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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 보인다는 말, 기분 좋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김성철
2019년 10월 7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뮤지컬 무대를 누벼온 김성철이 학도병 ‘기하륜’으로 전작 <배반의 장미>에서 보였던 어눌한 장수생과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기하륜’은 친구를 향해 윽박지르고 때론 의심을 품고 적대하지만, 선봉대를 자처할 정도로 용기 있고 기꺼이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인물. 울퉁불퉁한 성정이 연마돼 점차 부드러움을 갖춰가는, 극 중 가장 입체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친구다. 장사리 전투에 기반한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했지만, 잊혀진 이들을 조명하고 환기한다. 영화의 취지와 의미에 깊이 공감했기에 김성철은 사투리라는 큰 벽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넘어 보기로 했다.

코미디 <배반의 장미>(2018)의 장수생 ‘두석’으로 깨알 웃음을 선사했었다. 이번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장르와 서사 그리고 스케일까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실화에 근거해 기억해야 할 역사를 다룬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연기한다는 게 부담됐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준비하며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배웠듯이 관객들 역시 알게 된다면 의미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 사투리라는 큰 산을 넘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간 문화적 파급력을 크게 인지하지 못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실감했다.

처음엔 같은 배우인가 싶을 정도로 ‘두석’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772명의 학도병 중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기하륜’을 맡았다.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다르게 보인다는 게 내겐 상당히 기분 좋은 말이다. (웃음) ‘하륜’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외강내유, 강한 척하지만 속내는 여린 인물이다. 평소 외강내유의 사람을 보면 왜 그렇게 강한 척 혹은 센 척하는지 속내가 궁금하면서 왠지 정이 간다. 그래서인지 그에게 많은 부분 공감했다. 또 남과 항상 비교하고 관심받고 싶어하고 어떻게 보면 가장 십 대 후반 나이에 맞는 격렬함을 지닌 친구이기도 하다.

극 중 여러 사연을 지닌 학도병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기하륜’역에 캐스팅된 건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상태에서는 캐릭터가 특정되지 않았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시나리오가 나온 후 제작이 여러 번 지연됐다.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학도병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었다. 그들의 전사가 길었고 전투 투입 전 훈련 과정도 묘사됐었다. ‘기하륜’ 역시 지금보다 날이 덜 선 모습이었는데 곽경택 감독님이 각색하면서 지금의 ‘기하륜’이 됐다. 처음 감독님을 뵙는데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냐고 질문하시길래 ‘기하륜’이라고 답하니 바로 출신지가 어디인지 물으시더라. 서울이지만 할 수 있다고 피력하자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사실 사투리 구사는 베테랑 배우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곽 감독님이 당신에게서 확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나 보다. (웃음)
감독님은 배우를 아주 잘 챙기시는 분으로 무뚝뚝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다정다감하시다. 또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솔직한 분이기도 하다. 감독님이 도와주신다고 해놓고 정작 이후에 아무 말씀이 없더라. 회사를 통해 알아보니 ‘성철이의 눈을 보니 알아서 할 것 같다’고 하셨다는 거다! 그때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해보자고 준비에 들어갔다. 경상도 출신 배우에게 물어보고 시간 나면 대구에 내려가 시장 등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녔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들어가고 바로 OK 받았나.
설마… 영화 속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마침 첫 촬영이었다. 감독님이 한두 번 리허설 후 연습 안 했다고 지적하시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더라. 사람이 많으니 따로 밖으로 불러내셨다. 밖에서 함께 연습하고 마음 다 잡고 다시 들어갔었다.

