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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팔랑은 그만~ 설렘을 좇아가련다 <걸캅스> 최수영
2019년 5월 15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최근 사회적 문제로 그 심각성이 대두된 몰카 동영상 범죄를 소재로 한 <걸캅스>는 여성이 합심해 디지털 성범죄를 일망타진하는 코미디물이다. ‘걸캅스’ 라미란과 이성경이 앞장서 액션을 펼친다면 최수영은 후방에서 현란한 키보드 타법과 함께 쉴 새 없는 욕설 대사로 구강 액션을 선보인다. 광고와 드라마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배우 최수영의 색다른 모습으로, 때론 터프하게 때론 실소를 자아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제안받는 캐릭터가 한정적인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최수영은 연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어떤 필요에 의해 혹은 주변의 권유에 팔랑팔랑 귀 기울였다면 이젠 자신만의 설렘과 재미를 좇게 됐다고 말한다. 역할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연기가 고프다는 그. 연기하는 재미에 푹 빠진 모습이다.

<걸컵스>에서 천재적?인 해커 솜씨로 ‘걸캅스’를 후방 지원하는 ‘양장미’(최수영)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떻든가.
기술 시사로 처음 봤는데 정말 내 연기만 그것도 못난 모습만 보이더라. 그 후 다시 보니 처음 볼 때 놓쳤던 게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속사포 같은 욕을 쏟아내고 약삭빠른 처세술 등 기존에 못 보던 모습을 보였는데 주변 반응은.
엄마와 가족들이 깔깔대고 웃었다며 심지어 엄마는 좀 더 나갔어도 좋았겠다고 하셨다. 평소 집에서 까불까불한 모습이거든. 반면 전혀 의외였다고 하신 분들도 있다. 일단 팬들이 ‘양장미’가 귀엽다고 좋아했다. 게다가 극 중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나오는 데 그것도 좋았다고. 사실 극 중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다. (웃음)

함께 작업한 이성경 배우는 극 중 ‘장미’의 모습과 달리 차분해서 놀랐다고 하던데, 실제 성격이 까불까불하다니 의외다.
가족 특히 (친) 언니와 있을 때 잘 떠들고 노는데 실제로 좀 차분한 면도 있다. 의외로 낯을 가려 모임이나 현장 등에서 나서거나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은 아니다.

남자친구는 뭐라고 하던가. 평소 연기 관련 조언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가.
사정이 있어 시사회에 못 와서 아직 보기 전이다. 아무래도 연기 선배라 도움이 많이 된다. 자신 같으면 이런 식으로 연기할 것 같다고 직접적으로 조언할 때도 있고 가끔은 잘하면서 왜 그러냐고 웃어넘길 때도 있다. 일에 대해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게 참 좋다.

<걸캅스>와 인연의 시작은.
제작사 대표님을 4~5년 전에 뵌 적이 있다. 당시에 연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언제 한번 같이하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억하고 제안을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역할이 크지 않아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역을 주셨다.

여성이 합심해 디지털 성범죄를 일망타진하는 내용을 다룬다. <걸캅스> 전후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달라졌다기보다 영화 전에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피해자의 고통을 체감할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다.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장미’는 디지털 성범죄의 유형과 패턴 등에 관해 설명하는 인물이다. 평소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라 연기하면서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였다. 그간 나와 무관한 일 혹은 내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무관심하지 않았나 미안했고 크게 경각심을 느꼈다.

정다원 감독의 첫 상업 영화인데, 감독님은 어떤 분이던가.
처음 뵀을 때 아주 힙한 인싸같은 인상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그대로 감독님도 딱 그런 스타일이었다. 감독님이 ‘장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크셔서 내겐 너무 감사한 기회였다.

