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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이 포인트” <방법: 재차의> 김용완 감독
2021년 8월 2일 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방법: 재차의>의 연출자 김용완 감독을 지난 23일(금) 화상으로 만났다. <방법: 재차의>는 기자 ‘임진희’(엄지원)와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이 되살아난 시체에 의해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해 방영한 tvN 드라마 <방법>에 이어 영화까지 연출하게 된 김용완 감독은 “장르적 재미, 시의성과 더불어 휴머니즘적인 메시지”가 관람포인트라고 전한다.

우선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인 만큼 드라마를 보지 않고 영화를 관람해도 되는지 궁금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드라마와는 또다른 장르의 가벼운 오락물로 봐줬으면 한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연출자로선 새로운 도전이자 좋은 경험이었다. 또 영화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드라마까지 찾아보게 된다면, 그것 나름대로 크로스 미디어만의 색다른 재미가 되지 않을까. (웃음)

시즌2를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제작하게 된 이유는.
스토리의 길이나 소재가 2시간 분량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독립영화, 상업영화, 웹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연출한 경험이 있어 드라마에서 영화로 바뀐다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다. 내가 원래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극장에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연출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나.
드라마와 영화 연출에 있어 색보정이나 사운드 등 기술적인 차이가 가장 큰 것 같다. 그런데 아무래도 같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하다보니 새로운 영화가 아니라 <방법> 13화를 찍는 것 같더라. (웃음)

드라마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는 연달아 두 작품을 하게 됐는데.
연 감독님 글이 읽을 땐 정말 재밌고 술술 읽히는데 막상 실물로 구현하려고 하면 정말 어렵다. 너무 기발한 상상력인지라 연출하면서도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웃음) 그러다보니 오히려 연출자로서 도전 의식과 오기가 생기더라.

3년간 함께 작업하면서 항상 즐겁게 임했고 후배 감독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가끔 연 감독님이 나에 대한 존중을 너무 지나치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웃음) 연출에 대해 가이드나 조언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으시다. 연 감독님도 연출을 하는 분이라 연출자와 각본가 양측의 입장을 잘 알고 있고, 그 덕에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원활하게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었다.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로부터 3년 뒤가 배경이다. 독립방송사 ‘도시탐정’을 설립한 ‘임진희’가 ‘소진’을 찾으려 노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진’이 자신의 몸에 악귀를 봉인하고 사라지며 드라마가 끝났다. 그래서 영화는 ‘소진’이 귀환하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설정한 건 떠난 ‘소진’이 수련하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사이 변화하고 성장한 ‘임진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확실히 ‘임진희’의 변화가 눈에 띈다. 드라마 때보다 더 냉철하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임진희’는 사실에 기초해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자다. 그런 ‘임진희’가 믿을 수밖에 없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을 맞닥뜨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엄지원 배우와 이야기를 자주 나눴고 배우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실제로 엄지원 배우가 지닌 이미지가 성장한 ‘임진희’와 잘 맞아떨어져서 좋았다. 대기업을 나와 독립방송사를 개설할 정도로 주체적인 모습이라던가, ‘소진’을 자신의 가족처럼 아끼고 챙기는 마음도 그렇고. 연출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배우가 채워준 거 같다.

‘백소진’도 3년 간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더라. 우선적으로 외형 변화가 두드러진다.
드라마에선 좀 더 보이시하게 보이길 원해서 ‘소진’을 짧은 머리로 설정했다. 영화에서도 ‘소진’이 너무 여성적으로 보이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드라마에선 주술사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진한 화장과 긴 머리를 하고 고난도 액션을 구사하는 여전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는 ‘재차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극중 조선 전기 고서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전통 요괴로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좀비보단 ‘터미네이터’처럼 느껴지더라.
정확히 파악했다. (웃음) 기존의 좀비물과는 다른, 판타지 게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해외 영상이나 게임 클립을 많이 참고했다. 평범한 좀비는 이미 많이 봐서 익숙하지 않나. 색다른 개념의 요괴를 선보이고 싶었고, 또 연상호 감독님도 <부산행>(2016), <반도>(2020)와는 다른 새로운 그림을 뽑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거 같다.

