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신체 장애 형(신하균)과 지적 장애 동생(이광수)의 동고동락을 다뤘는데 뻔한 듯하지만, 참 특별한 영화더라. 강요하지 않는 따뜻함이 좋았다. 영화 촬영 시기와 기간은.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촬영했다. 나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따뜻한 영화라고 느꼈고 평소 하균 형의 팬으로 같이 작업할 기회라 기뻤다. 다만 장애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고 관객이 어떻게 볼지도 걱정됐었는데 육상효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도전하기로 했다.
육 감독님이 용기를 북돋아 주셨나 보다. (웃음) 캐스팅 이유 등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별말은 안 하셨다. 다만 자존감을 높여 주셨다고 할까. 평소 나를 좋게 봐 왔다고, 연기 잘하는 스스로를 믿으라고 하시는데 왠지 자신감이 생기더라. 연기 필모를 천천히 쌓아가는 중인데 그간 운이 좋게도 연기력과 관련된 비난은 받지 않은 편이었다. 그런 과거?를 돌아보니 감사한 동시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이 들기도 했다.
장애 연기 외에도 우려했던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평소 예능 ‘런닝맨’을 하고 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여기지다 보니 자칫 장애인을 코미디 소재로 활용 혹은 희화화로 보일지 걱정됐다. 그렇게 되면 영화에 피해가 갈 것이고 실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럴바엔 다른 배우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감독님께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니 (말했듯) 자존감을 듬뿍 높여 주셔서 캐릭터를 잘 잡아 나갈 수 있었다. (웃음)
<방가?방가!>(2010),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등에서 보여준 바 있는 육 감독님의 유머 코드가 이번에도 잘 드러난 것 같다. 라면, 참치캔 등등 작은 소품에서조차 행복감을 끌어내더라. 감독님의 디렉션 방향은.
감독님께서 스스로 각본도 집필하셨기에 극의 흐름과 방향에 대한 생각이 확실하셨다. 특히 유머의 선을 지키는 문제가 그랬다. 절대 과하게 연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일단 안 해본 역할은 해보고 싶다. 물론 캐릭터에 공감해야 하고 또 누구와 같이 하는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이번 현장은 어땠나.
현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동구’(이광수)의 특성상 그의 행동과 대사를 하나하나 특정하기 어렵기에 그의 감정과 동선만 크게 잡고 들어가야 했었다. 촬영 현장에서 하균 형과 (이) 솜 등 상대 배우들과 호흡 맞추고 감독님과 대화하며 만든 게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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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신하균 배우에 대해 ‘하균 형 나이가 됐을 때 그런 모습이라면 내 인생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상적인 이야기인데, 어떤 면에서 특히 그런가. (웃음)
그의 연기를 보고 자란 세대이고 워낙 배우 신하균의 팬이다. 거기다 연기 외적으로는 그의 품성이라고 할까. 현장에서 후배와 스태프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보고 많이 배웠다. 내가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이라 속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스타일임에도 형에게는 먼저 전화하고 말 걸게 된다. 그럴 정도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흠.. 낯가림이 심한가 보다. 친한 동료가 많아 보이는데 의외다.
솔직히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조) 인성 형이나 (배) 성우 형 그리고 런닝맨 식구 등 일하면서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동료들이 생길지 몰랐다. 소중한 이들을 만났다는 게 행운이고 행복하다.
지인들이 평소 모니터링 해주는 편인가.
제각각 스타일이 다른데 인성 형은 직언하는 편이고 성우 형은 좋은 얘기 위주로 말해준다. 꼭 모니터링이 아니더라도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부분이 있다. 그 자리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날 ‘생각해보니 이렇더라’며 또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게 느껴져 더 형들이 의지가 되곤 한다.
극 중 ‘동구’는 뛰어난 수영 실력을 지녔고 수영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수영을 비롯해 사전 준비를 많이 했겠더라. 또 극 중 모델이 된 실제 형제를 만났는지.
4개월 정도 일산에 있는 장애인 수영 강습장에서 배우고 자문받았다. 지적 장애 연기의 경우 유사 소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모델이 된 형제분은 감독님이 만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하셔서 직접 찾아뵙지는 않았다. 아마 실제로 만나면 그분들의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지적 장애를 지닌 ‘동구’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잠깐 말한 바 있듯 장애를 지닌 모습이 희화화되거나 지나치게 신파로 가지 않으려 했다. 장애가 신파와 희화화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선과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부담이었고 중점을 둔 부분이었다. 여전히 관객 특히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고민된다.
대사가 적어 ‘동구’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힘들었겠더라.