‘장미’역에 당신을 캐스팅한 이유가 뭘까. (웃음)
음.. 그간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라는 이유가 컸던 것 같다. 아이돌 출신으로 연기를 시작한 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느 정도 한정돼 있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도 하고 싶었는데 문을 열기가 쉽지가 않았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장미’역을 내게 맡긴 건 감독님과 대표님 모두 발상의 전환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더욱 잘하고 싶었다.
 <걸캅스> 스틸컷
<걸캅스> 스틸컷

극 중 욕이 안 들어간 대사가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준비? 했나. 찰지더라.(웃음)
욕도 그렇고, 편집돼 빠졌지만 담배 피우는 장면이 있었다. 비흡연자라 낯설었고 욕하는 것도 어색했는데 다행히 주변에 딱 장미다 싶은 언니가 있다. 평소 주변인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라 언니와 이야기하고 밥 먹으며 ‘장미’의 대사를 시켜보기도 했었다. 그랬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톤이 나오는 거다. 그만큼 ‘장미’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더라. 그렇게 준비해 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또 현장에서 (라) 미란 언니의 반응을 보고 듣는 것도 색달랐다.

‘장미’가 줄 있는 안경을 착용한 것이 인상적이다. 의상과 소품 콘셉트 역시 좀 전에 말한 언니를 참고한 건가.
아니, 장미다 싶은 언니는 평소 너무 편한 차림 즉 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는 편이다. 그렇게 가자니 ‘미영’(라미란)과 ‘지혜’(이성경)의 의상 역시 매우 소탈해서.. ‘장미’는 좀 다른 톤으로 가자고 해서 셔츠 대신 블라우스를 입는 등 약간의 변화를 줬다.

코믹연기를 하면서 적정선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과하면 ‘오버’로 보이니 말이다. 적당한 수위 조절이 ‘양장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더라.
그렇게 봤다니 정말 감사하다. 수위조절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코믹 연기에 대해 하나도 모르니 현장 분위기를 따라갔었다. 촬영하면서는 미란 언니와 장미가 좀 더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막상 완성된 모습을 보니 다들 적정선을 이야기했던 이유를 알겠더라.

함께한 라미란, 이성경 배우는 몸으로 거칠게 액션을 펼치는데 당신은 계속 앉아 있는 역할이라 그들이 부럽진 않던가.(웃음)
대신 나는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구강액션을 시전하지 않나. 미란 언니에게 액션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욕을 하며 동작하라고 코치했다는 거다. 언니 말이 그렇게 하니 정말 액션이 잘 나온다고 해서 나 역시 욕하면서 키보드를 열심히 쳤다.

현란한 키보드 액션은 원래부터 시나리오상에 있었나.
마지막에 따로 촬영했는데 감독님이 내게 막 해보라고 하시더라. 정말 말도 안 되는 거 있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 뉘앙스를 알아차리고 진짜 막 쳤다. 진짜로 넣을 줄 몰랐는데 아주 재미있게 편집하셨더라. 만족스럽다.
 <걸캅스> 스틸컷
<걸캅스> 스틸컷

현장에서 즉흥 연기가 많았을 것 같다.
애드립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이 확고했기에 아니다 싶은 건 다 컷하셨다. 미란 언니가 원체 여러 톤으로 연기해서 그걸 받는 입장인 나 역시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첫 코믹 연기를 하면서 호흡을 맞춘 배우가 ‘라미란’ 선배라 행운이었다.

후반부 ‘장미’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예상밖의 능력자더라. 원래부터 있던 설정인가.
원래 있었고 시나리오 읽으면서는 그냥 웃고 넘겼었다. 정말 배우의 힘을 느꼈던 게 민원실장을 연기한 염혜란 선배가 장미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캐릭터가 완성된 것 같았다.

영화만 봐도 아주 흥겨운 현장이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일단 분장 버스 안에서 미란 언니가 노래방 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다음은 성경이, 이런 식으로 놀다가 숏 들어가면 각자 연기에 매진? 한다. 또 극 중 주요 배경 중 한 곳인 민원실의 촬영지가 지방에 있어 촬영 끝난 후 숙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밤중까지 수다 떨고 노래방에 가곤 했었다. 어찌나 흥이 넘치는지 소녀시대 멤버들과 노래방 갈 때보다 더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그립고 좀 더 즐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후속편을 기대하는 중이다.

