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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살기로 연습, 싱크로율은 80%!” <리바운드> 이신영 배우
2023년 4월 14일 금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농구공을 쥐어본 적도 없던 배우가 천재 농구 선수를 연기하게 됐을 때 그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이뤄낸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장항준 감독의 신작 <리바운드>에서 천재 가드 ‘기범’으로 분한 배우 이신영은 “신발이 찢어질 정도로 죽기살기로 연습했다”고 회상한다.

2018년 웹드라마 <한입만>으로 데뷔해 <사랑의 불시착>, <낮과 밤> 등 그간 드라마는 꽤 찍었는데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면 “이런 데 네가 나오면 좋을 텐데”라는 말씀을 종종 하시고는 했다. 영화 작업을 너무 해보고 싶었고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 촬영 들어갈 때 긴장도 많이 하고, 동시에 설레면서 두려웠다. 첫 시작이니 여러 감정이 공존했던 것 같다. (웃음)

<리바운드>는 어떤 작품인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무너지는 경우가 있지 않나. <리바운드>는 그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의 삶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코트 위에서 흘린 땀, 열정을 관객 분들이 그대로 느꼈으면 좋겠다. (웃음)

스크린 데뷔작이 무려 장항준 감독, 김은희 작가의 합작이다. 설레면서도 많이 긴장됐겠다. (웃음)
아무래도 영화는 처음이다 보니 많이 긴장했는데 감독님이 워낙 유쾌한 분 아닌가. 배려해주신 덕에 첫 촬영부터 좋았다. (웃음) 나 같은 신인 배우도 감독님과 함께라면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당시 우리가 뛰고 있는 코트와 감독님이 모니터하고 계신 곳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는데 그런데도 피드백을 준다고 멀리서 뛰어오시더라. 그렇게 연기적인 피드백을 받고 나면 마음의 안도감이 생기고, 긴장감도 더 낮아지더라.

작품을 통해 농구에도 첫 도전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모델 준비를 해서 몸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웃음) 그러다 보니 학창시절에도 농구는 해본 적이 없었다. 감독님께서 오디션 때 나를 보고 캐릭터와 싱크로율은 괜찮은데 농구 실력이 관건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영화 소재가 농구인 만큼 배역을 따내기 위해 농구 실력 테스트를 치를 수밖에 없었고 감독님이 일주일의 연습 기간을 주셨다. 하루 두 번씩, 아침에는 농구 센터에 가서 훈련을 받고 오후에는 공원에 가서 따로 연습을 했다. 그렇게 농구 일지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감독님께 보내드렸더니 실력이 점차 향상되는 걸 보고는 굉장히 놀라시더라.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많이 늘었고 연습한 보람이 있어 뿌듯했다. (웃음)

잠깐 언급한 것처럼 모델을 준비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모델을 꿈으로 삼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중3 때 이후로 키가 안 크더라. 남자 모델은 보통 키가 190cm 이상 되어야 하는데 내 키는 180cm에서 그쳤다. 모델 에이전시에서 “키 때문에 워킹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모델로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오랜 기간 염원해온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슬럼프가 뒤따랐다. 그러던 차에 학교 선생님께서 연기 동아리에 들어가볼 것을 권유하셨다. 직접 연기해보니 정말 재밌더라. 하지만 (모델의) 꿈을 포기했다고는 생각 안 한다. 모델이 런웨이를 넘어 화보까지 넘어가기는 정말 어렵다. 그런데 배우가 되니 화보가 저절로 들어오더라. '이렇게도 화보 작업을 할 수 있구나, 꿈을 이어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리바운드>로 돌아와서, 캐스팅이 확정되고 촬영에 들어가서도 농구 연습을 계속 했나.
농구 연습은 계속 놓지 않았다. 신발이 찢어질 정도로 연습했다. 다른 배우 분들이나 영화에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죽기살기로 했던 거 같다. (웃음)

극중 천재 가드 '기범' 역을 맡았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만큼 연기할 때 부담도 컸겠다.
천기범 선수를 직접 만난 적은 없고 대신 경기 영상과 인터뷰 영상을 많이 봤다. 대학시절 MVP를 수상할 정도로 농구 실력이 출중한 선수였기 때문에 그걸 따라잡으려면 연습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특이한 건 경기하면서 바지를 올리거나 신발을 닦는 등 제스처들을 많이 하더라. 농구 실력은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디테일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영화를 보면 내 등이 굽어있고 살짝 몸을 빼고 있는데 지쳐서가 아니라 그 선수 특유의 스타일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100% 다 구현할 수는 없었지만 대사를 할 때 (천기범 선수의) 비음까지 따라하려고 했다.

농구 외에도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면.
‘기범’의 외적인 부분 역시 중요한 지점이다. 신발도 실제 선수가 신었던 것과 가장 유사한 모델을 찾았다. 똑같은 건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 나더라. (웃음) 외모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일단 머리를 투박하게 쳤고, 살도 뺐다. 완성본을 보고 나니 생각보다 싱크로율이 높더라. 80%에 가깝다고 자부한다. (웃음)

바로 전작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 유도선수를 연기했다. 당시 역할을 위해 체급을 키웠는데 이번엔 반대로 74kg에서 65kg까지 감량해야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살을 붙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극중 중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 ‘기범’의 체격이 차이가 난다. 잘 보면 배우들 모두 팔이 가늘고 턱이 뾰족한데 농구도 일종의 유산소 운동이라 촬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지방은 빠지고 허벅지만 굵어지더라. 청바지가 꽉 끼게 되어서 신기했다. (웃음)

그렇다면 ‘기범’의 내적인 성장은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그 시절 '기범'이라는 인물의 생각, 마인드를 어떻게 잡아갈까 고민을 많이 했고 쉽지 않았다. 왜 슬럼프가 왔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꿈을 포기하지 않는지 많이 생각하고 공부했다.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영화 후반부엔 농구를 하면서 동시에 감정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코트 밖에 있는 안재홍 선배를 계속 쳐다봤던 것 같다. 으?으?해보자는 기운을 주고받았다고 할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웃음) 사실 나도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다른 배우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고민했었는데 같이 합숙도 하고 농구를 하며 몸이 부딪히니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 진운 선배와는 감정 연기할 때까지만 해도 촬영 초반이라 그렇게 친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래서 서먹서먹한 감정이 생생하게 잘 나온 것 같다. (웃음)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슬램덩크' 열풍이 불었다. 농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농구 영화를 선보이게 돼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은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슬램덩크’ 세대가 아니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아직 보지 못했다. 촬영할 시점엔 그 영화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재홍 선배가 ‘슬램덩크’ 원작을 그렇게 읽더라. 옆에서 권하는데 끝까지 안 봤다. 그 작품과 결을 달리 하고 싶어서 일부로 안 보기도 했고. (웃음) 대신 재홍 선배와 SK 농구경기를 직관했다. 두 번 봤는데, 처음엔 흐름이 너무 빨라 뭐가 뭔지 몰랐는데 두 번째 직관 땐 자연스럽게 흐름이 보이더라. 응원하던 선수가 덩크슛을 꽂았을 때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응원했는데 그게 카메라에 잡혀서 쑥쓰러웠다. (웃음)

차기작이 벌써 결정됐다. <낭만닥터 김사부3>을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낭만닥터 김사부>를 찍으면서 한석규 선배님을 처음 뵙게 되었는데 멀리서 봐도 아우라가 남다르시더라. 첫 리딩 현장에서 선배님과 거리가 꽤 있었는데도 리허설이 아니라 완성된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선배님의 연기에 빨려 들어갔다. (웃음) 언젠가는 한석규 선배님처럼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사진제공_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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