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범죄 액션물 <범죄도시>로 흥행 질주 중인 마동석이 전혀 다른 분위기와 결을 지닌 <부라더>로 관객을 다시 찾는다. 괴물 형사에서 사고뭉치 종갓집 장손으로 변신한 것. 이동휘, 이하늬와 호흡을 맞춰 코믹하고 괴랄한 그리고 뭉클한 가족 코미디 드라마를 선보인다. 조곤조곤 찬찬히 영화와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마동석. 스스로는 ‘마요미’라는 애칭이 너무 어색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하다지만 명불허전, 귀여움이 묻어난다. 거기다 생각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말로 표현하는 내공까지! 스마트한 마블리다.
(해당 인터뷰는 <부라더>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범죄도시>가 흥행 중인데 <부라더>로 관객을 또 찾는다.
그게 내가 일 중독인 것도 있긴 하다. 사실 올해 두 편 출연했는데 마치 1년 내내 작품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부라더> 얘기하기 전에 일단, <범죄도시> 흥행을 축하한다. 소감 한마디 해달라.(웃음)
우선 기쁘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간 80편 가까이 작품을 했다. 단역 ‘행인 7’이나 조연하다 저예산 영화 주연을 거쳐, 아무래도 저예산 영화는 관객 수에 한계가 있기에, 상업 영화 주연으로 흥행한 첫 영화다. 지금까지 멀티 캐스팅 주연 영화 중에 흥행이 잘 된 작품이 있었지만 당시는 실감을 못 했다.
‘고릴라’(마동석이 이끄는 영화 기획 창작 팀)에서 기획한 작품이라 의의가 더 크겠다.
아무래도 그렇다. 몇 년 동안 함께 고민해서 얻은 결과물이기도 하고. 팔씨름을 소재로 한 <챔피언>, 전직 권투 선수를 그린 <곰탱이> 도 지금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 만들고 기획하는 거까지가 재미있더라. 제작과 연출은 내 몫은 아닌 거 같다.
영화 창작팀 ‘고릴라’를 꾸린 이유는.
다양한 영화에 참여하고 싶기에. 아마도 자신이 생각했던 역할을 다 하는 배우는 드물 거다. 이렇게 직접 참여해서 하니까 원하는 캐릭터를 좀 더 확장할 수 있어서 좋다. 스토리가 생각났을 때 바로 적용해 볼 수도 있고 말이다.
<범죄도시> 후속편을 기대해도 될까.
어떻게 될지 몰라 스토리만 가지고 있는 상태였는데, 솔직히 너무 많이 사랑해 주셔서.... 하지 않을까? 두 세가지 스토리를 생각해 놓은 게 있는데 고민 중이다.
<부라더>는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원작이다.
뮤지컬 보는 걸 좋아한다. ‘형제는 용감했다’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는데 시나리오 받았을 때 제목만 같은 건지 궁금했는데 그 작품이 맞더라. 물론 각색이 많이 되긴 했지만.
출연 결정 이유는.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서 하고 싶었고 게다가 부모님 얘기라서 더 좋았다.
초반에는 아주 웃긴 코미디로 가다가 점점 장르가 혼재된다.
요새는 한 장르만 고수하는 영화는 드물고 조금씩 다 섞여 있는 거 같다. 장유정 감독님만의 독특한 웃음 코드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애드립같지 않은 애드립이 많다고 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음, 그건 내 스타일인데 정식 대사도 자연스럽게 애드립처럼 하려는 경우가 많다. 애드립의 경우 초반에 시나리오를 보며 감독님과 상의한다. 왜냐하면 캐릭터에 안 맞는 행동과 대사는 안 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애드립을 개인적으로 선호하진 않아도 분명히 필요한 순간이 있다. 특히, 코미디 유머를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 그렇다. 어떤 경우는 대본에 빈칸으로 돼 있는 부분이 있더라.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채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셨다.
몇 가지 예를 든다면.
왜, 옆으로 누웠는데 동생 ‘주봉’(이동휘 분)이 “어떻게 머리가 땅에 안 닿냐!” 이렇게 말하는 대사, 그건 동휘 아이디어였는데, 내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와서 혼났다. 그리고 ‘석봉’(마동석 분)과 ‘주봉’이 싸울 때, 침 뱉는 장면. 이건 애드립이 아니라 정말 완벽하게 합을 맞추고 들어간 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후반부 부모님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이다.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누구세요’라고 묻는데 아버지가 ‘이 집 일꾼입니다’ 이렇게 대답하지 않나. 자식들은 아버지가 굉장히 고지식하고 엄격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다정한 분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런 부분이 좋더라.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어떤 아들인가.(웃음)
대부분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부모님 마음을 다 아는 거 같지만 미처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한때는 문제적 아들이었을지도.(웃음))
이번 <부라더>는 특히 부모님과 같이 관람하기 좋은 영화다.
