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계가 셧다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재 <사냥의 시간>을 두고 상반된 입장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영화계가 연대할 때라는 권지원 대표를 만나 전후 사정을 들었다.
코로나19로 개봉이 잠정적으로 연기됐던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오는 4월 10일 단독 공개한다.
2018년 1월 2일 고사 지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크랭크인해 8개월 촬영한 후 2018년 말부터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으나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뒀다. 사실 개봉 전주까지도 미뤄야 할지 고민이 컸다. 예매된 표만 해도 2만 장이 넘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해 결국 연기했다. 그런데 3월이 되도록 나아질 기미가 없더라. 현 상태로 극장에서 개봉할 시 최대 60~70% 손실이 예상됐다. 더 뒤로 미룬다면 최소 13억의 추가 비용이 들겠더라. 그렇게 되면 손익분기점은 더 올라가는 데다 경쟁작들이 몰려 힘들어질 것은 뻔했다. 투자·배급사 입장에서 수익을 내는 게 우선이라 활로를 모색하게 됐다. 넷플릭스외 여러 플랫폼을 고려했고 순차적으로 제안할 생각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공개 일정까지 확정한 것으로 보아 넷플릭스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응한 것 같다.
처음 제안한 곳이 넷플릭스였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얻었고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단 영화에 만족을 표했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기생충>으로 전세계에 얼굴을 알린 최우식 배우가 출연한 점도 그렇고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라는 점이 자신들 플랫폼에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편으로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가 수익 면에서 안전한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만듦새와 흥행은 별개인 데다 <사냥의 시간>의 총제작비가 약 117억 정도로 손익분기점이 300만 명이다. 중소 투자·배급사의 경우 영화 한 편의 실패로 회사 자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고, 이후 과감한 투자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결정으로 새로운 판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된 것도 아니고 또 개봉을 거치지 않고 공개하는 것이 처음이라 좋은 선례가 되려고 노력했다. 협상하면서 최대한 우리 것을 확보하려 했다.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총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에 계약했다. 지적했듯 새로운 판로의 개척이고 이로써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한국영화가 사용할 수 있는 툴을 하나 더 확보했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현재 매출이 제로라 어떡하든 회사의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상황이었다.
넷플릭스는 크리에이터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평가받는데, 이번 거래를 진행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구성원 자체가 매우 프로페셔널하더라. 190여 개국 회원사에 <사냥의 시간> 제작비와 비슷한 마케팅 비용을 들일 계획이라는데 지켜보면서 시야가 넓혀졌고 또 달라졌다. 영화 공개는 물론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영화와 감독 그리고 배우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기회다 싶었다. 우리 같은 중소 배급사는 스크린 독과점으로 상영관도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아등바등할 게 아니라 나가야 할 넓은 무대를 봤다고 할까.
윤성현 감독 입장은.
<사냥의 시간>의 경우 리틀빅픽쳐스가 감독과 제작사에 저작권을 10년 후 리턴한다는 조건이었다. 넷플릭스와 영구 귀속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싸이더스와 윤성현 감독의 동의와 이에 따른 보상도 필요했다. 윤 감독이 긴 시간 영화에 매달려 왔고 그만큼 고생했는데 개봉이 미뤄지며 걱정이 컸었다. 처음엔 고민했지만, 영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다는 것과 모종의 약속에 그 역시 수락했다. 이 같은 활로가 첫 사례라 좋은 레퍼런스를 남기고자 노력했다. 우리가 다른 방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파는 것도, 넷플릭스가 후려쳐 사는 식도 아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확보해 서로 윈윈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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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안을 찾은 건 반가운 일이지만, 해외세일즈 대행을 맡은 콘텐츠판다측이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이중계약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판다측 주장은 기사를 보고서야 넷플릭스와의 계약 확정 사실을 알았고, 투자자를 상대로 한 설명과정에서 판다만 배제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와 거래를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판다 측에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수수료와 손해배상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겠으니 판매처와의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사정하고 최대한 읍소했다. 23일(월)에 공개 기사가 난 후 바로 반박 보도를 한 것은 어떤 이유와 의도인지 의문이다.
“합법적인 계약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국내 해외세일즈 회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라는 판다측 입장도 당연히 이해된다.
힘을 합쳐 슬기롭게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런데 요지부동이었다. 해외 계약 관련 자료를 이번에 처음 받아보니 대략 2억 원의 입금매출이 있었다. 끼워팔기 한곳이 있는 곳도 확인했다. 아마 이 사실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거다. 우린 해외 판매 대행을 맡긴 거지, 라이선스를 넘긴 것은 아니다. 법률적으로 해지 가능한지 검토했고 이에 따랐다. 그러니 이중계약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법정공방도 불사할 생각인가.
판다를 제외한 투자자가 넷플릭스 공개에 모두 동의했다. 제작사와 감독 역시 고민했지만 힘든 결정을 내려줬다. 우리로선 이게 최선의 길이기에 원만하게 합의할 것이며 법정 공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대응하겠다. 이번 기회에 해외세일즈의 그릇된 업계관행이 있다면 바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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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빅픽쳐스가 투자· 배급을 결정할 때 주요 판단 기준은.
일단 시나리오다. 이후 리틀빅이니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니까 더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 우리가 메이저 배급사와 텐트폴 작품으로 경쟁할 힘은 안되니 그들이 눈길을 돌리지 않으면서 개성 있고 좋은 영화를 하려 한다.
올해 라인업과 준비 중인 작품 소개를 부탁한다.
<8일의 밤>이 후반작업 중이고 <세자매> 는 얼마 전 크랭크업했다. <멍뭉이>는 프리단계이다
2015년 이후 리틀빅픽쳐스를 책임져 오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은. 또 수직결합을 강하게 비판해 왔는데 지금은 어떤가.
금전적 문제와 경쟁, 두 가지가 가장 힘들다. 누군가 잘 되면 누군가 망해야 하는 게 배급시장이 니까. 우리가 든든한 모회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더 그렇다. 수직결합은 당연히 해결돼야 할 문제고 그 생각에는 전혀 변함없다. 다만, 요즘 극장 관계자를 만나 보니 그들도 우리 못지않게 아니 더 힘들어 보인다. 고정비용이 크니 말이다. 지금은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힘을 모아 연대할 때라고 본다.
2020년 3월 26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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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