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 이어 바로 영화 <희생부활자>로 만나니 반갑다.
어떻게 하다 보니 시기가 잘 맞았다. <희생부활자>의 경우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
중년을 넘은 여성 배우가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다.
아무래도 여배우의 입지가 좁은 영화 현실에서 가을에 관객을 찾아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무엇보다 내 나이에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에 그 어떤 상보다 고맙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긴장된다. 내가 출연한 영화에 대한 자존심도 있지만, 이번 <희생부활자>는 개인적으로도 특별하다.
특별한 이유는.
평소에 스릴러를 아주 좋아하는데 직접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주연을 맡은 거 아닌가! 게다가 나중에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잘 나왔다. 넘칠 정도까진 아니라도 부족함 없는 작품이라 많은 분이 보셨으면 좋겠다. 또, (김) 래원이와는 세 번째 함께 한 작품이고, 곽경택 감독님과의 만남도 그렇고.
극 중 캐릭터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억울하게 죽은 뒤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 자, 즉 ‘희생부활자’ (RV:Resurrected Victims)가 소재다. ‘복수를 위해서 돌아온 엄마’는 상상도 못 해본 캐릭터였다. 그래서 한편으론 정신이 없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이번 작품이 특별하게 느껴지더라.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면.
RV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점. 좀비처럼 외양이 변하는 것도 귀신이 되어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나를 해한 사람이 멀쩡하게 벌도 안 받고 살아있을 때 스스로 단죄하기 위해 부활한 거다. 그런데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아들인 거지. 그 점이 매력 포인트 아닐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있지 않나. 사후 세계를 경험했다는 사람, 귀신을 봤다는 사람 등이 전 세계적으로, 또 우리 주변에서 의외로 많더라. 그래서 생각해보니 ‘이런 일이 없지는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건 설명만으로 전달하기 힘들고 꼭 봐야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얘기만 듣고 상상한다면 ‘이런 일이?’ 이럴 수 있다. 그런데 아마 영화를 본다면 울고 나올지도. 너무 이해돼서 말이다. (웃음)
지금 얘기했듯 소재가 낯선데, 처음에는 수긍이 안 갈 수도 있었겠다.
솔직히 시나리오를 읽다가 그 자체가 너무 충격이라 일단 닫았다.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캐릭터라 머리가 아파지더라. 그 후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한 번에 읽었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일단 너무 재미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뿐인데 빨리 촬영 나가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다면 출연 결정하는데 큰 고민은 없었겠다.
바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생각이 많았는데 읽은 후에는 전혀 갈등이 없었다. 다만, 배우로서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다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 스스로 생각에 갇혀 있구나 싶더라. 낯선 캐릭터에 주춤하는 나를 처음으로 느꼈다.
곽경택 감독과의 첫 작업은 어땠는지.
곽 감독 작품을 이전부터 좋아했었다. 뭔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할까. 진솔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좋았다. 그런데 이번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나서 깜짝 놀랐다. 분명히 곽 감독 시나리오라고 했는데 ‘동명이인’인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반갑고 신선했다. 감독님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구나. 나도 전에 없는 캐릭터에 도전하는데 말이다. 그러기에 동지의식이 느껴지고 더욱더 믿음이 가더라.
함께 작업하면서 지켜본 곽경택 감독은.
되게 남자다울 거 같은데 막상 작업하면 엄청 섬세하시다. 굉장히 감성이 풍부하고 감정적이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왜 사람들이 ‘곽경택 감독’ 하는지 새삼 느꼈다. 감독님 이하 스태프들, 배우 모두 열심히 최선을 다한 현장이었다.
촬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등장할 때 항상 비가 오는데 고생이 심했겠더라.
