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건재함을 알려 팬들을 기쁘게 한 김우빈이 <외계+인 1부>를 통해 스크린으로도 인사한다. 그것도 ‘가드’와 ‘썬더’의 1인 2역, 엄밀히 따지면 1인 4역이라 이제껏 보지 못한 그의 색다른 얼굴을 접할 수 있다. ‘가드’는 작은 역이었다가 분량이 커진 캐릭터다. 일을 진정으로 즐길 수 된 덕분에 더 이상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김우빈을 화상으로 만났다. 얼마 전 비인두암 완치 5년이 지났고, 이전보다 더욱 건강한 상태라는 무엇보다 반가운 근황을 전한다.
“컷! 하는 순간 감독님은 배우에게 달려오십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래요. 무릎도 허리도 좋지 않은데 멀리서 뛰어오셔서 안쓰럽기도 해요.” (웃음) 김우빈이 말하는 최동훈 감독은 한마디로 ‘배우를 사랑하는 감독’이다. 어떻게 하면 배우가 불편하지 않게 디렉션을 줄지 고민하고, 이런 마음이 평소 대화에도 묻어난다고.
최동훈 감독과 <도청>을 준비하던 2017년, 김우빈은 비인두암을 진단받았다. 활동을 중단하고 투병에 전념한 김우빈과 그를 기다리기로 결정한 최동훈 감독. <도청> 팀은 잠정적으로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도청>과 관련해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모두가 아쉬워하는 프로젝트라 늘 다시 뭉치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도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씀드리는데 다만 좀 더 시간이 걸릴 듯해요.” 최동훈 감독이 현재 <외계+인 2부> 편집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귀한다면 최동훈 감독님의 작품으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외계+인> 시나리오 이야기를 듣고 작은 역이라도 하겠다고, 나를 필요로 하신다면 얼마든지 달려가겠다고 했죠.” 최동훈 감독 역시 가드는 원래 작은 역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빈이 맡으면서 점점 분량도 많아지고 비중도 커졌다고. 그 결과 <외계+인 1부>를 ‘무륵’(류준열)과 양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촬영장에 갔는데 스탭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따뜻했어요. 심지어 환영의 박수까지, 그 마음이 오롯하게 전해져서 정말 감동이었어요.” 첫날 첫 촬영은 그가 등장하는 장면 중 가장 편하고 짧은 장면이었다. 최 감독의 말없는 배려다. 이런 진심 어린 환영에 그는 전신타이즈를 입어 부끄러운 마음에 입고 있던 롱패딩(물론 추운 날씨이기도 했다)을 벗어젖히고 스탭 앞에 섰다.
“태리와 준열 형은 그때 촬영이 없는데도 차를 몰고 응원하러 와줬어요. 지금처럼 친해지기도 전인데 말이죠. 그날의 공기와 기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촬영하러 간 현장에서도 그날이 떠올라서 둘에게 고마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 서울에 사는 ‘가드’는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지구에 파견된 외계인이다. 그의 곁에는 변신이 가능한 로봇 ‘썬더’가 있다. “썬더가 제 모습이면 좋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핫핑크 슈트를 빼입은, 우리끼리는 낭만썬더라고 불렀는데요. 좀 더 자유로운 기운과 분위기를 지닌 캐릭터라 색달랐어요.” 김우빈과 감독은 촬영하면서 썬더의 변신 모습에 대해 의논했고, 그 결과 1가드 3썬더가 탄생했다.
“가드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저 역시 그렇게 접근했어요. 반면 썬더는 가드와는 다른 밝은 에너지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둘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 행동이나 동작보다는 그 기운에서 차이를 두려 했어요.” 서늘한 모습의 가드와 다정다감한 썬더라는 일인 다역을 소화하는 데 있어 그가 염두에 둔 지점이다.
“둘의 관계가 눈빛이나 말투, 행동에서 잘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좀 더 귀여운 느낌에 대사가 많은 썬더에 비해 가드는 표현이 절제되어 있어서 그의 생각과 그가 지닌 냉소를 표현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웠어요.” 냉정해 보이지만, 아이(최유리)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가드. 김우빈 표 아빠라 할 수 있다.
