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꽃 기자]
이번 영화 제목이 참 좋다.
부제 없이 <밀정>이라는 딱 한 단어가 주는 미스터리 한 느낌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 밀정이 누구냐를 쫓아가는 영화는 아닌데 제목이 그렇게 나와서 오해 할 것 같기도 한데.(웃음) 이번 영화는 밀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대에 대한 아픔을 담아낸 영화다.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전작에 이어 또 역사물이다.
어쩌다 보니 <사도>에 <밀정>에 지금 찍고 있는 <택시운전사>까지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다룬 영화를 하고 있는데, 의도한 것도 특별히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배우 송강호가 아닌 자연인 송강호가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았던 건 맞지만, 작품까지 일부러 그런 것을 고른 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우연의 일치로 그렇게 됐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뭔가.
내가 안해봤기 때문에 하고싶다는 마음은 아니다. 똑같은 시대와 이야기를 다시 다루는 것이라도 그 작품만이 갖고 있는 새로운 시각이 있을 때 선택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는 꽤 많다. 물론 그것들도 다 훌륭하지만, <밀정>은 그 시대를 경직된 관점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이정출’처럼 회색분자 같은 인물의 인생을 통해서도 그 시절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줬다. 그런 점이 좋아서 선택했다. 결국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 그렇게 해서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가, 이런 걸 중점에 두고 본 셈이다.
그렇긴 하지만 황옥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역사적 판단이 크게 중요치는 않다. 모델은 모델일 뿐이다. 그런 부분에서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황옥은 <밀정>이 다루고 있는 폭탄 경성 반입 사건에 연루돼있는 인물이고, 일제에 의해서는 반역자라고 지목 당한 반면 우리 입장에서는 일제 앞잡이였던 인물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우리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허무맹랑한 것들이 아니라 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든다면.
첫 시퀀스에서 박희순이 맡은 ‘김장옥’역할이 실제로 항일운동을 하신 김상옥 열사다. 그가 죽을 때 천 명의 일본 경찰에게 쫓겼고, 기와집 지붕을 신출귀몰하게 뛰어다니다가 결국 장렬히 전사했다. 거기에 ‘이정출’이 개입된다는 게 영화적 상상력일 뿐, 기본적인 이야기의 골격 자체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또 기차에서 벌어진 사건들도 실제다.
‘이정출’은 극에서 감정상태가 변하는 입체적 인물인데, 감정이 반전되는 시점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진다.
그 점에 대한 언급이 안 그래도 많았다. 그렇게 애매하게 보이는게 김지운 감독의 의도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악랄하던 일제 앞잡이 ‘이정출’이 개인적으로 격랑을 경험하면서 확 변심을 했다면? 이 영화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한 인간의 변화가 너무 쉬워 보이고, 그러면 그가 속해있는 시대의 깊이도 얕아 보일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밀정>에서 ‘이정출’이란 인물은 켜켜이 갈등과 고뇌의 흔적을 쌓아간다. 첫 장면부터 ‘김장옥’(박희순)을 죽이려는 일본경찰들을 말리지 않나. 총을 쏘지 말라고, 내가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그리고 ‘김장옥’에게 가서 목숨은 구해야 되지 않겠냐며 회유를 한다. 일본경찰 옷을 입고 있지만 이렇게 행동은 애매한 거다. ‘김우진’(공유)에게 쪽지를 보내 의열단을 피신시킨 것도 그렇다. 극중에서는 ‘하시모토’(엄태구)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뒤에 ‘정채산’(이병헌)이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내심 흔들리지 않나. 그렇게 늘 고뇌하고 있던 사람이다. 이렇던 사람의 감정이 반전되는 지점이 있다면, 아마도 내 생각에는 ‘연계순’을 고문하게 된 이후일 것 같다. 심지어 시신까지 목도하게 되니까. 그간 쌓여왔던 생각들이 그 지점에서 결심으로 이어지고, 삶의 방향이 틀어졌을 것이다.
<밀정>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연계순’의 죽음을 알게 되는 서대문 씬이다. 그때 ‘이정출’이 상당히 고통스러워 하는데, 단지 내가 고문한 여자가 죽어 나오는 걸 봐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이고 안됐네, 내가 괜히 고문 했나?(웃음) 이런 심정은 아닐 거다. 그 장면에서 김지운 감독의 연출이 아주 뛰어난데, 죽은 ‘연계순’(한지민)의 얼굴을 보여주는 식으로 자극적인 연출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아주 작은 손만 보여줬다. 그 손은 여성의 손이 아니라, 가장 도움을 받아야하는 힘 없는 나라를 상징한다. 결국 ‘이정출’은 그렇게 작은 손 하나를 잡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비통함,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던 조선인의 회한을 고통스럽게 표현해낸다. 그 장면이 <밀정>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한다.