비 오는 신도 그렇고 감정적으로도 고생했다. 일단 아들을 죽이는 엄마라는 게 시나리오를 보고 충분히 수긍했음에도 낯설어서 말이다. 육체적으로는 편집상 안 나온 신도 있지만, 액션 비슷한 장면도 있었다. 서로 타격하지는 않지만, 몸으로 부딪치는 장면 말이다. 그리고 트럭 신도 상당히 위험해서 조금 무섭더라.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웃음) 감독님이 섬세하게 배려를 해 주셨지만 해야 할 것은 꼭 시키시더라. 또, 비 오는 장면은 추운 데서 그렇게 많은 비를 맞을 줄은 몰랐다. 살수차가 안 오는 날은 실제로 비가 오더라.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그래, 당연히 비가 와야지’ 하며 습관적으로 맞았던 거 같다.
지금까지 수많은 엄마를 연기해왔다. 드라마 속 엄마가 헌신적이고 억척스러운 전통적인 어머니상이었다면 영화에서는 그 점을 살짝 비트는 모양새다.
같은 ‘엄마’ 역할이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지금까지 수많은 엄마를 연기하면서, 어느 순간 ‘엄마도 장르구나!’ 싶더라. 엄마는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연기다. 심지어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이렇게 느낀 적도 있다.
엄마라는 장르, 멋진 표현이다. (웃음)
내 나름대로 장르라 표현했는데, 사람마다 이름과 성격이 다 다르듯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경우와 모정이 존재할 거다.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엄마를 표현해왔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다양하게 변주된 엄마 역할이 계속 나에게 주어지지 않나 싶다. 이번 <희생부활자>에서도 엄마 맞다. 그런데 아들을 죽이러 온 거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 미묘한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노력한다. 마치 내 자랑이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러니 잘 써달라. (웃음) 감사하게도 관객과 시청자가 지금까지는 ‘조금씩 달라요’ 이렇게 말해 주신다. 배우로서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할 때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실제 ‘김해숙’과 가장 유사한 엄마 캐릭터는 누굴까.
사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나이가 드니까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같다. ‘이게 나구나, 엄마로서 나의 모습이구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영화를 하면서, 특히 이번 <희생부활자>를 하면서 나 스스로한테 깜짝 놀랐다. 지금도 예고편 보면 ‘아, 아’ 이런 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섭다. 내 안에 수많은 내가 있다는 사실을 영화를 하면서 알게 된 거다. 아마 내가 그렇게 수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에 표현할 수 있었을 거고 말이다. 결론은 딱 하나만 선택하기 어렵다는 거.(웃음)
스스로 생각하는 연기 변화의 전환점은.
음.... <해바라기>(2006), <무방비 도시>(2008) 를 하면서 부터인 거 같다. <해바라기>의 경우 자기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자식처럼 품는다. 일반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실화가 모티브였다. 연기하면서 이럴 수 있겠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다른 얼굴의 엄마가 있구나 하고 말이다. <무방비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TV에서의 모습을 보고 캐스팅한 감독도 많을 거 같다.
의외로 그렇지 않다. 내가 드라마를 통해 작품을 많이 하고, 연기를 오래 했지만 영화에서는 신인 같은 자세로 시작했다. 드라마와 다른 영화의 세계가 있더라. 그 점을 내가 영화를 하면서 이해했다. 물론 드라마 속 김해숙을 보고 캐스팅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 영화 속 모습이 또 다른 배역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통 한 쪽으로 치우쳐질 수 있는데 말이다.
나는 연기하는 걸 너무 사랑한다. 드라마는 드라마만의 장점이 있다. 수많은 시청자가 나를 보고 같이 웃어 주고 울어 주고 기뻐해주지 않나. 얼마나 감사한가. 또, 영화는 내가 드라마에서 할 수 없는 연기, 배우로서의 나를 한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가 앞으로 몸이 힘들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욕심이 많아서인지 양쪽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내가 참 복 많은 배우다. 많은 감독과 함께 했다. 박찬욱 감독, 최동훈 감독 등등 말이다. 이번에 곽경택 감독과도 작업했고. 지금은 민규동 감독과 함께 작품을 준비 중이다. 누구와 같이 작업하고 싶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열심히 해서 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여러 감독님 혹은 입봉 감독과도 함께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작품 속에서 수많은 아들과 딸들을 길러냈다.
