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상충의 에너지로 가득한!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2022년 7월 25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외계인과 지구인은 결합과 분리를 거듭하고, 첨단 SF 영화 같기도 하고 소싯적에 한창 유행하던 무술 영화 같기도 하다. <외계+인>은 이렇듯 여러 이질적인 요소의 집합체 같은 작품이다. ‘외계’와 ‘인’사이에 + 기호를 넣은 원래 의도가 무엇이든, 기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소재와 장르를 중첩해 쌓아 올렸다. 영화를 향한 반응 또한 마찬가지다. 한편에서는 마블도 부럽지 않은 한국영화의 진보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은 한국 장르영화의 퇴보라는 호평과 악평이 극명하게 갈린다. 이렇듯 영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상충의 에너지가 넘친다. 1부와 2부, 동시 제작을 감행한 최동훈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암살>(2015) 이후 무려 7년 만의 신작이다. 쌍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흥행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개봉 소감 한 말씀!
전작의 흥행이 다음 작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니, 부담감은 언제나 있고 또 항상 두렵다. 영화와 흥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고 잘 돼야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막상 찍다 보면 이런 생각은 멀리 사라지고, 그냥 찍는 것을 즐기게 된다. 내가 즐겁게 만들지 않으면 보는 관객 역시 즐겁게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한다. 어쨌든, 매력적인 캐릭터와 시각적인 볼거리가 결합된 <외계+인> 1부를 관객에게 선보인다는 생각에 짜릿하고 기대감이 크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미리 본 관객의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저 말고도 많은 분이 SF 장르를 준비하는 거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승리호>가 나왔을 때 기뻤다. 그래서 ‘이런 걸 보고 싶었어!’와 같은 반응을 들으면 기쁘다. 시사회 끝나고 화장실에서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찍었단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고 심장이 멎을 듯했다.

제목 <외계+인>의 +에 담긴 의도가 있을 터! 어떻게 읽는지 묻는 사람도 있더라.
통상적으로 그냥 ‘외계인’으로 읽지 않나. 제목을 정하는 건 매번 힘들다. <도둑들>(2012)도 원래는 ‘10인의 도둑들’이었다가, <타짜>같이 한 번에 다가오는 제목이 좋을 것 같아 변경했었다. 단순히 외계인이 아닌 외계인과 인간이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운데 플러스(+)를 넣었다. 외계의 존재와 인간의 결합이라는 의미에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방대한 세계관이다. 과거의 시점이 콕 집어 고려인 이유는.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 떠오른 시각적인 이미지는 두 개였다. 하나는 서울 상공에 뜬 우주선과 그곳에서 나오는 외계인, 또 다른 하나는 옛날 주막 같은 곳에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이었다. 삼국시대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좀 더 번화한 길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상업이 번성했던 고려시대로 하면 알맞겠더라. 또 조선시대보다는 신선이나 도사가 있을 법한 마지막 시대로 고려가 적합했다.

<전우치>(2009)로 도사 활극, 다시 말해 한국적인 판타지를 열었다는 생각이다. 이번에는 외계인까지! 인간의 몸을 감옥으로 사용한다는 상상력의 시작은.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데 그 이유가 고민이었다. 국내에는 흔하지 않지만, 영미권에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소설이나 영화가 많다. 관찰, 파괴, 습격 등 그들이 지구에 오는 이유도 다양한데 문득 (지구를) 감옥으로 쓴다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빠삐용>(1973)을 보면 대서양에 있는 외딴섬에 죄수를 가둬서 완전히 단절되는 형벌을 내리지 않나. 이런 식으로 만약 외계의 죄수가 지구인의 몸에 봉인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 거다.