실제 ‘용재총화’ 속 ‘재차의’는 ‘사람과 구분하기 어렵고 손과 발이 검다,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말을 할 수 있다’ 정도로만 묘사돼서 상상력을 많이 보태야 했다. 걸음새나 뛰는 모습 하나하나 연 감독님, 전영 안무가님과 함께 움직임을 맞춰봤다. 또 ‘재차의’의 인원 수나 의상에 따라 화면에 비쳐지는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버전으로 테스트를 해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기에 배우들 연습기간 2~3개월이 더해지면 정말 오랜 기간 준비한 셈이다. (웃음)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재차의’들을 보고 100명 전부 실제 배우인지, 혹은 CG의 도움을 받은 건지 궁금하더라. (웃음)
아주 위험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제 배우가 연기했다. 연상호 감독과 좀비 작품을 계속해온 전영 안무가 팀의 전문 댄서분들이 함께 했다. 이 팀에서 10여명 정도, 그리고 좀비 움직임을 충실히 연습한 액션팀 약 15명, 좀비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보조출연자 등을 포함해 80여명이 동원됐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CG는 거의 쓰지 않았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이 백미로 꼽히는데, 한낮에 벌어지는 대규모 추격전이라는 점이 색다르더라. 보통 괴수 군단이 나오는 장면은 밤을 배경으로 하지 않나.
솔직히 밤은 좀 흔한 그림인 것 같았다. (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으스스한 분위기도 강조하고, CG나 분장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니까 당연히 밤에 촬영하는 게 낫겠지만 기존 장르물과 차별화되는 장면이 필요했다. 그래서 밤 대신 낮을 선택한 거다. 대신 터널이나 조명을 활용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

이런 ‘재차의’들을 조종하는 존재가 바로 ‘두꾼’이다.
죽은 시체를 되살려내 연쇄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 때문에 ‘두꾼’을 악역으로 보기 쉽다. 사적 복수나 생명 경시 등 분명 용서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섣불리 선악을 판단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두꾼’은 도달할 수 없는 욕망에 집착해 소중한 것을 잃었고, 그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다. 연 감독님은 위계적인 사회, 인간을 물적 자원처럼 소비하는 시스템 등 시의성에 주안을 뒀지만 개인적으론 ‘두꾼’이 담고 있는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도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반면 누가 봐도 나쁜 인간인 ‘변 상무’(오윤아) 같은 캐릭터도 등장한다. (웃음)
연 감독님과 나는 ‘두꾼’의 슬픈 사연이 더 강조됐으면 했다. 그러려면 확실한 악인이 필요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인데 ‘변 상무’가 지나치게 도식화된 캐릭터라는 점은 인정한다. (웃음) 2시간 만에 끝나는 영화의 특성 상 캐릭터 빌딩을 위한 시간이 모자라다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주인공부터 메인 악역까지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아마도 그런 점이 내가 '방법' 시리즈를 연출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내가 연출한 대부분의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는 여성의 이야기다. 이번 영화도 초기 시나리오에선 ‘변 상무’ 역할이 남자였는데, 메인 서사를 여배우들이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자로 바꿨다.

올여름 개봉 라인업이 치열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위도우>,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나 <킹덤: 아신전>. <랑종> 등이 동시기 개봉한다.
흥행에 대한 걱정이 없지는 않다. 특히 <킹덤: 아신전>. <랑종>처럼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과 경쟁한다는 건 확실히 부담스러운데, (웃음) 한편으론 장르물의 물꼬가 터진 것 같아 기쁘다. 고생해서 만든 영화인만큼 다 같이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

차기작 계획은.
두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휴먼 드라마이고, 또 초자연 스릴러 미스터리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원래 초자연현상이나 미신에 관심이 없었는데, <방법>을 하며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안의 또다른 악마를 꺼낼 수 있는 재밌는 경험될 것 같다. (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면.
아이가 말이 느린 편인데, 아내를 따라서 나를 아빠가 아니라 ‘김감’이라고 부르더라. (웃음) 내가 워낙 워커홀릭이라 일을 하다보면 주위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잦은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족에게 더 많은 애정과 시간을 할애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_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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