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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깡패에서 연쇄살인범으로 <악인전> 김성규
2019년 5월 21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범죄도시>(2017)에서 ‘장첸’(윤계상)의 왼팔 ‘양태’역을 연기한 배우를 기억한다면 당신은 이미 김성규를 아는 것이다. 야만적인 눈빛과 무뢰한다운 행동으로 존재감을 각인한 그가 이번에는 <악인전>의 연쇄살인범 ‘K’로 돌아온다. 연기는, 전작만큼이나 잔혹할 예정이다. 일상의 평온함이나 사람 사이의 크고 작은 기쁨 따위에는 무관심한, 극렬한 얼굴을 연이어 소화하는 그를 만났다.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로 조연 데뷔 후 김은희 작가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으로 대중과 만났다. 신작 <악인전>에서는 마동석과 호흡을 맞췄다. 주목받는 무대와 걸출한 영화인 사이에서 빠르게 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연극 무대에 기초를 두고 있는 입장이라 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하고 싶은 일이 별로 없어 군대에 가야 하나 생각했었다. 우연히 고등학교 선배가 하는 뮤지컬을 보고 극단에 합류했다. 큰 목표를 두기보다는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일이다. 부모님은 내 일자리 문제로 걱정이 많으셨다. 사실 나도 걱정했다.(웃음) <범죄도시> 오디션을 볼 때도 연극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인터뷰를 할 때 얼마나 얼떨떨했겠는가. <악인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오디션을 봤지만 이렇게까지 큰 역할을 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악인전>으로 제72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인생에 찾아온 변화를 실감하는가.
좋은 일이 너무 많이 생겨 대단히 두려운 기분도 든다. 앞으로 대체 어떤 일이 더 있으려고 이러나 싶어서…(웃음) 사실 영화제라는 곳은 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긴장이 많이 된다. 국내 시상식에 몇 번 갔을 때도 늘 어색했다. 또 한가지 가장 고민스러운 건 머리 스타일이다. <킹덤> 촬영 때문에 머리를 기른 상태이고, 올 여름까지는 자를 수 없다. 칸영화제에서 턱시도를 입을 때 이 머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다.

짧은 머리일 때는 없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대로 레드카펫에 서도 멋질 것이다.
그런가… 고맙다.(웃음)


<킹덤>에서는 배두나와, <범죄도시>와 <악인전>에서는 마동석과 만났다. 이렇게 경험 많은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건 흔한 기회는 아니다.
당신 말이 맞다. 흔치 않은 기회를 얻었다. 그래서 더 부담감이 컸다. 경험 많은 선배들 입장에서는 실력 차이가 큰 나와 함께한다는 게 불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그들은 결코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자기 캐릭터에 집중하고 작품 전체에 관해 고민하는 데 열중하더라. 현장에서 보이는 태도를 보고 나 역시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예컨대, 어떤 영향일까.
약간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배우가 대중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는 건 늘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체감한다. 물론 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은연중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느낀다. 지인을 만나도 어딘지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좋아진 것 같다’고들 표현한다.

<악인전>에서는 마동석과 정면으로 붙는 액션 신이 등장한다. 거구의 그와 대비돼 보이기 위해서인지 몸무게도 59kg까지 뺐다고 들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것 같아, 무식하게 뺐다. 하루에 한 끼만 잘 챙겨 먹고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씩 운동만 했다. 정작 마동석과의 액션 신은 의외로 너무 수월했다. 워낙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액션 연기를 하더라. 나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서 힘을 과하게 주고 마구 움직였지만, 그는 ‘이 앵글에서는 몸을 가리면서 치는 게 타격감이 좋아 보이면서도 안전하다’는 식으로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곤 했다.

귀한 배움이라고 본다.
그를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선 상대 배우의 기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이끌어준다. 현장에서는 자기 의견을 내는 편인데, 그런 것들이 실제로 반영되고 완성된 영화 안에서 재미있게 드러나는 걸 봤다. 관객도 그런 대목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더라. 수많은 작품을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7일 언론시사회때 당신은 “내가 연기한 것보다 영화가 더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K’라는 역할에 관한 부담이 많았다. 결과물이 어떨지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영화는 전체적으로 리듬감이 느껴지고 장르적인 쾌감도 있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고 내 역할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관객의 취향에 따라 만족도에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K’라는 역할이 어렵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대사가 많지 않은데다가, 전사도 명쾌하게 정리된 인물이 아니었다. 물론 영화에서는 인물이 희미하게 드러나면 긴장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의 지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K’는 아마 어린 시절부터 줄곧 감정을 억눌려왔고, 일종의 자기 과시처럼 무언가를 표현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을 왜 죽이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음… 그런데 영화에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좀 민망한 기분이다.(웃음)

역할에 관해 배우도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연기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은 없었나. 삭제되긴 했지만, 엔딩에서 육체적으로 극한으로 치닫는 신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내 최대 관심사는 현장에서 한 연기가 완성된 영화 안에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균형을 잘 맞췄으면 하는 것이었다. 관객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지금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고민하던 촬영을 끝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극을 병행할 계획인가.
영화에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연극에서 그런 욕구를 충족하고 싶다. ‘극단의극단’이라는 곳에 소속돼 있는데, 지금도 소규모 창작과 각색을 하고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상업 영화 캐스팅과 달리 극단에 속해 있는 배우들끼리 배역을 나누기 때문에 여러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 그동안 정직한 역할부터 아웃사이더까지 많은 역할을 맡았다.


6월 중 <킹덤> 촬영을 마무리하는 거로 안다. 이후의 일정은.
<범죄도시> 이후 연예 기획사에 들어갔다. 누군가가 내 가능성을 봤다고 말할 때마다 ‘정말 그런가?’하고 되묻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보다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킹덤> 현장에서 주지훈, 전석호와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걸을 때가 있다. 전날 저녁 간단하게 한 잔 마시고 다음 날 아침, 점심이 되면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서로 많이 편해졌다.

사진 제공_ (주)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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