“유리를 최종 오디션 단계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영화 속 모습보다 더 아기 같았어요. 점점 키가 자라서 딱 맞던 바지의 길이가 짧아지는 걸 보면서 웃기도 행복하기도 했네요. 어른이 되어가는 걸 지켜본다고 할까요.” 심지어는 최유리와 함께 찍는 장면이 있는 촬영 전날에는 괜히 기분이 좋았단다. 그래서 미혼에 당연히 자녀도 없지만 아빠 연기가 힘들지 않았다는 김우빈, 최유리는 행복을 전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데다 사랑스러워서 저절로 표정이 지어졌다고 한다.
가드는 평소에는 인간의 모습이지만, 전투 모드가 되면 로봇 같은 슈트를 입은 모습으로 변모해 외계인을 상대로 강도 높은 액션을 펼친다.
“제가 동작하는 걸 모션 캡처하기도 하고, 이때도 어깨 등에는 스펀지로 만든 소품을 장착하고 연기했어요. 이런 소품이 있어야 후반 CG 작업에 용이하다고 해요. 액션은 제가 한 부분도 있고 스턴트가 소화한 부분도 있죠. 다만 엘리베이터 장면은 스턴트예요. 액션 중에서도 로봇 액션이라 인간 이상의 동작을 보여줘야 해서 전문가가 필요했어요.” 싸우는 상대와 환경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해서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이런 걱정은 싹 사라졌다고. 그만큼 미술과 CG가 만반의 준비가 된 현장이요, 그간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한다.
<외계+인 1부>에서 인상적인 공간이 있다. 가드와 썬더 그리고 아이가 사는 집이다. 마치 공상과학 콘텐츠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황량함도 감돈다. 한편으로는 스팀펑크 같은 인상도 전한다. “가드의 집을 어디로 정할지 감독님이 정말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외곽에 떨어져 단절돼 살지, 인간 사회 속에 섞어 살지 말이죠. 고민 끝에 문경에 있는 시멘트 공장을 섭외해서 가드의 집을 만들었어요. 처음 사진을 보여주는데 전혀 낯설지 않고, 가드가 살 것 같더군요. 직접 가보니 가드가 정말 그 집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미술과 의상의 엄청난 힘을 느꼈다는, 덕분에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받아 캐릭터 자체로 존재할 수 있었다는 김우빈이다.
고려시대와 현재, 시간이 수시로 교차한다. 촉수를 이용해 인간의 몸에 외계 죄수를 가두고, 외계의 공기를 담은 공 같은 물체가 터진 서울 한복판은 붉은 연기로 자욱하다. 상상력이 넘쳐나는 <외계+인 1부>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김우빈을 감탄하게 한 장면은 무엇일까.
“놀란 장면이 너무 많지만, 꼽는다면 신선 ‘흑설’(염정아)이 다뉴세문경으로 적을 물리치는 장면이요. 상상 이상으로 구현된 것 같아요. 정말 재미있어요.” 신선 커플인 흑설과 ‘청운’(조우진)이 ‘자장’(김의성)에게 초반에 팔려다가 못 판 거울이다. 다뉴세문경을 통과하면 몇 백배로 그 크기가 커진다. 다시 말해, 손이 거울을 통과하면 그 손은 더 이상 평범한 손이 아니다. 주변의 인간들이 개미처럼 보일 정도의 크기라 마치 부처님 손바닥안의 손오공이 연상된다. 또 거울을 통과한 총알은 흡사 로켓 같이 보이기도 한다. 퓨전 판타지 활극으로서의 면모가 가장 잘 부각된 장면이라 할 만하다.
“세상이 너무 변했어요. (웃음) 이렇게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것도 그렇죠. 현장에서도 기술이 발달해서 좀 더 먼 거리에서 카메라를 조정하고, 핸드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합니다. 낯설면서도 신나요. 내적으로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저도 모르지만, 아마도 비로소 일을 즐기면서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엇을 해도 내일을 위한 채찍질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오롯하게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려고 해요.” 요즘 김우빈이 체감하는 내·외적인 변화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정보 없이, 마음과 머리를 비우고 편하게 보는 것’이라고 <외계+인 1부> 관람 팁을 전하며, 이야기가 완성되는 <외계+인 2부>에는 감동과 따뜻함,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해 기대감을 높인다.
사진제공. 에이엠엔터테인먼트
2022년 7월 27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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