함께 작품하는 아들과 딸을 내가 먼저 사랑하려고 한다. 왜냐면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예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단점이 안 보인다. 실제 내 자식의 단점은 잘 보이는 데 말이다.(웃음)
아들과 딸만큼 남편도 많았는데?
흠... 남편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웃음)
이번 <희생부활자>에서 남편이 있는지?
없다, 편하더라.(웃음) 있으면 힘들지 않았을까. 후후
평소 스릴러를 즐겨 본다고 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은 작품이 있다면.
즐기는 건 맞는데, 딱히 제목이 생각 안 난다. 최근에도 재미있게 본 게 있는데, 제목을 적어 놨어야 했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대사는 잘 외운다. (웃음)
젊은 여배우들이 롤모델로 꼽기도 한다.
내가? 그런가? 그런 이야기하는 걸 부끄러워해서 잘 모르겠다. 누가 나를 그렇게 표현한다면 너무 민망할 거 같다. 나는 그냥 인간적인 선배로 족하다. 후배들 역시 나와 똑같이 배우의 꿈을 안고 노력하는 거 아닌가. 가능하면 도와주고 엄마 같은 마음으로 대하고 싶다. 나를 좋아하고 닮고 싶고, 그런 감정은 너무 거창하다. 단지 따뜻하고 가능한 한 많은 걸 주고 싶다.
여배우로서 나이 든다는 것은.
그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젊을 때는 예쁜 역을 하는 거고 나이 들면서는 내 나이에 맞는 역을 하는 거다. 그렇지 않고 내가 억지로 젊고 예쁜 모습을 연기하려면 얼마나 흉하겠나! 그런데 처음에는 이런 마음은 있었다. 나도 멋진, 우아하고 세련된 엄마도 할 수 있는데, 그런 엄마는 안 오지? 이런 거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우리 옆에 살고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엄마를 내가 연기하고 있더라.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면 새롭게 느껴지겠다.
당연하다. 이전 내 모습을 가끔 보면 정말 놀란다. ‘내가 저랬었구나, 저렇게 젊었네!’ 하고. 이렇게 사람으로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거지. 배우로서는 자연스러운 역할의 이전이라고 본다.
평소 극 중 역할에 몰입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 캐릭터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고 그 사람에게 빨리 들어가려 한다. 단지 그뿐,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후 외형적 모습을 가다듬는다. 그러기 위해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는 편이다.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난 감정을 중시한다. 그 사람이 돼서 연기하길 원하지 계산해서 연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는 연기인 경우 가짜로 운다면 꼭 NG가 난다.
20대의 김래원 그리고 30대의 김래원과 함께했는데 차이가 느껴지던가.
아마 <해바라기> 할 때가 래원이가 20대였을 거다. 솔직히 그때와 지금이나 느낌이 비슷하다. 당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말수도 별로 없고 의젓했다. 내가 오죽하면 영감이라고 했겠나. 처음에는 말을 별로 안 해서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귀여운 모습도 있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열정에 변함이 없더라. 이번에도 지나칠 정도로 자기를 던져 작품에 빠지더라. 래원이의 경우는 내 착각일지 모르지만, 10년을 연락 안 해도 아마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가 살갖게 연락을 자주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끈끈하게 통하는 게 있다. 텔레파시? 라고 하면 좀 웃기나, 여하튼 그런 믿음이 있다. 내가 그에게 그렇게 편한 믿음이 있으니, 래원이도 그렇지 않을까!
‘래원이, 많이 컸네’ 하고 흐뭇했을 거 같은데! (웃음)
어? 그때도 이미 컸는데! (웃음) 원체 스타였고. 다만, ‘래원이가 배우가 돼 가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말투까지 예전이랑 비슷해서, 오히려 10년 후의 모습이 어떨지 기대될 정도다.