아무래도. 극 중 형 ‘세하’(신하균)와 수영 코치 ‘미현’(이솜)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동구’가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데 그 표현 정도와 강도에 관해 감독님과 현장에서 많이 이야기를 나눴었다. 또 재판장 신 같은 경우 ‘동구’가 그 상황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고 형을 위한 결정을 언제부터 내린 건지 등에 관한 것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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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몰랐는데 중·후반부로 갈수록 형 ‘세하’역의 신하균과 당신이 외모적으로도 닮았더라!
사실 고등학교 때 하균 형과 닮았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었다. 나 역시 좀 닮았다고 생각했고, 이번 현장에서도 촬영이 진행될수록 점점 분위기가 비슷해진다고 주위에서 말했는데.. 하균 형은 모른 척하더라!(웃음)
형제의 전폭적인 지지자인 수영 코치 ‘미현’(이솜)과의 호흡은 어땠나. 개인적으로 세 사람이 함께한 마지막 장면이 아주 좋았다.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친밀한 관계로 느껴지더라.
(이) 솜은 워낙 철저하게 준비를 해오는 데다 아이디어가 많아 현장에서 서로 이야기하며 만들어 간 부분도 많았다. 촬영 후나 촬영 없는 날에도 거의 매일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는 등 하면서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다. 셋 다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음악 들으며 걷고 또 걸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분위기가 그대로 극에 묻어난 것 아닌가 한다. 사실 마지막 장면은 촬영 초·중반에 촬영한 거로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 나온 걸 보고 어느 정도 호흡과 분위기에 안심이 돼 이후 더 잘할 수 있었다.
동정 아닌 온정의 시선으로 형제를 통해 가족을 이야기하는 <나의 특별한 형제>가 가정의 달 그것도 화창한 5월에 개봉하니 더욱 의미가 클 것 같다. 관객에게 영화가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
두 형제 이야기지만, 비단 형제만이 아니라 가족 나아가 주변인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내 주위를 둘러싼 그들이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 아주 고맙고 특별한 존재라는 것 말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 관객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 든다면 맡은 바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낸 게 아닐까 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얼굴을 알린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 연기자로서 지난 10년을 돌이켜 본다면.
처음 CF와 시트콤으로 시작했는데 연기는 늘 재미있었다. 물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하라는 대로 하니 웃어 주시는데.. 그런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자신감 있게 도전했던 것 같다. 지난 10년을 생각해 보면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생각도 책임질 것도 많아지고 깊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향후 10년 후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나.
음, 궁금한 배우? 벌써 9년째 예능 ‘런닝맨’으로 매주 방송에 나가고 있는데, 이광수의 연기가 궁금하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됐으면 한다.
말했듯, 벌써 10년 차 연기자인데 배우 ‘이광수’로서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아니면 단순히 겸손한 건가. (웃음)
꼭 배우로서가 아니라 개인 이광수의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런닝맨’의 이미지가 있다 보니 더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있다. 좀 더 조심하게 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처음 만나는 분들은 혹시 안 좋은 일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웃음) 이렇게 진중한 태도를 유지하니 다행히 나쁜 말이 나오지 않아 한편으론 낮추는? 자세가 몸에 밴 것 같기도 하다.
예능 ‘런닝맨’을 9년째 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코믹한 모습이 배우로서 역할 선택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좀 전에 말한 것처럼 평소 조심스러운 모습에 기분이 좋지 않냐는 오해를 받는 것도, ‘런닝맨’ 속 모습도 나인데, 그 간극이 큰 편인 것 같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기보다 진정 편하게 즐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편하게 행동하고 있다.
이번 ‘동구’역도 그렇지만 ‘런닝맨’에 익숙해지다 보니 슬프거나 진지한 역할에 몰입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소리에 대해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충분히 이해되고 한편으론 인정한다. 오히려 이미지가 코믹하게 각인된 상태에서 조금의 연기 변화를 주면 새로운 모습이 더 잘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나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으니 주어진 역할에 열심히 하려고 한다. 지금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도 ‘런닝맨 이광수’가 있었으니 가능한 거 아닌가.
베트남에서 프리미어 행사를 진행한다고 하던데,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거로 알고 있다. 아마 이번 행사의 지분이 한 99%쯤 되지 않을까. (웃음)
‘런닝맨’ 촬영 차 해외에 간 적이 여러 번 있지만, 영화로 방문하는 건 처음이라 기대되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내 덕분에 베트남 행사를 진행하는 건 아니고! <나의 특별한 형제>가 국내외 구분없이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재미있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역할이 있다면. 또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아직 결정 못했다. 개인적으로 스릴러 장르에서 악역이면 흥미로울 것 같다. 마치 <다크나이트>(2008)의 ‘조커’ 같은? 정말 매력있고 탐나는 역이다.
마지막 질문! 최근 즐거운 일이 있다면.
쉬지 않고 내내 일하다가 거의 처음 휴식 중인데 지금 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더라. 모처럼 나 자신을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 딱히 취미도 없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 중이다.
2019년 5월 14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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