그렇긴 한데, 그걸 계산하면서 연기하지는 않는다.(웃음) 아, 이 장면은 긴장감 있게 가야 되겠다. 혹은 이 장면은 유머 스럽게 가서 즐거움을 줘야겠다 하고 생각하면서 연기한 적은 이때까지 없다.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들이 있지 않나. 우리의 삶 자체가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으니까. 살아가다 보면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도 마음 한편에는 좀 우울하고 걱정되는 감정이 있는 때가 있다. 웃다가도 우울해지는 거다. 반대로 한창 슬프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느닷없이 자연발생적인 유머가 튀어나와 웃기도 하고, 그게 사람 아닌가. 그런 인간적인 반응들이 연기 할 때 리듬감 있게 튀어나오는 것 뿐이다.
<밀정>이 일제강점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암살>과 비교되기도 한다.
<암살>과 다른 지점이 곧 <밀정>의 매력일 텐데, 그건 역시 그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점일 것 같다. ‘이정출’로 대변되는, 속을 알 수 없으면서도 알고 보면 고뇌하는 삶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아픔을 표현한다. 그래서 <밀정>이 매력적이다.
연기를 할 때의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음. 중요한 질문이다. 그 인물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적인 요소를 비슷하게 하려는 것 보다는 그 인물의 본질이 뭔지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자신감의 근간이다.
‘이정출’을 연기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
그 인물 자체가 혼란의 덩어리다 보니.(웃음) 이쪽도 저쪽도 아니니까. 다만 어떤 장면에서든 그의 존재감은 계속해서 살아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이병헌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떠오르더라.
박찬욱 감독도 똑 같은 얘길 하더라. 이병헌과 작품에서 만난 게 8년 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그보다도 8년 전인데 말이다. 본인 영화여서 그런지 몰라도.(웃음) 가만히 생각해보니 첫만남이 비슷하긴 하다. 금기된 장소에 있다가 불현듯 상대방이 나타나는 것도 그렇고, 서로 당황하는 것도 그렇다. 그때는 ‘정채산’(이병헌) 입장이 ‘오경필’(송강호)였고, ‘이정출’(송강호)같은 느낌이 ‘이수혁’(이병헌)이었다는 것만 바뀌었다.
감독님이 미국에서 작품을 하고 와서 그런지 몰라도, 전보다 현장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체적인 계획들도 좀 더 합리적으로 진행한다. 예전에는 일고여덟 번씩 가던 테이크도 한 네 번, 많아야 다섯 번 가고 끝낸다. 배우로서 좀 편하더라.(허허허) 외적으론 그런 것들이 변했다. 글쎄, 그런데 내적으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뭐.(웃음)
<반칙왕>때만 해도 둘 다 굉장히 소심하던 시절이다.
그 때는 김지운도 두번째 작품을 만드는, 신인 감독이나 다름 없는 처지였고 나도 첫 주연이었다. 조심스럽고 소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게다가 현장에서는 둘 다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어떤 배우는 감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걸 선호하는데, 내 경우는 그렇지 않다. 내적인 소통을 하는 편이다.(웃음)
김지운 감독은 당신을 믿기는 하지만 뭔가 늘 ‘꺼림칙’하다고 하더라.(일동 으하하) 오케이 사인을 내도 만족을 한다는 표정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나도 그와 작업 할 때는 항상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웃음) 하지만 나쁜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오케이 사인 같은 경우는, 어떨 때는 쾌감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크게 마음을 동요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이창동 감독님의 지론이 ‘오케이는 없다’는 거다.(일동 하하하) 오케이 같은 연기를 했을 뿐이지 완벽한 경지에 이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어떻게 들으면 힘이 빠지지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오케이!해도 뭐 “예” 하고 대답이나 하고 만다.(웃음) 반대로 이준익 감독은 너무 오케이를 빨리, 많이 해서 오히려 정말 오케이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으하하)
배우는 함께 연기하는 상대가 중요한 직업인데, 이제 상대 배우들이 후배인 경우가 대다수다.
20년 전, 내가 연극하던 시절에 들은 말이 있다. 모 선배님이 한 말인데, 후배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좋다는 거였다. 그 말은 후배들이 자기를 어려워하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 아니라, 연기를 할 때 항상 긴장된 모습을 보이는 모습 자체가 좋아 보인다는 뜻 이었을 거다. 내가 선배가 되니 그 말이 생각난다.