최근에 사람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다. 배우 중심의 매니지먼트인데 향후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가 반영된 걸까.
연기는 어디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소속사를 변경한 게 아니라 대표님의 생각에 동의한 부분이 있어서 옮긴 거로 평소 여성 대표님과 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단순한 움직임인데 의미를 두고 바라보는 분들이 계셔서 의외다.

얼마 전 개봉한 <막다른 골목의 추억>(2018), 이번 <걸캅스> 등 영화 작업을 이어가는 중인데, 드라마와 다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면.
요즘 사전 제작 시스템을 따르는 드라마가 많아졌지만, 보통 드라마의 경우 이번 회차에 못 보여 줬다 해도 다음 회차에 풀어나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오로지 시나리오에 매달려 철저하게 계산하고 들어간다. 일단 완성본을 내놓으면 두 번 다시 (고칠) 기회가 없는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또 상대 배우와 팀워크를 쌓고 팀으로 움직이고 주목받는 점도 좋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 <걸캅스>를 하며 또 느꼈던 부분이다.

드라마에선 주로 주연을 맡았는데, <걸캅스>의 ‘장미’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데, 역할의 크기는 고려 대상이 아닌가 보다.
감사하게도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꼭 주연만 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전작인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여성 감독에 여성이 중심인 영화라서 선택했냐고 묻는 분도 있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니고 단지 작품과 캐릭터가 좋아서였다. 작품에 설렘을 느낄 수 있다면 장르나 역할 불문하고 항상 열려 있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와 현재,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금은 어떤 작품을 할 경우 따라오는 장단점을 따지기보다 일단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본다. 그런 면에서 많이 생각과 마음이 열린 것 같다. 이전에는 나름의 필요에 의해 혹은 다른 사람의 권유로 참여한 것도 있었는데, 막상 연기하는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 캐릭터에 미안한 일 아닌가. 만드는 분들께도 그렇고 말이다. 내가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 설렘과 즐거움을 따라갈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예전에 주변의 의견에 팔랑팔랑 귀 기울였다면 이젠 설렘을 좇아가자는 게 모토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이번에 함께한 미란 언니를 선배로서 인간으로서 존경한다. 또 외국 배우 중에 엠마 스톤을 좋아한다. 그녀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는 팬인데 최근작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가 정말 좋았다. 뒷통수 맞은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더 좋더라.

가벼운 질문인데 음악과 연기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웃음)
노래로 한정하는 게 아닌 무대와 연기를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소녀시대에서 맡은 롤도 그렇고 퍼포먼서로서 자부심 있고 그만큼 열정도 크다. 훌륭한 퍼포먼서 공연을 보면 욕심 나고 하고 싶다. 연기는 이제 막 알아가는 과정이고 점차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지금은 다 고프다. (웃음) 바로 전에 끝난 게 로맨틱 코미디였으니 기왕이면 전문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역할이 좋을 것 같다. 또 스타일이 독특하고 할 말 다하면서 거침없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이번 ‘장미’의 경우 그래도 상사의 눈치를 보고 어느 정도는 쪼는 모습이 있었는데 아예 그런 것 없이 진짜 막 나가는 역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아직 내 연기를 안 보신 분들이 많으니 역할에 구분 없이 여러 작품으로 자주 찾아뵙고 싶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음.. 기사를 잘 써주면 역할 제안이 들어오지 않을까!(웃음) 내가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이왕이면 설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마지막 질문! 최근 관심거리 혹은 요즘 즐거운 일이 있다면.
요즘 골프가 너무 재미있다. 최근 날씨도 아주 좋아서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다고 몇 타인지 따질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2019년 5월 1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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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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