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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를 고대하는 액션 배우 <언니> 이시영
2019년 1월 7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대역도 CG도 없이 맨몸 액션을 선보인 <언니>로 돌아온 이시영은 이번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근성을 자랑하며 영화 한 편을 책임진다. 물론 액션 주인공의 차림새로는 영 생뚱맞은 빨간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차림새, 지나치게 빈번한 극 중 성 착취 장면 등으로 영화가 평단의 비판을 면치 못한 대목도 있지만, 이시영은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결코 아쉬움만 남긴 건 아니라고 말한다. 한 편의 액션 영화를 오롯이 끌고 나간 경험이 곧 큰 용기가 되어, 앞으로는 더욱 진화한 액션 영화에 출연하기를 고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이다.

액션 영화 <언니>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건 당신이 대역 없이 전체 액션을 소화해냈다는 사실이다. 극 중 동생 ‘은혜’(박세완)에게 해를 가한 이들을 차례로 응징하는 언니 ‘인애’역을 맡았다.
임경택 감독님은 화려한 카메라 앵글이나 속도감 있는 편집보다는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장면 전체를 다 보여주는 현실감 있는 액션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하셨다. 말은 멋있지만…(웃음) 배우 입장에서는 액션의 시작과 끝을 다 책임져야 한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액션 기술은 한계가 있는데 대역을 안 쓴다고 하시니…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어쨌든, 작품을 택했고 결과물을 내놓았다.
여자 배우로서 한 편의 액션물을 이끌 수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한 기회였다. 물론 여자가 찍은 액션물은 흔치 않으니 응원해달라는 취지의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마치 액션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도 봐달라는 말처럼 들려서 말이다. <아토믹 블론드>(2017)의 샤를리스 테론처럼 멋있는 액션을 찍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배우이자 실제 격투기 선수인 지나 카라노가 출연한 <헤이 와이어>(2011)나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2013) 같은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 남자와 일대일로 싸울 때 보여주는 힘 있는 동작이 특히 좋았다.

당신 말대로, ‘인애’는 여러 남성을 무술로 완전히 제압한다.
여자 한 명이 여러 명의 남자를 액션으로 제압하는 건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여자와 남자는 일단 신체 조건부터 다르니까. 그러니 그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얼마만큼 설득력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인애’는 특공 무술 실력을 갖춘 전직 경호원이고 주짓수에 능통한 사람이다. 상대를 직접 타격하기보다는 조르기, 관절 꺾기, 그래플링 등 기술적인 면을 주로 활용하려고 했다.

배역을 위해 신체적인 변화도 주었는지.
체중을 4kg 늘렸다. 살만 찌우는 거였다면 10kg까지도 문제없었지만 보다 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근육을 붙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런데, 영화를 본 관객 입장에서는 당신의 차림새가 영 위태롭다는 느낌이다. 격한 액션을 선보이면서도 빨간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고수한다.
제작진과 한 달가량 토론했을 정도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내 입장에서는 ‘왜 굳이?’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이힐을 신고 발차기를 하면 무게 중심이 흔들릴 테고, 짧은 치마를 입으면 속옷이 보일 게 뻔한데 말이다. 무술 감독님 역시 그 나름의 이유로 크게 반대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대역이 없는 마당에 여자 배우의 맨 팔이나 맨다리가 드러나면 멋도 별로 없고 어설퍼 보일 거라고 우려하셨다.

그런 차림새가 당신이 원한 모습이었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웃음) 배우 입장에서도 고충이 있었겠다.
중요한 건 감독님이 주려던 메시지였을 것이다. 빨간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차림이 여성성을 상징하는 이미지라면, ‘인애’는 자기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그 상징을 벗어 던지고 강인하게 변화한다. 결과적으로 나로서는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있는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고 본다.

당신이 액션을 펼치는 동안 동생 ‘은혜’역을 맡은 박세완은 갖은 고초를 겪는다. 미성년자 역할을 맡은 그가 성 착취를 당하는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그 지적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그런 과정에서 ‘인애’의 복수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의 영화보다 좀 더 잔인하고, 통쾌하게 가해자를 응징하고 싶었다. 굉장히 아쉽다. 조금 더 큰 벌을 줬어야 하는데…(웃음) 촬영을 하면서 외로운 순간이 많았다. 그래도 ‘은혜’역을 맡은 박세완이라는 배우 덕분에 동생을 구하는 언니의 감정이 마치 진짜처럼 불러일으켜진 것 같다.

비판의 지점이 분명하지만, 영화만의 강점도 있다. 액션 합을 맞춘 김원해, 이형철, 최진호와의 시퀀스는 꽤 박진감 있다.
김원해 선배, 이형철 선배, 최진호 선배 모두 내 걱정뿐이셨다. 자기들은 한 시퀀스만 소화하면 되지만 나는 계속해서 다른 상대와 액션 합을 맞춰가며 연기해야 했던 상황이라, 혹시라도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에서 여러 번 나와 합을 맞춰주셨다.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액션 작품에 더 임해보는 것도 충분히 좋은 시도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액션 연기를 이 정도 소화할 수 있는 여자 배우는 흔치 않다고 본다.
나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서 좀 더 진화한 액션물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예전에는 한정된 역할만 반복하는 게 싫어서 일부러 다른 캐릭터에 눈을 돌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행동이 바보 같았다고 느낀다. 하나의 이미지와 역할이 생겼다는 사실에 굉장히 만족한다. 액션에도 상당히 많은 장르가 있는 만큼 좀 더 깊게 파고들어 보고 싶다. 카체이싱도 깊이 있게 배워보려고 한다.

액션을 당신의 ‘주특기’로 승화하겠다는 의미겠다.
나는 무한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액션이라는 한 가지 장점만으로도 누군가 나를 찾아 준다면, 그 임무를 수행하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언니>는 내게 자신감을 줬다. 결과물의 품질이 어떻건 간에, 대역 없이 전체 액션을 해냈다는 데서 스스로 큰 용기를 얻었다.

1월 중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2019)로 브라운관 앞에 선다. 끊임없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데뷔가 남보다 늦은 편이었다. 28살에 배우 생활을 시작해서인지, 늘 조급했던 것 같다. 조바심을 내려 두고 여유 있게 생각 해야지 다짐하면서도 쉽지 않더라. 지금은 그 마음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작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웃음) 하지만 일단 내가 맡은 바를 열심히 해내면 새로운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게 된 것 같다.

현재의 일을 열심히 하면 미래의 새로운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참 건강한 생각이다.
복싱도 드라마 때문에 시작했다. 사실 그전에는 운동이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서른 살 넘어서도 이렇게 좋아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시도해보려고 하는 편이다. 설령 해보고 나서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안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진부한 얘기이기는 하지만… <언니>가 개봉해서 너무 좋다.(웃음)

2019년 1월 7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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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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