내가 영화 <괴물>을 찍어가지고…(웃음) 공유는 나와 딱 12살 차이다. 적지 않은 나이 차다. 김지운 감독은 그보다 더 선배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연기하면서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자신 있게 자기 할 일을 해냈다. 그게 참 대견스럽고 멋지게 보였다. 아무튼 겸손의 표현으로, 대선배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 나를 그렇게 말해준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짜 괴물 같아서는 아니다.(웃음)
<사도>에서는 유아인과 호흡 맞췄고 이번에는 공유다. 두 후배들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일단 공통점은 둘 다 여름에 천만 관객을 불러들였다는 거?(으하하) 아무래도 공유보다는 유아인이 7살정도 어린 후배니까 연륜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유아인은 광기어린 에너지가 있는 편이고 공유는 부드럽고 맑은 에너지가 있다.(웃음) 에너지란 게 어느 것이 세고 약하고를 따지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작품과 인물에 어울리는 에너지를 갖는게 중요하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둘다 정말 열심히 연기한다는 거다. (불쑥 생각난 듯) 강동원도 마찬가지고. 또 누구 있지? 한사람 빼면 또 섭섭해할 텐데.(웃음) 아 류준열! 류준열은 이번 작품 끝나고 내년 인터뷰 때 얘기하면 되겠고.(웃음)
<밀정>에서 보여준 표정들의 깊이감이 상당하다.
감독님도 그런 칭찬을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게도 표정이 좋다고 말이다. 얼굴에 시대적 분위기가 담겨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서 기분이 좋더라. 이 영화에서는 특히 다양한 표정들이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배역의 정서를 담아내는 표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사도>(2015)를 찍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촬영을 결정하고 시간이 두어 달 정도 남은 상황이었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안되겠더라. 왕 캐릭터도 처음이지만, 그 영화의 특징이 여러 사람이 나와서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딱 부자지간 두 사람의 얘기만 한다는 거다. 그런 설정 자체가 내 마음 속에 잘 안 들어오고, 나 역시 그 이야기 속으로 잘 못 들어가겠더라. 그래서 후배 한 명을 데리고 두 번에 걸쳐서 개인적으로 몇 박 며칠로 연습을 떠났다. 첫번째 다녀와서 자신감이 좀 붙었는데 한 달이 지나니까 또 불안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 번 다녀오고. 그런 노력을 한다. 매번 <사도>때 처럼 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식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완성될 때 보면 그 영화의 분위기가 얼굴 표정을 통해 풍겨 나오는 것 같다. 그런 건 어느 한 순간에 나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젖어 들어가면서 만들어진다.
현대물을 찍을 때는 무심한 얼굴이 오히려 깊은 느낌을 준다. 워낙 자기 본능과 욕망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고 사는 흐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일제 강점기를 사는 사람의 얼굴은 자기 감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할 거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한 건가.
그렇게 해야만 생존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적인지 아군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시대 아닌가. 현대는 모두가 개인적이고, 자기 삶이 중요하지만 그 시절에는 집단, 나라, 조국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엮여 있는 때이니까.
올해 50살이 됐다.
나이를 먹는 건 전혀 서글프지 않다. 어릴 땐 왜 나이를 안 먹지?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다.(웃음) 젊음을 붙잡고 싶은 마음도 없고, 오히려 이 고단한 인생 빨리 좀 지나갔음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으하하) 사실 나이에 대해 큰 생각을 잘 안 하는 건, 우리 영화계가 인간의 전 인생을 표현해내는 다양한 작품을 많이 내놓게 된 덕도 크다. 한국 영화계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두터워졌다. 이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청춘물 아니면 영화가 없었다. 배우도 부족했고. 하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작품의 다양성이 확보돼 있다.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의 폭도 넓어졌고. 이건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 세대도 더 노력해서 후배 세대에게 그런 결실을 물려줄 수 있도록, 또 그 후배는 그 후배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흥행 배우’라는 위상에 대해서 부담은 없는지.
매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 할 때마다 많은 후배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부담감은 있다. 그건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그런 걸 심하게 의식해서 바깥으로 티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주변에서도 워낙 내 스타일이 그런 걸 안다.(웃음)
연기 외에 다른 재능이 없다.(웃음) 집에 있으면 멍하니 앉아있다. 운동도 복잡하고 귀찮은 건 정말 싫다. 특히 헬스는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이러는 게 너무 귀찮다. 그래서 걷거나 자그만 산을 올라간다.(웃음) 아무튼 좀 게으른 면이 없지않아 있다.
배역을 소화 할 때는 상당히 공을 들이는 노력파인데.
연기 할 때만 그렇게 노력한다.(웃음) 사람 사귈 때도 전혀 공들이지 않는 편이다. 되게 무심하다. 집착도 안하고. 유독 연기 할 때만 집착을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아마 성격상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찜찜함이 남아 있는 걸 못 견뎌 하는 것 같다. 얘길 해도 그것과 관련된 것만 하고싶고.(웃음) 그래서 그런지 연기 외에 다른 일들에는 무심해지나보다.
최근 가장 행복한 순간은.
거짓말이 아니라(웃음) <밀정> 시사를 했을 때.
2016년 9월 6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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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