개성적인 캐릭터도 여럿이고 이를 연기한 라인업도 매우 화려하다. 극 중 인물 중 가장 애정이 가는 배우를 꼽는다면. 그 이유는.
배우는 제 시나리오의 첫 번째 관객이고 동시에 함께하는 파트너이다. 그래서 다 애정이 가지만, 꼽는다면 가드가 키우는 아이(최유리)다. 분량이 꽤나 많고 지금까지 어린 배우와 작업한 적이 없어서 어떻게 어린 배우와 호흡을 맞춰갈지 고민이 많았다. 어린 배우가 나온 영화를 참고삼아 보면서 배우가 아닌 ‘어린 배우’로 취급하지 말자고 했다. 최유리와는 촬영할 때 가장 좋기도 눈물 나기도 했던 것 같다. 유리가 물속에서 잠수하는 장면이 있는데, 수영을 배워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배우면 나중에 커서도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은 했지만, 촬영하면서 눈을 뜨고 멀어지는 연기를 하는 데 살짝 눈물이 나더라.

등장인물이 많은 와중에도 신선인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커플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코믹 코드에는 살짝 반응이 엇갈리긴 하지만, (웃음) 조우진 배우와는 첫 번째, 염정아 배우와는 벌써 세 번째 호흡이다.
<전우치>를 같이 하면서 느낀 게 염정아 씨가 매우 드라마 적인 연기를 잘하는 분이라, 뛰어난 코미디 자질을 관객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강한 것 같으면서도 강하지만은 않은, 속정도 깊은 ‘흑설’에 잘 어울릴 거로 생각했다. 그의 파트너를 어떤 배우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사실 조우진 씨는 코믹한 연기보다 <내부자들>에서의 연기를 좋아하지만, 둘이 함께 있는 그림을 한 번 상상해봤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완성하기도 전에 연락드려 의향을 물었다. 조우진 씨는 항상 사람을 편하게 하는 분이다. 촬영을 진행할수록 두 분의 궁합이 잘 맞아 점점 분위기가 업됐다. 특별하게 디렉팅한 게 있다면, 둘이 마비된 장면에서, ‘마비는 왔지만 계속 수다스럽게 말을 해달라’고 했을 뿐이다.

‘가드’(김우빈)와 ‘썬더’(목소리: 김대명)는 로봇이고, 외계 죄수들은 생명체라는 설정이다. 가드와 썬더를 비롯해 외계인 캐릭터의 외양과 움직임 등 창작과 구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것 같다. 소요된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되나.
가드와 썬더는 로봇으로 프로그램된 기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만들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프로그램이지만, 생명체같이 느껴지도록 했다. 외계인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일부러 입을 만들지 않았다. 입을 만들면 더 무서운 존재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만들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추측만 할 수 있게 했다. 외계인은 생명체지만 더 멀리 떨어진 존재처럼, 가드와 썬더는 기계지만 좀 더 가까운 존재로 느끼기를 바랐다.

국내에서 SF 영화를 잘 만들지 않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 아트를 담당할 분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프리 작업을 12개월 넘게 했고 그중 6개월 정도를 디자인하는 데 소요했다. 이들을 잘 움직이게 하는 후반작업은 대략 13개월 걸렸다. 비용은 제작자(안수현)가 알려주지 않아서 잘 모른다. (웃음) 아마 비용이 얼마인지 알면 스트레스가 좀 더 쌓이고 부담감이 커진다는 것을 잘 알아서 그런 것 같다. 주어진 (전체) 예산을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완성하는 게 목표이자 관심사였다.

2022년 서울에서 가드와 썬더가 외계인과 싸우는 대규모 액션 신을 보면, 간판과 지명 등 실제 거리에서 촬영한 것같이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촬영한 건지, 촬영 관련 비하인드가 있다면. 또 가드 역의 김우빈 배우가 맨몸으로 연기하고 나중에 효과를 입힌 건지, 아니면 촬영할 때는 존재하지 않고 나중에 후반작업에서 채워 넣은 건지 그 방법이 궁금하다.
우선, 나도 직접 찍기 전까지는 어떤 방식으로 촬영하는지 잘 몰랐다.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지 3D로 전부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웃음) 3D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배우가 수많은 마커를 달고 연기하면 이를 기본으로 효과를 입혔다고 보면 된다. 거리 액션 시퀀스를 촬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관객들이 실제 서울 거리라고 느끼는 거였다. 그래서 실제 거리를 촬영하고, 차로 달리면서 찍고, 드론으로 공중 촬영해서 충분하게 소스를 모은 후 효과를 입혔다.