원체 연기 베테랑이라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즉석에서 연기가 나올 듯하다. 그럼에도 드라마와 영화 현장의 차이점이 있다면.
난 성격이 너무 좋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지 편하게 ‘내 할 일을 열심히 하자’ 주의다. 선배라고 티 내기도 싫고 말이다. 그래야 서로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고. 상대방이 선배라고 나를 어려워하면 안 된다. 연기라는 게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지 않은가.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하려 한다. 너무 멋없지 않나! 내가
영화계에 만연한 배우와 감독의 정체 현상, 즉 나오는 배우만 나오고 작품 하는 감독만 작품 하고, 이에 대한 지적도 있다. 대선배로서 견해는.
세상은 변해가고 있고, 내가 젊었을 때와 너무 다른 환경이 되었다. 나는 흐름에 맞기고 세월에 순응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방관자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고, 안 그러면 나 자신이 너무 힘들 거 같아서다. 인간이란 미약한 존재라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고, 나도 그에 맞춰가는 존재에 불과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많은 감독과 배우, 특히 여배우의 입지가 넓혀지기를 희망한다. 내가 영화 제작자도 아니고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다.
작품 할 때마다 매번 인터뷰하고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프로 의식이 느껴진다.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내가 좀 멋있다! 농담이다. 진지하게 쓰지 말아달라. (웃음) 그건 내 장점이기도 하다. 나는 사실 운동도 안 좋아하고 놀러다니는 것도 안 좋아한다. 그 대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편이다. 일을 안 할 때는 나 혼자 TV 보고, 나 혼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가 배우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현장에선 빈틈이 없다. 배우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무서울 정도이기도 하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평소에는 털털하게 잘해주는데 작업에 들어가면 돌변해서 놀라곤 한다. 예를 들면, 코디가 머리카락, 옷 흐트러진 것 등 중간중간 봐주려 하지만 내가 절대 못 만지게 한다. 감정 연기에 있어 매무새가 좀 흐트러지고 콧물 나오는 게 대수인가 말이다. 병적으로 좀 까다롭게 따지는 편이다. 또 허겁지겁 일을 시작하는 게 싫어서 대체로 미리 가서 촬영을 준비하는 편이다. 아마 평소 집에서처럼 행동했으면 일을 오래 못했을 거다.
엄마로서 김해숙은.
엄마로서는 반반인 거 같다. 아무래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다 보니 엄마로서 부족한 면이 왜 없을까. 배우이기 전에 엄마이기에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다. 나름대로 반에 대한 최선을 다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자녀들이 엄마의 작품을 보고 조언을 하기도 하는지.
음.... 서로 바쁘다 보니까 내가 나오는 작품에 대한 평이 별로 없다.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르는지도, 난 또 보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처음으로 참석한 시사회가 <도둑들>(2012) 이었다. 아이들은 그냥 배우가 직업인 엄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누구의 딸’ 이렇게 인식되는 걸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매스컴에 노출이 안 됐나보다.
그건 내가 지켜줘야 할 최소한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원하면 같이 방송 출연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전혀 아니더라. 그들이 정말 싫어하더라. 중학교 때 확실히 알았다. 그래서 더 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 싶다.
자녀가 만일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면.
그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요즘 취직이 힘들지 않나. 아이가 대학교 4학년 때 혹시 배우가 되고 싶지 않은지 물어 봤다. 왜냐면 엄마의 끼를 물려받았을 수도 있고, 또 엄마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억누르고 있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다행히 ‘엄마, 그건 내 길이 아닌 거 같아’ 하더라. 솔직히 다행이다 싶었다. (웃음)
<희생부활자>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다.
레드카펫은 처음이다. 특히 부산은 고향이라 항상 좋다.
요즘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배우로서, 엄마로서 행복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가. 인생에서 좋아하는 한 가지 일을 발견했다는 것, 그 일을 하면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말이다.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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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주)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