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류지연 기자]
<부산행>은 칸 이후 두 번째로 본건가.
한 번 봤다. 칸에서 보고 여기서는 안 봤다. 개봉하면 보려고.
영화 보고 어땠나?
‘와. 감독님 영화 잘 만드셨다!’(웃음) ‘공유 오빠는 언제 저런걸 찍었지?’ 서로 모니터를 할 겨를이 거의 없어서 디테일 한 연기들은 화면으로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소희가 찍은 장면도 그렇고 신기해서 ‘야. 너 어떻게 울었어?’ 물어보고 그랬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 끝나고 나오면서도 우리끼리 ‘오. 잘했다!’ 이러기도 하고.(웃음)
좀비 영화다 보니 시나리오를 읽을 때와 완성된 영화를 볼 때 느낌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좀비의 구현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았다. 감독님이 잘 만드실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또 좀비 연기자 분들이 워낙 리얼하게 표현을 해 주셨다. 좀비가 생소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낯선 소재가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공유씨는 칸과 국내 관객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고 하던데.
영화제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초반에 정의로운 장면이 나오면 다 같이 박수를 치길래 놀랐다. 좀비를 한 명 한 명 때려잡을 때나, 내가 창문에 신문을 붙이는 장면에서도 ‘오~’ 하면서 반응해주시더라. 스탭들도 처음엔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같이 휘파람 불면서 봤다. 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들끼리의 일체감이 느껴졌다. 상영 끝나고 나오는데, 관객 분들이 문에 붙어서 좀비 흉내도 내주시는데 진짜 고마웠다.
<부산행>의 어떤 부분에 끌려 선택하게 됐나?
일단 항상 일을 너무 하고 싶다. 그러던 와중에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흔히들 얘기하듯 한 번에 읽혔다. 이후에 감독님 만나고 나서, ‘같이 영화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수안이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영화 찍기 전부터 수안이는 내가 참 좋아하던 배우였다. 같이 하게 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수안이의 어떤 점이 좋은가?
수안이가 나온 영화를 거의 다 봤다. <차이나타운>부터 김태용 감독님이 참여하셨던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까지. 나도 저렇게 연기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무슨 생각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무슨 생각하는지 따라 하고 싶으니까. 그랬더니 ‘무생각’ 이러더라. 그래서 ‘그치? 자 뛰자.’하고 액션 들어가면 뛰었다. 쉴 때는 영락없는 아이여서, 같이 점토로 별 만들면서 놀고 그랬다.
마동석과 케미가 의외로 괜찮았다.
우리가 계속 주입하고 있는 중이다. 기사가 하도 많이 나가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걸려들었다.(웃음) 현장에서는 감성과 이성을 컨트롤 하는 게 중요하다. 연기에는 감성이 필요하지만 영화는 이성적으로 찍어야 한다. 저마다 원하는 게 다를 수 있지만, 공동의 목표를 보고 달려가야 한다. 마동석 선배님 때문에 정서를 나누는 것이 가능 했던 것 같다.
임신 분장은 어떻게 했나.
특수 분장 팀에서 실제 모양과 똑 같은 것을 만들어 주셨다. 무거운 것 하나와 가벼운 것 하나 두 개가 있었는데 처음엔 무거운 걸로 했었다. 실제로 느껴보고 싶어서. 그러다 촬영 막바지가 돼서 가벼운 걸로 바꿨는데 그게 훨씬 나았다. 진작 이걸로 할걸.(웃음) 가벼운 게 뛸 때도 신경이 덜 쓰이고 안정감 있더라.
아무래도 체력적인 소모가 있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다. <부산행> 전에 드라마를 찍었는데 드라마가 훨씬 힘들다. 좀비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지, 이번 역할은 ‘꿀보직’이다. 뛰는 건 하나도 안 힘들다. 열 번, 스무 번도 더 할 수 있다.
실제 좀비를 만나면 그렇게 도망갈 것 같은가?
그렇다. 그런데 혼자 도망가진 않을 것 같다. 혼자 살아남아 살게 된다면 재미 없을 것 같다. 혼자 살아서 뭐하나. 다 같이 살아남아야지. 나만 살아남는 건 싫다.
촬영장에서 좀비와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나?
좀비는 사실 상상으로 만들어 낸 것 아닌가. 듣도 보도 못한 괴물이다. 촬영장에서는 같이 있다 보니 그래도 익숙했는데, 방심하다가 화장실 앞에서 마주치면 정말 깜짝 놀랐다. (웃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촬영장과 연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늘 재미있나?
왔다 갔다 한다. 언제나 좋지는 않고, 사람인지라 감당이 안 될 때도 있다. 남들이 보기엔 좋아 보이던 시절에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적잖이 생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부산행> 찍으면서 또 다시 감사하게 됐던 것 같다. 매일매일 촬영장 갈 때마다 감사하고 설렜다.
<부산행>이 어쩌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대중 분들이나 관계자는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내겐 의미가 남 다르긴 하다. 다시 데뷔하는 느낌도 든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산업 안에 굉장히 많은 배우들이 있는데, 그 속에서 작은 사람인 내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 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 준 영화다.
구체적으로 어떤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된건가.
학창시절부터 배우가 되고 싶긴 했지만 대단한 목표를 갖고 시작했던 건 아니다. 배우는 늘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겼다. 그 시선을 마냥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내 생각만 갖고 할 수도 없었다. 또 내 생각만 가지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도 안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들을 보내오면서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연기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동안 내가 한 것보다 많은 평가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 평가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했다.
<부산행>의 결말은 마음에 드나?
절망적인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오락성이나 시원하게 달려가는 액션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는 내 개인적인 시선은 비극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말을 선택했다는 점이, 돈이 많이 들어간 대중 영화인 <부산행>이 해낸 다른 몫이라고 생각한다.
유아인, 공유 등 남자 배우들과 많이 친한 걸로 알려져 있다.
친한 사람이 많지는 않다. (웃음) 한 둘 정도.
공유 칭찬 좀 해달라.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그대로 나를 봐주는 것 같아서 고맙다. 공유, 유아인 둘한테는 항상 고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형식적으로 말 할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드라마나 영화 계획 있나?
드라마는 자주 찍고 싶고, 영화는 가끔 찍고 싶다. 드라마에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기 보다 매일 일할 수 있어서 좋다.
일이 그렇게 재밌나?
항상 재밌진 않다. (웃음) 일부러 쉬려고 쉰 건 아닌데 너무 오래 쉬었다. 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세라세라’라는 드라마를 하기 전에는 드라마 찍는 게 겁나고, 밤샘 촬영도 무서웠는데, ‘케세라세라’를 만난 이후에는 드라마도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영화와 드라마 각각의 매력이 다른가?
연기를 하는 내 마음은 똑같다. 시스템이 다른 건 있다. 드라마를 찍다가 이번에 <부산행> 찍으니까 시간이 너무 안 가더라. 빨리 찍어야 될 것 같은데 두 시간 있다가 오라고 하고. 처음에는 속이 터지다가 나중에는 편해졌다. (웃음)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론시사회 끝났을 때? (웃음) 제작발표회, 언론 시사회 같은 자리를 워낙 힘들어한다. 최근에 네이버 생방송 끝났을 때도 한 고비 넘은 듯 행복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고 하는 일을 즐기지 못한다. 옆을 보거나 멍 때리고 하면서 빨리 끝나길 빈다.
2016년 7월 19일 화요일 | 글_류지연 기자 (jiyeon88@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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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 매니지먼트 숲 & NEW