가드와 외계인과의 엘리베이터 액션 씬도 기억에 남는다.
엘리베이터를 3개 준비했다. 싸움이 벌어지기 전, 싸움이 시작해서 중간 단계까지, 그리고 박살 난 후 이렇게 세 공간을 옮겨 다니며 촬영했다.

후반부 외계비행선이 지하주차장에 들어오는 씬은 어디서 촬영한 건가.
아주 큰 외계 비행선이라는 존재와 공간의 충돌이 생기기를 원했고, 이런 공간을 생각한 끝에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걸로 결정했다. 한데 문제는 지하주차장의 층고였다. 보통보다 두 배는 높아야 해서 물색한 끝에 성남에 있는 시외버스 주차장을 찾았지만, 그곳에 주차해 있는 버스 100대를 다 옮겨야 했다.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3일 동안 준비해서 촬영은 하루 만에 끝냈다.

무협, 도술, 총과 검, (외계인)촉수까지 액션의 향연이다. 좋아하는 장면이나 추천 장면을 꼽는다면.
이 영화를 120번째 보고 있는데 ‘이안’(김태리)이 총을 꺼낼 때 여전히 쾌감이 느껴진다. 이에 앞서 일본 도사가 이안의 어깨를 딱 차는데 그걸 팔을 꺾으며 받아칠 때도 좋았다. 이 장면을 찍는 게 되게 어렵더라. 그간 자동차 액션, 총격 액션 등 액션씬을 많이 찍었지만, 역시 배우가 실제 몸으로 하는, 맨몸 액션이 가장 힘든 것 같다.

또 ‘무륵’(류준열)이 싸우는 와중에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며 와이어 액션으로 날아다니는데 문제는 부채가 필 때는 잘 펴지는 데 잘 접히지는 않는다. 이때 중요한 게 표정이라, 마치 고난도의 동작을 하면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 발레리나 같다고 느꼈다. (웃음) 제일 긴장해서 찍은 장면은 후반부 서울 도심에서 아이가 뛰는 장면이었다. 다치면 안 되니까 유리에게 꼭 전력을 다해서 뛰지 않아도 되고 얼굴로 그렇게 표현해주면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제 자리에서 뛰는 연습을 하더라.

지금까지 국내에서 연작을 시도한 것은 <신과 함께> 한 편뿐이다. 1부와 2부, 연작으로 개봉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일 수 있다.
부담도 있지만, 관객이 어떻게 볼지 기대감도 크다. 감독에게 개봉이란 매우 큰 선물과 같다. 1부와 2부 자체로 완결된 영화로 만들려고 생각했고, 고민하던 끝에 지금과 같은 결말로 가져갔다. 1부를 본 분은 2부를 더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한다.

유명 웹툰이 원작인 <신과 함께>와 달리 <외계+인>은 창작 스토리라 관객이 그 세계관을 숙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면도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만든 영화라 그만큼 글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그러니까 다른 시나리오보다 2배 정도 더 걸렸다. 떠올렸던 여러 이야기와 많은 캐릭터에서 추리고 추렸다. 스스로 SF물에 정통하지 않으니 이를 어떻게 구현해서 보여드릴지가 제일 두렵고 걱정이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 쓰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가다듬어 갔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외계+인>이 앞으로 SF 장르를 준비하는 분께 어떤 레퍼런스가 됐으면 한다.

2부 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지난해 4월에 촬영을 끝냈고, CG 작업을 위해 드론이나 거리 등 보강 촬영을 몇 번 했다. 그렇게 1부를 완성했고, 2부는 현재 90% 편집이 끝난 상황이다.

<외계+인>이란 방대한 작업을 일단락한 소감은.
<암살>을 끝낸 후 약간 번아웃 상태였는데 이렇게 하고 싶은 영화를 오랫동안 준비해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함께 만드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저와 배우들 모두 최선을 다해 즐겁게 만들었으니 이런 에너지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뭐 덕분에 이명도 오고 눈도 침침해지는 등 안 아픈 곳이 없지만 말이다. (웃음)

‘어떤’ 감독인지 자평한다면.
평범한 사람이라 두 배 세 배 노력이 필요한 감독이다. 지금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사진제공. 케이퍼필름

2022년 7월 25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