단순히 사투리 문제인가. 아니면 캐릭터 분석에 있어 의견 차이인가.
감독님이 에너지값이라는 표현을 하셨다. 69년 전 17살을 상상하며 내 나름대로 캐릭터를 설정했는데 감독님이 보시기에 그 값이 작아 보였던 것 같다. 감독님은 사춘기 소년의 치기 어린 모습을 생각하신 듯, 좀 더 오버하길 바라셨다. 처음에는 뮤지컬에 맞게 훈련된 내 발음과 발성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비단 억양과 말투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싶어 ‘하륜’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 떠올려 봤다. 그들의 태도와 음성이 상당히 거칠어 그렇게 해보니 의외로 잘 맞았다. 이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곽경택, 김태훈 두 감독이 공동연출했다. 배우로서는 두 감독을 상대(?)해야 하는 셈인데 혼란스럽지 않던가. (웃음)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게 두 감독님의 역할 분담이 아주 명확했다. 곽 감독님은 드라마 혹은 대사가 있는 부분을, 김 감독님은 액션과 큰 그림을 전담하셨다.

초반 폭풍우 속 장사리에 상륙하는 시퀀스가 스펙타클하더라. 수조 세트에서 촬영하면서 계곡물을 사용해 가뜩이나 추운 계절에 더 고생했다고 들었다.
계곡물인가? 당시 바닷물인지 계곡물인지 따질 개제가 아닌 게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와중에 배우들 빨리 찍고 나가게 하려고 신경 많이 써주셨다. 사실 고생은 카메라 맨들이 많이 했다. 우리야 찍고 나오면 되지만 그분들은 수조 안에 계속 머물면서 촬영하니 말이다. 덕분에 실감 나는 장면이 나온 것 같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스틸컷

‘기하륜’과 ‘최성필’(최민호), 대조적인 언행을 보이는 두 학도병이 대립과 갈등, 화해를 통해 드라마를 이끈다. 지금 군 입대한 최민호 배우와의 호흡은.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
두 사람이 부닥치는 장면이 종종 있어 어떤 분위기로 가져갈지 많이 이야기했다. 특히 ‘하륜’이 ‘성필’에게 사과하는 장면의 경우, 사과받는 입장에서 어떤 톤이 좋을지 여러 번 물어봤었다. 감독님께 감사한 게 특정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우리가 짜가면 보고 판단하신 점이다. 괜찮으면 그냥 가고 아니다 싶으면 거침없이 커트하셨다. 또 두 사람 사이의 드라마가 꽤 있었는데 상당 부분 편집됐다. (최) 민호와 촬영하며 그가 참 좋은 배우라고 여러 번 느꼈었다. ‘성필’로서 ‘하륜’을 바라봐 주는데 그것에서 오는 시너지가 컸다.

두 캐릭터의 성격대로 ‘하륜’이 저돌적으로 나가면 성필’은 다독이는 식이다. 연기톤도 마찬가지다.
지르고 튀는 연기는 다소 일차원적이고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참고 누르는 연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초반 지르면서 치고 나가야 해서 톤앤 매너가 안 맞은 것도 있다.

김명민, 김인권 배우 등 여러 선배와도 함께했다.
선배님들을 지켜보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와 다른 시각을 알 수 있고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다. 김명민 선배의 경우 현장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예전 촬영 에피소드 등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평소 팬이라 궁금했던 것을 여쭤볼 수 있어 좋았다. 예를 들면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 선배님이 정말 피골이 상접한 모습이었는데 당시 준비하면서 빛을 차단하고 일부러 어둡게 생활하셨다고 하더라. 김인권 선배의 경우는 <배반의 장미>에서 함께 했기에 이미 개인사(?)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 교류가 된 상태라 이번엔 주로 사투리 관련 조언을 많이 받았다.

다음 작품 계획은.
영화를 하고 싶은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팀 버튼 감독 원작 뮤지컬 <빅 피시> 공연은 12월에 들어갈 예정이다. 무대를 잠시 떠나 영화나 드라마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년이면 나이 앞자리가 바뀌니 올해 연말에 꼭 공연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최대 관심거리가 무엇인가.
요즘 요리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혼자 자취할 때 가끔 도전해봤지만 결국 배달 음식에 의존하게 되더라. 요리를 즐기는 지인을 보니 아주 생산적인 활동인 데다 집에서 하는 취미가 있으면 좋을 것 같거든. 또 언젠가는 독립할 테니 1석 2조 아닌가!

2019년 10월 7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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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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