사실 부모님이 <범죄도시>를 보러 오셨었다. 그런데 너무 욕이 많이 나오고....음, 어릴 때 내가 좀 그런 시절이 있어서. (하하하) 이번 <부라더>는 정말 편안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다. 부모님 모시고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통쾌한 액션 영화가 좋다. 힘 센 남자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거 말이다. 막 때리는 거보다 개인적으로 그런 ‘세이빙’ 영화를 하고 싶다. 예전에 누군가 고장 난 차를 끌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아, 저런 게 남자다운 거구나’ 생각했었다. 남자의 힘을 그런 식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팔씨름 영화 <챔피언> 을 기획한 건가.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오버 더 톱>(1987)과 팔씨름을 원체 좋아한다. 대부분 팔씨름을 단순히 놀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식 스포츠이고 카자흐스탄의 국기이기도 하다. 위험한 운동이라 정식으로 배우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도 큰 운동이다. 팔 다치기 전에는 많이 했는데, 이젠 직접 경기에 나가는 건 힘들고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겨울에 촬영해서 추위로 고생했겠다.
정말 추웠다. 당시 기온이 영하 17도 정도였는데 체감 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다. 오래 연기한 선배님들도 이번이 가장 춥다 할 정도였다. 게다가 우리가 짚신을 신고 있지 않았나! 다행히 불을 땐 방 하나가 있어서 모두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곤 했다.
함께 작업한 이동휘, 이하늬와의 호흡은.
<범죄도시>에서 윤계상과도 그랬지만 너무 좋았다. 내가 배우 운이 있는 듯하다. 이번 동휘의 경우 내가 먼저 지르면 받아주는 역할인데 마치 오래 호흡을 맞춘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 이하늬의 경우 극 중 4차원을 넘어 8차원 역할인데 정말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 아닌가. 그녀가 당시 드라마를 촬영 중이라 바쁜데도 한 번도 싫은 티 안 내고 스태프들을 다 일일이 챙겼다. 그 모습을 보고 굉장히 그릇이 큰 사람이라 느꼈다.
장유정 감독님은 어떤 분.
감독님이 연출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감독님은 일단 유머 감각이 너무 좋으신 분이라 코미디를 잘 할 거라 생각했다. 역시나 였다. 디테일하면서도 큰 무대 연출 경험이 많기에 전체적인 조율도 훌륭했다. 감독님은 머리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말로 다 표현하는 분으로 디렉션이 아주 정확하시다.
장유정 감독의 디렉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애기한다면.
뮤지컬 원작이지만 음악으로 분위기를 살리기보다는 음악은 배경으로 하고 연기로 생동감을 불어 넣자 였다. 그래서 <범죄도시> 등에서 보여지는 생활 유머보다는 좀 더 격한 수준으로 코믹하게 가되, 혹시 웃음을 주는 데 실패하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이자, 이 정도?
‘마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진짜 모르겠는데, 지금 문뜩 떠오르는 건 통쾌함? 사람들이 가진 답답함을 해소해주고 그런 부분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극 중에서 악당이지만 더 나쁜 악당을 응징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 스스로가 그런 통쾌함과 유머러스함을 좋아한다.
‘마요미’라고도 불린다! (웃음)
아, 너무 어색하다. 어디선가 어린 친구들이 ‘마요미’!, ‘마블리’! 이렇게 부르는 거다. 내가 손을 들고 답인사하면 마치 스스로 그 별명을 인정하는 거 같지 않나, 상황이 애매해서 어정쩡하게 반응한 경험이 있다. 일단 뭐라고 불리던 관심 받는다는 것에 감사하다.
배우에 입문하기까지 이력이 특이하다.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연극을 몇 번 해보고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에 잠시 나가 일을 했다. 그곳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다가 인연이 되어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보다 영화가 더 하고 싶었던 거 같다. 내가 어떤 연기를 펼친다는 것보다 영화 자체를 하는 게 중요했던 거다. 영화의 어떤 한 부분을 내가 채우고 싶고, 그 영화에 녹아나고 싶었다.
연기하는 것의 매력은.
