시간을 뺄 수는 없었다.
원래는 김새론 배우가 맡은 ‘현주’ 역도 ‘우진’, ‘건우’와 함께 주연급 비중이지 않았나.
사실 3명 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꽤 비중이 컸는데, 논란 이후 편집을 거쳐 65%까지 줄였다. 최대한 줄인 게 그 정도였다. 앞에 단독신이나 대화하는 장면들을 빼고 프레임 단위로 쪼개서 편집해냈다. 이 구멍을 막아야 시청자들이 온전히 즐길 수 있겠다 싶더라.
급하게 다시 쓴 7, 8화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사실 다시 쓴 버전이 훨씬 마음에 든다. 원래 갓 쓴 대본이 가장 재밌다고, 수정을 거듭하다 보면 별로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7, 8화에서 ‘우진’과 ‘건우’ 두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게 재미있었다. 현장에서 나오는 애드리브를 보면서 '주인공들처럼 우리도 힘든 일을 겪고 이겨내고 있구나'라는 기운이 올라오면서 고맙고 뿌듯하더라.
조연 배우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박성웅, 허준호부터 류수영 배우까지 명품 연기가 빛을 발했다.
박성웅 선배에게는 사실 ‘최 사장’(허준호)의 오른팔 ‘황양중’ 역을 먼저 제안했다. 그런데 선배가 ‘김명길’ 배역을 하고 싶다 하시더라. 결과적으로 너무도 막강한 빌런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황양중’은 평소 너무 멋지다고 생각해왔던 이해영 선배에게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해 주셨다. ‘최 사장’의 왼팔 ‘이두영’ 역의 류수영 선배는 마지막에 좁은 골방에서 아주 힘든 액션을 하시는 데 진짜 고생하셨다. 그게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 골방이었는데, 그 안에서 힘든 내색 않고 현장을 끌고 나가더라. 우는 장면에선 거의 오열을 하시는데 ‘괜히 베테랑이 아니다’ 싶었다. 허준호 선배님은 카리스마 있고 자상하면서도 호랑이 같은 얼굴을 가진 매력 있는 분이시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사실 허 선배님께서 현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내가 쓴 대본대로 간 게 거의 없다. (웃음)
3~40대 남성 시청자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고.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연배의 시청자 분들이 더 좋아하시는 거 같다. (웃음) 내가 올드해졌을 수도 있고, 내가 어릴 적 본 만화같은 것들이 작품에 녹아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 순위인 ‘주간 넷플릭스 톱10’에서 TV 비영어부문 1위에 올랐다. 많은 이들이 시즌2를 바라고 있는데.
시즌1은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에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즌을 통해 캐릭터 중심의 액션을 선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