운동할 때도 그랬지만, 나는 변덕이 심해서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권투를 했는데 하다 보니 싫증이 나더라. 미국에 갔더니 일단 체격이 큰 사람이 너무 많아 당시 ‘체격이 큰 게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그게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가뜩이나 동양인으로 무시당하는데, 체격이 크고 영어를 잘 하면 무시를 덜 당한다. 그래서 몸을 키우는 운동을 하다 보니 트레이너가 됐고, 유명한 사람의 트레이너를 맡다보니, 어느덧 유명해져 있더라. 그때 마침 오랜 친구인 싸이더스 HQ의 김상현이 시나리오를 보내줘서 배우로 활동하게 됐다. 그때부터 10년 정도 쉰 적이 없다. 물론 내가 가장과 마찬가지라 서포트해야 하는 집안 사정도 있다. 영화를 하면 할수록 연기라는 게 그냥 단순히 하고 싶다고 덤비는 게 아니구나 싶고, 항상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배워 나가는 과정 자체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시나리오 선택기준은.
일단 나한테 재미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무엇을 얘기하려 하는가이다. 그 다음에 캐릭터를 본다.
선호하는 역할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는 피 많이 안 나오는, 잔인하지 않은 통쾌한 액션물을 좋아한다. 아까 말했듯 세이빙 물이 좋은데 자꾸 깡패 역할만 들어와서....그리고 로맨스 코미디는 재미있을 거 같은데, 내가 출연한 진지한 멜로는 나도 안 볼 거 같다.(웃음)
<굿바이 싱글>(2016) 처럼 소프트하고 귀여운 역할, 아니면 <범죄도시> 등등 센 액션 연기, 어떤 역할이 좀 더 편한지.
정말 편한 역할은 어디에도 없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편해 보이는 모습이라도 그 준비 과정은 힘들다. 고민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액션 영화를 주로 해왔고, 잘 맞고 잘 때리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때리고 맞는 건 다 합을 미리 맞춰서 하는 거라 크게 힘들지 않은데, 가끔 머리를 살짝 친다든지 하는 진짜 때리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 경우에는 정말 못 때리겠더다. 얼마 전 주먹에 패드를 끼고 했는데도 상대방이 살짝 정신을 놓은 경험이 있어 트라우마가 됐다. 때리는 건 너무 힘들고, 맞는 건 내가 맷집이 세기도 하고 엔간하면 별로 안 아파서 자신 있고 속 편하다.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을 맡기까지 배우로서의 목표 변화는.
음....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똑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다행히 <범죄도시> 가 상업영화 첫 주연으로 잘 됐는데, 물론 ‘메뚜기 한 철’ 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흥행이 되든 안 되든 다양한 영화에 함께 하고 싶다.
다음 작품 계획은. <신과 함께>에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오류 좀 고쳐달라. 난 내년 여름 개봉 예정인 <신과 함께> 2부에 출연한다. 1부는 하정우, 차태현 주연이고, 2부에서 차태현 대신 내가 들어간다. 또, 아까 말했듯 <참피온>, <곰탱이> 등 ‘고릴라’에서 준비 중인 작품이 몇 편 있다.
영화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 질문인데, 연애사업은 잘 돼 가고 있는지.
너무 바빠서 여전히 여유가 없지만 연애사업도 잘 되고 있는 거로 하자. 솔직히 일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있긴하다. <범죄도시> 에서 <부라더>로 넘어오면서 쉴 시간이 너무 없었다. ‘고릴라’ 일도 밀려 있고, 또 쉬는 날에는 운동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내가 일 중독이긴 한데 일 외에 개인 사정도 좀 복잡하다. 한국 국적으로 옮기는 문제도 그렇고.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예전 운동할 때는 120kg였다. 한국에 와서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몸이 너무 크다? 고 해서 90kg으로 감량했었다. 영화에 출연할 경우는 감량해서 촬영하고 영화가 끝나며 원래 몸무게로 돌아와서 100kg을 유지한다. 그래야 어깨나 척추 등이 덜 아프다. 체중 감량을 하면 근육량이 빠지면서 몸이 아파진다. 그래서 <범죄도시> 하면서 액션을 제대로 해야 하니 감독님한테 더이상 못 빼겠다 얘기했더니 오히려 몸을 더 키웠으면 했다고 말하더라. 다행이었다.
<부라더> 예비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코믹하고 따뜻한 가족 영화이니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요즘 행복한 일이 있다면.
<범죄도시>가 이렇게 잘 될지 몰랐고, 또 <부라더> 개봉도 앞두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 예전에 미국에서 경찰 시험 준비를 한 적이 있는데 이후 형사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어떤 형사분이 ‘우린 왜 매일 노는 모습만 나오냐’ 이렇게 하소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 주위에 열심히 몸으로 뛰는 형사들이 있음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거 같아 기쁘다.
2017년 10월 30일 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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